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용실 시장은 전형적인 성숙 시장이지만, 외형 면에서는 여전히 완만한 확대가 이어지고 있는 분야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4년 3월 말 기준 일본의 미용소 수는 27만4070개, 종사 미용사는 57만9768명으로 각각 전년 대비 증가했다. 그러나 후생노동성은 동시에 일본 미용업계의 구조적 과제로 점포 과잉, 저가격화, 객수 감소를 지적하고 있다. 이는 시장 규모의 확대가 곧바로 업계 전반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일본 헤어 시장은 규모는 크지만 경쟁도 매우 치열한, 전형적인 성숙 시장으로 볼 수 있다.
시장 규모 자체는 여전히 견조하다. 야노경제연구소는 2024년도 일본 이·미용 살롱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1.5% 증가한 2조1240억 엔으로 추정했으며, 2025년도에도 2조1260억 엔 수준을 전망했다. 리크루트의 호트페퍼 뷰티 아카데미 조사에서도 2025년 상반기 일본 미용실 시장 규모는 1조3884억 엔으로 최근 5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성의 1회 평균 이용금액은 7668엔, 남성은 4879엔으로 모두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다. 또 2025년 10~12월 미용소비계수는 3.0%로 전년 동기와 전 분기 대비 모두 상승했고, 같은 기간 이·미용용품 지출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 소비자가 물가 상승 국면에서도 헤어 서비스를 일률적으로 줄이기보다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서비스와 상품에는 지출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2~2024 일본 미용수 및 미용사 추이>

[자료: 후생노동성]
한편 저가형·단시간형 헤어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분명히 존재한다. J-Net21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일본 성인 1000명 중 현재 ‘1000엔 컷’을 이용 중인 비율은 28.5%였고, 이용 경험자 가운데 66.1%는 저가격·속도·간편함을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꼽았다. 또한 1회 이용 비용이 2000엔 미만이라는 응답은 92.1%, 이용 이유로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답한 비율은 68.6%에 달했다. 이는 일본에서 저가형 헤어숍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분명한 실수요를 가진 하나의 독립적인 시장 세그먼트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최근 일본 헤어 시장은 저가형 헤어숍 일변도라기보다, 가성비형과 고부가가치형 수요가 병존하는 분화 시장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수요층도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 리크루트의 2025년 상반기 조사에서 일본 이발소 시장은 여성 고객을 포함해 2939억 엔 규모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여성 시장은 178억 엔이었다. 여성의 최근 1년 내 이발소 이용률은 4.6%로 아직 크지 않지만, ‘필요한 시술만 받는 간편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남성 중심에서 여성으로도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일본 헤어 트렌드에서는 한국 아이돌의 스타일링이 영향을 준 레이어 컷 계열 스타일과 디자인 변형 수요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일본 시장이 단순히 가격 중심으로만 재편되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와 체험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도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4년 기준 일본 미용 소비 트렌드>

