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분화되는 소비자 수요와 변화하는 독일 드럭스토어 시장


독일 화장품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니베아(NIVEA), 로레알(L'Oréal) 등 글로벌 브랜드와 유세린(Eucerin), 라로슈포제(La Roche-Posay), 아벤느(Avène) 등 약국 유통 중심의 더마코스메틱(Dermacosmetics) 브랜드가 강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dm, 로스만(Rossmann), 뮐러(Müller) 등 드럭스토어를 중심으로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성분과 브랜드 정체성을 중시하는 독립 브랜드(Indie Brand)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독일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는 시장조사업체 NIQ 자료를 인용해 독일 드럭스토어 스킨케어 시장이 점차 세분화되는 가운데 혁신 제품이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5년 4월부터 2026년 4월까지 독일 드럭스토어 스킨케어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한 11억7000만 유로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상위 10개 스킨케어 브랜드의 매출은 6.5% 증가한 반면, 소규모 브랜드의 매출은 22.9% 증가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NIQ는 소비자들이 브랜드 인지도보다 자신의 피부 고민에 적합한 제품과 성분, 브랜드의 투명성을 중시하면서 제품 선택 기준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의 엔오 코스메틱스(NØ Cosmetics)와 헝가리의 너즈 뷰티(Nerds Beauty)가 있다. 2017년 설립된 엔오 코스메틱스는 설립 10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연매출 약 3500만 유로를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엔오 코스메틱스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자 의견을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하는 방식을 브랜드 경쟁력으로 꼽았다. 너즈 뷰티는 피부 고민별 성분을 강조한 스킨케어 제품을 앞세운 신생 브랜드로, 2026년 5월 독일 dm 드럭스토어에 입점한 이후, dm의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한 홍보와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바탕으로 일부 제품이 단기간에 품절되는 등 높은 관심을 끌었다.


<독일 드럭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독립 브랜드 제품>

[자료: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자체 촬영]


dm 담당자는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일종의 '캔따개 효과(Dosenöffner-Effekt)'라고 설명했다. 하나의 히트 브랜드가 새로운 브랜드의 시장 진입을 돕고 소비자의 관심을 확산시키는 '문을 여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이어 그는 독일 드럭스토어의 경쟁력은 특정 브랜드에 의존하기보다 혁신적인 독립 브랜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자체 브랜드(PL), 니베아와 로레알 등 범용 브랜드를 균형있게 구성하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해 바이어스도르프(Beiersdorf) 및 코스노바(Cosnova) 등 주요 화장품 기업들도 소비자 수요 변화에 맞춰 제품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바이어스도르프는 니베아의 중저가 제품군을 보완하기 위한 신제품 출시를 검토하는 등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 독립 브랜드는 독일 드럭스토어의 스킨케어 평균 가격보다 높은 가격대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NIQ에 따르면 독일 드럭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스킨케어 제품의 평균 가격은 3.45유로인 반면, 너즈 뷰티의 페이스 크림은 20.85유로, 엔오 코스메틱스의 크림 제품은 약 15유로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그럼에도 NIQ는 소비자들이 명확한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에는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언론이 주목한 한국 화장품 산업과 독립 브랜드 생태계


최근 독일 드럭스토어 시장에서 독립 브랜드가 주목받는 가운데, 독일 언론도 한국 화장품 산업의 성장 배경과 시장 구조를 조명하고 있다. 엔오 코스메틱스 창업자는 한델스블라트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해외 진출 계획과 관련해 "한국의 대규모 스킨케어 시장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으며, "독일 소비자가 K-뷰티를 선호하는 것처럼 서울에서는 G-뷰티(German Beauty)에 대한 관심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향후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와 같은 K-뷰티에 대한 관심은 독일 경제∙경영 전문지 브랜드 아인스(brand eins)의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브랜드 아인스는 2026년 8월 "아름다움(Schönheit)" 특집호에 실린 "빨리, 빨리(Palli, palli!)" 기사를 통해 한국 화장품 산업이 새로운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사에서는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지사화 사업에 참여 중인 국내 화장품 기업과의 인터뷰를 소개한 데 이어, 올리브영(Olive Young)을 중심으로 다양한 중소∙중견 화장품 브랜드가 하나의 유통 플랫폼에서 경쟁하며 소비자 반응을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신속하게 반영하는 구조를 한국 화장품 산업의 특징으로 분석했다. 또한 코스맥스(Cosmax), 한국콜마(Kolmar) 등 ODM∙OEM 기업의 생산 기반과 정부의 수출 지원 정책이 새로운 브랜드의 시장 진입을 뒷받침하며 산업 전반의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브랜드 아인스는 한국 화장품 산업이 새로운 성분을 빠르게 제품화하는 점도 주요 경쟁력으로 평가했다. 독일의 화장품 전문가 S씨는 K-뷰티의 인기가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뿐 아니라 "한국이 독일보다 몇 년 앞선 혁신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화장품이 기존의 주름 개선 중심 접근보다 피부 전체의 건강과 예방적 관리에 초점을 두는 점을 서구 화장품과의 차별점으로 꼽았다. 다만 최근 주목받는 연어 유래 DNA 성분인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 Polydeoxyribonucleotide)은 주사 시술과 달리 화장품에서는 함유량이 적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으며, 한국에서 유행하는 다단계 스킨케어 루틴도 모든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브랜드 아인스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과 소비자 반응을 빠르게 반영하는 시장 구조, 새로운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산업 생태계가 한국 화장품 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개별 히트 제품보다 독립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자체를 한국 화장품 산업의 강점으로 평가한 독일 언론의 시각을 보여준다.


