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개요

말레이시아 재무부(MOF)는 2026년 8월 7일 GEAR-uP(Government-Linked Enterprises Activation and Reform Programme, 정부연계기업 활성화·개혁 프로그램) 2026 성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GEAR-uP 시행 이후 처음 공개된 연간 종합 성과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6개 정부연계투자회사(Government-Linked Investment Company, GLIC)는 2025년 총 203억 링깃(약 50억 7,500만 달러)의 국내 직접투자(DDI)를 배정·집행했다. 이는 2024년 66억 링깃(약 16억 5,000만 달러)의 약 3배 규모다. 이 가운데 14억 링깃(약 3억 5,000만 달러)이 고부가가치 반도체 분야에, 18억 링깃(약 4억 5,000만 달러)이 디지털·물류 인프라에 투입됐다.

GEAR-uP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2024년 8월 도입한 산업·기업 개혁 프로그램이다. 근로자공제기금(Employees Provident Fund, EPF), 국영자산운용사(Permodalan Nasional Berhad, PNB), 공무원퇴직기금(Kumpulan Wang Persaraan, KWAP), 국부펀드 Khazanah Nasional, 이슬람 성지순례기금(Lembaga Tabung Haji, TH), 군인기금(Lembaga Tabung Angkatan Tentera, LTAT) 등 6개 GLIC가 참여한다.

이들 기관은 2024~2028년 총 1,200억 링깃(약 300억 달러)의 국내 직접투자를 추진하기로 약정했다. 이는 GLIC가 기존에 운용하는 약 4,400억 링깃(약 1,100억 달러) 규모의 공개시장 투자와 별도로 추진되는 투자계획이다. 프로그램 출범 당시 6개 GLIC의 총 운용자산은 1조 8,000억 링깃(약 4,500억 달러)을 넘어 당시 말레이시아 명목 GDP와 유사한 규모였다.

따라서 GEAR-uP는 일반적인 정부 보조금이나 재정지원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정부 예산을 직접 배분하는 대신, 연기금·국부펀드·자산운용사 등 대규모 장기자금을 보유한 GLIC가 상업적 수익성과 국가 산업정책이 동시에 충족될 수 있는 분야에 자본을 공급하는 구조다.

말레이시아 재무부는 GEAR-uP를 통해 반도체·첨단제조, 에너지전환, 디지털 인프라, 헬스케어 등 고성장·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스타트업에서 중견기업, 기업공개(IPO)에 이르는 기업 성장단계별 자금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GLIC의 투자원칙과 수탁자 의무는 유지하면서 국가의 장기 산업경쟁력 강화와 연계한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GEAR-uP 추진 배경

GEAR-uP는 안와르 정부의 중장기 경제정책인 Ekonomi MADANI에서 제시한 ‘경제의 상한을 높이는 것(Raise the Ceiling)’과 ‘국민생활의 하한을 높이는 것(Raise the Floor)’을 동시에 추진하는 실행수단 중 하나다.

말레이시아는 반도체와 전기·전자 등 글로벌 제조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산업활동 상당 부분이 제조·조립·테스트 등에 집중돼 있다는 한계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정부는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통한 생산시설 유치와 함께 현지기업의 설계·연구개발·지식재산권·첨단 엔지니어링 역량을 강화하는 국내투자 확대를 산업정책의 주요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GEAR-uP는 이러한 과정에서 GLIC를 장기 투자자 역할로 활용한다.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하기보다 이미 GLIC가 운용하고 있는 자금을 국가적으로 필요한 분야 가운데 장기적인 상업적 투자기회가 존재하는 산업에 투입함으로써 정부재정을 보완하고 민간 후속투자를 유도하는 구조다.

2024년에는 6개 GLIC의 투자방향과 약정규모를 설정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2025년부터 실제 투자 집행이 본격화됐다. 2025년 6월 중간점검 당시 이미 110억 링깃(약 27억 5,000만 달러)이 집행됐으며, 올해 8월에 발표된 연간 성과보고서에서는 2025년 전체 배정·집행액이 203억 링깃(약 50억 7,500만 달러)으로 집계됐다.

