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속에서 성장한 로컬 리테일의 반전
중국 유통업계가 구조적 침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랴오닝성(辽宁省) 선양시(沈阳市)에서 출발한 토종 유통 브랜드 ‘카이신농장 회원점(开心农场会员店)’이 이례적인 성장을 기록하며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대형마트 축소, 온라인 플랫폼과의 가격 경쟁 심화, 소비 심리 위축이라는 삼중 압박 속에서도 이 기업은 오히려 대형 오프라인 매장 확장이라는 정반대 전략을 선택했다.
카이신농장 회원점은 지역 기반의 신선식품 슈퍼마켓에서 출발해, 불과 2년 만에 약 2만㎡ 규모의 회원제 대형 매장 3곳을 선양시에 연속 개점했다.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1만 명을 넘어섰고, 회원 재구매율은 82%에 달한다. 이는 중국 오프라인 유통업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월마트 등 외자 유통 대기업들이 잇따라 철수한 동북 지역에서 카이신농장 회원점이 새로운 ‘리테일 중심축’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철저한 로컬화 전략과 소비 문화에 대한 정밀한 해석이 자리하고 있다. 이 사례는 중국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참고 모델로 평가된다.
[자료: 선양무역관 직접 촬영]
중국 유통업의 겨울, 그리고 동북 시장의 공백
최근 수년간 중국 오프라인 유통 시장은 급격한 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전자상거래와 라이브 커머스의 급성장, 플랫폼 간 가격 경쟁, 인건비ᆞ임대료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대형마트의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됐다.
특히 동북 지역은 인구 유출과 소비 둔화가 겹치며 외자 유통기업들의 철수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월마트, 까르푸, 화룬완자(华润万家) 등 글로벌 및 중국 내 대표적인 대형마트 체인들이 선양에서 잇따라 매장을 닫으면서 대형 상권에 상당한 공백이 발생했다.
이 공백을 가장 빠르게 파고든 기업이 바로 카이신농장 회원점이다. 기존 대형마트 부지를 인수해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초기 투자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역 소비자에게 완전히 다른 쇼핑 경험을 제시했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로 작용했다.
‘동북 아침시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 전략
카이신농장 회원점의 핵심 경쟁력은 매장 설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이 기업은 전통적인 대형마트의 제품 진열 중심 구조를 과감히 버리고, 동북 지역 소비자에게 익숙한 ‘아침시장(早市)’ 문화를 현대적 회원제 매장으로 재구성했다.
약 2만㎡ 규모의 매장은 3개 층으로 구성된다.
1층은 해산물, 과일, 쌀ᆞ잡곡 등 구매 빈도가 가장 높은 생활 필수 품목을 전면에 배치해 회전율을 높였다. 입구에는 음료와 간편식 코너를 배치해 자연스럽게 유입 동선을 형성했다.
2층은 가정식 소비에 초점을 맞췄다. 채소, 정육, 반조리 식품, 즉석 조리 반찬을 한 동선에 배치해 ‘하루 세 끼를 한번에 해결하는 쇼핑’ 구조를 구현했다.
3층은 카이신농장 회원점의 상징적 공간이다. 동북식 튀김, 전통 간식, 현지 요리부터 서구식 베이커리와 로스트 치킨까지 30여 개의 즉석 가공 코너가 운영된다. 일부 인기 상품은 하루 판매량이 수만 개에 이르며, SNS를 통한 고객의 자발적 바이럴 홍보 효과도 크다.
미로형 유도 동선 대신 ‘풍(丰)’자형 구조를 채택해 쇼핑 피로도를 낮춘 점도 특징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고객 체류 시간은 약 40% 증가했지만 구매 결정 시간은 오히려 단축됐다.





[자료: 선양무역관 직접 촬영]
고가 연회비 대신 ‘저문턱 회원제’ 선택
카이신농장 회원점은 기존 회원제 대형마트와 달리 소비자 심리 장벽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코스트코나 샘스클럽처럼 연간 수백 위안의 회비를 받는 대신, 50위안(원화 약 10,000원) 선충전 방식의 회원제를 도입했다. 충전 금액은 전액 소비 가능하며, 언제든 환불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회원 탈퇴율은 3% 미만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무료 주차 혜택을 제공하며, 가족 단위 고객의 방문 빈도를 크게 높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선불 자금 확보와 함께 고객 락인(lock-in)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구조다. 확보된 현금 흐름은 다시 공급망 개선과 상품 품질 강화로 재투자되며 선순환을 이룬다.
침체 국면에서도 이어진 공격적 확장
카이신농장 회원점의 성장세는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다.
2023년 12월 개점한 1호점은 하루 평균 매출 70만 위안을 기록하며 단기간 내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이후 2025년 11월 개점한 2호점은 개점 초기부터 주차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2026년 1월에는 도시 남부 지역에 3호점을 개점하며 선양 핵심 상권을 모두 아우르게 됐다.
성공 요인: 로컬 문화, 공급망, 그리고 타이밍
업계는 카이신농장 회원점의 성공 요인을 세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는 지역 소비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다. 창업자는 외자 회원제 매장이 동북 소비자 식습관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품질 + 동북 생활감’이라는 명확한 포지셔닝을 구축했다.
둘째는 10년 이상 축적된 신선식품 공급망 역량이다. 산지 직거래, 등급 관리, 폐기율 통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신선도를 유지했다.
셋째는 산업 구조 전환기의 정확한 타이밍 포착이다. 경쟁자들이 철수하는 시점에 오히려 확장을 선택함으로써 시장 공백을 빠르게 흡수했다. 특히 ‘철수 매장 인수 전략’을 통해 외자 대형마트가 떠난 자리를 신속히 인수해 업태를 전환함으로써 입지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이는 불확실성이 큰 중국 유통 시장에서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시사점
카이신농장 회원점의 사례는 중국 시장에서 고전해 온 한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힌트를 제공한다. 중국에서의 ‘현지화’는 단순한 제품 수정이나 마케팅 번역이 아니라는 점이며, 지역 문화와 소비 구조에 대한 재구상과 기획,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카이신농장 회원점 관계자 C씨는 선양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카이신농장 회원점의 성장은 표준화된 모델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중국 시장에서 성공의 관건은 물건의 종류나 규모보다 소비자 생활 속으로 얼마나 깊이 들어갈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한중 경제 협력이 심화되는 현 시점에서, 카이신농장 회원점의 사례는 한국 기업들에게 중국 시장 진입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현실적 기준점을 제시한다. 존중에 기반한 현지화와 과감한 혁신이 결합될 때, 중국 시장은 여전히 충분한 기회의 공간임을 이 사례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선양무역관 카이신농장 유통망 입점 사업
선양무역관은 중국 진출에 관심이 있는 우수 국내 식품기업을 초청해 카이신농장 회원점과 협업, 11월 구매본부 제품 품평회 및 입점지원 사업을 개최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은 KOTRA 무역투자24에서 '동북 로컬유통망 연계 소비재 입점 사업'으로 10월 19일부터 11월 10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자료: 링서우커싱츄(零售氪星球), 시나 파이낸스(新浪财经), DONEWS, KOTRA 선양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