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 데이터센터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틈새 인프라로 여겨졌던 데이터센터는 오늘날 AI 도입,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발전소나 공항에 버금가는 국가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했다. GCC 전역의 정부와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 UAE가 있다.
석유 왕국에서 데이터 강국으로, UAE의 대전환
UAE가 달라지고 있다. 석유 수출로 쌓은 부를 이번에는 데이터센터에 쏟아붓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를 국가 핵심 자산으로 규정한 UAE 정부는 글로벌 빅테크 유치와 자국 AI 생태계 육성이라는 두 축의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 UAE는 2026년 5월 1일부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OPEC+에서 탈퇴하며 산업 구조 전환 의지를 공식화했다. 탈퇴 배경에는 증산 제약에서 벗어나 석유 수출 수익을 자국 전략 산업에 보다 자유롭게 투입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기조 아래 디지털 인프라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UAE·사우디아라비아 GCC 데이터센터 시장 양분, 건설 비용 경쟁력은 UAE가 우위
UAE와 함께 GCC 데이터 시장 성장을 이끄는 또 다른 축은 사우디아라비아다. 두 나라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클라우드 수요를 바탕으로 시장을 양분하며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240여 개의 AI 전문 기업을 유치한 사우디아라비아의 AI 특허 포트폴리오는 2019년 대비 5배 성장했다. 기술 강국이라는 장기 국가 비전을 바탕으로 2034년까지 6.6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 HUMAIN(Al-Mustaqbal Lil-Thaka Al-Istinai Co)
한편 UAE는 두바이 수전력청(DEWA) 산하 모로 허브(Moro Hub)의 태양광 발전 기반 데이터센터, 미국 외 지역에서의 세계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 복합단지를 목표로 하는 스타게이트 UAE(Stargate UAE)를 추진하며 각축 중이다.
다만 경제성 측면에서는 UAE가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건설 컨설팅 기업 터너앤타운센드(Turner & Townsend)의 2025 글로벌 데이터센터 비용 지수(Global Data Centre Cost Index 2025)는 건설 단가가 높을수록 상위권에 위치하는 지표이다.
UAE의 와트(W)당 평균 건설비용은 9.24달러/W로 52개 조사 대상 시장 중 46위를 기록했다. 이는 1위 도쿄(15.15달러/W), 2위 싱가포르(14.53달러/W), 3위 취리히(14.24달러/W)는 물론 역내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11.34달러/W,18위)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UAE가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손꼽히는 저비용 입지임을 보여준다.
<2025 글로벌 데이터센터 비용 지수>

[자료: Turner & Townsend]
UAE 데이터센터 시장의 성장 요인
UAE 데이터센터 시장의 성장이 일시적 붐이 아니라 구조적 흐름임을 이해하려면 시장의 성장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
가장 큰 요인은 글로벌 공급 용량의 한계다. 북미와 동남아시아의 주요 데이터센터 거점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대형 사업자들이 새로운 입지를 모색하기 시작했고, 그 시선은 중동으로 향했다. 특히 UAE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잇는 지리적 요충지에 위치한 데다 태양광 발전 평균 단가가 1.35센트/㎾h에 불과해 전력 가용성이 높다.
여기에 수요 대비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19~2022년 아랍권 인터넷 트래픽의 연평균 성장률은 34%로 같은 기간 글로벌 평균(22%)을 크게 웃돌았다. 디지털 인프라 수요가 아직 충족되지 않은 시장이라는 방증이다.
규제 환경도 수요를 구조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UAE는 연방법령 제45호인 개인정보보호법(Personal Data Protection Law 2021)을 통해 금융, 의료 등 민감 분야 데이터의 현지 보관을 의무화하고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 입장에서 현지 인프라 구축은 이제 필수가 됐다.
