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배경 및 개요

'26.9.9일 EU 집행위원회는 기존 공공조달 관련 지침(Directive) 3개를 EU 전체에 직접 적용되는 단일 규정(Regulation)으로 통합하는 공공조달법 초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집행위원회는 국가별 이행 차이를 줄이고, 조달 절차와 요건을 일원화하고자 한다. 집행위원회는 유럽감사원 보고서를 인용해, 공공조달이 EU GDP의 약 15%를 차지함에도 지난 10년간 경쟁력 감소, 중소기업 및 국경 간 입찰의 참여 저조, 단일 입찰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역외 기업의 시장 접근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오늘날의 지정학적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고, 전자조달 시스템이 분절돼 투명성이 저해된다고 평가했다.

* Proposal for a REGULATION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n public contracts and concessions

** 링크 : https://single-market-economy.ec.europa.eu/publications/proposal-regulation-public-contracts-and-concessions_en

이에 크게 △조달 절차 단순화 및 유연화, △친환경, 사회적 가치, 혁신 분야의 전락적 조달 확대, △유럽산 우선(European preference) 도입, △디지털 기반 조달 정보 접근 개선 등 4개의 중심축을 기반으로 초안을 제시했다. 초안을 기준으로 한 EU 공공조달법 적용 대상 계약의 기준액은 계약 유형 및 발주 기관에 따라 상이하다.


• 공공 공사 및 양허 계약 5,404,000유로 이상

• 부속서 Ⅰ에 명시된 중앙 정부 당국이 발주하는 물품·용역 계약 140,000유로 이상

• 하위 중앙 정부(sub-central contracting authorities) 또는 지방 정부 등이 발주하는 공공 물품·용역 계약 216,000유로 이상

• 공공 서비스(가스·난방, 전기, 수도, 교통·항만·공항, 우편, 에너지) 발주기관이 체결하는 물품·용역 계약 432,000유로 이상

• 사회·보건 및 교육 서비스(규정 제58조)로서 체결되는 계약 750,000유로 이상

* 상기 금액은 부가가치세(VAT)를 제외한 순가치 추정액을 기준으로 함

EU 집행위원회 공공조달법 초안의 주요 내용

*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EU 집행위원회 자료 원문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조달 규정의 유연화 및 간소화와 일관성 제고

개정안은 조달 절차를 공개 절차(open procedure), 동적 절차(dynamic procedure), 혁신 절차(innovation procedure) 및 긴급·특수용 절차로 재편했다. 공개 절차는 발주기관이 선정 기준 적용 여부와 협상 의사를 밝히면, 관심 있는 사업자가 관심을 표명하고 입찰서를 제출하는 가장 일반적인 절차다. 동적 절차는 운영 기간 중 상시 등록이 가능한 사업자 풀을 구성하고, 개별 수요가 발생할 경우 관심 표명 업체를 대상으로 조달하는 방식으로 신속한 조달이 가능하다.

혁신 절차는 집행위원회의 혁신 분야 조달 강화를 위한 조달 절차로, 일반적인 조달처럼 정해진 기술 사양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과제를 제시한 후 입찰된 제안이 해당 과제 해결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때 발주기관은 사용자 피드백, 효율 및 지속가능성 개선 지표, 기존 대비 비용 절감 여부 등을 평가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한편 단일 사업자만 공급이 가능하거나 기존 사업자의 추가 공급인 경우, 발주기관의 귀책이 아닌 긴급 상황 등에서는 긴급·특수 상황용 절차를 사용할 수 있다. 이 때에는 사전 경쟁이나 공고 없이 발주기관에서 한 곳 이상의 사업자에게 직접 입찰이나 협상 요청이 가능하다.

또한 EU 집행위원회는 중소기업의 조달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최소 연매출 조건은 추정 연간 계약가의 50%를 넘을 수 없도록 제한을 뒀으며, 공공부문 계약 수행 경험이 있는지 여부를 입찰 참여 조건으로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조달 대상 물품·용역·공사의 성격상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연매출 조건을 설정할 수 있으며, 계약의 성격상 과거에 공공부문 계약 이력이 있어야 하는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예외를 인정한다. 또 업자가 다른 기업의 역량을 끌어와서 선정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했으며, 중소기업의 공급망 진입을 위한 하도급도 일부 허용했다. 다만 계약 전체를 대상으로 한 하도급은 불가하다. 이에 더해 발주기관은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가 특정한 법인 형태를 취하도록 강제할 수 없으며, 컨소시엄에 대한 차별은 금지된다.

