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26년 7월 20일부터 식품과 접촉하는 모든 재료 및 제품에서 비스페놀 A(BPA, Bisphenol A)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BPA 규정 (EU) 2024/3190을 본격 시행하면서 역내 포장재, 다회용 용기, 통조림 업계의 대응이 시급해졌다. 이번 규정은 식품 안전성 강화라는 목표를 위해 관련 제품군별 복잡한 유예기간과 엄격한 미검출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수출 기업들의 철저한 공급망 관리가 요구된다.
규정 배경
BPA는 플라스틱(폴리카보네이트) 용기나 금속 캔의 내부 부식 방지용 코팅제(에폭시 수지)의 원료로 널리 사용되어 온 화학물질이다. EU는 소비자의 건강 보호와 화학물질 관리 체계의 고도화를 목적으로 식품 접촉 물질(FCM, Food contact materials)에 포함된 비스페놀 A(BPA)에 대한 규제를 오랜 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U는 면역 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영유아를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플라스틱 유아용 젖병에 관한 BPA 제한 지침(2011/8/EU)을 통해 2011년부터 폴리카보네이트(PC) 재질의 유아용 젖병에 대한 BPA 사용 및 역내 수입·판매를 최초로 전면 금지했다. 2018년부터는 유아용 분유 및 이유식에 사용되는 컵, 식기, 포장재 등으로 규제 대상을 확대한 바 있다. 이어서 EU 집행위원회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선제적 제한 조치와 내분비계 교란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조사를 근거로 2024년 BPA 규정(Regulation (EU) 2024/3190)을 공식 채택했으며, 2025년 1월 20일 발효됐다. 이로써 규제 범위가 영유아 제품에서 모든 제품으로 확대되어, 사실상 ‘모든’ 식품 접촉 물질 내 BPA 사용이 원칙적으로 전면 금지될 예정이다.
동 법안은 실질적인 기한 연장 조치 없이 최초 계획된 일정대로 추진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반 일회용 제품의 역내 최초 시장 출시 금지를 시작으로 오는 2026년 7월 20일부터 첫 제한 조치가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2025년 12월 말에는 산업계의 혼선을 방지하고 명확한 이행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자주 묻는 질문(FAQ) 등을 정리한 공식 가이던스 문서(C 2025/6721)를 발표하고, 2026년 2월 3일 법안의 실제 집행 및 시행 기간 등 기술적인 부분을 정정하는 법안((EU) 2026/250)을 채택하면서 BPA 함유 제품의 단계적 전면 금지 스케줄이 확정되었다.
BPA 규정의 핵심은 플라스틱, 실리콘, 고무, 금속 코팅 등 제품 원자재와 상관없이 모든 식품 접촉 재료(FCM, Food Contact Materials) 제조 시 BPA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과거 특정 용출량(SML)을 기준으로 기준치 이하 제품은 사용을 허용했던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제조 공정 자체에서 BPA를 배제하도록 규제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했다.
규제 내용 : BPA 규정의 핵심 쟁점
① 규제 준수 기준
BPA 규정에 따르면 제조사는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BPA를 사용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적합성 선언서(DoC, Declaration of Compliance)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규정을 준수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적합성 선언서에는 다음과 같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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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BPA 규제 준수를 위한 적합성 선언서의 필수 표기 정보
(1) 적합성 선언서를 발행하는 사업자의 주소와 현재 사용 가능한 전화번호 또는 이메일 주소를 포함한 연락처 정보 (2) 식품 접촉 재료 또는 제품(FCM)을 제조 또는 수입하는 사업자의 주소와 현재 사용 가능한 전화번호 또는 이메일 주소를 포함한 연락처 정보 (3) 식품 접촉 재료 또는 제품 종류(중간 및 최종 식품 접촉 제품 모두 포함) (4) 신고일 (5) 식품 접촉 재료 또는 제품 제조에 사용된 비스페놀 또는 비스페놀 유도체의 목록 (6) 중간 식품 접촉 재료 또는 제품 또는 최종 식품 접촉 제품이 BPA 규정과 식품 접촉 물질 및 제품에 관한 규정((EC)1935/2004)에 명시된 요건(3,15,17조)을 준수한다는 선언문 |
자료 : EU BPA 규정의 부속서 III(링크)
규제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BPA나 기타 유해 비스페놀 및 관련 유도체가 함유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험 성적서가 요구될 수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공식 가이던스에 따르면, 수입 통관 시 BPA 분석 시험 성적서 제출은 법적 필수 요건은 아니며 적합성 선언서와 관련 증빙 서류만 요구된다. BPA를 원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공정으로 전환했다면 기술적으로는 1ppb(마이크로g/kg) 미검출 기준은 자동으로 충족된다.
