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고부가가치 관광’ 중심으로 정책 전환
일본 정부가 관광산업의 양적 확대보다 ‘고부가가치 관광(高付加価値旅行)’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 이전 이미 연간 30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지만, 정부 내부에서는 “방문객 수 대비 소비액이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특히 단체관광 중심, 저가 패키지, 단기 체류, 지방 소비 부족 등 구조로 인해 관광객 증가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일본은 인구감소, 지방소멸,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과거와 같은 “대량 관광객” 중심 모델은 교통 혼잡, 오버투어리즘, 인력난, 환경부담 등의 문제를 야기하여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이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2024년 방일 외국인 여행 소비액은 8조1395억 엔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53.4% 증가, 2019년 대비 69.2% 증가했다. 1인당 여행 지출은 전년 대비 6.8% 증가한 22만7000엔에 달했다. 특히 1인당 지출액을 국적별로 보면 영국이 38만2829엔으로 1위, 호주 38만2311엔, 스페인 37만714엔 순으로 유럽·구미권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반면 방문객 수 1위인 한국은 상대적으로 소비액이 낮아, 일본 정부가 "방문객 수보다 소비액"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산업 코디네이터 A씨는 도쿄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 외화 획득의 핵심 수단이자, 임금 수준 향상과 인프라 유지 등 경제·사회 전반에 가장 큰 긍정적 파급효과를 창출하는 산업으로서 관광업은 앞으로 국가의 핵심 기간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 답변했다.
<방일 외국인 여행 소비액 추이>

[출처 : 국토교통성관광청]
<국적별 1인당 여행 지출액 (2024년)>

[출처 : 국토교통성관광청]
따라서 일본 관광청은 최근 정책자료에서 “소비액이 높은 해외 관광객 유치 확대”를 핵심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으며, 럭셔리 호텔·체험형 관광·장기체류형 여행시장 육성을 추진 중이다. “방문객 수 확대만으로는 관광산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체류기간 연장 및 1인당 소비액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일본 관광업계 역시 객실 수 확대보다 객실단가(ADR) 및 프리미엄 체험 강화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즉, “관광객 수”보다 “1인당 얼마나 쓰는가”로 정책 방향이 바뀐 것이다.
도쿄 중심 럭셔리 호텔 개발 경쟁 심화
도쿄 호텔회 데이터에 따르면 도쿄 호텔의 객실 평균 단가(ADR)는 25개월 연속 상승하며 2024년 12월 1만9028엔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2024년 일본 호텔 투자액은 1조1000억 엔으로 연간 부동산 거래 총액의 20%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도쿄 호텔 객실 평균 판매 단가(ADR), 객실당 평균 수익(RevPAR) 추이 (엔)>

