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는 ‘라벨 없는 생수병’이나 ‘리필형 세제’처럼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샴푸와 세제는 본품과 함께 가벼운 리필 파우치를 내놓고, 식품은 한 번에 먹기 좋은 소포장부터 가족용 대용량까지 소비층의 상황에 따라 선택지가 다양해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병과 파우치, 종이 박스 등 여러 형태로 판매되고, 그 크기 역시 소용량부터 대용량까지 다양한 모습이다. 전자상거래와 배달 주문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운반과 보관이 편리한 포장에 대해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이다. 또한 베트남 정부는 최근 사용 후 포장재의 재활용을 생산자와 수입자가 책임지는 제도를 재정비하기도 했다.

제품을 담는 용기에 머물렀던 포장이 이제 소비 편의와 유통, 생산비용과 재활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베트남의 포장시장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포장재와 관련 설비 시장에 어떤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있을까?

작아지고 커지고, 다양해지는 소비재 포장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2024년 베트남에서는 식품과 음료, 홈케어, 뷰티·퍼스널케어 등 다양한 소비재 분야에서 새로운 포장 형태가 확대된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뷰티와 생활용품에서는 리필 제품과 연포장*이 늘었으며, 30~50g 사셰나 100~200ml 용기와 같은 소용량 제품도 가격 접근성과 사용 편의성을 앞세워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 플라스틱 필름, 종이, 알루미늄 호일 등 유연성을 가진 소재를 활용해 만든 필름 또는 포장재 (예시 : 라면 봉지, 감자칩 포장재)

물론 모든 제품이 소포장의 형태로 작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반려동물 사료 등 일부 품목에서는 5kg 수준의 대용량 포장도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번에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려는 소비와 여러 번 구매하는 번거로움을 줄이려는 소비가 품목별로 함께 나타나면서, 포장의 크기와 형태 역시 세분화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연포장 시장도 성장세가 예상된다. 민간 시장조사기관 IMARC Group에 따르면, 2025년 베트남 연포장 시장 규모는 약 6억 80만 USD로 2034년에는 약 10억 3,020만 USD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며 2026년부터 2034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을 약 6.18%로 예상했다.

한편, 종이포장 역시 성장세가 예상된다. 민간 시장조사기관 Mordor Intelligence는 2025년 베트남 종이포장 시장 규모를 약 28억 4,000만 USD, 2026년 약 31억 1,000만 USD로 추산했으며, 2031년에는 약 49억 2,000만 USD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자상거래 이용 확산에 따른 택배 증가와 식품·소비재 생산 확대가 골판지 상자와 접이식 카톤 수요를 뒷받침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단위: 백만 USD)

구분

2025년

2026년

전망치

연포장

600.8

-

1,030.2 (2034)

종이포장

2,840

3,110

4,920 (2031)

주) 시장조사기관별 시장에 대한 정의와 품목, 산정방식 등은 상이함

[자료: IMARC Group, Mordor Intelligence]

포장재 수입 증가, 생산설비 수입 역시 확대되는 추세

Global Trade Atlas(GTA)에 따르면, 베트남의 에틸렌 중합체제 봉투·백(HS 3923.21)* 수입액은 2023년 약 1억 8,100만 USD에서 2024년 약 2억 2,600만 USD, 2025년에는 약 2억 5,100만 USD로 늘었다. 이는 2년 사이에 38.7% 증가한 규모이다.

(단위: 백만 USD, %)

순위

국가명

2023년

2024년

2025년

점유율(2025)

증감률('24→'25)

합계

181

226

251

100.00

11.08

1

베트남*

88

99

128

50.94

29.58

2

중국

54

76

86

34.16

13.08

3

일본

8

20

9

3.60

-53.83

4

대한민국

13

12

8

3.37

-26.71

5

말레이시아

3

9

6

2.52

-27.90

주) 베트남 내국수출입제도로 인한 실적 집계

[자료: Global Trade Atlas(GTA)(2026.10.9.)]

베트남의 내국수출입 제도에 따른 수입 현황을 제외하면, 해당 품목의 수입국 중 중국의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2025년 중국산 수입액은 약 8,600만 USD로 전체의 34.2%를 차지했으며, 전년 대비 13.1% 증가했다. 반면, 한국산 수입액은 2023년 약 1,300만 USD에서 2025년 800만 USD로 줄었고, 2025년 점유율 역시 전체에서 3.37%를 기록했다.

