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홍콩은 인구 약 750만 명의 도시 경제권이지만, 1인당 GDP가 약 5만4000달러에 이르는 아시아 최상위권 고소득 시장이자 외식 빈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미식 도시다. 그 위상은 글로벌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 홍콩·마카오 2026'에는 총 278개 레스토랑이 등재됐고,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6'에는 홍콩 레스토랑 6곳이 이름을 올렸으며, 2025년 '월드 50 베스트 바'에서는 센트럴의 'Bar Leone'이 아시아 소재 바 최초로 세계 1위에 올랐다. 트립어드바이저의 '베스트 푸드 데스티네이션 2026'에서도 홍콩은 세계 4위에 선정됐다.
이처럼 유명 레스토랑이 밀집한 고소득 도시라는 점은 한식 외식에도 직접적인 기회로 작용한다. 외식 매출 기준 약 141억 달러 규모의 홍콩 F&B 시장에서 한·일식당은 2014년 1410개에서 2024년 1720개로 22% 늘었다. 같은 기간 홍콩식 차찬탱(茶餐廳, 홍콩식 현지식당을 의미)과 중식당이 각각 7% 줄어든 것과 대비되며, 비(非)중식당 매출은 2025년 전년 대비 5.7% 증가해 전 외식 카테고리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나아가 미쉐린 가이드 홍콩·마카오 2026에서 한식 레스토랑 'Sol'의 셰프가 '영 셰프 어워드(Young Chef Award)'를 수상하며, 한식이 분식·중저가 외식을 넘어 파인다이닝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편 한식당 수가 빠르게 늘면서 브랜드별로 시장 안착 양상에는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의 성과가 홍콩에서의 성과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도 있으며,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등 현지 외식업의 비용 구조 또한 진출 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지 외식 시장의 특성과 운영 방식을 파악할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이에 KOTRA 홍콩무역관은 지난 6월 10일, 다수의 한국 F&B 브랜드의 홍콩 진출을 지원해 온 외식 컨설팅 전문기업 MODU CONSULTING의 정재호 대표를 만나, 온라인 및 서면 인터뷰를 통해 최근 홍콩 한식 외식 시장의 주요 트렌드와 우리 기업이 진출 시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청취했다.
Q1. 최근 홍콩 한식 외식 시장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최근 몇 년 사이 홍콩 외식 시장에서 한식의 존재감은 빠르게 커졌다. 그러나 시장이 무르익은 만큼 경쟁의 양상도 달라졌다. 한식당 수가 빠르게 늘면서 '한국 음식'이라는 간판만으로 손님을 모으던 시기는 지나갔고, 한국에서의 성과가 곧 홍콩에서의 성공으로 직결되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러한 명암에는 구조적인 배경이 자리한다. 홍콩 외식업은 높은 임대료, 식자재 공급의 어려움과 비싼 단가, 높은 인건비라는 공통의 부담을 안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식 가격은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이며, 10년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저렴해졌다. 일반적으로 한식당은 판매가격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40%에 이르고, 임대료와 인건비가 각각 전체 매출의 15~20% 가량을 차지한다. 한정된 마진 구조 속에서 비용 부담을 견뎌야 하는 셈이다.
Q2. 홍콩처럼 기회와 도전이 교차하는 F&B 시장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주요 트렌드는 어떤 것이 있는지?
트렌드 ① 백화점식 메뉴에서 '단일 전문점'으로
첫 번째 흐름은 메뉴 구성의 전문화다. 과거 홍콩의 한식당은 여러 메뉴를 한 상에 올리는 백화점식 구성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족발, 감자탕처럼 특정 메뉴에 특화된 전문점이 강세를 보인다. 실제로 치킨 프랜차이즈 G사가 일찍이 홍콩에서 자리 잡은 것도 '치킨'이라는 단일 품목에 집중한 전문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감자탕과 K-바비큐만을 취급하는 전문점 S사는 침사추이 1호점 개점 전만 해도 '메뉴가 너무 좁다'는 시각도 있었으나, 개점 이후 큰 호응을 얻으며 전문점형 한식당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메뉴를 좁히는 선택이 약점이 아니라 차별화의 출발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트렌드 ② 현지 입맛과 영업 구조에 맞춘 '메뉴 재설계’
두 번째 흐름은 현지화다. 한국에서의 인기 메뉴가 홍콩에서 그대로 통하지는 않는다. 가령 아구찜처럼 매운맛이 강하고 향이 진한 메뉴는 홍콩 소비자에게 다소 생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처럼 시장의 입맛 차이를 충분히 읽지 못하면 현지 안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반대로 평양냉면을 주력으로 하던 D 브랜드는 홍콩 지점에서 냉면만으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고, 저녁 시간대에 돼지갈비·숯불갈비와 현지 입맛에 맞춘 어복쟁반 등을 더해 객단가를 끌어올렸다.
부산식 돼지국밥 전문점 U 브랜드는 점심에는 국밥과 수육을, 저녁에는 바비큐를 내놓는 '투트랙(two-track)' 구성으로 하루 두 차례 방문을 유도한다. 점심은 저렴하고 회전율이 높은 메뉴로, 저녁은 술과 객단가가 높은 메뉴로 나누는 방식이다. 이는 점심에는 딤섬, 저녁에는 세트 메뉴로 구성을 달리하는 홍콩 로컬 식당의 관행과도 맞닿아 있다. 점심에 제공한 메뉴와 반찬을 저녁에도 동일하게 내놓는 방식으로는 좋은 반응을 얻기 어렵다.