또한 GEAR-uP의 적용범위도 GLIC 자체에서 산하 GLC로 확대되고 있다. 2025년 6월 정부는 30개 이상의 GLC로 프로그램 적용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으며, 2026년 성과보고서 기준 6개 GLIC 산하 37개 GLC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표1> GEAR-uP 주요 추진내용

구분

주요 내용

시행

2024년 8월

주관

말레이시아 재무부(MOF)

참여기관

Khazanah, EPF, PNB, KWAP, LTAT, Tabung Haji 등 6개 GLIC

투자기간

2024~2028년

국내 직접투자 목표

1,200억 링깃(약 300억 달러)

기존 공개시장 투자

약 4,400억 링깃(약 1,100억 달러) 별도

주요 투자분야

반도체·첨단제조, 디지털 인프라, 에너지전환, 헬스케어, 스타트업·중견기업 등

주요 투자방식

직접투자, 벤처캐피털·사모펀드, 인프라 투자, 성장기업 투자, IPO 지원

프로그램 참여범위

6개 GLIC 및 산하 37개 GLC(2026년 성과보고서 기준)

정책목표

전략산업 육성, 현지기업 성장, 민간투자 유도,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

자료: 말레이시아 재무부(MOF)

참여 GLIC별 역할

GEAR-uP는 모든 투자기관이 동일한 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기관의 투자역량과 기존 역할에 따라 중점분야를 구분하고 있다.

Khazanah는 기업가치 제고, 에너지전환, 디지털화, 반도체 생태계, 중견기업과 벤처캐피털 육성을 담당한다. KWAP는 사모펀드·인프라·부동산 등 민간 투자시장을 확대하며, 디지털경제·에너지전환·첨단제조·식량안보 등을 주요 투자분야로 설정했다.

PNB는 산업단지, 제조업 자동화, 팜유산업 스마트화, 녹색·에너지전환 자산과 부미푸트라 기업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EPF는 고령화에 대응한 지속가능한 헬스케어와 사회보장 분야, Tabung Haji는 이슬람 금융, LTAT는 바이오의약품을 포함한 현지 의약품 생산역량 강화를 담당한다.


<표2> 주요 GLIC별 중점 투자분야

기관

주요 투자·육성 분야

Khazanah Nasional

반도체, 디지털화, 에너지전환, 중견기업, 벤처캐피털, 연결성·항공

KWAP

사모펀드, 인프라, 부동산, 디지털경제, 첨단제조, 에너지전환, 성장기업

PNB

산업단지, 제조업 자동화, 스마트팜·팜유 현대화, 녹색산업, 부미푸트라 기업

EPF

헬스케어, 고령친화산업, 사회보장·연금

LTAT

바이오의약품 및 현지 의약품 생산

Tabung Haji

이슬람 금융 및 관련 금융생태계

자료: 말레이시아 재무부(MOF)


2025년 국내투자 3배 확대

2025년 6개 GLIC가 GEAR-uP를 통해 국내에 배정·집행한 투자액은 203억 링깃(약 50억 7,500만 달러)으로 2024년 66억 링깃(약 16억 5,000만 달러)의 약 3배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24~2025년 누적 투자액은 단순 합산 기준 약 269억 링깃(약 67억 2,500만 달러)에 달한다.

2025년 투자에서는 반도체와 첨단기술, 디지털·물류 인프라, 중견기업, 스타트업, 에너지전환 등 다양한 분야가 주요 투자대상으로 제시됐다.

특히 2026년 GEAR-uP 성과보고서와 재무부 발표를 종합하면 첨단기술·반도체 분야에는 약 32억 링깃(약 8억 달러)의 자본이 공급됐다. 다만 이 가운데 14억 링깃(약 3억 5,000만 달러)은 말레이시아 반도체 산업을 기존 테스트·패키징 중심에서 설계와 지식재산권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투자로 별도 분류됐다.