다만, 현지 세관이나 바이어가 자체 검증을 위해 성적서를 추가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내부 검증 자료를 상시 보유하는 편이 안전하다. 또한 예외적으로 성적서를 필수 첨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규정의 부속서 II에 따라 예외적으로 BPA 사용이 한시 허가된 제품군이거나, BPA를 전구체로 사용한 BADGE(Bisphenol A Diglycidyl Ether) 등 기타 비스페놀 유도체를 사용하여 잔류 BPA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검출 한계가 1ppb 이하로 설정된 정밀 분석법 기반의 미검출(ND) 시험 성적서를 반드시 구비해야 한다.
② 제품별 유예기간
BPA 규정의 시행 시점은 식품 접촉 제품별로 상이하다. EU 집행위원회는 제품별 유예 기간을 2026년 2월 최신 개정안((EU) 2026/250)을 통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일회용 제품군은 규정된 기한 내에 EU 역내 시장에 최초 출시(수입 및 통관)를 완료해야 하며, 품목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일반 일회용 제품의 경우 2026년 7월 20일까지 역내 시장에 최초 출시가 가능하다.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은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SUPD, Single-Use Plastics Directive)에 따라 이미 2021년부터 대부분의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금지되고 있으나, 이번 BPA 규정을 통해 기존 플라스틱 지침에서 면제되었던 대체 플라스틱 및 바이오 플라스틱, 종이컵, 코팅된 일회용 나무 식기 등 BPA를 포함하고 있는 모든 제품이 금지될 예정이다.
특정 일회용 캔 및 포장재의 경우 과일·채소 통조림 캔(주스 제외), 수산물 및 어류 캔, 그리고 외부 표면에만 BPA 코팅이 도포된 캔은 2028년 1월 20일까지 역내 시장 최초 출시가 허용된다. 일회용 캔에 대해서는 추가 유예기간이 부여되는데, 역내 이미 출시가 된 일회용 캔은 규제 적용 시점 이후에도 12개월의 추가 이행 기간을 부여하여 2029년 1월 20일까지 식품을 충전하고 밀봉할 수 있다. 추가 기간 내에 식품 충전이 완료된 완제품 통조림은 별도의 유예기간 없이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EU 시장에서 계속 판매할 수 있다. 반면, 식품이 충전되지 않은 빈 포장재(공캔)은 2029년 1월 20일 이후에는 더 이상 식품 충전이 불가하므로 전량 폐기하거나, 식품 충전 외 용도를 변경하거나, 역외로 반출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통조림 캔의 경우 빈 용기와 완제품 통조림의 유예기간과 유통 기준이 다르므로 유의가 필요하다.
다회용 제품군은 일회용 제품과 달리 규제 적용 시점이 역내 최초 출시 기준이 아닌, 역내 최종 유통 및 소매 판매 마감일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플라스틱 식기나 텀블러 등 일반적인 다회용 용기는 2027년 7월 20일까지만 역내 최종 유통 즉 매장 판매가 가능하다. 공장용 플라스틱 몰드나 기계 부품 등 전문 장비용 다회용 부품은 2029년 1월 20일까지 역내 최종 유통 및 판매할 수 있다.