정부 주도의 정책 드라이브도 빠르게 작동하고 있다. UAE는 2017년 세계 최초로 AI 장관직을 신설하고 UAE 인공지능 국가전략(UAE National Strategy for AI) 2031을 수립하며 AI를 지식 기반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공식화했다. 정부가 직접 전담 기관을 설립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빠질 수 없는 것이 풍부한 자본과 산업 전환 수요다. UAE는 수십 년간의 석유 수익을 기반으로 막대한 투자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마침 첨단 산업으로 국가 체질을 바꾸겠다는 전환 수요까지 맞물려 있다. 자본과 수요가 동시에 존재하는 만큼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는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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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요인 |
상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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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 요충지 및 전력 가용성 |
·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를 잇는 지리적 요충지 위치 · 최저 수준의 발전비용: 태양광 평균 단가 약 1.35센트/㎾h · 연중 풍부한 일조량으로 발전 효율 극대화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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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디지털 전환 및 공급 부족 |
· 아랍권 인터넷 트래픽 연평균 글로벌 평균의 1.5배 · 정부, 민간 기업 AI 전략 본격 가동으로 인프라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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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 |
· 데이터 주권의 법제화 · 디지털 경제 전환 및 AI 산업 생태계 조성 노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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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자본, 산업 전환 수요 공존 |
· 석유수익 기반 막대한 투자 여력 · 원유 의존 경제에서 첨단 산업으로의 전환 추진 |
[자료: KOTRA 두바이무역관]
UAE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시장 현황
프로젝트 전문 리서치 기관 미드 프로젝트(Meed Projects)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지난 9년간 GCC 지역에서 발주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누적 계약 규모는 157억 달러에 달한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연간 발주액이 2억 달러에서 6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으나 2021년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22년에는 36억 달러가 추가 발주되며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지난 9년간 연도별 GCC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발주 현황>
(단위: 백만 달러)

[자료: Meed Projects]
국가별 발주액 규모로는 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9년간 GCC 국가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발주 현황>
(단위: 백만 달러)

[자료: Meed Projects]
발주처(Client)별 발주 규모를 살펴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데저트 드래곤 데이터센터(Desert Dragon Data Centers)가 15억 달러로 최대 발주처에 올랐고, UAE의 G42(14억 달러)와 카즈나 데이터센터(Khazna Data Centers, 약 11억6000만 달러),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즈디텍(Ezditek, 8억8000만 달러)이 그 뒤를 쫓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기업들이 상위권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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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각 기업 웹사이트]
한편 시공 계약액 기준 최대 시공사(Contractor)는 ICS 아라비아(ICS Arabia)로 17억7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 7건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 현장으로는 데저트 드래곤 소유의 데이터센터 건설 공사인 리야드(65MW), 제다(50MW), 네옴(Neom), 담맘 데이터센터 건설 공사가 포함된다. 이어 ALEC(14억1000만 달러), 알 모암마르 인포메이션 시스템(Al Moammar Information Systems, 11억8000만 달러), 레잉 오루크(Laing O'Rourke, 11억6000만 달러) 또한 상위권에 포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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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각 기업 웹사이트]
<현재 진행 중인 주요 GCC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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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명 |
계약 금액 (백만 달러) |
용량 (MW) |
발주처 |
시공사 |
완공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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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스타게이트 1단계 (Project Stargate 1GW Phase 1) |
1416 |
200 |
G42(UAE) |
ALEC |
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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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아메라 AI 특화 데이터센터 (AI Enhanced Data Centre in Al Amerah) |
800 |
100 |
Khazna Data Centers(UAE) |
Laing O'Rourke |
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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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데이터센터 (Data Centre in Riyadh) |
800 |
112 |
HUMAIN(사우디아라비아) |
Al Moammar Information Systems |
2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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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저트 드래곤 데이터센터 리야드 (Desert Dragon Data Centers in Riyadh) |
520 |
65 |
Desert Dragon Data Centers (사우디아라비아) |
ICS Arabia |
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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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 아일랜드 데이터센터 (Yas Island Development: Data Centre) |
360 |
45 |
Pure Data Centre Group(영국) |
Laing O'Rourke |
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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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그넥스 담맘 데이터센터 (Edgnex Data Centre in Dammam) |
290 |
55 |
Damac Properties(UAE) |
Sterling & Wilson |
2026 |
[자료: Meed Projects]
미래 프로젝트 파이프라인, 1214억 달러의 기회
미드 프로젝트는 미래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착공 전 단계에 있는 미발주 프로젝트) 규모를 1214억 달러로 집계했다. 이 중 48.6%가 검토(Study) 단계, 49.9%가 설계(Design) 단계에 있어 향후 수년간 대규모 발주가 기대된다.