<표3> 2025년 GEAR-uP 주요 투자분야

분야

주요 투자액

주요 내용

첨단기술·반도체

32억 링깃(약 8억 달러)

반도체·첨단기술 생태계 투자

고부가가치 반도체

14억 링깃(약 3억 5,000만 달러)

설계·IP 등 고부가가치 영역 확대

디지털·물류 인프라

18억 링깃(약 4억 5,000만 달러)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자동화 물류 인프라 등

중견기업 성장

18억 링깃(약 4억 5,000만 달러)

성장단계 현지기업 규모 확대

부미푸트라 기업

13억 링깃(약 3억 2,500만 달러)

현지 부미푸트라 기업 성장 지원

벤처·스타트업

5억 8,800만 링깃(약 1억 4,700만 달러)

초기·성장기업 및 벤처생태계

에너지전환

2억 7,000만 링깃(약 6,750만 달러)

녹색·저탄소 산업 및 관련 인프라

주: 각 항목은 GEAR-uP 성과보고서상의 투자분류를 요약한 것으로 일부 범주가 상위·하위 개념으로 중첩될 수 있어 단순 합산액이 전체 국내투자액(DDI)와 일치하지 않음
자료: 말레이시아 재무부(MOF), Bernama, The Edge


반도체, 후공정에서 설계·IP로 투자영역 확대


GEAR-uP에서 가장 주목할 분야 중 하나는 반도체 산업이다. 말레이시아는 글로벌 반도체 조립·테스트 및 후공정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정부는 향후 IC 설계, 연구개발, 첨단제조, 지식재산권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의 현지 역량을 확대하는 것을 주요 산업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Khazanah와 KWAP는 2025년 14억 링깃(약 3억 5,000만 달러)을 고부가가치 반도체 분야에 배정·집행했다. 이는 현지 설계기업을 육성하고 해외 첨단기술을 말레이시아에 정착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대표적인 사례가 말레이시아 IC 설계기업 SkyeChip이다. 페낭에 본사를 둔 SkyeChip은 인공지능(AI)과 고성능컴퓨팅용 실리콘 지식재산권 및 주문형 반도체(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 ASIC)를 개발하고 있으며, 300명 이상의 반도체 설계인력과 미국·중국·말레이시아에서 출원한 10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SkyeChip은 2026년 5월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Bursa Malaysia)의 메인마켓(Main Market, 대형·우량기업 중심 주식시장)에 상장했으며, Khazanah는 EPF, LTAT, Tabung Haji 등과 함께 주요 기관투자자로 참여했다. 기업공개를 통해 최대 3억 5,200만 링깃(약 8,800만 달러)을 조달했으며, 조달자금의 60% 이상을 연구개발에 배정했다.

Khazanah가 투자한 미국 반도체·AI 기술기업 Syntiant도 2026년 1월 페낭에 신규 제조·연구개발 캠퍼스를 개소했다. 시설 규모는 약 22만 sqft로 확대됐으며, 연간 생산능력은 약 16억 개로 늘어났다. 신규 캠퍼스는 최대 800명의 인력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러한 사례는 GEAR-uP가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만을 목표로 하기보다 현지 설계기업 육성, 해외 첨단기술기업 투자, 연구개발 및 제조기능의 현지 정착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센터와 자동화 물류 인프라 확대


2025년에는 디지털·물류 인프라에 18억 링깃(약 4억 5,000만 달러)이 배정·집행됐다. 주요 투자대상에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와 자동화 물류허브 등이 포함됐다.

이는 최근 조호르와 클랑밸리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데이터센터 및 첨단제조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기반시설 구축과 연결된다. 데이터센터와 고부가가치 제조업이 확대될수록 전력·냉각·통신뿐 아니라 자동화 창고, 스마트물류, 공급망관리 등 관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KWAP의 Dana Pemacu도 이러한 민간시장 투자 확대를 지원하는 주요 수단이다. Dana Pemacu는 2024~2029년 총 60억 링깃(약 15억 달러)을 사모펀드, 인프라 및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투자운용사와 말레이시아 현지 운용사가 공동으로 투자하는 공동 운용사(Co-General Partner, co-GP) 구조를 활용한다.

2026년 6월 기준 12개의 co-GP가 선정됐으며 실제 집행액은 약 3억 5,550만 링깃(약 8,888만 달러)으로 집계됐다. 한편 8월 GEAR-uP 성과보고서에는Dana Pemacu의 배정액으로 12억 링깃(약 3억 달러)이 제시됐다.

