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정 미국 특허변호사, KOIPA LA IP CENTER 센터장
victory.koipa@gmail.com
이제 미국 소비자들은 단순히 K-팝이나 K-드라마를 즐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K-뷰티, K-푸드, K-패션, K-테크 등 이른바 'K-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품질과 신뢰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세계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인받고 있다. 최근에는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가 소비재와 서비스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기업의 브랜드 가치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수록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거나 편승하려는 시도 역시 함께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한국 기업의 상표를 선점하는 이른바 '상표 브로커(Trademark Squatting)' 문제를 비롯해 브랜드명과 로고의 무단 사용, 제품 디자인과 패키지 모방,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위조상품 판매 등 다양한 형태의 지식재산권 침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시장이 확대되면서 위조상품은 국경을 넘어 더욱 빠르게 유통되고 있으며, 우리 기업들은 미국 시장 진출과 동시에 브랜드 보호 전략을 함께 준비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점은 미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체계가 우리나라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행정기관이 일정 부분 적극적으로 단속을 수행하는 반면, 미국은 기본적으로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보호가 이루어지는 '권리자 중심(Right holder-driven)' 집행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미국의 대표적인 판례인 Tiffany (NJ) Inc. v. eBay Inc. 사건에서도 잘 나타난다. 미국 제2순회항소법원은 온라인 플랫폼이 위조상품이 존재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며, 권리자가 구체적인 침해 사실을 통지한 이후 플랫폼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다면 책임이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미국에서는 정부나 플랫폼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권리자가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지식재산권 보호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따라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은 우선 미국 특허상표청(USPTO)을 통해 상표권, 특허권, 디자인 특허 등 필요한 권리를 조기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등록만 마치면 권리 보호가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등록 이후의 권리 관리와 집행이 더욱 중요하다.
대표적인 제도가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의 IPR Recordation 제도다. 상당수 기업은 USPTO에 상표를 등록하면 미국 세관이 자동으로 위조상품을 적발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미국 세관이 통관 과정에서 등록상표를 활용하여 위조상품을 식별하고 압류·몰수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CBP에 별도로 Recordation해야 한다. 다시 말해 USPTO 등록이 권리의 발생이라면, CBP Recordation은 그 권리를 국경 단계에서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필수 절차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은 CBP의 e-Allegations 제도를 활용하여 위조상품의 수입이나 불법 유통이 의심되는 사례를 직접 신고할 수도 있다. 권리자가 제공한 정보는 세관의 조사와 단속에 활용될 수 있으며, 조직적인 위조상품 유통망을 차단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직 국내 기업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제도이지만, 미국에서는 효과적인 권리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 제도다.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권리 보호 역시 중요하다. Amazon, Walmart, eBay 등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브랜드 권리자를 위한 다양한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권리자가 직접 침해 사실을 신고하고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결국 미국에서는 권리를 등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시장 모니터링과 적극적인 침해 대응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실질적인 보호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위조상품이 브랜드뿐 아니라 원산지까지 모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해외 소비자가 한국의 정품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새로운 보호 체계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추진하고 있는 K-브랜드 정부 인증제도는 해외에서 대한민국 정품 브랜드를 보다 쉽게 식별하고 원산지 혼동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증제도가 정착된다면 해외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는 것은 물론, 미국 세관의 IPR Recordation 제도와 온라인 플랫폼의 권리 보호 시스템과도 연계되어 K-브랜드 보호의 실효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류는 이제 문화 콘텐츠를 넘어 대한민국 브랜드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는 좋은 제품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권리를 확보하고, 스스로 행사하며, 시장에서 지켜내는 전략이 뒷받침될 때 K-브랜드는 일시적 인기를 넘어 지속 가능한 글로벌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K-브랜드의 미래는 혁신적인 제품만이 아니라, 이를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하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전략에 달려 있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