[출처 : 도쿄호텔회]
최근 일본에서는 글로벌 럭셔리 호텔 브랜드 진출과 대형 재개발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도쿄에서는 Aman, Bulgari Hotel, Janu Tokyo, Four Seasons, Edition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경쟁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특히 2024년 개업한 Janu Tokyo는 아자부다이 힐스 재개발 프로젝트 핵심 시설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도쿄 럭셔리 호텔 경쟁 본격화 상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경제신문은 최근 “도쿄 주요 고급호텔 객실단가가 코로나 이전 대비 크게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신규 공급 제한 영향으로 럭셔리 객실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 Japan도 최근 호텔시장 보고서에서 “도쿄 고급호텔의 객실당 평균 수익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오사카 엑스포·IR 개발로 간사이 시장 확대
오사카 역시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 이어 IR(복합리조트) 개발 기대감 속에서 고급호텔 시장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부동산업계에서는 오사카 우메다, 난바, 유메시마, 교토 등을 중심으로 신규 럭셔리 호텔 공급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특히 MGM 오사카 IR 프로젝트와 연계해 향후 외국인 VIP 관광객 및 MICE 수요 확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MGM 오사카 IR은 2025년 4월 24일 착공식을 열고 공사에 들어갔으며, 2030년 7월 말 준공, 2030년 가을 개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연면적 약 78만㎡의 복합관광시설로, 초기 투자액은 약 1조2700억 엔이며, MGM리조트·오릭스가 핵심 주주로 참여한다.
교토에서는 전통 료칸과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결합한 하이엔드 숙박시설 개발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 숙박 제공을 넘어 일본 전통문화·건축·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럭셔리’ 수요가 증가하는 분위기다. 전통 목조 건축 활용, 가이세키(懐石) 요리 제공, 다도·좌선·정원 감상 체험, 프라이빗 온천, 지역 장인 연계 프로그램 등을 결합한 고급 숙박상품이 확대되고 있다.
Aman, Six Senses, Banyan Tree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도 교토 특유의 전통미와 현대적 서비스를 결합한 콘셉트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관광업계에서는 “단순 관광보다 일본 문화 자체를 깊이 체험하려는 고소득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 럭셔리 관광시장 확대 움직임
과거 일본 고급호텔 시장이 도쿄 및 교토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지방 관광지 중심 럭셔리 리조트 개발도 확대되고 있다. 홋카이도 니세코는 1990년대 후반 호주인 스키어들이 파우더 스노의 매력을 알리면서 국제화가 시작됐으며, 이후 외자계 호텔 진출과 국제 수준의 서비스 도입이 이어지면서 단순 스키 리조트에서 '체류 가치'를 제공하는 럭셔리 리조트로 진화했다. 현재 파크 하얏트 니세코 HANAZONO, 리츠칼튼 리저브 등이 입점해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의 부동산 투자처로도 주목받고 있다.
니세코 외에도 오키나와, 규슈 등 주요 지방 거점을 중심으로 럭셔리 리조트 개발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후쿠오카는 중심상업지구인 텐진(天神) 일대를 대규모로 재개발하는 텐진 빅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노후화된 빌딩을 고층·고기능 복합빌딩으로 재개발하여 국제금융 기능 강화, 글로벌 기업 유치, 관광, MICE, 고급호텔, 상업시설 확충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The Ritz-Carlton Fukuoka 는 후쿠오카 텐진 빅뱅 프로젝트와 연결되는 사례로 평가된다.
호텔 DX 확대… 인력난 대응도 과제
다만 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일본 호텔업계에서는 인력 부족, 건설비 상승, 운영비 증가, 서비스 인력 확보 문제 등이 주요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최근 “건설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신규 호텔 개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일본 호텔업계에서는 AI 컨시어지, 모바일 체크인, 자동화 청소 시스템, 스마트 객실, 다국어 대응 시스템 등 호텔 DX(디지털 전환) 움직임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일본 호텔 전문 매체 HOTERES는 “인력 부족 대응과 서비스 품질 유지 차원에서 디지털 기술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력난의 심각성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제국데이터뱅크가 2024년 4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여관·호텔업의 정규직 인력 부족 비율은 71.1%로, 전 업종 가운데 상위권에 해당한다. 이에 대응해 관광청은 2024년도부터 숙박업 인력 부족 해소를 위한 설비투자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자동 체크인 기기, 청소 로봇, 배식 로봇, AI 컨시어지 등 우수 사례를 수집·공유하고 있다.
시사점
일본 고부가가치 호텔 시장은 인바운드 회복과 엔저 효과를 배경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일본 정부가 "관광객 수 확대"보다 "1인당 소비액 확대"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함에 따라 럭셔리·체험형 숙박시장의 구조적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개최, MGM 오사카 IR 개발 본격화, 후쿠오카 텐진 빅뱅 프로젝트 등 대형 개발 사업이 집중되어 있는 현 시점은 한국 기업의 선제적 시장 진입을 검토할 적기로 판단된다.
한국 기업이 주목할 수 있는 분야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호텔 IT·DX 솔루션 분야로, 구조적 인력난 속에서 디지털 전환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현지 SI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진입이 현실적이다. 둘째, 프리미엄 뷰티·웰니스 제품 분야로, K-뷰티의 트렌드 반영 속도와 '한국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운 스킨케어·화장품 계열의 진입 여지가 크다. 셋째, 고급 어메니티·라이프스타일 제품 분야로, 디자인 경쟁력을 갖춘 한국산 침구·도자기·욕실용품 등의 납품 기회를 노릴 수 있다. 넷째, 친환경 건축자재·인테리어 분야로, ESG 인증 또는 친환경 소재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일본 호텔 시장의 수요 확대 흐름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일본 시장 진입 시 유의할 점도 있다. 건설비·인건비 상승으로 신규 호텔 개발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으며, 일본 특유의 폐쇄적 구매 관행과 장기적 신뢰 구축 문화를 감안할 때 단기 수출보다 중장기적 관계 형성 전략이 필요하다. 시장 접근을 위해서는 호테레스재팬(HOTERES Japan) 등 호텔 전문 전시회 참가, JNTO·지자체 연계 바이어 상담회 활용, 현지 유통·에이전트 발굴 등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본 럭셔리 호텔 시장은 2030년을 향한 대형 개발 사업들의 완공 시점까지 성장 모멘텀이 이어질 전망인 만큼, 지금이 한국 기업의 포지셔닝을 준비할 적기다.
자료 : 일본국토교통성, 도쿄호텔회, Savills Japan, 제국데이터뱅크, KOTRA 도쿄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