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는 지난 7월 2일 외국인 및 외국 기업에 대한 양도소득세(Capital Gains Tax, 이하 CGT) 과세 기반을 강화하는 개정 법안(Treasury Laws Amendment Bill 2026)을 의회에 공식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2024–25 연방 예산안에서 처음 발표된 후, 올해 4월 10일 초안이 공개되었다. 이후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된 발의안으로, 시행된다면 2006년 현행 틀이 도입된 후 20여년 만의 개혁이다.
CGT는 우리 투자진출 기업이 사업용 건물이나 토지, 설비 등의 자산 및 지분을 처분할 때를 비롯해 우리나라 국적을 유지하는 개인이 부동산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호주 정부에 내야 하는 세금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외국 기업 및 외국인에 대해 내국인보다 더 까다로운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일반적 관례이지만, 이번 개편안 초안이 큰 반발을 산 것은 지난 20년에 대한 소급적용 조항 때문이었다. 초안에 따르면, 관련법이 최초 시행된 2006년 이후 현 시점까지의 모든 거래에 대해 개정안이 적용되기 때문에, 호주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20여년 전 거래가 완료된 건이라 하더라도 변경된 기준에 따라 양도소득세의 추가 과세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최종안에서 해당 조항은 철회되었지만, 노동당 정부의 외국기업에 대한 정책 기조를 확인할 수 있는 시도였다. 또한, 소급 적용 철회와는 별개로, 과세 대상의 확대 및 평가 방식의 변경과 사전 고지 의무 등 주요 골자는 유지되거나 초안 대비 촘촘하게 개정된 지점들이 있으므로 이미 호주에 진출했거나 투자 예정인 우리 기업의 주의가 요구될 예정이다. 동 법안은 하반기 의회 심의가 완료되는 대로 빠르면 올해 10월 1일부터 혹은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변경 사항은 아래와 같다.
과세 대상(Taxable Australian Real Property, TARP) 정의 확대
기존에 CGT는 부동산 실물, 광업권, 간접소유 법인 지분에 대해 부과되었다. 변경된 이후 TARP 상 자산의 정의에 토지에 고정·설치된 기계 및 장비, 토지 이용권(임차권·통행권·접근 계약권 포함), 발전 허가권, 수자원 이용권 등도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특히, 초안과 달리 장비의 내용연수 대비 설치기간 조건 제한이 삭제되면서, 해당 자산은 설치시점부터 토지와 결합되어 자산 가치에 더해진다.
해당 조항의 변화는 호주에 진출한 우리 광물 및 신재생 에너지 분야 기업과 물류기업에 주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풍력 발전기의 터빈, 대규모 태양광 패널 인프라, 광산에 고정된 거대 채굴 장비, BESS(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 등 우리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자원 개발이나 인프라 프로젝트 관련 자산들이 과세 대상이며 특히, 채굴 또는 탐사정보(MQPI)와 같은 추상적 가치도 명시하고 있어 기업이 실질적으로 사업과 관련하여 보유하고 있는 모든 유무형 자산이 포함되는 셈이다.
한편,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해서는 2030년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50%의 CGT 감면 혜택이 제공된다. 하지만 관련 분야의 프로젝트 개발이 길게는 수십 년의 장기 투자 및 운영을 요하기 때문에, 해당 조항은 신규 투자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로 작용하기보다 기존 투자자들의 단기 매각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호주는 제조업이 많이 발달하지 않았지만, 넓은 영토와 활발한 교역 때문에 물류산업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다수 있다. TARP의 확대로 대형 물류센터를 보유한 기업들뿐 아니라, 부지 이용권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타격을 받게 된다. 대다수의 우리 기업들이 물류센터를 직접 소유하지 않고, 장기 임차 계약을 맺고 운영하고 있는데, 임차권과 자동화 물류 설비 등 센터에 있는 다양한 장비, 장치들 역시 대상이 된다.
자산 테스트(Principal Asset Test, PAT) 방식의 변경
CGT의 과세 대상 여부는 PAT로 결정된다. 전체 자산 가치 중 호주 부동산 자산(TARP)의 가치가 50%를 초과하면 과세 대상이다. 다만, 기존에는 매각 시점(point-in-time)에서의 자산 가치가 기준이었다면, 변경된 이후에는 매각 전 365일 중 한 시점이라도(at any time) 자산 가치가 50%를 초과했다면 과세 대상이 된다. 매각 직전 해외 자산이나 현금을 임시 편입하여 호주 자산 비중을 50% 미만으로 눈속임하던 기존의 조세 회피 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평가 기준 기간의 소급(look-back)이 시행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 10월 1일부터 법안이 시행되고 외국기업이 10월 2일 자산 매각을 시도한다면, PAT 적용 기준 기간은 법안 시행 이전인 2025년 10월 2일부터 매각시점까지가 된다. 이로 인해, 우리 기업들은 법안 시행 이전 기간에 대한 자산 가치 평가 및 감정평가서 등의 회계 증빙을 소급하여 준비해야 하는 실무적 부담을 안게 된다.
대형 거래에 대한 사전 고지 의무 신설
간접 지분의 매각 규모가 5,000만 호주 달러(3,502만 달러) 이상인 경우, 매도인은 호주 국세청인 ATO에 사전 고지 의무를 지며, 위반할 경우 매수인에 원천징수 15% 납세 의무가 부과된다. 매각 계약 체결부터 종결까지 31일 이상 소요되는 경우에는 소유권 이전 최소 28일 전에 ATO에 사전 보고(Approved Form)를 완료해야 한다. 주의할 점은 별도의 거래 건이라 하더라도, ATO가 연관 거래(Related Transactions)라고 판단할 경우, 합산 금액이 기준을 초과하면 과세를 피할 수 없다. 그리고 합산 규정에 대한 정확한 시점 및 거래 기준은 명시화되어 있지 않다.
시사점
가장 논란이 된 20년 치의 소급 적용은 피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매각시점으로부터 1년여 간의 기간을 평가받는다는 것은 분명 늘어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엑싯(exit) 시점에 대한 보다 장기적인 접근과 대비가 필요해진 것이다. 자산 가치 관리와 회계자료 보관, 중장기 감정 평가 체계의 구축 등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실무적으로는 연관 거래의 합산 시점 기준이 모호한 만큼, 호주 기업 인수나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우리 기업은 계약서 내 'ATO 사전 고지 완료'를 잔금 지급의 선결 조건(Condition Precedent)으로 명시하고 선제적으로 세무 실사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신재생에너지 분야 자산 매각이 5년 내외로 예정되어 있다면, 한시적 세제 혜택이 종료되는 2030년 6월 말까지 행정적인 절차를 마무리 하는 것이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진출기업들의 회계 자문을 주로 처리하는 현지 회계법인 K사의 회계사 K는 시드니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본격적인 법안 시행 전이고, 우리 진출 기업이 먼저 관련 자문을 요청한 사례는 없다. 실제 매각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예상하지 못한 실무적 이슈들이 다수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외국 기업의 입장에서 설비 투자 등 현지에서 자본을 투입할수록 과세 리스크가 높아진다면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주춤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번 발의안뿐 아니라, 향후에도 외국기업에 대한 세원 관리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 기업들은 호주 진출 전략 수립 시 세제 리스크를 사업성 검토의 핵심 요소로 반영하고, 투자 이후에도 자산 가치 변동과 지분 구조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관리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료 : ATO(Australian Tax Office, 호주 국세청), Corrs Chambers Westgarth, PwC 및 KOTRA 시드니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