최근 미국 현지 항구에서 통관 대기 중이던 한국산 화장품이 통관 보류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현지 수입 절차를 진행하던 국내 뷰티 화주사 A사가 현지 관계사를 통해 다각도로 원인 파악에 나선 결과, 원인은 다름 아닌 원료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품 성분 중 야생동물 유래 추출물이 포함돼 있어,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 Fish and Wildlife Service, FWS)의 엄격한 사전 검수 및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현지 당국의 긴급 통보를 받은 것이다.

자칫 장기 억류나 화물 몰수, 나아가 페널티 처분을 받으며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A사는 즉각 FWS 수입 라이선스 신청 절차에 착수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통상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통관 프로세스가 일주일 만에 이례적으로 속전속결 진행됐고, A사가 통관사를 통해 최종 라이선스 취득 서류를 제출하자마자 다음 날 억류되어 있던 화물 전체가 무사히 반출 승인을 받았다. 이번 사태는 가슴을 쓸어내린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최근 까다로워진 미 당국의 환경·위생 규제 트렌드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업계에 적지 않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연어 PDRN 美 수출하려면 FWS 통관 4대 관문 거쳐야

FWS는 생태계 및 식물 자원을 보호하고 불법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설립된 유서 깊은 미국 연방기구다. 국내 화장품 수출 기업들이 흔히 미국 진출 시 식품의약국(FDA) 승인만을 필수 관문으로 여기기 쉽지만, 연어 등에서 추출한 PDRN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FDA 규정과는 별개로 FWS의 승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앞선 A사 사례에서 제품 통관이 전격 보류됐던 결정적 이유 역시, 핵심 원료인 PDRN이 미 연방법상 야생동물 유래 성분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PDRN 화장품을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첫째로, 현지 수입업자(Importer of Record)를 통해 FWS 수출입 라이선스(IE License)를 확보해야 한다. 상업적 목적의 야생동물 유래 제품 수입은 정식으로 FWS에 등록된 수입업자만을 통해 가능하도록 법제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취득을 위해서는 FWS의 공식 신청 양식인 ‘Form 3-200-3b’를 작성해 제출해야 하며, 발급 비용은 100달러 수준이다. FWS의 전자 신청 시스템(eLicense Portal)을 통해 구비 서류를 완벽하게 갖춰 접수할 경우, 발급까지는 통상 4주에서 6주 내외가 소요된다. 아울러 해당 라이선스는 일회성이 아니며, 취득 이후에도 매년 갱신해야 효력이 유지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자료: FWS 화면 갈무리]

라이선스 확보와 더불어 현지 물류 경로 설정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두 번째 핵심 체크포인트는 바로 지정 통관 항구(Designated Port)의 확보 여부다. FWS 규정상 야생동물 유래 성분이 포함된 화물은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등 FWS 승인 인프라를 갖춘 지정 항구를 통해서만 미국 영내로 반입해야 한다. 만약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비지정 항구로 입항할 경우, 별도의 예외 허가(EDPP) 절차를 밟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상당한 액수의 추가 수수료까지 감당해야 한다. 특히 현지 FWS의 현장 검역 인력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관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정된 항구를 이용하는 전략이 포워딩 단계에서부터 전제되어야 한다.

세 번째 관문은 화물 도착 전 진행되는 철저한 사전 신고 프로세스다. 수출 기업은 화물이 미국 항구에 닿기 최소 48시간 전 FWS의 전자 신고 시스템인 ‘eDecs’를 통해 물품 반입 신고서(Form 3-177)를 반드시 작성·제출해야 한다. 이는 연방 세관의 일반 수입신고와 별개로 병행되는 필수 절차다.

FWS 통관 반려를 막을 마지막 관문은 ‘원료의 합법성 및 안전성 증명 서류’ 완비에 있다. eDecs 신고 시 화주는 성분 제조사 및 원산지 증명서를 기본 첨부해야 한다. 여기에 연어 등의 무분별한 포획이 아님을 입증하는 ‘인공 증식·양식 증명서’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 협약) 대상 여부 확인을 위해 상업 송장 등의 서류상에 생물의 ‘정확한 학명’을 명시하거나 규제 대상이 아님을 증명하는 서류 작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 B씨는 뉴욕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제품 성분이 불법 채취와 무관함을 현지 당국에 완벽히 입증하는 과정”이라며 “글자 하나, 학명 기재 오류 하나로도 화물 전체가 묶일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사전 검증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까다로운 통관 규정으로 높아진 벌금 부과 리스크

만약 규정 미숙지나 안일한 대처로 미신고 상태에서 통관을 강행하다 적발될 경우, 기업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는 치명적이다. 우선 단순 미신고 및 라이선스 위반 시 선적 건당 최대 75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 단계 나아가 검역을 피하기 위해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가 적발되면 1,000달러의 벌금과 함께 화물 가치 전액을 몰수당한다. 가장 무서운 것은 ‘연방기관에 대한 허위 진술’ 죄목이다. 이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되어 법인은 최대 50만 달러, 개인 역시 최대 5년의 징역형과 25만 달러의 벌금이라는 중벌에 처해질 수 있다. 여기에 불법 야생동물 거래를 제한하는 레이시법(Lacey Act)까지 적용되면 건당 최대 33,181 달러의 페널티가 추가로 얹힌다. 화주뿐만 아니라 대행을 맡은 관세사 역시 공식 경고나 면허 정지 처분을 피할 수 없다.

시사점

미국 현지 통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겨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서류를 완비해 통관에 성공하더라도, 원료인 PDRN 성분 자체가 여전히 미 당국 규제의 회색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B씨는 “미 연방법령(50 CFR § 16.13 (c))은 바이러스가 사멸된 가공 제품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지만, 고순도 추출 성분인 PDRN이 이 면책 범위에 포함되는지 판결된 법적 전례가 없다”며 “최근 미국 관세법인들이 PDRN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의 통관을 일제히 보수적으로 보류하기 시작한 것도 모두 이 같은 법적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B씨는 뉴욕무역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근본적인 수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뷰티 시장의 성분 다변화 트렌드에 맞춰 이제는 전통적인 식품의약국(FDA) 기준 충족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며 “제품의 성격과 성분에 따라 FWS를 비롯한 유관 규제 기관별 행정 절차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이행해야만 통관 보류라는 최악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료: Fish and Wildlife Service, Electronic Code of Federal Regulations, Legalclarity, KOTRA 뉴욕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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