포장재와 함께 제품을 실제 용기에 담는 설비 수입도 2023년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병·캔·상자·봉투 등의 충전·밀봉·봉합·라벨링 기계(HS 842230) 수입액은 2023년 약 1억3,700만 달러에서 2024년 1억9,200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2025년에는 1억8,6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3% 감소했지만, 2023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35.8% 높은 규모다.

(단위: 백만 USD, %)

순위

국가명

2023년

2024년

2025년

점유율(2025)

증감률('24→'25)

합계

137

192

186

100.00

-3.28

1

중국

50

60

91

48.74

51.21

2

독일

18

22

28

14.86

23.43

3

이탈리아

28

36

21

11.36

-40.95

4

스웨덴

9

14

8

4.42

-43.01

5

대한민국

4

8

8

4.12

-5.35

[자료: Global Trade Atlas(GTA)(2026.10.9.)]

특히 중국산 설비는 2025년 약 9,100만 USD로 전년 대비 51.2% 증가하면서 전체의 48.7%를 차지했다. 독일산 설비 역시 전년 대비 23.4% 늘어난 약 2,800만 USD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산 설비는 약 800만 USD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으나, 2023년 약 400만 USD와 비교하면 수입 규모가 두 배 가까이 확대된 상태다.

이러한 설비 수입에는 식품·음료와 화장품 등 여러 제조업의 생산라인 투자가 함께 반영돼 있다. 다만, 포장재의 크기와 소재가 다양해질수록 제품별로 충전과 밀봉, 라벨링 조건 역시 달라진다는 점에서 포장재의 변화와 이를 처리하기 위한 생산설비 시장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포장을 바꾸는 또 하나의 변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포장 및 관련 설비 시장의 변화와 함께 고려해야 할 제도가 있다. 바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이다. 베트남 정부는 환경보호법과 관련 시행령(08/2022/ND-CP)에 따라, 식품, 화장품, 의약품, 세제 등 일부 상품의 상업용 포장재를 대상으로 2024년 1월 1일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시행했다. 해당 제도에 따르면, 관련 품목을 생산 또는 수입하는 기업은 일정 비율의 포장재를 재활용하거나 베트남 환경보호기금에 재정적 기여를 해야 한다.

해당 제도는 올해에는 재정비된 바 있다. 2026년 4월 1일, 베트남 정부는 시행령(110/2026/ND-CP)를 공포해 5월 25일부터 이를 시행했다. 기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관련 규정을 별도 시행령으로 정리하면서, 생산자 또는 수입자의 책임과 의무 재활용률, 이행 방법 등을 다시 구체화한 것이다.

특히 포장재별로 적용되는 의무 재활용률이 달라졌다. 종이·카톤은 20%, 경질 PET는 22%, 경질 HDPE·LDPE·PP·PS는 15%, 단일 소재와 복합 소재 연질 플라스틱은 각각 10%가 적용된다.

포장재

의무 재활용률

Fs(VND/kg)

종이·카톤

20%

1,900

다층 혼합 종이포장

15%

6,420

알루미늄 포장

22%

2,400

철강·기타 금속

20%

3,600

경질 PET

22%

1,940

경질 HDPE·LDPE·PP·PS

15%

3,880

단일소재 연질 플라스틱

10%

8,320

복합소재 연질 플라스틱

10%

10,700

유리

15%

1,980

주) Fs란, 생산자 또는 수입자가 직접 재활용하는 대신 베트남 환경보호기금에 재정적 기여를 선택할 때 적용되는 단위중량당 재활용 비용 산정단가임

[자료: 베트남 정부 법령 홈페이지의 시행령(110/2026/ND-CP) 및 24/2026/TT-BNNMT]

특히 연질 플라스틱은 단일소재와 복합소재 모두 의무 재활용률이 10%지만, 재활용 비용 산정단가(Fs)는 각각 kg당 8,320 VND(약 0.32 USD)와 1만 700 VND(약 0.41 USD)으로 다르다. 이는 곧 관련 주체가 환경보호기금 납부 방식을 선택할 경우, 포장재의 중량뿐 아니라 소재 구성에 따라서도 부담액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제도가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상 제품의 연간 총매출이 300억 VND (약 117만 6천 USD) 미만인 생산자 또는 수입자와 수출 또는 재수출용 제품 등은 의무에서 제외된다. 또한 생산자가 자신이 시장에 내놓은 포장을 회수해 다시 포장에 사용하고, 그 비율이 의무 재활용률 이상인 경우에도 재활용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소재부터 생산라인까지… 현지 기업들의 대응 현황