Dana Pemacu에서는 글로벌 인프라 투자회사 I Squared Capital과 말레이시아 Quantum Infrastructure Partners가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및 송전 인프라 등의 투자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이에 따라 GEAR-uP의 디지털 분야 투자는 데이터센터 건물 자체뿐 아니라 전력공급, 냉각, 통신, 스마트물류 및 제조시설을 포함한 연관 산업 인프라 전반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전환과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

2025년 GEAR-uP의 에너지전환 분야에 분류된 투자액은 약 2억 7,000만 링깃(약 6,750만 달러)으로 반도체와 디지털 분야에 비해서는 아직 규모가 작다. 다만 GEAR-uP에 참여하는 GLIC 산하 GLC(Government-Linked Company)의 자체 설비투자까지 고려하면 에너지 분야의 관련 투자규모는 훨씬 크다.

대표적으로 국영 전력회사 Tenaga Nasional Berhad(TNB)는 제4차 규제기간(Regulatory Period 4, RP4)을 통해 428억 링깃(약 107억 달러)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며, 2025년 설비투자액만 120억 링깃(약 30억 달러)을 기록했다.

KWAP도 에너지전환을 별도의 장기 투자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Dana Iklim+는 2026~2030년 총 20억 링깃(약 5억 달러)을 인프라, 사모펀드, 부동산 및 자연기반솔루션 등에 투자하는 기후투자 플랫폼이다.

첫 번째 투자로는 에너지효율형 지역냉방 사업자인 Lestari Cooling Energy에 최대 1억 9,000만 링깃(약 4,750만 달러)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역냉방은 데이터센터, 대규모 상업시설 및 산업시설의 냉각에너지 절감과 연결될 수 있어 재생에너지 발전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화 인프라까지 GEAR-uP의 투자영역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PNB와 주요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페락(Perak) Kerian Integrated Green Industrial Park와 셀랑오르(Selangor) Carey Island의 산업·물류개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GEAR-uP 중간점검 당시 정부는 두 지역에 걸쳐 총 약 3,000에이커 규모의 산업개발이 착수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에너지 분야의 투자수요는 재생에너지 발전 자체뿐 아니라 전력망, 데이터센터 전력공급, 산업단지 전력 인프라, 냉각·에너지효율 및 에너지저장 분야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스타트업부터 IPO까지 성장자금 공급

GEAR-uP의 또 다른 특징은 전략산업의 대형 프로젝트 투자뿐 아니라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라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점이다. 초기 스타트업에는 Khazanah 계열의 Jelawang Capital과 KWAP의 Dana Perintis 등이 자금을 공급한다.

Dana Perintis는 최대 5억 링깃(약 1억 2,500만 달러) 규모의 초기기업 투자재원을 운용하고 있으며, 2026년 6월 기준 직접·간접투자를 통해 38개 기업에 약 3억 링깃(약 7,500만 달러)을 투자했다.

Khazanah의 Dana Impak 역시 2024~2028년 60억 링깃(약 15억 달러)의 투자재원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및 성장기업, 전략산업 생태계를 지원하고 있다. Jelawang Capital을 통한 현지 벤처투자 생태계 육성, 중견기업 성장 지원, SkyeChip과 같은 기업의 상장단계 투자까지 기업 성장주기 전반을 연결하는 구조다.

2025년 GEAR-uP 성과보고서 기준 Jelawang Capital과 Dana Perintis 등을 통한 벤처·스타트업 단계 투자액은 총 5억 8,800만 링깃(약 1억 4,700만 달러)으로 집계됐다.

이후 성장단계에서는 Dana Pemacu 등 사모펀드·성장자본을 활용하고, 기업이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GLIC의 기관투자 및 자본시장 참여를 통해 IPO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SkyeChip 사례 역시 초기 벤처투자 단계에서 시작해 Khazanah 등 기관투자자의 지원을 거쳐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 메인마켓에 상장됐다는 점에서 이러한 성장자본 연계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재정을 보완하는 장기자본 활용

GEAR-uP의 정책적 특징은 정부가 GLIC 자금을 특정 산업에 일방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 가운데 장기적인 상업적 투자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에 기관자본을 공급하는 것이다.

