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의존형 경제 구조에서 탈피해 AI를 국가 차원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는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가 발전 전략인 '비전 2030'의 96개 직·간접 목표 중 66개가 데이터 및 AI와 연계되어 있으며, 사우디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AI 부문에 총 2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러한 국가적 전환을 실행하는 핵심 축이 바로 휴메인(HUMAIN)이다. 2025년 5월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자회사로 출범한 휴메인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의장을 맡고 있으며, 출범 당시 체결된 초기 파트너십 규모만 약 230억 달러(한화 약 31조 원)에 달한다. 휴메인의 사업 구조와 출범 이후 1년여의 행보를 살펴보면 사우디 AI 전략의 명확한 윤곽이 드러난다.


인프라에서 솔루션까지: 가치사슬의 전방위적 수직통합

휴메인의 사업 영역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데이터센터 건설·운영 ▲컴퓨팅(GPU 기반 연산 자원 생성 및 제공) ▲AI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 ▲시스템 통합(SI, 고객사 맞춤형 AI 솔루션을 도입·구축)이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AI 시장에서는 이 영역들이 각기 다른 전문 기업들로 분화되어 있다. 반면, 휴메인은 인프라(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현장 적용(엔지니어링)까지 가치사슬의 전 층위를 단일 기업 내로 내재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여기에는 AI 핵심 기술을 외산 솔루션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내에 온전히 구축하겠다는 사우디의 소버린 AI 전략이 반영되어 있다. 자국 인프라를 기반으로 고도화한 소프트웨어를 향후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으로 수출하여, AI를 석유의 뒤를 잇는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인프라 퍼스트: 칩 확보에서 데이터센터 가동까지 속도전

네 가지 사업 축 중 현재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는 '데이터센터'와 '컴퓨팅'으로 대변되는 하드웨어 인프라 영역이다. 휴메인은 출범 직후부터 글로벌 거대 테크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보해 왔다.


<휴메인 인프라 구축 추진 경과>

시기

주요내용

2025. 5.

엔비디아(NVIDIA) 차세대 칩 블랙웰(GB300) 1만 8,000개 1차 공급 합의

2025. 8.

리야드·담맘 데이터센터 착공(각 100MW 상당 규모)

2025. 11.

미국 상무부가 HUMAIN·G42에 블랙웰(GB300) 최대 3만 5,000개 상당의 수출을 승인

2026. 1.

국가인프라펀드와 최대 12억 달러 규모 전략적 금융 프레임워크 체결

2026. 4.

퀄컴(Qualcomm)의 풀스택 AI 랙(AI200/AI250 기반),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에 납품·설치 시작

2026. 2분기(목표)

리야드·담맘 첫 데이터센터 가동

2030.(목표)

데이터센터 용량 1.9GW로 확충 (※ 2034년 6.6GW 목표)

[자료: Bloomberg, DCD, Capacity, HUMAIN 공식 발표 등 KOTRA 리야드무역관 종합]


<엔비디아 블랙웰(GB300 NVL72) AI 슈퍼컴퓨팅 시스템>

[자료: 엔비디아 공식 웹사이트]


휴메인은 2025년 5월 출범과 동시에 엔비디아와 차세대 칩 공급에 합의했고, 동년 8월 리야드·담맘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시작했다. 11월에는 미국 정부가 사우디에 대한 칩 수출을 승인했고, 타레크 아민(Tareq Amin) CEO는 2026년 4월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에 퀄컴 AI 랙 설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첫 가동 목표인 2분기를 향해 공정을 앞당기는 모습이다.

이처럼 휴메인이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배경은 명확하다. 독자적인 AI 모델이나 클라우드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대규모 연산 자원(컴퓨팅 파워)의 보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핵심 AI 반도체 칩셋은 여전히 미국 테크 기업에 의존하고 있어,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협력은 지속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소버린 소프트웨어 개발과 글로벌 파트너십 활용의 투트랙 전략

인프라 구축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휴메인의 무게중심은 점차 AI 서비스 개발과 현장 도입으로 옮겨가고 있다. 휴메인은 현재 총 5개의 자체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이를 정부·의료·에너지·스마트시티·스포츠·미디어 등 6대 전략 산업에 적용하고 있다.


의 5대 소프트웨어 제품 라인>

제품

유형

HUMAIN Compute

소버린 클라우드

HUMAIN IQ

실시간 분석 도구(대화형 서비스 'HUMAIN Chat' 포함)

HUMAIN Create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생성 도구

HUMAIN ONE

기업용 AI 운영 플랫폼

HUMAIN Horizon

AI 노트북(퀄컴 공동 개발)

[자료: HUMAIN 공식 발표 등 KOTRA 리야드무역관 종합]




[자료: 리야드무역관 직접 캡처]


이 중 휴메인이 핵심 솔루션으로 내세우는 제품은, 기업용 AI 운영 플랫폼인 'HUMAIN ONE'이다. 이는 단순한 개별 앱 활용을 넘어, 사용자가 자연어로 업무 목적을 입력하면 AI 에이전트가 사내 인사·재무·조달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오가며 업무를 자동 처리하는 통합 운영 인프라이다.

이러한 소프트웨어를 실제 사우디 산업 현장에 신속하게 도입하기 위해 휴메인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5년 10월 EY를 첫 파트너로 선정한 데 이어, 최근(2026년 5월)에는 세계적인 컨설팅·SI 기업인 액센추어(Accenture)와 맥킨지(McKinsey)를 동시에 파트너로 영입했다. 이는 핵심 기술과 데이터 인프라의 주권을 사우디가 엄격히 확보하되, 이를 전 산업에 가동·확산하는 구축 단계에서는 글로벌 선도 기업들의 축적된 엔지니어링 경험을 활용하는 '투트랙 실행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사점

사우디가 자체적인 AI 생태계 구축에 나서면서, 한국 기업들도 현지 시장 변화에 맞춘 진입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효과적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가치사슬의 특성에 따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로 구분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하드웨어 및 인프라 부문에서는 데이터센터 급증에 따른 물리적 설비 수요를 선점해야 한다. 리야드와 담맘을 시작으로 향후 수 GW급 대규모 데이터센터 캠퍼스가 연이어 건설될 예정이다. 이러한 고밀도 연산 시설은 막대한 전력 소비와 강력한 열 관리가 필수적이므로, 초고압 변압기와 송전망 등 전력 기자재를 비롯해 AI 전용 냉각 설비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실질적인 대형 수주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웨어 및 응용 솔루션 부문에서는 독자 완제품 수출보다 현지 융합형 파트너십이 현실적이다. 사우디 정부가 보안상 직접 통제하는 코어 모델이나 클라우드 영역은 해외 기업의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의료, 스마트시티, 에너지 효율화 등 특정 산업에 특화된 응용 AI 기술을 바탕으로, 휴메인의 개발 자회사나 현지 기업과 기술 협력을 맺고 공동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사우디 현지의 AI 산업 전문가는 본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단순히 글로벌 기술을 수입하는 소비국에 머물지 않기 위해, 국가 주도의 막대한 재원을 자체 기술 인프라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고 현지의 공격적인 투자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문을 닫아거는 자국 우선주의는 아니다. 기술 국산화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라며, "한국은 우수한 IT 인프라와 제조 하드웨어 역량을 모두 갖춘 매력적인 파트너다. 한국 기업들이 사우디의 기조에 맞춰 유연한 협업 모델을 제안한다면 사우디 정부와 기업 모두 기꺼이 문을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사우디 시장 도전을 기대한다.


자료: Bloomberg, Reuters, DCD, Capacity, CNBC, HUMAIN 공식 발표 및 KOTRA 리야드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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