<제품 유형별 규제 적용 기한 및 유통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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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적용 품목(예시) |
규제 적용 시점 |
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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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제품 일반 |
·식품용 일회용 식기, 트레이, 랩, PET 용기 등 ·진공포장용 파우치 ·일회용 과자 봉지류 ·음료, 육류, 유제품 캔 |
(최초 출시) 2026년 7월 20일 |
규제 적용 시점까지 역내 시장 최초 출시(수입/통관) 가능 |
| (빈 캔의 식품 충전)
2027년 1월 20일 |
역내 출시된 제품은 적용 시점까지 식품 충전을 위해 12개월 유예기간 부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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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캔/포장재 |
·과일·채소 통조림 캔(주스 제외) ·수산물 및 어류 캔 ·외부 표면에만 BPA 코팅된 캔 |
(최초 출시) 2028년 1월 20일 |
규제 적용 시점까지 역내 시장 최초 출시 (수입/통관)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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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캔의 식품 충전) 2029년 1월 20일 |
역내 출시된 제품은 적용 시점까지 식품 충전을 위해 12개월 유예기간 부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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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 제품 일반 |
식기, 텀블러 등 |
2027년 7월 20일 |
역내 최종 유통 및 매장 판매 마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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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 식품 생산 장비용 전문 부품 |
식품 생산 공장의 플라스틱 몰드, 기계 부품 등 |
2029년 1월 20일 |
역내 최종 유통 및 판매 마감 |
자료: EU BPA 규정 원문(링크) 참고로 브뤼셀무역관 작성
그 외 식품 포장재 관련 EU 규정
한편 EU는 식품 접촉 포장을 포함해 포장재 전반에 대한 환경 및 보건 규제를 다각도로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BPA 규제와 더불어 2026년 8월 12일부터는 유럽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에 따라 식품 접촉 포장재 내 과불화 화합물(PFAS)에 대한 강력한 제한 조치가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조치는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1차 포장에서부터 외부 상자 및 운송 포장에 이르기까지 종이 박스, 베이킹 트레이, 전자레인지용 포장 및 식품 랩 류 등을 광범위하게 포함하며, △개별 비고분자 PFAS 25ppb 이하, △모든 표적 PFAS 합산 250ppb 이하, △고분자를 포함한 전체 PFAS 함유량 50ppm 이하라는 3가지 정량적 기준을 동시에 만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PFAS 제한 조치는 기존 재고에 대한 유예기간을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규정 시행일인 2026년 8월 12일 이후 EU 시장에 출시되는 모든 식품 포장재는 제조 시점과 관계없이 해당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관련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해당 포장재를 시장에 출시하는 기업은 관련 포장재가 PPWR 제5조~12조를 준수함을 확인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적합성 선언서를 첨부해야 하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기술 문서는 일회용 포장재의 경우 5년, 재사용 가능한 포장재의 경우 10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시사점 및 국내 업계 대응 전략
EU의 BPA 금지 규정은 역내 생산 제품뿐 아니라 역내 진출한 역외 수출 기업에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역내 식품 가공 및 포장재 산업은 2026년 7월 20일 일회용 제품 일반에 대한 적용을 앞두고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아직 유예기간이 남은 과일, 채소, 수산물 통조림 및 외부 코팅 캔도 BPA 규정을 준수하지 못한 제품은 2028년 1월 20일 유예 기한 이후 EU 시장 진입이 불가하며, 이미 역내에 진입한 빈 캔도 2029년 1월 20일부터는 유통될 수 없다. 따라서 EU에 진출한 관련 기업은 대체 소재 개발 및 공정 전환 등 규제 대응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BPA 규정의 준수를 위해서는 적합성 선언서(DoC)를 갖추는 게 핵심이다. 관련 시험 성적서가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적합성 선언서 역시 단순한 서면 성명이 아닌, 추적 가능한 공급망 실사를 바탕으로 검증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제조 기업은 하위 원료 공급사로부터 신뢰성 있는 화학물질 구성 보증서를 확보하고 데이터 허점을 보완하여 DoC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의무는 아니지만, 공식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1ppb 이하 검출 한계 기준을 충족하는 공인 분석 성적서는 현지 세관의 자의적 해석이나 바이어의 갑작스러운 검증 요구로 인한 리스크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따라서 시험 성적서는 수출 기업의 규제 대응 뿐 아니라 공급망 재편을 추진 중인 유럽 내 수입 업자의 마케팅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비용 투자와 기대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자료: EU BPA 규정 및 현지 언론 바탕으로 브뤼셀 무역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