제도 도입 및 정비에 따른 현지 기업들의 대응 현황도 확인된다. 최근 기업들은 단순 포장재 교체에 그치지 않고, 제품의 크기와 소재, 생산라인, 사용 후 회수까지 여러 단계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코카콜라 베트남은 2026년 새로운 250ml ‘포켓 보틀’을 출시했다. 작은 크기로 휴대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제품보다 신규 PET 사용량을 줄인 용기를 적용했다. 사용 이후 포장재 측면에서는 2023년 호치민에서 시작한 PET병 및 알루미늄 캔 회수 프로그램을 2025년 하노이로 확대했으며, 2026년에는 양 도시의 대학과 주거지역 등 총 30개 지점으로 회수망을 넓혔다.

식품업계에서는 포장 소재와 구조를 바꾸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미국의 식품 기업인 몬델리즈 인터내셔널(Mondelez International) 산하 베트남 법인 몬델리즈 킨도(Mondelez Kinh Do)는 2026년 지속가능 포장전략을 통해, 플라스틱 트레이를 종이 또는 재생 PET(rPET)로 바꾸고 복잡한 복합소재 포장을 단일소재 구조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포장의 크기와 잉크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도 함께 적용하고 있다.

2025년 스위스의 식품 가공기업 및 포장 솔루션 기업인 테트라팩(Tetra Pak)과 베트남 식품 가공기업 도베코(Doveco)는 베트남 최초의 Tetra Recart 종이 기반 식품 포장 라인을 가동했다. 이를 통해 채소와 과일 가공품 등 상온 보관 식품에 사용할 수 있어, 시간당 최대 6,000개의 카톤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최근의 포장 변화는 하나의 소재로 집중되기보다는 제품과 용도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크기를 줄이거나 대용량을 선택하고, 재생원료를 사용하거나 포장 구조를 단순화하는 한편, 새로운 포장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와 사용 후 회수 체계까지 함께 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관련 인터뷰


포장재 제조업체 A사의 관계자는 “최근 가격뿐 아니라 포장 중량과 재활용 가능 여부를 함께 문의하는 고객사가 늘었다”며 “특히 식품·생활용품 업체에서는 기존 복합재질 파우치를 PE계 단일소재로 바꿀 수 있는지, 기존 충전·밀봉라인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많이 확인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재활용이 쉬운 소재라고 해도 단가가 크게 오르거나 생산 속도가 떨어지면 실제 적용이 쉽지 않다.”라며 “현지에서는 재활용성과 함께 가격, 밀봉성, 생산성을 동시에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시사점


베트남 포장시장은 단순히 친환경 소재로 바뀌는 시장이라기보다, 제품별 소비 방식과 유통환경에 맞춰 포장 규격과 소재 선택이 세분화되는 시장으로 보는 편이 적절하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도 특정 포장재의 시장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식품·음료·생활용품 등 실제 수요산업에서 어떤 제품이 소형화·리필화·대용량화되고 있는지를 확인한 뒤 적용 가능한 소재와 설비를 함께 제안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특히 포장재는 앞으로 가격과 기능성만으로 거래가 결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 EPR 적용 과정에서 소재 구성과 재활용 방식이 기업의 비용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규 포장재를 제안할 때는 기존 제품 대비 단가만 비교하기보다 포장 중량, 소재 구성, 재활용 방식과 기존 생산라인 적용 가능성까지 함께 제시하는 방식이 현지 제조기업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 유리하다.

현지에서 소재 변경이 실제 채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생산공정과의 호환성도 중요하다. 포장재 제조기업은 샘플 공급에 그치지 않고 고객사의 충전·밀봉 조건에서 적용 가능한지를 확인하고, 설비기업 역시 다양한 소재와 규격을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 포장재와 설비를 별개로 판매하기보다 소재 변경 이후 실제 생산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이 경쟁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베트남 시장 확대가 한국산 점유율 확대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은 만큼, 시장 성장 자체를 진출 근거로 삼기보다 중국산과 가격으로 경쟁하기 어려운 범용제품과 한국기업이 기술적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을 구분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기능성 소재, 생산공정과의 높은 호환성이 요구되는 포장재, 다양한 규격 전환에 대응하는 설비 등 고객사가 단순 가격 외 요소를 함께 평가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시장을 좁혀가는 것 역시 하나의 접근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자료: 베트남 정부 법령 홈페이지, 유로모니터, IMARC Group, Mordor Intelligence, Global Trade Atlas(GTA), 코카콜라 베트남 등 기업별 홈페이지, KOTRA 호치민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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