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업에서 IP 비즈니스로의 전환


인도네시아 콘텐츠 산업은 제작 중심에서 IP(Intellectual Property) 중심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과거에는 영화·애니메이션·게임 등 콘텐츠 제작이 산업 성장의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이를 캐릭터 상품, 브랜드 협업, 팝업스토어, 라이선싱 등으로 확장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IP 비즈니스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창조경제(콘텐츠·디자인·공연 등 창의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공식 통계 분류) 성장과 맞물려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창조경제 종사자는 2022년 2398만 명에서 2025년 2740만 명으로 늘었으며, 이런 인력 기반 확대에 발맞춰 인도네시아 정부도 콘텐츠 제작 지원에서 IP 사업화와 라이선싱 생태계 조성으로 정책 방향을 넓혀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창조경제 종사자 수>

연도

창조경제 종사자 수

2022년

2,398만 명

2023년

2,490만 명

2024년

2,648만 명

2025년

2,740만 명

[자료 : 인도네시아 통계청(BPS)]

다만 표에서 볼 수 있듯 인도네시아 창조경제가 수천만 명이 참여하는 주요 경제 부문으로 성장한 것과 달리, 정작 개별 창작자가 보유한 캐릭터·스토리·디자인·브랜드를 평가하고 사업화하는 시장은 아직 발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나 애니메이션이라도 후속 상품과 라이선스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소규모 창작자는 자신의 IP가 어떤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격차를 좁히기 위해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창작자 중심의 콘텐츠 생태계를 IP 보유기업, 제조사, 유통기업, 금융기관과 투자자가 함께 참여하는 비즈니스 생태계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IP를 단순히 저작권이나 상표권으로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고 상품·서비스에 활용하며 경우에 따라 금융 조달의 기반으로도 삼으려는 변화다. 이는 인도네시아 콘텐츠 산업이 '잘 만드는 단계'에서 '잘 활용하고 수익화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콘텐츠 제작에서 IP 사업화로 이동하는 시장


콘텐츠와 IP는 동일한 개념처럼 사용되기도 하지만 사업적 관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영화, 웹툰, 게임, 애니메이션과 같은 결과물이라면, IP는 그 콘텐츠를 바탕으로 반복적으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 자산이다. 인기 애니메이션 한 편이 방영을 마친 뒤에도 캐릭터 완구와 출판물, 교육 콘텐츠, 공연, 카페, 테마공간, 디지털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장된다면 해당 콘텐츠는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IP로 발전한 것이다.


이런 구조는 글로벌 IP 기업들의 전략에서도 확인된다. 이들은 한 가지 콘텐츠의 흥행에 의존하기보다 하나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여러 산업에서 반복적으로 활용한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소비자의 관심을 확보하는 출발점이고, 이후 상품화와 라이선싱, 공간 사업, 브랜드 협업이 수익 구조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구조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IP 활용 분야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완구와 문구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식음료, 화장품, 금융서비스, 쇼핑몰, 호텔, 팝업스토어, 전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IP가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소비자의 경험을 확대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핵심 마케팅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네시아의 로컬 캐릭터 IP인 'Si Juki'다. Si Juki는 웹코믹으로 시작해 출판, 애니메이션과 영화, 라이선싱, 머천다이징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왔다. 특히 글로벌 IP인 스폰지밥(SpongeBob SquarePants)과의 공식 협업을 통해 공동 스토리북과 라이선스 상품을 선보이며 로컬 IP의 사업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는 인도네시아 로컬 IP가 자체 콘텐츠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와의 라이선싱 협업 및 상품화로 사업 모델을 확장하며, IP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구분

주요 내용

원작

웹코믹(Web Comic)

주요 창작자

Faza Meonk

콘텐츠 확장 분야

출판,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선싱

의류, 문구, 완구, 생활용품 등 캐릭터 상품

글로벌 협업 사례

SpongeBob × MNC Licensing

Si Juki IP를 활용한 상품 및 콘텐츠 예시

[자료 : Si Juki 공식 채널, MNC Licensing, KOTRA 자카르타 무역관 종합]