2. EU의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한 조달 체계

EU 집행위원회는 공공조달을 통해 EU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달성할 수 있도록 법안 초안을 설계했다. 초안에 나온 우선순위에는 △내수시장 및 산업기반 강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기후·환경 목표 달성, △공정하고 포용적인 사회, △전략적 자립을 포함한 경제 안보 확보 등이 있다. 낙찰 기준은 최저가가 아닌 최적 가격 대비 품질(Best Price Quality Ratio)이며, 발주기관이 입찰 평가 시 EU의 우선순위를 반영하는 품질 기준을 설정하도록 했다. 품질 기준은 전체 배점의 최소 30%가 되어야 하며, 인건비가 전체 계약 금액의 50% 이상인 노동집약적 계약의 경우 최소 50%를 차지해야 한다.

발주기관은 물품·용역·공사 구매 시 에너지 고효율 제품만 구매해야 하며, 부속서 Ⅶ에 명시된 EU 법령*이 적용되는 제품을 구매할 때에는 해당 법령이 정한 성능 등급과 기준에 맞춰 친환경 요건을 정해야 한다. 또한 조달 결과물의 사양과 낙찰 요건, 이행 조항 등에 친환경 요건을 설정할 수 있다. 이때 세부 요건의 예시로는 내구성, 수리 가능성, 재활용 함량, 폐기물 예방 등이 있으며 발주 기관은 최초 구매가뿐만 아니라 사용, 유지보수, 폐기 등에 필요한 생애주기비용까지 포함하여 평가가 가능하다.

* 건설제품규정, 에코디자인 규정(ESPR), 배터리 규정,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 탄소중립산업법(NZIA), 대형차 및 승용·소형자동차 CO2 배출 기준 규정, 타이어 라벨링 규정

또한 발주기관은 일반 사용자가 사용하도록 의도된 모든 물품·용역·공사에 대해 정당한 사유가 없는 이상 장애인 접근성 기준을 반영해야 하며, 이를 사양 또는 계약 이행 조건에 포함하여야 한다. EU 접근성 지침(Directive(EU) 2019/882) 제2조에 따른 물품·용역은 해당 지침 부속서 Ⅰ을 근거로 접근성 설계 사양을 결정해야 하며, 대상은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 등 소프트웨어, 전자 통신 서비스, 전자책, 키오스크 등이다. 이외에도 발주기관은 사업자 공급망 내 인권 보호, 취약 계층 포용, 양질의 일자리 창출, 근로조건 개선 등 사회적 성과를 낙찰 기준에 반영할 수 있다.

3. EU의 경제안보 및 자율성 강화

공공조달법에 따른 입찰 평가 시 품질 기준 중 우리 기업이 특히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EU 경제 안보 요건이다. 해당 공공조달이 EU 또는 회원국의 안보나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발주기관은 조달의 어느 단계에서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소수의 비EU 업체 대상으로 특정 부품 또는 장비 의존이 심화될 경우, 핵심 인프라의 제3국 공급자 의존으로 해당 인프라가 교란될 위험이 있을 경우, 제3국 법령에 따라 정부가 기업의 민감정보 공개를 강제할 수 있거나 계약 이행에 간섭이 발생하는 경우 등이 언급됐다. 발주기관은 계약 이행 중이더라도 사업자가 안보 의무를 위반하거나 안보 위험이 현실화된 경우, 계약 전부 또는 일부를 해지하거나 해당 사업자를 배제할 수 있다.

EU 조달시장에서 EU 역외국 사업자·물품·공사가 동등한 대우를 보장(covered) 받을 수 있는 조건도 명시됐다. 먼저 역외국이 정부조달협정(GPA, Government Procurement Agreement) 가입국이면서 해당 조달의 발주 기관, 기준 금액, 품목 등이 EU의 개방 약속 범위에 포함되는 경우다. 또 EU와 양자·다자 무역협정 또는 관세동맹 협정을 체결한 국가이면서, 해당 조달이 협정으로 정해진 EU의 조달 약속 범위에 해당할 때에도 역내 사업자와 동등한 대우를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EU 집행위원회가 운영하는 Access2Markets 내 Procurement for Buyers 페이지*를 통해 보장 여부 확인이 가능하며, 발주기관은 원칙적으로 해당 사이트를 통해 비EU 국가 사업자의 입찰 자격을 판단해야 한다. 검색 시에는 발주기관의 소속 국가와 유형, 물품·용역·공사의 세부 분류 선택, 조달 추정가 등을 넣어야 하며, 실제 공고에 맞춰 조건을 입력하면 참여 가능 여부를 더욱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 링크 : https://webgate.ec.europa.eu/procurementbuyers/en/#/procumementlocation

