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튀르키예에서 한류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도 새로운 협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15일 진행된 ‘한-튀르키예 인플루언서 간담회’ 개최를 계기로 KOTRA 이스탄불무역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튀르키예센터 황영성 센터장과 이스탄불총영사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양국 콘텐츠 산업의 최신 흐름과 한류 확산의 구조적 변화, 그리고 향후 협력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황영성 튀르키예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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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콘텐츠진흥원 튀르키예센터 제공]
Q1. 최근 튀르키예에서 전개되고 있는 한류 및 콘텐츠 산업의 흐름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A1. 튀르키예에서의 한류 및 콘텐츠 동향을 보면, 한국 콘텐츠가 단순히 수출되어 현지에서 소비되는 구조를 넘어, 현지 기업들이 한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최근의 주요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류 관련 산업을 K-푸드(먹고), K-뷰티(바르고), K-콘텐츠(즐기고)로 나누어 보면, 세 분야 모두에서 현지 기업의 참여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즉 한류가 단순한 ‘소비 콘텐츠’에 머무르기보다, 현지 산업과 결합하면서 ‘한류 비즈니스’로 확장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먼저 K-푸드 분야에서는 현지 기업들이 레스토랑이나 펍을 직접 운영하면서 한국 식문화를 현지에 맞게 확산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스탄불 보몬티 지역의 서울키친 사례는 현지 대기업 도우쉬(DOĞUŞ) 그룹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우쉬 그룹은 외식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디림(d.ream)을 통해 주마(Zuma), 로카(Roka) 등 아시아권 고급 레스토랑 브랜드를 튀르키예에서 운영해 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K-뷰티의 경우, 과거에는 온라인 중심의 유통이 주를 이뤘다면 2026년에는 오프라인 매장 확대와 함께 현지 기업들의 참여가 보다 본격화되는 모습입니다. 예를 들어 독일계 드러그스토어 로스만(Rossmann)은 튀르키예 시장에서 K-뷰티 PB 라인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며 한국 스킨케어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또한 튀르키예의 패션 및 유통 기업인 데팍토(DeFacto)의 주요 매장에서도 K-뷰티 제품을 직접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K-뷰티는 단순 수입·유통 단계를 넘어, 현지 유통기업과 PB 전략이 결합된 형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K-콘텐츠 분야에서는 한국 드라마 포맷(IP)을 수입해 현지에서 리메이크하는 사례가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 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튀르키예에서 바하르라는 작품으로 리메이크된 바 있으며, 해당 작품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3개 시즌으로 방영되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바하르는 인근 중동 국가에 재판매되면서, 튀르키예에서 재해석된 콘텐츠가 다시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는 구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처럼 한국 드라마를 현지화해 리메이크한 뒤 이를 다시 해외 시장으로 수출하는 구조는 튀르키예 콘텐츠 산업의 특징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즉, ‘한국 드라마 → 튀르키예 리메이크 → 제3국 수출’로 이어지는 다층적 확산 모델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튀르키예는 미국, 영국과 함께 세계 주요 TV 드라마 수출국 중 하나로 꼽히며 글로벌 드라마 수출 시장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튀르키예 시장에서의 성공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Q2. 이와 같은 상황에서 튀르키예에서 한류와 콘텐츠를 산업적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A2. 튀르키예에서 한류와 콘텐츠 산업을 본격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지 디지털 경제와 스타트업 생태계에 깊이 결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약 9000만 명에 가까운 인구와 젊은 소비층, 빠른 모바일 전환 속도를 고려하면, 튀르키예는 한국 콘텐츠 산업 입장에서도 중동·유럽·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전략적 거점 시장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우선 게임 산업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협력이 매우 유망하다고 봅니다. 튀르키예는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자리잡고 있고, 1300개 이상의 게임사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의 게임 개발 역량과 퍼블리싱 경험, 튀르키예의 현지 네트워크와 시장 이해도가 결합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한 콘텐츠 수출을 넘어 양국 간 공동 제작과 공동 투자 모델을 확대하는 방향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AI 기반 콘텐츠 협력 역시 중요한 분야가 될 것입니다. 최근 글로벌 콘텐츠 산업은 생성형 AI와 데이터 기반 플랫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또한 AI 스타트업 투자와 디지털 전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도 게임·방송·음악·웹툰 분야에서 기술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장기적으로는 현지 스타트업과 공동 펀드를 조성하거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입니다.