미래 파이프라인에서도 G42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G42는 아부다비에 약 26㎢ 부지를 확보하고 최종 5GW 용량, 320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AI 캠퍼스(Stargate AI Campus)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이 중 4GW 규모의 프로젝트가 현재 타당성 검토 단계로 2027년 초 발주가 예정돼 있다. G42와 더불어 휴마인(HUMAIN), 데이터볼트(DataVolt), 네옴(NEOM) 등이 미래 발주액 기준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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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원: 각 기업 웹사이트]
<주요 미래 파이프라인 GCC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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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명 |
예산 (백만 달러) |
용량 (MW) |
발주처 |
현황 |
발주 예정 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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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스타게이트 (Project Stargate) |
32,000 |
4,000 |
G42(UAE) |
검토(Study) |
2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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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AI 데이터센터 팩토리(AI Datacenter Factory in Saudi Arabia) |
5,000 |
500 |
NVIDIA Corp/ HUMAIN(사우디아라비아) |
검토(Study) |
2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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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옴 시티 옥사곤 AI 데이터센터 캠퍼스 1단계(NEOM City: Oxagon AI Data Centre Campus Phase 1) |
5,000 |
360 |
NEOM/ DataVolt(사우디아라비아) |
검토(Study) |
2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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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캠퍼스(Hyperscale Data Center Campus) |
3,000 |
- |
The Blackstone Group(미국) |
검토(Study) |
2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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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6GW AI 데이터센터(6 GW AI Datacenter in Saudi Arabia) |
2,000 |
250 |
HUMAIN(사우디아라비아) |
설계(Design) |
2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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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맘 카즈나 데이터센터 (Khazna Data Center in Dammam) |
1,400 |
200 |
Khazna Data Centers(UAE) |
설계(Design) |
2028 |
[자료: Meed Projects]
시사점
역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UAE 데이터센터 시장은 성장 궤도를 유지하고 있다. 1214억 달러에 달하는 GCC 미발주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에서 UAE가 33%(402억 달러)를 차지하는 만큼 향후 2~3년에 걸쳐 대규모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망 진입의 문이 열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 5월 13일 UAE 투자부(Ministry of Investment)의 방한은 주목할 만하다. 모하마드 알하위(Mohammad Alhawi) 투자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이 AI 인프라·반도체 분야 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국을 직접 찾았다.
압둘라 알 누아이미(Abdulla Al Nuaimi) 주한 UAE 대사를 비롯해 AI 대표 기업과 투자펀드 Core42, MGX, 정부 연구개발 기관인 첨단기술연구위원회(ATRC), 기술혁신연구소(TII),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Mubadala)와 아부다비 투자청(ADIA)까지 대거 동행했다. 알하위 차관은 "이번 방문이 AI 가치 사슬 전반의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대표단의 면면과 발언의 무게를 감안하면 UAE가 데이터센터 공급망 확장에서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염두에 두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한-UAE AI 인프라·반도체 투자포럼 기념사진>

[자료: WAM]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서버실이 아니다. 전력 인프라, 냉각 시스템, 정밀 기계 조립품에 이르기까지 극도로 하드웨어 집약적인 산업 시설이며, 이러한 구성 요소들은 제작 기간이 길고 검수 과정이 까다로워 프로젝트 일정 전반을 좌우한다. 한국 제조업의 강점이 발휘될 수 있는 접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도 UAE 데이터센터 시장은 단순한 수출 시장이 아니다. 건설, 엔지니어링, 전력 설비, 반도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가치 사슬 전반의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다. 다만 기회는 준비된 기업에게만 열린다. 발주처, 시공사와의 네트워킹, 현지 파트너 확보, 레퍼런스 구축은 단기간에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UAE가 먼저 손을 내민 지금이 바로 그 준비를 시작해야 할 적기다.
자료: Meed Projects, Gulfnews, The National, WAM, Turner & Townsend 외 KOTRA 두바이무역관 보유자료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