또한 공공조달법 초안은 유럽산 우대를 도입해, 발주기관은 조달 참여 대상을 EU 및 동등 대우 보장 대상국의 사업자와 하도급사로 제한하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자의 입찰을 거부할 수 있다. 발주기관은 조달 대상 물품·용역·공사가 EU 또는 보장 대상국을 원산지로 하도록 전체의 일정 비율이나 특정 부품 단위로 요구할 수 있다. 또한 낙찰 평가 또는 입찰기관 순위 산정 단계에 한해, EU 또는 보장 대상국의 원산지 비중이 더 높은 입찰에 대해 평가상 가격을 낮춰 산정하거나(실제 계약가에는 영향 없음) 가점을 부여할 수 있다. 다만 상기 계약 방식이 과도한 비용을 초래하거나 긴급·위기 절차 사용이 필요할 경우, 대안이 부재한 경우에는 유럽산 우대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


구분

세부 내용

경제 주체

(사업자, 하도급사 등)

EU 국제조달규정(IPI, Regulation(EU) 2022/1031) 제3조를 따름

• (자연인) 국적국 또는 영주권 보유국

• (법인) 원칙적으로 설립의 준거법이 되는 국가이면서 실질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국가

• (컨소시엄) 구성원 중 한 곳이라도 IPI 규정 조치 대상인 제3국 출신이면, 해당 그룹 입찰 전체에 IPI가 적용됨

- 다만 해당 구성원의 입찰 가치가 전체의 15% 미만이면 예외

물품

EU 관세법(UCC, Regulation(EU) 952/2013) 제60조를 따름

• 단일 국가에서 생산된 물품은 해당 국가를 원산지로 함

• 둘 이상의 국가에서 생산된 물품은 마지막으로 실질적인 가공 또는 처리가 이뤄진 국가를 원산지로 함

용역·공사

경제 주체의 원산지에 따라 결정됨

- 공사의 경우, 발주기관이 공사에 사용되는 물품의 원산지를 별도로 판정할 수 있음

자료 : 공공조달법 초안, EU 관보

4. 데이터와 디지털 기반으로 조달 정보 접근성 개선

EU 집행위원회는 전자 적격성 서비스(Electronic Eligibility Service)를 구축해 자동으로 사업자의 적격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사업자는 해당 서비스에서 적격성 프로필을 생성하고, 증빙을 한 번만 등록하면 된다. 공공기관은 유럽사업자지갑(European Business Wallet)*과 같이 EU 또는 EU 회원국 내 등록부와 연계된 디지털 사업자 자격 증명 도구를 통해 증빙과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기업의 신원, 자격 및 각종 증빙 정보를 디지털 형태로 저장 또는 공유하는 EU 기업용 전자 자격 증명 수단으로, 공공조달 시 사업자 적격성 및 원산지 요건 확인에 활용됨

또한 집행위원회가 안전한 데이터 교환 네트워크를 구축 또는 지정해, 서로 다른 전자조달 서비스를 쓰는 발주 기관과 사업자가 전자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EU의 전자조달은 회원국과 플랫폼 간 상호운용이 어렵고, 사업자가 매번 같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EU 집행위원회는 향후 유럽표준화기구에 요청해 네트워크 운용 기반이 될 조화표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일정 및 우리 기업 대응 방안

상기 내용은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초안으로, 향후 EU 이사회와 유럽의회 등 입법기관 간 협상을 거쳐 최종 법안의 형태가 결정될 예정이다. 후속 절차를 고려할 때 전면 시행까지는 보다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며, EU 집행위원회는 9.15일부터 11.11일까지 해당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진행한다.

한국은 GPA 가입국이자 한-EU FTA 체결국으로서, EU 조달시장에서 역내 사업자와 동등한 대우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발주 기관과 기준 금액에 따라 참여 가능 여부가 상이하므로, 반드시 Procurement for Buyers 페이지를 통해 개별 공고 단위로 확인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EU가 역내 산업기반 강화에 방점을 두고 이번 개정안을 설계한 만큼, 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집행위원회가 위임법 등으로 특정 국가 또는 품목의 조달시장 참여를 제한할 여지도 있다. 즉 한국의 참여 자격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한국 내 조달시장의 개방 수준이 향후 EU의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EU 회원국 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유럽산 우대 요건을 충족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는 EU 역내 생산 거점을 확보해 원산지 증빙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아울러 역외보조금 규정(FSR) 등 기존 EU 통상 관련 규정은 해당 법안과는 별개로 계속 적용되므로, 대규모 공공입찰(예상 계약금액 2.5억 유로 이상)에 참여할 때에는 FSR 의무도 반드시 함께 점검해야 한다.

출처 : EU 집행위원회 공공조달법 초안, 브뤼셀무역관 보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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