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일본의 인구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번 달 일본 정부 발표에 의하면, 일본의 2025년 합계출산율은 1.14명까지 떨어지며 10년 연속의 하락과 함께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고, 연간 신생아 수 또한 67만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일본의 인구 추이>

연도

인구(천만명)

전세계 인구 중 비중

출산율(명)

1955년

9.24

3.37%

2.35

1965년

10.09

3.03%

2.09

1975년

11.33

2.78%

1.92

1985년

12.08

2.48%

1.74

1995년

12.57

2.18%

1.41

2005년

12.79

1.94%

1.25

2025년

12.31

1.50%

1.23

[자료: 일본 총무성 등]


이러한 극심한 저출생은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축소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양상이다. 2025년 기준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7,438만명을 기록했는데, 1995년 최고점을 찍은 이후로 줄곧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생산가능인구가 2050년에 5,275만명까지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특히 일본의 간판산업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2040년에는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일본 완성차의 생산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의 3배인 3할 가까이까지 외국인 비중이 늘지 않는 한, 지금과 동일한 규모의 완성차 생산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에 사활을 건 일본


이러한 환경 속, 타카이치 내각은 제조업 경쟁력 사수를 위해 2040년까지 피지컬 AI 분야에 민관 합동 총 10조 5,000억 엔(약 100조 원)을 투입하는 대대적인 국가 전략을 최근에 발표했다. 이는 ‘강한 일본을 만들기 위한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저출산 고령화로 인력 부족을 겪는 제조업 공장에 AI와 로봇을 대량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경제산업성은 2026년 피지컬 AI 및 국내 AI 기초 모델·데이터 인프라 개발 부문에만 약 3,873억 엔(약 3조 5,000억 원)의 예산을 정식 편성했다. 이는 국가 산업전략의 핵심으로서 AI 관련 분야를 본예산에 대규모 편성한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는 2050년까지 5조 달러를 초과할 수 있으며, 전세계 약 10억대의 휴머노이드가 보급될 것이라고 한다. 일본은 전세계 산업용 로봇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하드웨어에 있어서는 강국인 만큼, 여기에 AI 두뇌를 결합해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비젼이다.


공장 자동화(FA)와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일본의 핵심 하드웨어 기업인 화낙(FANUC)은 AI와 머신비전(시각인식)을 결합한 로봇을 개발해 왔다. 대표제품인 iRVision은 2D·3D 카메라를 이용해 부품 위치와 자세를 인식하고, 컨베이어 위나 박스 안에 무작위로 놓인 부품을 식별한다.


서보모터와 모션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용 로봇을 발전시켜온 글로벌 자동화 솔루션 기업 야스카와전기는 차세대 AI 기반 자율형 산업용 로봇 플랫폼인 MOTOMAN NEXT를 개발했다. 고정된 프로그램을 반복하던 기존 로봇과 달리, 내장된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을 통해 작업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하여 유연하게 대응한다는게 기업 측 설명이다.


한편으로 소프트뱅크 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가 될 클라우드 기반 AI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기 위해 최근 2년간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일본 제조업의 심장인 중부 지역, 휴머노이드 도입 확산 추세


일본 내 피지컬 AI로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는 곳은 도요타자동차를 필두로 일본 제조업의 1/3 이상을 책임지는 중부 지역이다. 도요타는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위치한 모토마치 공장 등 국내 주력 라인을 중심으로, 자체 개발한 3세대 휴머노이드 'T-HR3'의 고도화 버전과 차세대 가상 물리 시스템을 현장에 직접 이식하기 시작했다.


또한 나고야 대학 등 지역 거점 학계와 손잡고 'AI·데이터 공동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그 동안 기계공학에 편중되어 있던 중부 지역의 모노즈쿠리(장인정신 기반 제조) 생태계에 피지컬 AI 두뇌를 이식하는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러한 추세는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 도요타는 완성차 공정의 물류·하역 단계에 미국 어질리티 로보틱스사(Agility Robotics)의 인간형 로봇 '디짓(Digit)'을 실전 배치하는 '구독형 로봇 서비스(RaaS)' 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단순 파일럿 테스트를 넘어 실제 SUV(RAV4) 생산 라인으로의 휴머노이드 투입도 계획한다.


