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일 미국 변리사(US Patent A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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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사라는 도구
2026년 8월 25일과 27일, 한국의 디스플레이 기업 S사는 미국 특허청(USPTO)에 특허 2건에 대한 재심사(ex parte reexamination)를 청구했다. 대상은 지난해 12월 특허관리전문기업(NPE) N사가 계열사를 상대로 텍사스동부연방법원에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의 근거가 된 특허들로, S사는 이를 무효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대목은 S사가 택한 방식이 '재심사'라는 점이다.
IPR(Inter Partes Review)은 10년 가까이 특허 공격을 받은 기업의 대표적인 방어수단이었다. 그러나 미국 특허청에 접수된 재심사 청구는 2025년 상반기 226건에서 2026년 상반기 594건으로, 162.8%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IPR 청구는 698건에서 174건으로 줄었고, 2026년 2분기 IPR 청구 57건은 제도가 본격 운영된 이래 분기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재 USPTO 특허 무효 절차(IPR·PGR·재심사) 중 재심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74.7%로, 1년 전 IPR이 차지하던 72.9%와 거의 정확히 뒤집혔다.
두 가지 절차
미국에서 "당신 제품이 우리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을 받으면, 대응은 크게 두 갈래다. 법원에서 침해 여부와 유효성을 함께 다투거나, "그 특허 자체가 애초에 나왔으면 안 되는 것"이라며 특허청에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IPR — 특허청 심판부(PTAB)에서 진행하는 재판에 가까운 절차로, Inter Partes, 즉 청구인과 특허권자가 모두 참여해 증거와 주장을 주고받음.
2) 재심사 — 특허청에 "이 특허를 다시 심사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 청구인은 신청서를 내고 나면 절차에서 배제되고, 이후 심사관과 특허권자 둘이서 진행.
IPR이 어려워진 이유
우선 IPR 개시 여부 결정이 까다로워졌다. 병행 중인 법원 소송, 중복 청구, 특허권자의 '정착된 기대(settled expectations)' 등 개시 거절 사유가 넓어졌다. 또한, 연방순회항소법원은 2025년 11월 6일, 개시 결정이 35 U.S.C. § 314(d)에 따라 종국적이고 불복할 수 없다는 이유로 mandamus 신청을 기각했다(In re Motorola Solutions, Inc., No. 2025-134 (Fed. Cir. Nov. 6, 2025)). 결정에 불복할 방법도 좁아진 것이다.
그 결과 IPR 개시율은 2025년 1월 81.8%에서 2025년 8월 19.4%까지 떨어졌고, 월별 청구 건수는 2025년 1월 131건에서 2026년 6월 22건으로 줄었다. 더욱이 2026년 3월 11일 Squires 청장 메모는 IPR·PGR 개시 여부를 판단할 때 다음 세 가지를 추가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 병행 소송에서 침해로 주장된 제품이 미국에서 제조되거나 미국 제조 투자와 관련되는 정도
· 특허권자의 경쟁 제품이 미국에서 제조되는 정도
· 청구인이 해당 특허로 제소당한 소기업인지 여부
이로 인해 미국 내 제조 기반이 없거나 제한적인 기업은, 무효 주장의 내용과 무관하게 심리 자체를 거절당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재심사의 장단점
재심사에는 재량거절 제도가 없다. '특허성에 관한 실질적인 새로운 의문(Substantial New Question of patentability, SNQ)'만 인정되면 특허청은 재심사를 명해야 하며(35 U.S.C. § 303, § 304), 미국 내 제조 여부는 고려요소가 아니다. IPR의 1년 청구기한(35 U.S.C. § 315(b))도 적용되지 않아 소송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도 청구할 수 있다. 청구인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가능하고, 비용이 낮다.
반면, 청구인은 신청서를 내고 나면 절차에서 배제되므로 청구서 한 통에 모든 것을 담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리고 청구인에게는 최종 결과에 불복할 수단이 없다(35 U.S.C. § 306). 또한, 이 과정에서 특허권자는 청구항을 보정할 수 있어, 잘못하면 원래보다 더 정교하게 다듬어진 특허를 상대하게 될 수 있다.
한국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1) 공격을 받는 입장이라면
IPR, 재심사, 법원에서의 무효 항변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가장 적합한 도구를 선택해야 한다. 특히 IPR은 청구기한이 1년이므로, 그 기한이 촉박한 데다 개시 가능성까지 낮다면 재심사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미국 내 생산·투자·고용에 관한 사실관계를 미리 정리하여 필요 시 즉시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2) 미국 특허를 보유한 입장이라면
재심사의 경우, 기한 제한이 없고, 청구인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며, 비용이 낮으므로, 한국 기업이 보유한 미국 특허도 그만큼 쉽게 공격받을 수 있다. 가능한 경우, 주력 특허에 대해서는 사전 대응(pre-order: 재심사 청구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특허청에 반박 의견을 낼 수 있는 절차) 기한을 놓치지 않도록 내부 절차를 마련해 둘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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