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고정형 배터리 저장장치 시장 확대

독일의 배터리 저장장치 시장은 가정용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산업용·대형 저장장치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RWTH 아헨대학교 ISEA의 Battery Charts에 따르면, 2025년 독일에서 신규 설치된 고정형 배터리 저장장치 규모는 약 6.57GWh로 전년 대비 8% 증가했으며 누적 저장용량은 약 24GWh 수준으로 제시됐다. 특히 가정용 저장장치의 신규 설치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산업 현장과 전력계통에 활용되는 산업용 및 대형 저장장치 설치는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변화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 전력 생산과 소비 시점 간 차이가 커지면서, 계통 유연성 확보의 중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이 늘어날수록 발전량 변동에 대응하고 전력을 필요한 시점에 공급할 수 있는 설비의 역할도 커지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경제기후보호부(BMWK, 현 연방경제에너지부 BMWE)는 2023년 12월 ‘전기저장전략(Stromspeicher-Strategie)’을 발표했다. 해당 전략은 저장장치의 시장 참여와 계통 연계를 제약하는 제도적 장애요인을 점검하고, 저장장치의 계통 활용과 전력시장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18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독일 정부는 저장장치를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계통 안정화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로 보고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전력저장 관련 제도 정비 지속

2026년에도 저장장치의 사업환경에 영향을 미칠 전력시장 및 네트워크 제도 개편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 연방네트워크청(Bundesnetzagentur)은 8월 6일 일반 전력망 이용요금 체계(Allgemeine Netzentgeltsystematik Strom, AgNes) 개편을 위한 최종 결정 초안을 공개하고, 9월 18일까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했다.


AgNes는 기존 전력망 이용요금 체계의 후속 제도를 마련하는 작업으로, 저장장치를 포함한 전력시장 참여자의 비용 구조와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연방네트워크청은 2026년 말까지 개편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고, 2027년에는 세부 적용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새 제도는 2029년부터 기존 전력망 이용요금 규정(StromNEV)을 대체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향후 확정될 요금 산정 방식과 비용 부담 구조는 ESS 프로젝트의 수익성과 투자 타당성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력공급 안정성을 위한 장기 용량 확보 제도도 도입 단계에 있다. 독일은 2026년 7월 전력 공급 안정 및 용량법(Strom-Versorgungssicherheits- und Kapazitätengesetz, StromVKG)을 제정·시행했으며, 연방네트워크청은 7월 21일 해당 법에 따른 첫 장기용량 입찰 절차를 개시했다. 첫 입찰에서는 4.5GW 규모의 감축 후 출력(reduced capacity)을 모집했으며, 입찰 마감일은 9월 8일이었다. 낙찰 사업자는 15년간 전력 공급능력을 확보·제공해야 하며, 이에 대한 보상은 경쟁입찰을 통해 결정된다. StromVKG에 따른 장기용량 입찰은 ESS 전용 제도는 아니지만, 배터리 저장장치도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장기용량 입찰에 참여하는 에너지 제한형 기술은 최소 10시간 연속으로 설치용량의 80%에 해당하는 전력을 일반 전력계통에 공급할 수 있어야 하며, 이 요건을 최대 3시간 이내에 다시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입찰물량은 기술별 공급 기여도를 반영한 감축 후 출력을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이는 ESS의 제도 참여 가능성을 명시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다만 장시간 방전 능력, 감축 후 출력 산정 방식, 입찰가격, 계통 접속 및 네트워크 비용 등이 실제 사업성을 좌우할 수 있어 프로젝트별 검토가 필요하다.