<도요타의 T-HR3>


[자료: 도요타]

한-일 기업간 'Win-Win' 구조의 형성

일본이 강력한 하드웨어 공급망(정밀 감속기, 액추에이터 등)을 쥐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AI 소프트웨어 응용 역량과 IC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IDC)에 따르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2030년까지 51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약 95%에 달하는 연평균 성장률(CAGR)을 의미한다. 환언하자면, 시장 형성 초기 단계인 앞으로의 4~5년이 시장진입에 있어서는 골든타임이라 볼 수 있다. 제조강국인 한-일 양국 완결형 휴머노이드 공급망 시장 구축이 양국 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휴머노이드의 5대 구성요소를 산업으로 구분할 경우, 한국과 일본은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강하다. 특히 인지, 두뇌, 에너지ㆍ전원 분야에서는 우리가 강점을 보이고,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일본이 세계적 기술력을 자랑한다. 일본의 정밀 로봇 하드웨어 프레임에 한국 스타트업의 시각 인지(Vision AI), 고정밀 3D 매핑 알고리즘을 탑재하는 공동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이 양국 협력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구 분

강국

세부 품목

인지 (Perception)

한국

AI 기반 센서, LIDAR 등

두뇌 (AI·제어 소프트웨어)

AI,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에너지·전원 (Power System)

배터리(리튬이온 등)

구동계 (Actuation)

일본

정밀 모터, 감속기, 액추에이터 등

기구·하드웨어

(Mechanical Structure)

관절 케이스, 프레임 등


국제로봇연맹(IFR)의 최신 통계(World Robotics)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노동자 10,000명당 산업용 로봇 보급 대수(로봇 밀도)는 1,220대로, 지속적으로 압도적인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약 8명당 1대꼴로 로봇이 배치된 수준이다. 세계 최고 밀도의 로봇 운영 노하우를 가진 한국의 소프트웨어와 일본의 하드웨어 접목이 가능할 전망이다.

<제조업계 로봇 보급대수(2024, 전세계 평균 - 132대)>


국가명

로봇 밀도

국가명

로봇 밀도

한국

1,220대

스위스

294대

싱가포르

818대

네덜란드

293대

독일

449대

오스트리아

272대

일본

446대

캐나다

241대

스웨덴

377대

이탈리아

237대

덴마크

329대

벨기에/룩셈부르크

232대

슬로베니아

315대

체코

216대

미국

307대

슬로바키아

210대

대만

302대

프랑스

195대


[자료 : 국제로봇연맹(IFR)]

???? 시사점

최근 일본 증시에서는 비즈니스 역사에 남을 상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22년 동안 일본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던 도요타자동차가 소프트뱅크, 키옥시아 등 인공지능(AI)과 차세대 기술 기업들의 급성장에 밀려 시가총액에서 3위까지 밀려나는 지각변동이 발생한 것이다. 글로벌 산업의 패러다임이 '기계 중심의 고정형 자동화'에서 '데이터와 AI 중심의 자율형 피지컬 시스템'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드웨어 강국인 일본의 심장부가 마침내 소프트웨어와의 결합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은, 우리 기술 기업들이 왜 지금 당장 이 지역 공급망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지 명확한 타이밍을 제시한다. 일본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DX)과 일손 부족 해결을 위한 피지컬 AI 수요는 이제 생존의 문제다. 시장이 본격적인 성숙기에 접어들기 전인 '시장 형성 초기 단계'인 지금, 우리 기업들이 일본 제조업계의 가려운 곳(소프트웨어 역량 부족, AI 전문 인력 결핍)을 정확히 파악하고 윈윈(Win-Win) 모델을 제시한다면, 글로벌 공급망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자료원 : IFR, 경제산업성, 일본경제신문, 각 기업 홈페이지, 나고야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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