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과 미 해사청(Maritime Administration, MARAD)은 상업용 원자력 추진선 개발을 위한 소형모듈원전(SMR)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MARAD는 연방관보를 통해 상선용 SMR과 이를 뒷받침할 해상 운송 시스템 전반의 구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보요청서(RFI)를 공개했다. 미국 교통부 산하 기관인 MARAD는 해운·조선 산업 육성, 해상 운송 정책, 항만 인프라 투자, 해양 인력 개발 등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최근 미국 상선대 경쟁력 강화와 조선업 재건 정책의 주요 실행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최근 공개된 RFI를 통해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해양 경쟁력 강화 전략의 방향과 우리 기업에 대한 시사점을 살펴본다. 최근 공개된 미 해사청의 RFI를 통해 해양 패권 재건을 추진 중인 미 정부의 정책 방향과 기회를 짚어본다.

상업용 원자력 추진선으로 차세대 선박 시장 선점 노리는 미국

해사청의 RFI를 통해 공개된 내용은 상업용 해운을 위한 시스템 중심의 SMR 개발을 주제로 하고 있다. 단순히 선박용 원자로 기술을 검토하는 수준을 넘어, 미국이 본격적으로 상업용 원자력 추진선 개발과 해상 원자력 생태계 구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RFI에 따르면 해사청은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확장과 반복 생산이 가능하며,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한 SMR’을 해상 운송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

RFI가 의견을 요청한 핵심 정보는 효율성, 경제성, 국가안보, 확장성 등 4가지 영역으로 요약된다. 상선이 더 멀리, 더 빠르게 항해할 수 있도록 하는 신뢰성 높은 고출력 에너지 시스템 배치 방안, 연료비와 유지보수 비용을 실질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SMR 설계 방안, 미국 공급망 강화와 에너지 독립을 통한 국방력 제고, 전체 선단과 물류 네트워크에 핵추진을 통합할 수 있는 표준화된 배치 방법론 등이 핵심이다.

<미 해사청 SMR RFI의 핵심 4대 영역>

효율성: 모듈화와 유지보수성에 기반한 시스템 최적화

모듈화와 유지보수성 강조

- 기존 기술과 비교해 안전, 효율성, 환경적 영향 측면에서 모듈형 원자로 설계가 제공하는 핵심적인 이점

- 모듈화와 유지보수성을 강조하는 안전하고 보안이 유지되는 SMR 설계

다양한 해양 환경에 대한 적응성

- 엔지니어링 기술을 토대로 SMR 개념이 다양한 해양 애플리케이션에 맞게 확장 및 적응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 설계

경제성: 생애주기(Lifecycle) 경제성에 기반한 상업적 타당성

생애주기 경제성

- SMR 동력 선박의 도입이 기존 선박에 비해 선박의 유지와 운영 면에서 경제성을 확보해 상업적으로 타당한(commercially viable) 추진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

상업적 자본 투자를 위한 시장 조건 형성

- 과거 원자력 선박 개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경제성 확보 여부

- 원자력 선박이 지속적으로 건조·운영될 수 있도록 경제성이 높은 항로와 화물 시장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시장 환경 조성

- 민간 자본이 새로운 기술을 확장할 수 있는 시장 조건

국가안보: 전략적 우위 확보 및 미국 내 제조/인력 양성

미국 내 건조 및 조선업 생태계 연계

- 선박과 SMR 모두 미국 내 건조가 결정적으로 중요함을 강조

선제적인 숙련 인력 양성

- SMR 동력 선박 건조 및 승선한 훈련된 인력을 충분히 양성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인력 파이프라인 구축 방안과 미 해안경비대(USCG)자격 증명 표준안 마련

확장성: 상업적 반복 배치 및 인프라 통합

일회성 실증 지양과 반복 배치

- 단일 선박 실증이 아닌 장기적으로 반복 가능한 배치를 달성하는 것을 핵심 성공 지표로 설정

선제적 책임 구조 및 보험 체계 수립

- 선박 건조 이전 단계에서부터 금융기관의 대출과 보험 인수가 가능하도록 관련 체계를 마련

항만 접근성 및 글로벌 표준 통합

- 원자력 선박의 항만 접근성 문제와 법적∙규제적 장벽을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

- 국제해사기구(IMO) 및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SOLAS) 프레임워크와의 연계를 통해 국제적 수용을 이끌 수 있어야 함

