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리세일 시장이 주요 브랜드의 직접 참여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밴쿠버에서 탄생한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lululemon)은 2021년 미국에서 시작한 리세일 프로그램 ‘라이크 뉴(Like New)’를 2026년 8월 캐나다로 확대 적용했다. 소비자가 사용하던 룰루레몬 제품을 브랜드에 반납하면, 이를 검수·재가공하여 공식 리세일 플랫폼을 통해 정가보다 저렴하게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번 캐나다 진출은 현지에 형성된 리세일 수요를 브랜드가 자체 채널로 직접 흡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료: lululemon 웹사이트]
'Like New' 플랫폼에서는 룰루레몬의 핵심 제품군을 신제품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며, 일부 품목은 정가 대비 최대 60%까지 할인된 가격에 제공된다. 이와 함께 룰루레몬은 사용하던 제품을 우편으로 보낼 경우 e-상품권으로 보상해 주는 ‘메일 인 트레이드 인(Mail-In Trade-In)’ 프로그램도 병행 운영 중이다. 제품의 회수부터 재판매, 재구매까지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기존 고객과의 접점을 제품 구매 이후까지 지속해서 이어가는 전략이다.
이러한 제품 순환 모델이 캐나다에서 완전히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룰루레몬은 그동안 정상적인 사용 중 발생한 품질 문제에 대해 교환이나 크레딧을 제공하는 품질 보장 정책과 수선 서비스를 운영하며 제품의 사용 기간을 연장해 왔다. 현지 매장 직원 K씨는 KOTRA 밴쿠버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이 사용하던 제품을 버리기보다 수선을 통해 계속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Like New 역시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다시 판매하고 크레딧을 통해 가치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수선 및 제품 케어 정책과 연결된다”고 평가했다. 기존의 제품 수선과 재사용에 더해 리세일이 새로운 선택지로 더해지면서,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한 이후에도 제품의 수명과 가치를 이어가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룰루레몬이 리세일 모델을 캐나다로 확대한 배경에는 현지의 견고한 중고거래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소매 컨설팅 기업 디그360(DIG360)과 여론조사기관 앵거스 리드 연구소(Angus Reid Institute)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성인의 77%가 최근 1년 내 중고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Z세대(86%)와 밀레니얼 세대(83%)의 참여율은 더욱 높았다. 이는 중고거래가 일부 소비층에 국한된 틈새 소비를 넘어 주요 소비행태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격을 넘어선 중고 소비
해당 조사에서 중고 제품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적 절약(77%)'이 꼽혔으나, 근소한 차이로 '지속가능성(73%)'과 '독특한 제품을 찾을 수 있다는 점(71%)'이 그 뒤를 이었다. 고물가 속 실용적 소비와 환경적 가치를 중시하는 가치소비가 맞물려 중고거래 시장을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브랜드 제품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 브랜드 제품은 사용 후에도 일정 수준의 잔존가치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구매자는 신제품보다 낮은 비용으로 원하는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고, 판매자는 안 쓰는 제품을 현금성 가치로 바꿀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고는 단순히 저렴한 상품을 의미하기보다, 제품의 사용 기간을 연장하며 새로운 소비 가치를 창출하는 하나의 유통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캐나다 주요 브랜드의 리세일 참여 확대
캐나다에서는 룰루레몬 외에도 여러 주요 브랜드가 자사 제품의 회수와 재판매에 직접 나서는 추세다. 리세일이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을 넘어, 기존 제품의 잔존가치를 활용해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는 핵심 유통 전략으로 진화한 것이다.
캐나다 아우터웨어 브랜드 캐나다 구스(Canada Goose)는 ‘제너레이션스(Generations)’ 프로그램을 통해 캐나다와 미국에서 중고 제품을 회수하고, 철저한 검수를 거쳐 재판매하고 있다. 캐나다 구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6 회계연도까지 1만 9,000개 이상의 제품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유통됐다. 고가 아우터웨어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와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자체 리세일 채널을 구축한 대표 사례다.