Jakarta IP Market이 보여준 새로운 연결 구조


Jakarta IP Market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행사다. 2026년 자카르타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IP 보유기업, 제조사, 유통사, 투자자 등이 참가해 라이선싱 상담과 공동 상품개발, 투자협력을 논의했다. 이는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시장에서 IP를 거래하고 사업화하는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IP가 콘텐츠 기업과 제조기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산업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자료 : KOTRA 자카르타 무역관 촬영]


이런 민간 차원의 움직임은 정부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인도네시아 창조경제부는 2026년 IP Expo를 로컬 IP와 국제 IP, 산업계가 연결되는 전략적 플랫폼으로 평가했다. 또한 현지 IP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Lippo Malls Indonesia와 협력을 논의하는 등, 쇼핑몰과 상업공간을 로컬 IP가 소비자와 만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IP 정책이 등록·보호에 머무르지 않고 유통과 상업화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IP기업의 현지화 가능성

한국 IP 기업들의 인도네시아 진출도 활발하다. 한국 기업 가운데서는 아이코닉스사가 대표적이다. 아이코닉스는 '뽀로로'와 '타요'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운영하며 애니메이션 공급뿐 아니라 라이선싱, 상품화, 교육 콘텐츠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콘텐츠 수출에서 현지 IP 사업화로 전략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료 : KOTRA 자카르타 무역관 촬영]


아이코닉스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콘텐츠 수출과 IP 현지화의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을 현지 방송사나 플랫폼에 공급하는 것은 시장 진출의 시작일 뿐, 해당 캐릭터를 현지 상품과 교육, 공간 사업으로 연결하려면 별도의 파트너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제품별 라이선스 계약을 관리하고, 상품 디자인과 품질을 점검하며, 현지 소비자의 가격과 선호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IP 기업이 콘텐츠 판매를 넘어 현지 기업과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현지 IP 사업화 전략의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이러한 전환의 필요성은 현지 업계 관계자의 목소리에서도 확인된다. KOTRA 자카르타 무역관이 인터뷰한 현지 IP 라이선싱 기업 대표는 "최근 인도네시아 IP 시장은 캐릭터를 제작하는 단계에서 이를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해 사업화하는 단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해외 IP 기업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만을 앞세우기보다 현지 파트너와 동일한 비전을 공유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초기부터 높은 최소보장금(MG)을 요구하기보다 작은 프로젝트부터 함께 추진하며 성과를 축적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더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인도네시아 IP 라이선싱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계약 조건이 아니라 파트너와의 신뢰와 지속적인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시사점


인도네시아 IP 시장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이지만, 창조경제 확대와 정부 지원, Jakarta IP Market 개최 등을 계기로 사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콘텐츠 제작 중심에서 라이선싱과 상품화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앞서 살펴본 아이코닉스의 사례처럼, 한국 기업은 단순한 콘텐츠 수출보다 현지 파트너와의 공동 사업화, 라이선싱, 브랜드 협업을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Si Juki와 스폰지밥의 협업 사례가 보여주듯, 인도네시아 로컬 IP와의 협업 역시 한국 기업에는 현지 유통망과 소비자 접점을 동시에 확보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특히 Jakarta IP Market과 같은 전문 B2B 행사에 참가해 초기 단계부터 현지 제조기업과 유통기업을 발굴하고 공동 상품 개발을 추진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현지 IP 라이선싱 기업 대표의 조언처럼, 브랜드 인지도만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초기부터 높은 최소보장금(MG)을 내세우기보다 소규모 프로젝트로 신뢰를 쌓아가는 접근이 장기적으로 더 유효하다. 결국 상표권 확보와 현지화 전략 못지않게,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발굴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의 핵심 성공요인으로 평가된다.



자료 : 인도네시아 통계청(BPS), 인도네시아 창조경제부(EKRAF), Jakarta IP Market, KOTRA 자카르타 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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