GLIC는 연금가입자, 펀드 투자자와 예금자 등의 자산을 관리하는 기관이므로 투자수익과 수탁자 의무를 유지해야 한다. GEAR-uP 역시 각 기관의 이러한 의무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상업적 투자기회와 국가적 정책목표가 일치하는 영역에 장기자금을 투입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GEAR-uP의 역할은 정부 보조금보다는 앵커투자자(anchor investor) 또는 인내자본(patient capital) 공급에 가깝다. GLIC가 장기자금을 공급하고 해외·현지 민간 운용사와 공동 투자하면서 추가적인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이러한 모델은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망, 친환경 산업단지처럼 초기 투자금액이 크고 투자회수기간이 긴 산업에서 특히 활용 가능성이 높다.

2026년 이후 투자집행 지속 확대

2024년과 2025년에 GEAR-uP를 통해 배정·집행된 DDI는 단순 합산 기준 약 269억 링깃(약 67억 2,500만 달러)이다. 전체 1,200억 링깃(약 300억 달러) 투자계획과 비교하면 약 931억 링깃(약 232억 7,500만 달러)이 남아 있어 2028년까지 추가 투자여력이 상당하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GEAR-uP를 국내투자 확대의 주요 정책수단으로 지속 활용할 계획이다. 2026년 예산에서는 GLIC의 국내투자를 전년도 목표인 250억 링깃(약 62억 5,000만 달러)에서 300억 링깃(약 75억 달러)으로 확대했다. 주요 투자대상에는 에너지전환, 식량안보, 디지털경제 및 성장단계 현지기업 등이 포함된다.

또한 2026년 GEAR-uP 성과보고서 기준 산하 37개 GLC의 2025년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은 8.0%로 정부 목표 7.5%를 웃돌았다. 정부는 향후 투자확대와 기업가치 제고를 병행하면서 GLIC·GLC가 전략산업의 성장과 현지기업 육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시사점

GEAR-uP는 말레이시아 산업정책에서 정부의 역할이 외국인투자 유치와 재정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국내 기관투자자의 장기자본을 활용해 전략산업과 현지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생산·조립시설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IC 설계, 연구개발, 지식재산권 및 고부가가치 제조역량을 말레이시아 내부에 축적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에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첨단 패키징, 자동화·검사장비, 공정관리 및 설계 관련 분야에서 현지기업과의 공급·기술협력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디지털 분야에서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와 자동화 물류시설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전력·냉각시스템, 무정전전원장치(UPS), 서버·네트워크 인프라, 데이터센터 관리시스템, 물류로봇, 자동창고, 창고관리시스템(WMS) 및 사이버보안 등 연관 산업의 수요도 함께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데이터센터와 첨단제조시설의 전력수요 증가, 재생에너지 확대 및 전력망 현대화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 전력변환장치(PC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변압기·개폐기, 스마트그리드, 산업용 냉각 및 에너지효율 솔루션 등이 유망 분야로 볼 수 있다.

다만 GEAR-uP의 투자자금이 해외기업에 직접적인 보조금이나 지원금 형태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GLIC가 현지기업, 펀드, 산업단지와 인프라 프로젝트 등에 투자하고 해당 기업과 프로젝트가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해외 기술·장비기업의 공급망 참여기회가 발생하는 구조에 가깝다.

따라서 한국 중소·중견기업에는 GLIC 자체를 최종 고객으로 접근하기보다 GLIC 투자기업, 산하 GLC, 현지 EPC·시스템통합기업, 산업단지 개발사 및 투자펀드 포트폴리오 기업의 공급망에 진입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GEAR-uP는 단순한 해외기술 도입보다 현지기업의 성장, 기술역량 축적, 고숙련 일자리 및 국내 공급망 형성을 중시한다. 한국기업 역시 제품 수출만 제안하기보다 현지기업과의 기술협력, 공동 연구개발, 현지 조립·생산, 기술교육 및 장기 유지보수 등을 포함한 협력모델을 제시할 경우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전체 1,200억 링깃(약 300억 달러) 투자계획 가운데 상당한 투자여력이 2028년까지 남아 있는 만큼, 반도체·디지털 인프라·에너지전환·헬스케어 분야에 진출하려는 한국기업은 각 GLIC와 GLC의 신규 투자계획과 투자기업을 조기에 파악하고 현지 파트너와 공급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자료: 말레이시아 재무부(MOF), Khazanah Nasional, 공무원퇴직기금(KWAP), 말레이시아 투자개발청(MIDA), Bernama, The Edge 등 KOTRA 쿠알라룸푸르 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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