캐나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Arc’teryx) 역시 ‘리벌드(ReBIRD)’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 세척과 수리를 넘어 중고 회수 및 재판매로 사업을 확장했다. 고객이 사용하던 제품을 반납하면 적격 제품에 대해 원래 소매가격의 30%에 해당하는 매장 크레딧을 제공하고 해당 제품을 다시 유통한다. 캐나다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Trade-In을 운영하며, 브랜드의 기존 유통망과 리세일 생태계를 연결하고 있다.
이처럼 캐나다 주요 브랜드들이 자사 제품의 회수와 재판매에 직접 나서면서, 리세일은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을 넘어 하나의 유통 및 고객 접점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제품의 내구성과 브랜드 가치가 뛰어난 패션·아웃도어 분야는 사용 후에도 높은 잔존가치가 유지되어 중고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는 영역이다. 이에 따라 브랜드들은 제3자 거래 플랫폼에 자사 제품의 리세일 시장을 맡겨두기보다, 직접 중고 채널을 운영하며 자사 제품의 이차 시장(Secondary Market)을 관리하고 고객 접점을 확보하려는 유인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의 선택지를, 브랜드에는 신규 고객 유입과 기존 고객의 재구매를 유도하는 선순환 접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리세일의 사업적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문화되는 리세일 인프라
리세일 시장의 성장은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를 넘어 후방 산업의 동반 성장을 불러오고 있다. 중고 제품을 신제품 수준으로 다시 상품화하려면 단순한 물류를 넘어 전문적인 검수, 세척, 등급 분류 등 고도화된 전처리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룰루레몬의 ‘Like New’ 캐나다 확장은 이러한 리세일 생태계의 확장을 잘 보여준다. 미국의 친환경 세척 및 리세일 솔루션 기업 터서스 솔루션스(Tersus Solutions)은 룰루레몬의 캐나다 사업 확장에 맞춰 캘거리에 약 2만 5,000ft² 규모의 처리 허브를 가동했다. 이곳에서는 하루 최대 1,000~1,500개의 제품을 처리하며, 특히 물 대신 액화 CO₂를 활용하는 친환경 세척 공정을 적용해 재판매를 위한 전처리 과정을 전담한다.
해당 시설은 현재 룰루레몬의 반품 제품을 중심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캐나다 소비자가 리세일을 위해 판매하는 사용 제품도 처리하는 캐나다 내 Like New의 핵심 처리 허브 역할을 맡는다. 터서스 솔루션스의 미국 내 사업 규모가 최근 5년간 10배 성장한 가운데, 패션·의류 브랜드의 순환 경제 참여가 본격화될수록 캐나다내 제품 회수부터 재가공까지 전담하는 전문 역물류 및 리세일 인프라 산업 역시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시사점
캐나다 중고거래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단순히 거래량이 증가하는 데 있지 않다. 소비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브랜드와 제품을 선택적으로 구매하고, 브랜드는 자체 리세일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의 재판매 과정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검수·세척·물류 등 전문 서비스가 결합되면서 중고제품의 재유통을 둘러싼 시장 구조도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지 시장의 흐름은 캐나다 진출을 모색하는 우리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현지 시장에서는 리세일 가능 여부나 제품의 수명주기 관리가 브랜드의 신뢰도와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요인 중 하나로 고려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현지 진출을 검토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일회성 제품 판매를 넘어, 기획 단계부터 제품의 내구성과 수선·재사용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유용할 수 있다. 또한 현지에 구축되고 있는 역물류 및 리세일 전문 인프라와의 협력 가능성을 미리 살피는 등 제품의 출하 이후 단계까지 아우르는 브랜드 전략을 단계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자료: lululemon, Canada Goose, Arc’teryx, DIG360 & Angus Reid Institute, Daily Hive, Retail Insider, CBC News 및 KOTRA 밴쿠버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