산업용·대형 ESS와 고전력 수요처 활용

독일 시장에서는 산업용 및 대형 저장장치를 중심으로 ESS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태양광 등 자체 발전전력의 자가소비율을 높이고, 전력수요가 집중되는 시간대의 부하를 조정하며, 전력비용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ESS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계통 혼잡이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일시적으로 저장한 뒤 적정 시점에 활용하는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ESS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표적인 고전력 수요처다. 독일 정부는 2026년 3월 국가 데이터센터 전략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독일 내 데이터센터 용량을 2025년 대비 최소 두 배로 확대하는 한편, 고성능컴퓨팅(HPC) 및 인공지능(AI) 관련 컴퓨팅 용량은 최소 네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가 증가할수록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효율적인 부하 관리에 대한 요구도 함께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ESS는 비상전원 기능 외에도 피크 부하 관리, 전력 사용량 조정, 재생에너지 전력의 활용도 제고 등 다양한 용도로 검토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 증설이 ESS 수요 증가로 직결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전력수요 증가와 계통 운영 부담 확대는 ESS 도입을 검토하게 하는 주요 배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품 공급에서 프로젝트형 시장으로

독일 ESS 시장에서는 배터리 셀이나 저장장치 자체를 공급하는 방식뿐 아니라, 프로젝트 단위의 설계·조달·시공·운영을 포괄하는 사업 모델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대형 ESS 프로젝트에는 배터리 제조사 외에도 시스템 통합 기업, 전력변환장치(PCS) 기업,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기업, EPC 기업, 프로젝트 개발사, 전력거래 및 운영사업자 등이 참여한다. 이러한 시장 변화는 현지 업계의 논의에서도 확인된다. 뮌헨무역관은 9월 30일 ‘Battery Day Europe 2026’ 온라인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유럽 전기차 및 ESS 시장 전망, 독일 배터리 프로젝트 생태계, 한국 기업의 협력 가능성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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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KOTRA 뮌헨무역관 자료]


행사에는 현지 배터리·전력·프로젝트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대형 저장장치 프로젝트의 조달 방식, 계통 연계 절차, 관련 규제 환경 등을 논의했다.

온라인 컨퍼런스 진행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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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KOTRA 뮌헨무역관 화면 캡처]


행사에 참석한 A사 ESS 프로젝트 담당자는 “독일의 배터리 저장장치는 전력망 유연성을 높이고 재생에너지의 계통 통합을 지원하는 설비로 활용되고 있다”며 “향후에는 대형 프로젝트와 발전·저장 결합형 사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프로젝트 확대를 위해서는 저장용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계통 접속 가능 여부와 접속 시기, 망 이용 비용, 지역별 계통 여건 등을 사업 초기 단계부터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 현지 프로젝트 생태계와 접점 확대 필요

독일 ESS 시장은 가정용 저장장치 중심의 구조에서 산업용·대형 저장장치와 프로젝트형 사업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전기저장전략 수립 이후 네트워크 요금체계 개편과 장기용량 입찰 도입이 이어지고 있어, 시장 참여 기업은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전력시장 제도, 계통 연계 여건, 프로젝트 수익구조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은 배터리 셀과 소재를 비롯해 PCS, BMS, 열관리 시스템, 화재·안전 설비, 시스템 통합 솔루션, 관련 부품·장비 분야에서 진출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특히 현지 프로젝트 개발사, EPC 기업, 시스템 통합 업체, 전력거래 사업자와의 협력은 단순 제품 납품을 넘어 프로젝트 단위의 사업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 대형 ESS 프로젝트에서는 기술 사양과 가격 경쟁력 외에도 계통 접속 일정, 인허가 절차, 화재 안전 기준, 보증 조건, 현지 유지보수 체계 등이 사업 성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초기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고, 독일의 제도 변화와 프로젝트별 수익모델을 면밀히 검토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다만 AgNes를 비롯한 일부 제도는 아직 최종 확정 전이다. 향후 네트워크 요금 산정 방식, 저장장치의 비용 부담, 장기용량 입찰의 세부 참여 요건 등이 구체화될 경우 ESS 프로젝트의 사업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련 정책과 규제 동향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료 : 독일 연방경제에너지부(BMWE), 독일 연방네트워크청(Bundesnetzagentur), 독일 연방정부(Bundesregierung), 독일 연방의회(Bundestag), RWTH 아헨대학교 ISEA Battery Charts 등 독일 정부·연구기관 공개자료 및 KOTRA 뮌헨무역관 보유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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