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상승세를 기록하며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박이 더욱 가중됐다. 미 노동통계국(BLS)이 10월 14일 발표한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해 8월(3.4%)보다 오름폭이 커졌고, 시장 예상치(3.6%)도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역시 2.6%로 예상치(2.5%)를 상회하면서, 2월 말 시작된 중동전쟁발 에너지 가격 충격이 휘발유를 넘어 서비스와 상품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에너지 가격이 끌어올린 9월 미국 물가
9월 CPI 상승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월 발발한 중동전쟁의 여파로 휘발유 가격은 전월대비 9.1% 올랐으며, 전년 동기간과 비교해 34% 이상 폭등하며 헤드라인 CPI 상승분의 절반을 견인했다. 가정용 연료유 가격 역시 전월대비 15.3%, 전년 동기대비 74.2% 치솟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물가 압력이 에너지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한 부분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칼슨 그룹의 소노 바르게스 수석 매크로 전략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9월 CPI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으며, 단순히 원료 가격만을 그 원인으로 지목할 수 없다”라며 “근원물가 상승률은 9월 기준 연율 환산 3.7%를 기록했고, 3년 기준으로는 3.2%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또 “놀라운 점은 투자자들이 광범위한 인플레이션(broad-based inflation)에 계속해서 놀라고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경유 가격 상승과 AI붐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물가지표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9월 근원 CPI는 전월보다 0.3% 상승해 8월과 같은 상승률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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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FRED]
이밖에 식품은 지난 8월 전월대비 0.1% 상승했으나 9월에는 보합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2.5% 올랐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운송비 상승이 육류나 유제품 같은 식품 가격에 전가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식품 가격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
연료비용에 민감한 항공권 가격은 전월 대비 1.2%, 전년 동기대비 22.4% 급등했다. 중고차와 트럭은 전월비 0.7% 상승했으나 전년과 비교해서는 1.5% 하락했다. 의류, 장난감 등 석유화학물질로 만든 상품도 올랐다. 유가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상승의 요인이기는 하나 에너지 가격 민감도가 낮은 카테고리까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는 게 시장의 견해다. 파테온 메트로이코노믹스의 사무엘 톰스 수석 U.S.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릿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압박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스트리밍 서비스 같은 여가 서비스 비용이 상승한 것에 대해서는 “소비자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급증한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 역시 물가 상방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반도체 및 컴퓨터 장비 가격은 전월대비 1.4%, 전년 동기대비 9.7% 올랐다. 소프트웨어 가격 역시 전년 대비 28% 급등했다.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베스 해맥은 "데이터센터 건설업체들은 높은 차입 비용에도 불구하고 AI로 얻을 미래의 막대한 수익 기대감 때문에 가격 민감도가 매우 낮고 납기 시급성이 크다"고 지적하며, 이는 기존 금리 인상 정책만으로는 통제하기 까다로운 새로운 물가 요인임을 시사했다.
10월 FOMC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은?
연준은 지난 9월 FOMC에서 3년만에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해 3.75~4.0%로 조정했고,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도 함께 내비쳤다. 이후 연준 인사들은 추가 인상을 서두를 필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고, 시장도 10월 동결, 12월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삼아왔다. 하지만 예상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발표된 직후 투자자들은 금리 전망을 급격히 수정했다. 시카고 상품 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오는 10월 27~28일 열리는 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지표 발표 전 22.1%에서 발표 직후 53.7%로 수직 상승했다. 오후 들어 10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상당부분 하락해 14일 오후 4시에는 32.7%를 기록했다. 다만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은 90% 이상으로 여전히 높게 반영되고 있어 시장의 관심은 10월 연속 인상 여부와 연말 추가 긴축의 폭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PPHC의 마틴 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높은 근원물가 수준에도 불구하고 고용지표 약화와 취약한 소비심리를 고려하면 연준이 10월에는 금리를 동결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 부의장 미셸 보먼은 CPI 발표에 앞서 물가가 목표치를 웃돌고 있지만, 추가 조치에 앞서 경제 상황과 금융 여건의 변화를 더 살펴볼 시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0월 인상 가능성은 이전보다 커졌지만, 당장 추가 인상에 나서기보다는 향후 물가와 고용지표를 확인한 뒤 12월에 대응할 가능성도 여전히 유효하다.

* 10월 14일 오후 16시 EST 기준
[자료: CME FedWatch Tool]
전망 및 시사점
이번 CPI는 미국 경제가 고유가와 물가 상승, 높은 금리 부담이 맞물린 환경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7%로 8월의 3.4%보다 높아졌으며, 휘발유 가격 상승뿐 아니라 근원물가와 서비스 가격에서도 압력이 이어졌다.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을 웃도는 흐름이 장기화되면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될 수 있고, 금리 상승은 주택·자동차 등 금융비용에 민감한 품목의 소비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뉴욕 소재 컨설팅 기업 A사 소매 부분 담당자는 KOTRA 뉴욕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소비재 수출기업은 단순한 가격 인상보다 제품 구성과 용량 조정, 프로모션 등 가성비 중심의 전략을 검토하고, 미국 바이어의 재고 및 발주 동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기업 비용 측면에서는 유가와 물류비, 환율 변동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 연료비 상승이 운송서비스 가격으로 전가될 경우 대미 수출의 물류비 부담이 커질 수 있으므로, 수출 계약의 운임 및 유류할증료 조정 조건을 점검하고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변동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AI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와 같이 금리 변화에도 수요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분야와 주택·건설·내구소비재 등 금리 민감도가 높은 분야 간 업종별 온도 차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수출 기업들은 10월 27~28일 FOMC와 이후 발표되는 물가 및 고용지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미국 바이어의 수요 변화와 가격 협상, 발주 시점 조정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자료: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FRED, CNBC, Wall Street Journal, Reuters, CME FedWatch Tool 및 뉴욕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