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배터리 리사이클이 ‘폐기물 처리’의 범주를 넘어, 니켈·코발트·리튬 등 금속을 재생 원료로 확보하려는 흐름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핵심 광물의 가격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사용 후 리튬이온전지와 블랙매스를 전제로 한 회수·정제 투자가 구체화되면서 원료 조달과 정제 역량이 동시에 중요해지는 국면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내 공급망 구축에 그치지 않고 동아시아 원료 시장에도 일정한 변동 요인이 될 수 있어, 관련 투자·조달 동향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투자 발표와 실제 가동, 그리고 상업적 물량 확보까지는 시차가 발생할 수 있어 단기·중장기 영향을 구분해 볼 필요도 있다.


일본 리사이클·정제 투자 확대 흐름


기업 투자 측면에서는 비철·소재 기업의 설비 계획이 잇달아 공개되고 있다. 스미토모 메탈 마이닝은 사용 후 리튬이온전지 등에서 구리·니켈·코발트·리튬을 회수하는 리사이클 플랜트 건설을 발표하고 2026년 6월 완공 목표를 제시했다. 미쓰이도 합작사 J-Cycle을 통해 일본 내 배터리 리사이클 공장 가동을 추진하며 인허가 절차 이후 조업을 개시한다는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미쓰비시머티리얼즈는 블랙매스에서 리튬·코발트·니켈을 회수하는 파일럿 설비 구축과 기술개발을 공개하며 정부 지원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회수”뿐 아니라 “정제” 단계까지 포함해 재생 원료로 전환하려는 밸류체인 구축이 병행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투자들은 수거·전처리–회수–정제–제품화까지의 연결을 염두에 두고 있어, 향후에는 원료 확보와 제품 오프테이크를 둘러싼 협력 구도도 함께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블랙매스는 사용 후 배터리를 파쇄·전처리한 혼합 분말로, 유가금속을 포함하지만 함량과 불순물 수준이 배터리 종류와 전처리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양극·음극 재료, 집전체 잔재, 전해질 잔류물 등이 함께 포함될 수 있어, 수분이나 특정 성분 잔존 여부에 따라 정제 공정 난이도와 비용이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정제 단계에서 공정 안정성과 품질 균일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 되고, 관련 실증과 파일럿이 확대되는 점이 이번 흐름의 특징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 정책 DB에서도 일본의 중요 광물 보조금 프로그램에서 블랙매스 기반 니켈·코발트·리튬 회수·정제 실증이 지원 대상으로 포함돼 있음을 소개하고 있어, 민간 투자와 공공 지원이 함께 움직이는 구도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에는 회수율 제고, 불순물 저감, 공정 에너지 사용 절감과 같은 기술 고도화가 경쟁 포인트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회수 체계 측면에서는 소형 전지 수거, 사업장 배출물 관리, 지자체·유통 채널과의 연계 등 ‘원료를 어떻게 모으는가’가 설비 투자만큼 중요해질 수 있다.


<일본 배터리 리사이클 밸류체인 흐름도>

[자료: KOTRA 도쿄무역관 작성]


원료 수급과 거래 조건의 변화 가능성


리사이클 설비가 늘수록 경쟁의 초점은 원료 확보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즉 사용 후 전지, 스크랩, 블랙매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사업성의 전제가 되기 때문에, 수거망·조달망이 중요한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 일부 프로젝트 설명에서는 해외에서 원료를 조달할 수 있음을 전제로 준비한다는 취지의 언급도 있어, 일본 내 설비 증설이 역내 원료 흐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실제 영향의 크기는 각 프로젝트의 가동 수준과 조달처 구성, 동아시아 지역의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원료의 이동에는 운송·보관 안전 기준, 전처리 수준에 따른 거래 규격, 품목 분류와 통관 실무 등이 함께 작동할 수 있어, 가격 외에도 리드타임과 거래 비용이 변동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품질과 문서 요구다. 재생 원료가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에 편입될수록 불순물 관리와 규격 대응이 중요해질 수 있으며, 거래 과정에서 시험성적서, 성분 분석표, 로트별 추적 정보 등 품질 확인 자료 요구가 늘어날 여지도 있다. 특히 재생 원료를 ‘배터리급’으로 사용하려는 수요가 확대될 경우, 공급 안정성과 품질 일관성을 입증하는 자료가 협상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이는 “정제 역량”이 단순한 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공급망 경쟁력과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망 및 시사점


한국 배터리·소재 기업 입장에서는 일본의 리사이클·정제 투자 확대가 곧바로 공급망 구조를 바꾼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업계 관계자와 KOTRA 도쿄무역관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일본 리사이클러가 만든 블랙매스는 주로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한국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따라서 일본 국내에서 스크랩·블랙매스 수요가 늘어날 경우 원료 조달 단가와 물량, 계약 조건이 변동할 여지는 있다. 또한 일본 내 정제 프로젝트가 확대되면 재생 원료 및 중간재 거래에서 품질 규격과 불순물 관리 요구가 점진적으로 강화될 가능성도 있어, 국내 소재·정제 기업은 시장 요구 수준 변화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일본발 재생 원료·중간재가 조달 옵션으로 거론될 경우에도 실제 거래에서는 품질과 공급 안정성에 대한 확인이 선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일본 내 수요 확대가 원료 확보 경쟁을 유발할 경우, 국내 리사이클러의 원료 조달 비용과 가동률에도 간접 영향이 발생할 수 있어, 동향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본 내 신규 설비의 실제 가동 시점과 처리량, 원료 조달처 구성, 재생 원료의 제품 형태와 사양, 주요 수요처와의 장기 구매계약 체결 여부 등이 공개되는지 여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료: 스미토모메탈마이닝, 미쓰이(J-Cycle), 미쓰비시머티리얼즈, 국제에너지기구(IEA) 정책 DB, KOTRA 도쿄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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