독일 현지 K-뷰티 전문점이 본 소비 트렌드 변화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에는 한국 화장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과 K-뷰티 스킨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점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이는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독일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유통 채널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은 한국 화장품 전문점 두 곳을 방문해 독일 소비자의 구매 성향 변화와 최근 K-뷰티 소비 트렌드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독일 전역에 10개 매장을 운영하고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2개 매장을 보유한 K사의 마케팅 담당자 M씨는 독일 내 K-뷰티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1년 6개월 전 입사 당시와 비교해 고객 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글래스 스킨(Glass Skin) 등 한국식 스킨케어 트렌드와 새로운 제형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화장품 구매뿐 아니라 제품 상담과 추천을 받기 위해 매장을 찾는 고객도 이전보다 많아졌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K-뷰티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이 주 소비층이었으나, 최근에는 피부 트러블이나 안티에이징 상담을 위해 방문하는 30~60대까지 관심층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크푸르트는 외국인 거주 비중이 높은 지역 특성상 독일인 고객이 약 40%, 여성 고객이 약 80%를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남성 고객의 방문도 점차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별도의 남성 전용 스킨케어 제품은 판매하고 있지 않으며, 대부분의 제품이 유니섹스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어 남성 고객도 자신의 피부 고민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자체 촬영]


T사의 판매 담당자 B씨는 고객과의 1:1 피부 상담을 전문 매장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았다. 그는 SNS를 통해 피부 관련 상담을 진행하고, 매장에서는 고객과의 상담을 바탕으로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며 신뢰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브랜드를 권하기보다 성분과 기능을 고려해 제품을 제안하며, K-뷰티를 처음 접하는 고객에게는 피부 자극이 적고 진정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주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또한 과거에는 K-팝 팬을 중심으로 K-뷰티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한국 화장품의 사용 경험을 계기로 재방문하는 고객이 늘고 있으며, 히알루론산, 콜라겐, PDRN 등 주요 성분과 제품 제형을 꼼꼼히 확인하는 소비자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한편 두 업체 모두 일부 한국 화장품을 독일 드럭스토어에 B2B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드럭스토어는 대표 제품 중심의 판매 채널인 반면, 전문 매장은 피부 상담과 제품 체험을 통해 소비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독일 내 K-뷰티 유통이 드럭스토어와 전문 매장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 드럭스토어 dm이 평가한 K-뷰티 경쟁력


아울러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은 독일 드럭스토어 dm의 상품기획 담당 책임자 S씨와 별도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독일 소비자의 K-뷰티 인식과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 독일 드럭스토어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요인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본 인터뷰는 기업 측의 서면 답변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관련 내용은 기업의 설명에 근거한다.


Q1. 독일 소비자들은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최근 독일 소비자들의 한국식 스킨케어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혁신적인 제형과 최신 유효성분, 그리고 피부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한국식 스킨케어 접근법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심은 dm이 판매하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뿐 아니라 자체 브랜드인 'Balea inspired by Korean Skincare' 제품군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당사는 K-뷰티가 현재 스킨케어 분야의 중요한 혁신 동력(Impulsgeber)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료: dm 홈페이지 및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자체 촬영]


Q2. 유럽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한국 화장품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사는 한국 화장품의 강점으로 혁신적인 제품 개발, 가벼운 사용감의 제형, 그리고 보습과 피부 장벽 관리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꼽고 있습니다. 또한 최신 연구 결과와 새로운 유효성분을 빠르게 제품에 적용해 소비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를 유럽 화장품과의 경쟁 관계로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강점이 결합될 때 더 우수한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dm의 자체 브랜드인 'Balea inspired by Korean Skincare' 역시 한국식 스킨케어에서 영감을 받은 콘셉트와 유럽의 피부과학적 전문성을 결합해 독일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개발됐습니다.


Q3.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독일 드럭스토어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적인 성분과 차별화된 제품 콘셉트뿐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 우수한 품질, 투명한 제품정보,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 대비 가치도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 있습니다.


시사점


독일 화장품 시장에서는 드럭스토어를 중심으로 성분과 브랜드 정체성을 중시하는 독립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의 독립 브랜드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독일 소비자가 제품의 성분과 효능,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성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현장조사에서도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K-콘텐츠 소비를 넘어 피부 고민과 제품 성분, 효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소비로 이어지고 있으며, 전문 매장은 피부 상담과 제품 체험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유통 채널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현장에서는 일부 제품이 EU 화장품 규정에 맞춰 성분을 조정하거나 유럽 전용 사양으로 판매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이는 국내 기업이 독일 시장 진출 시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EU 화장품 규정에 대한 대응과 제품 현지화도 함께 준비해야 함을 보여준다. 특히 독일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제품에 반영하는 한편, 제품 품질과 소비자 신뢰, 투명한 제품정보, 합리적인 가격 대비 가치를 함께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인 시장 안착에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드럭스토어와 K-뷰티 전문점이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각 유통 채널의 특성과 소비자 접점을 고려한 제품 및 마케팅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자료: Handelsblatt, brand eins, NIQ, dm, 관계자 인터뷰 및 KOTRA 자체정보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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