[자료: 야노경제연구소, J-Net21 종합]
이러한 변화는 한국 기업에 일정한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로 일본 시장에서는 한국식 스타일 제안력과 ‘현지 한국 감성’을 전면에 내세운 살롱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고 있고, 2025년 12월에는 한국 대형 살롱 브랜드 JUNO HAIR가 일본 1호점인 ‘JUNO HAIR JAPAN 渋谷’를 열었다. 다만 이는 아직 대규모 체인 확장 단계라기보다, 한국식 미용에 대한 수요를 바탕으로 초기 거점을 형성해 가는 단계에 가깝다. 즉, 일본 시장에서 먼저 커지고 있는 것은 ‘한국 기업’ 자체보다 ‘한국식 미용 스타일과 서비스 방식’에 대한 수요이며, 한국 기업의 본격적인 사업 확장은 그 위에서 점진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자료: JUNO HAIR JAPAN 공식 SNS]
우리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진입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미용 행위 자체를 하려면 일본 미용사 면허가 필요하며, 미용소 개설 시 지방자치단체 신고와 사용 전 검사 확인을 받아야 한다. 또한 미용사가 상시 복수로 근무하는 매장에는 3년 이상 경력과 지정 강습 이수 요건을 갖춘 관리미용사를 두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 기업이 한국식 운영 경험만으로 단독 진출하기보다는, 현지 면허 인력과 운영 파트너를 확보하는 구조가 보다 현실적이다.
인력 문제 역시 진출 전략 수립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호트페퍼 뷰티 아카데미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미용 직종 종사자의 초직 기준 3년 미만 이직률은 약 40% 수준이다. 초기 퇴직 사유로는 인간관계와 교육 방식에 대한 혼란이, 일정 기간 근속 후에는 급여와 휴무 등 생활 기반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 헤어 시장에서 브랜드나 인테리어 못지않게 교육 체계, 평가 제도, 복지 설계가 사업 안정성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한국 기업이 일본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한국식 감성’을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현지 인력이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운영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같은 시장 구조를 고려하면, 우리 기업이 일본에서 곧바로 ‘QB하우스보다 더 싼 체인’을 지향하는 전략은 실익이 크지 않다. 이미 일본 시장에는 점포 과잉과 저가격화가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고, 소비자도 단순 최저가보다 가격 대비 만족도를 따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초저가 정면 승부보다 ‘준저가+트렌드 제안형’ 포지셔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빠른 시술과 합리적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식 스타일링, 레이어 컷, 헤어 연출 노하우, 상담 기반 이미지 제안 등을 결합하는 형태가 보다 현실적이다. 일본 내 한국 관련 헤어 트렌드 수용성이 높아진 점은 이러한 전략에 유리한 배경이 된다.
수출 측면에서는 완성형 소비자 체인 진출보다 B2B 중심 접근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일본 시장에서는 저가형 헤어숍과 일반 미용실 모두 ‘시간 절약’, ‘간편함’, ‘가격 대비 효과’를 중시하는 수요가 강하다. 이런 소비 흐름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은 프로페셔널용 헤어케어, 두피관리 제품, 컬러 유지 및 손상모 케어 제품, 스타일링 보조 상품, 위생·소독 관련 소모품 등 살롱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진출 여지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일본 소비자가 기본적인 미용 서비스는 유지하면서도 체감 가치가 높은 상품에는 지출을 늘리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한국산 고기능 헤어 제품의 수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의 일본 미용실 진출은 단순 서비스업 진출에 그치지 않고, 한국산 미용 관련 제품 수출과 결합될 때 추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지 살롱은 한국식 커트·스타일링 서비스를 체험하는 공간이자, 동시에 한국산 헤어케어·두피관리·스타일링 제품을 시험 적용하고 반복 구매로 연결하는 B2B·B2C 접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살롱 전용 프로페셔널 라인, 시술 후 홈케어 제품, 한국식 스타일 연출을 보완하는 스타일링 보조 상품 등을 함께 제안하면, 서비스 매출과 상품 매출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나아가 현지 살롱 운영 경험은 일본 소비자와 미용사가 선호하는 향, 제형, 사용감, 패키지, 용량 등을 파악하는 테스트베드 역할도 할 수 있어, 제품 현지화와 재구매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즉, 일본 내 살롱 거점은 단순 점포가 아니라 서비스·교육·상품 판매를 결합한 복합 수출 플랫폼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이는 시장 흐름을 바탕으로 한 해석이다.
현지 미용·헤어제품 유통기업 H사 T 이사는 KOTRA 도쿄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미용실 시장은 점포 과잉과 가격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식 스타일링과 고기능 헤어케어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일본 시장에 진입하려면 초저가 경쟁보다는 현지 살롱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식 스타일 제안, 미용사 대상 제품 교육, 시술 후 홈케어 제품 판매를 연계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며 “향, 사용감, 용량, 패키지 등 일본 소비자 선호에 맞춘 현지화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일본 시장에서는 디지털 운영 솔루션과 인바운드 대응 역량도 유망한 분야다. 호트페퍼 뷰티 아카데미 조사에 따르면 일본 미용 서비스에서는 온라인 예약, 캐시리스 결제, 사전 온라인 상담 등 디지털 서비스가 점차 ‘있으면 좋은 기능’이 아니라 ‘기본 기대치’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외국인 여행자의 일본 미용실 이용 의향은 50.2%였고, 일본 미용실의 강점으로는 ‘청결감·위생적’이라는 평가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다국어 예약 시스템, 대기 관리 솔루션, SNS 기반 스타일 콘텐츠, 인바운드 고객용 상담·결제 지원 도구 등 서비스 수출형 모델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식 스타일 제안 역량과 디지털 콘텐츠 제작 역량을 결합할 경우,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운영 솔루션과 마케팅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한국 기업의 일본 미용 시장 진출 로드맵>

[자료: 관련 기관 자료 및 현지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KOTRA 도쿄무역관 자체 작성]
종합하면 일본 미용실 시장은 성장 여력이 남아 있는 대형 시장이지만, 그 성격은 ‘대중 시장’보다는 ‘세분화된 성숙 시장’에 가깝다. 저가형 헤어숍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시장 전체는 저가 일변도가 아니라 가성비형과 고부가가치형, 그리고 트렌드 제안형 수요가 병존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식 미용과 한국식 스타일 제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진입 여지가 생기고 있다. 다만 그 기회는 초저가 경쟁에 뛰어드는 방식보다, 현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단계적 진출, B2B 제품 공급, 교육 및 디지털 솔루션 수출, 그리고 한국식 스타일 경쟁력을 살린 선택적 서비스 전개를 통해 더 현실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시사점 측면에서는 RCEP 활용 가능성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 세관 안내에 따르면 일본 수입 시 RCEP 특혜를 적용받으려면 해당 품목에 일본 측 특혜세율이 설정돼 있어야 하고, 품목별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며, 필요한 원산지 증빙서류를 준비하고 직접운송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또한 RCEP은 원산재료의 역내 누적을 인정하고 있고, 한일 간에는 2025년 1월 1일부터 수출자 또는 생산자에 의한 자기신고 방식도 활용 가능해졌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일본에서 미용실 사업과 연계해 프로페셔널용 헤어케어, 두피관리, 스타일링 보조 제품, 일부 살롱용 소모품·부자재 등을 공급하는 경우, HS코드별 일본 측 양허세율과 원산지 기준을 사전에 점검하면 관세 절감과 가격경쟁력 제고 효과를 함께 노릴 수 있다. 다만 실제 절감 폭과 적용 가능 여부는 품목별로 상이하므로, 일본 세관의 RCEP 관세율표와 원산지 규정, 한국 FTA 포털의 품목별 정보를 사전 확인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자료: 일본 후생노동성 「미용업 개요」, 야노경제연구소 「미용 살롱 시장에 관한 조사 실시(2025년)」, 리크루트 호트페퍼 뷰티 아카데미 「미용 센서스 2025년 상반기(미용실편·이발소편)」, 중소기업기반정비기구 J-Net21 「1000엔 컷」, 인터뷰 자료 등 KOTRA 도쿄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