범정부 규제 및 인허가 일원화

- 에너지부(DOE), 원자력규제위원회(NRC), 미 해안경비대(USCG) 등 여러 기관의 협력을 통해 SMR 관련 기술에 대한 예측 가능한 라이선스 일정과 표준화된 승인 경로를 구축

[자료: 미 해사청, KOTRA 뉴욕무역관 정리]

MARAD는 해군의 방식처럼 맞춤 설계가 아닌, 표준화·반복 생산이 가능한 SMR 설계 접근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해양, 에너지, 인프라 정부 규제 분야를 전문적으로 하는 로펌 호건 로벨스(Hogan Lovells)는 이번 RFI와 관련해 실험∙시연 단계를 넘어 선단 전체에 적용 가능한 대규모 배치 모델로 전환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과거 핵추진 상선 시험 선박이었던 ‘N.S. 사바나호(N.S. Savannah)’와 같은 단순 실증 사업과 차별화된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이번 RFI에는 법률·규제 개정, 책임·보험 체계 구축, 항만 입항 제한 해소, 인력 개발 이니셔티브 등 핵추진 상선 시장 형성에 필요한 전방위적 제도 설계 과제도 포함돼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동 RFI에 대한 정보 요청 마감 시한은 8월 5일까지다.

관련 산업 수요 전망

RFI는 정부가 특정 정책 또는 조달을 실행하기 전, 시장과 업계의 기술 수준과 상업적 실현 가능성, 규제 장벽 등을 파악하기 위해 발행하는 공식 문서다. 구매 계약(RFP)의 전 단계로, 정책 방향은 확정됐으나 실행 체계는 민간의 의견을 토대로 설계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분야

주요내용

선박

원자력 추진선 및 관련 선박 설계

원자로

해상용 SMR 개발 및 제작

조선소

선박 건조 및 원자로 탑재 시설

연료 공급

핵연료 공급 및 교체 체계

항만

원자력 선박 입출항 및 정박 인프라

규제

NRC, USCG, IMO 관련 규정 마련

보험

원자력 사고 책임 및 보험 체계

인력

선원, 정비사, 원자력 운영 인력 양성

폐기물

사용후핵연료 관리 체계

[자료: 미 해사청, KOTRA 뉴욕무역관 정리]

이번 RFI가 미국이 원자력 추진선의 상용화 가능성을 제도권에서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시그널로 작용하면서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 확대와 함께 관련 산업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원자로 모듈, 안전설계, 핵연료 공급망, 원자력 부품 제조 분야와 상선용 SMR 대량 생산을 위한 고내열성 특수강, 원자로급 스테인리스 등 규격화된 특수강과 핵심 소재의 대규모 수요 창출도 예상된다.

특히 조선업계에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이미 SMR 적용 선박 개념을 공개하고 연구를 확대하거나 원자력 추진선 개발에 유의미한 진척을 이룬 기업들은 향후 미국의 기술 검증과 공동개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핵추진 상선의 도입은 선박 본체 제작을 넘어 해양 안전 규정 대응, 항만 인프라 검토까지 필요한 복합 프로젝트인 점을 감안하면 조선∙원전∙소재∙소프트웨어 등이 결합된 밸류체인 전체의 사업 기회로 확장될 전망이다.


[자료: HD현대]

전망 및 시사점

미 해사청의 이번 RFI는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미국 내 건조와 반복 생산을 골자로 한 '핵추진 상업 해운 시스템'의 전면적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뉴욕에 기반을 둔 기업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KOTRA 뉴욕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조선업 부흥 및 에너지 패권 정책과 맞물려 있어, 관련 기술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온 한국 조선 및 원전 업계에 거대한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비록 미국이 자국 내 건조를 핵심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단기간에 조선 밸류체인을 완전히 재건하기 어려운 미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 기업들은 SMR 원자로 모듈 설계, 고내열성 특수강 및 차폐 소재 등 핵심 기자재 공급 파트너로서 미국 시장에 깊숙이 참여할 수 있는 '기술 동맹'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미 정부가 RFI를 통해 IMO, SOLAS 프레임워크와의 연계, DOE∙NRC∙USCG 등 다부처 인허가 일원화 추진을 밝힌 점은 상업용 원자력 선박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규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진출 희망 기업은 글로벌 규격과 보험∙책임 체계, 항만 접근성 표준안 제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SMR 선박 건조와 연계된 복합 프로젝트가 활성화를 대비한 전방위적 밸류체인을 파악해 중장기적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자료: Federal Register, U.S.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Hogan Lovells, Natural News, ExecutiveGov, Yahoo Finance, HD현대 및 KOTRA 뉴욕무역관 자료 종합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