K-팝과 드라마 중심의 한류 역시 현지 플랫폼 및 디지털 생태계와 연계될 때 지속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튀르키예는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이용률이 매우 높은 국가이며, 디지털 콘텐츠 소비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 공연이나 이벤트 중심 접근보다는 현지 크리에이터, 게임, 미디어 플랫폼과 결합한 형태의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산업 흐름 속에서 저희도 튀르키예 업계 및 유관기관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6년 5월에는 튀르키예의 벤처 투자사인 보아지치 벤처스(Boğaziçi Ventures)와 협력해 2026 튀르키예-한국 게임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포럼에서는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튀르키예 모바일 게임 산업과, 퍼블리싱·기술·문화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 게임 생태계 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또한 양국 간 공동 투자 및 공동 사업 기회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Q3. 양국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문화 교류 역시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특히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양방향 교류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튀르키예와 한국의 인플루언서 및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이 양국 문화 산업과 한류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십니까?
A3.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사회에서 튀르키예에 대한 관심은 커졌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역사나 관광지 중심으로 알려졌다면, 최근에는 여행 인플루언서와 음식 유튜버들을 통해 튀르키예의 일상문화와 음식이 자연스럽게 소개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매우 친숙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특히 베이란, 카이막, 바클라바, 카다이프, 돈두르마 같은 튀르키예 음식이 SNS와 유튜브를 통해 큰 관심을 얻으며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심은 실제 관광 수요로도 이어져, 2024년과 2025년에는 튀르키예를 방문한 한국인이 2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양국 교류가 활발해졌습니다.
반대로 튀르키예의 크리에이터들과 인플루언서들 역시 한국 음식, K-드라마, K-팝, 관광지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일부 튀르키예 유튜버들은 직접 한국어를 배우거나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며 양국 국민 간의 심리적 거리도 크게 좁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콘텐츠가 더 이상 일방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특정 국가가 문화 콘텐츠를 ‘수출’하고 다른 국가는 이를 소비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의 문화가 실시간으로 교류되고 함께 확산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여행 크리에이터가 이스탄불의 시장과 음식을 소개하면, 튀르키예 이용자들이 댓글이나 협업 콘텐츠로 반응하고, 다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콘텐츠로 이어지는 식의 양방향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콘텐츠 산업이 일부 선진 시장 중심으로 확산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협력 관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K-콘텐츠가 튀르키예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튀르키예의 음식·관광·문화 콘텐츠 역시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앞으로 양국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들의 협업이 더욱 확대된다면 문화 교류는 물론 관광, 외식, 콘텐츠 산업 전반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이스탄불총영사관은 지난 5월 15일 ‘한-튀르키예 인플루언서 초청 간담회’를 공동 개최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 국적 인플루언서 3명과 튀르키예 국적 인플루언서 6명이 참여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이 양국 문화 협력과 교류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논의했습니다. 또한 소셜미디어가 향후 양국 콘텐츠 산업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한-튀르키예 인플루언서 초청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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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콘텐츠진흥원 튀르키예센터 제공]
시사점
이번 인터뷰를 통해 양국 콘텐츠 산업 협력의 핵심 방향은 단순한 시장 공략이 아니라 생태계 구축에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과 콘텐츠 기획·제작 역량과, 튀르키예가 지닌 대규모 내수시장, 그리고 중동·유럽·중앙아시아를 아우르는 지정학적 확장성이 결합될 경우, 양국의 협력은 단순한 콘텐츠 교류를 넘어 글로벌 콘텐츠 산업 구조 속에서 의미 있는 축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러한 협력은 일회성 프로젝트나 특정 장르 중심의 교류에 그치지 않고, 게임·영상·음악·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중장기적 협력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콘텐츠 생산과 유통, 투자와 기술 개발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합적 산업 생태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또한 튀르키예는 젊은 인구 구조, 높은 디지털 콘텐츠 소비율, 빠른 모바일 전환 속도를 기반으로 향후 콘텐츠 실험과 확장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한국 입장에서도 이는 새로운 소비 시장 확보를 넘어, 현지 스타트업 및 플랫폼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콘텐츠 산업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결국 한류와 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한 확산은 단순한 해외 진출이나 소비 확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산업과의 유기적 결합을 통한 공동 생태계 구축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가 정착될 경우, 한국과 튀르키예는 각각 기술과 시장, 콘텐츠와 플랫폼이라는 상호 보완적 강점을 기반으로 글로벌 콘텐츠 산업 내에서 보다 중요한 협력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자료 : KOTRA 이스탄불무역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