<2026년 홍콩 센트럴, 코즈웨이베이에 신규 오픈한 한식 전문브랜드 사례>

[자료: MODU CONSULTING 제공]
트렌드 ③ '운영 단순성'과 공급망을 중시하는 브랜드 선택
세 번째 흐름은 운영과 공급망의 단순성을 중시하는 경향이다. 홍콩은 식자재 조달 자체가 비용이자 변수다. 한우·한돈처럼 신선도가 중요한 품목은 선박이 아닌 항공으로 들여와야 하고, 생선회는 배송료에 추가 비용이 붙으며, 치킨 소스처럼 규정상 한국에서 직접 가져와야 하는 품목도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운영이 단순하고, 식자재 공급이 안정적이며, 홍콩인의 입맛에 맞는 브랜드가 선호된다.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은 이미 정립된 규정과 레시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부담해야 한다는 점은 고려 요소다.
진출에 걸리는 시간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바이어 미팅, 계약, 직원 교육, 인테리어 공사, 영업 개시에 이르는 전 과정은 통상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며, 매장 인테리어 공사에만 약 2~3개월이 소요된다. 다만 디저트 전문점처럼 설비·기기 라이선스만 확보하면 되는 업종은 준비 기간이 비교적 짧다.
Q3. 홍콩을 인접 도시 시장들과 묶어서 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홍콩은 하나의 시장이 아니라, 인접한 고소득 도시 시장들과 묶어 바라봐야 한다. 홍콩·싱가포르·마카오는 모두 1인당 소득이 높고, 좁은 면적에 인구가 밀집한 도시형 시장이라는 점에서 닮아있다. 외식 소비력이 크고 외국 식당에 우호적이며,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워킹 비자에 의존하는 인력 구조라는 공통의 부담도 공유한다. 그래서 한 도시에서 검증된 운영 모델과 공급망 노하우는 인접 시장으로 비교적 수월하게 이전된다. 홍콩이 중화권의 관문이라면 싱가포르는 ASEAN의 관문이라는 점에서, 두 허브를 함께 공략하려는 브랜드가 늘고 있는 배경이다.
Q4. 외형은 닮았어도 세 시장의 성과는 다르게 나타난다고 하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
외형의 유사함 이면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하며, 이 차이가 진출 전략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같은 브랜드라도 시장별로 성장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요거트 디저트 전문 Y 브랜드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모두 진출했는데, 두 시장의 성장 곡선이 서로 다르게 그려졌다. 특히 싱가포르에서는 무더운 기후라는 계절적 요인 등에 힘입어 개점 6개월 이후에도 꾸준한 상승세가 이어졌다. 동일한 메뉴와 운영 방식이라도 도시마다 소비 흐름과 성장 곡선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차이의 핵심은 소비자 구성과 시장의 성격에 있다. 싱가포르는 영어가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며, 무슬림 인구가 많아 할랄 시장이 활발하다. 실제로 치킨 프랜차이즈 N사는 할랄 인증을 취득한 뒤 매출이 크게 늘었는데, 이는 싱가포르 시장의 특성을 정확히 읽은 결과로 평가된다. 반면 홍콩은 중화권 진출의 테스트베드라는 성격이 강하다. 고기구이 전문 SR사는 홍콩 첫 진출 이후 지리적·문화적으로 인접한 중국 본토 소비자의 방문이 이어졌고, 중국 바이어의 관심으로 연결되며 중국 본토 매장 개설 및 확장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결국 세 도시를 '비슷하니 한 묶음'으로 단순화하기보다는, 공급망과 운영 모델이라는 공통점을 진출 효율을 높이는 발판으로 삼되, 소비자 구성·종교·언어·정치 환경이라는 차이는 도시별로 메뉴와 인증, 운영 전략을 달리하는 근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닮은 점에서 규모의 이점을 얻고, 다른 점에서 현지화의 정교함을 더하는 브랜드가 아시아의 고소득 도시 시장군에서 안정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Q5. 홍콩 진출을 준비하는 우리 기업에 조언한다면?
홍콩 한식 외식 시장은 '한국 음식이라 신기해서' 손님이 몰리던 시기를 지나, 전문성과 완성도로 평가받는 단계로 옮겨 가고 있다. 한국에서의 성공은 든든한 출발점이지만, 홍콩의 입맛과 영업 구조, 비용 환경에 맞춰 브랜드를 다듬는 과정이 그만큼 중요하다. 메뉴를 좁혀 전문성을 세우고, 현지에 맞게 구성을 재편하며, 운영과 공급망을 단순화하는 노력이 그 출발점이다.
나아가 홍콩·싱가포르·마카오로 이어지는 고소득 도시 시장군을 공통점에서는 효율을 얻고 차이점에서는 현지화로 대응하는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진출을 준비하는 우리 기업에 유효한 참고점이 될 것이다. 홍콩은 여전히 매력적인 무대이며, 충분한 준비와 현지화 전략이 뒷받침된다면 한식 브랜드가 새롭게 도전해 볼 만한 시장이다.
맺으며
이번 인터뷰를 통해 확인했듯, 홍콩 한식 외식 시장은 '신기함'에서 '전문성'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가고 있다. 메뉴의 전문화, 현지 입맛에 맞춘 재설계, 운영·공급망의 단순화, 그리고 인접 고소득 도시 시장과의 연계라는 네 가지 흐름은 진출을 준비하는 우리 기업이 점검해야 할 실질적 체크포인트다.
자료: MODU CONSULTING 정재호 대표 인터뷰, KOTRA 홍콩무역관 종합
※ 본 인터뷰 내용은 인터뷰이 개인의 견해이며, KOTRA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