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를 AI 허브로 만들기 위한 전략적 방향 : 국가 AI 전략 업데이트
싱가포르의 AI 전략은 자체 초거대 AI 모델 개발이나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확보 경쟁에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AI 솔루션을 개발·실증·상용화하는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제한적인 내수시장과 제조 기반을 가진 도시국가의 특성을 반영한 전략으로, AI 기술 자체의 확보보다 AI를 활용한 산업 경쟁력 강화와 국가 생산성을 높이는 데 방점이 있다.
이러한 방향성은 2026년 6월 싱가포르 경제전략검토위원회가 제시한 권고에서도 확인된다. 위원회는 싱가포르가 최첨단 AI 모델 개발이나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집중하기보다, 글로벌 기업과 인재가 AI 솔루션을 개발·실증·검증하는 거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싱가포르 정부는 국가 GDP의 40%를 차지하는 첨단 제조(Advanced Manufacturing), 금융서비스(Financial Services), 물류(Connectivity), 헬스케어(Healthcare)를 국가 AI 과제(National AI Missions)의 우선 추진 분야로 지정했다.
싱가포르는 국가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AI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데이터, 컴퓨팅 자원(Compute), AI 인재, 신뢰(Trust) 환경을 AI 생태계의 핵심 요소로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AI 기술과 산업 현장을 모두 이해하는 ‘이중언어형(Bilingual)’ AI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접근은 AI를 개발하는 국가를 넘어 AI를 개발·실증·상용화하는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면 한국은 AI 반도체, GPU, 데이터센터, 독자 AI 모델 등 기술 기반 경쟁력 확보를 병행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가 과제 해결과 글로벌 기업·인재 유치를 통해 AI 활용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인재 유치 정책에서도 확인된다. 싱가포르 정부는 AI·첨단기술 분야의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해 2027년 1월부터 ONE Pass 체계 내에 AI 및 기술 특화 트랙을 신설할 예정으로, AI·첨단 컴퓨팅·양자기술 분야 전문가에게 최대 5년간 체류가 가능한 장기 비자를 발급하고 취업 이외에 다양한 경제 활동도 허용할 계획이다.
산업 내 AI 도입·확산을 위한 정책 추진 현황
이러한 전략적 방향은 싱가포르가 AI를 특정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국가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접근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정부는 앞서 선정한 4대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AI 도입을 추진하며, 각 산업에서 실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중심으로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싱가포르 4대 핵심 산업별 AI 활용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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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분야 |
AI 활용 중점 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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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제조(Advanced Manufacturing) |
· 반도체, 헬스케어, 항공우주, 특수화학, 정밀공학 첨단 제조 기반을 바탕으로 제품 혁신 주기 단축, 생산공정 최적화, 공급망 운영 효율화, 생산성·품질 향상 추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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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서비스(Financial Services) |
·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 금융 허브로서 방대한 금융·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 범죄 탐지, 자산·재무관리 AI 솔루션, 차세대 국경 간 결제, 금융 서비스 혁신 추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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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Connectivity) |
· 세계적 교통 허브인 창이공항과 싱가포르항을 기반으로 항공 교통 관리 자동화, 항만 운영 최적화, 물류 처리 역량 확대, 화물·승객 이동 흐름 관리, 도시 교통 개선 추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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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Healthcare) |
· 통합 공공의료 시스템과 장기 축적된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단 및 임상 의사결정 지원, 의료 자원 최적화, 예측 분석 기반 운영 효율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지원 |
[자료: 싱가포르 정보통신개발부(MDDI) - 국가 AI 전략 업데이트(2026)]
또한 기업의 심층적인 AI 활용과 가치 창출을 촉진하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기업과 경제 주요 분야를 대상으로 ‘AI 우수센터(AI Centre of Excellence, CoE)’ 설립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2026년 현재까지 70개 이상의 선도 기업이 싱가포르에서 AI 우수센터를 설립했다.
대표적으로 동남아시아의 차량호출서비스 Grab은 자사 플랫폼 입주기업을 위한 AI 기반 비즈니스 자문 서비스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AI 음성 지원 기능을 도입하였으며,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Sea는 자사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Shopee 전반에 AI 기능을 적용해 검색 추천과 고객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또한 동남아시아 최대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Carro는 AI CoE를 통해 직원들이 업무 자동화 에이전트와 워크플로를 직접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업 단위의 노력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유망한 시도들도 진행되고 있다. 2024년 9월 출범한 제조업 AI 우수센터(AI CoE for Manufacturing, AIMfg)는 2026년 현재까지 약 30개 기업을 지원해 왔다. AIMfg는 싱가포르의 정밀 플라스틱 부품 및 금형 제조기업 Sunningdale과 협력하여 제품당 연간 미화 15만 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AI 기반 불량 검출 및 검사 시스템을 개발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러한 AI 모델을 제조기업들이 처음부터 직접 개발할 필요 없이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함으로써, 업계 전반의 AI 도입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있다.
또한 2026년 2월에는 건설환경(Built Environment) AI 우수센터(AI CoE for the Built Environment)를 출범하고, 건설 및 시설 관리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AI 기반 로보틱스와 자동화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한국 AI 기업 싱가포르 진출 현황
싱가포르 정부는 국가 AI 전략을 기반으로 공공부문과 산업 전반의 AI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기관과 공공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증(PoC) 및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국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술기업들이 실제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 AI 관련 주요 정부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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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기관명 |
주요 역할 |
한국 기업과의 연관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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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규제 |
국가 AI 위원회(NAIC) |
국가 AI 전략 및 국가 AI 미션 추진 방향 설정 |
첨단 제조, 금융, 연결성, 헬스케어 등 국가 AI 중점 분야 파악에 중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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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개발정보부(MDDI) |
디지털 경제 정책, 스마트네이션 전략, 국가 AI 전략 추진 총괄 |
싱가포르 AI·디지털 정책 및 규제방향 파악에 중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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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및 실증 |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IMDA) |
디지털 산업 육성 및 AI 거버넌스 담당 기관 |
디지털·AI 기반 문제를 대상으로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네트워크(Open Innovation Network) 운영(싱가포르 ESG와 공동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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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연구청(A*STAR) |
국가 연구개발, 첨단 제조·AI·로보틱스 등 산업 적용 연구 추진 |
공동 R&D, 기술 실증, 산업 AI 프로젝트 협력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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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팀 과학기술청(HTX) |
내무부 산하 공공안전·보안 분야 기술 개발 및 실증 |
공공안전 분야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DimensionX) 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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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공공부문 수요기관 |
시냅스(Synapxe) |
공공의료 IT, 헬스테크, 의료 데이터·AI 인프라 구축 |
공공의료 분야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HealthX) 운영 및 의료 AI 수요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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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수요기관 |
GovTech |
정부 디지털 서비스와 공공부문 AI·데이터 시스템 구축 |
공공 서비스용 AI, 생성형 AI, 디지털 정부 솔루션 수요처 |
[자료: 각 기관 홈페이지]
대표적인 예로, 국가 차원의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인 Open Innovation Network가 있다. 이는 기업·정부기관이 제시한 과제를 스타트업과 기술기업이 해결하고 PoC·사업화까지 연결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26년 6월 기준, 주택개발청(HDB), 국방부 산하 기관(Cap Vista), 독일 산업용 필터 기업 MANN+HUMMEL 등 현지 정부기관으로부터 민간기업까지 도전 과제를 게시하고 있으며, AI 기술을 접목한 솔루션을 찾는 과제가 다수 게재되고 있다. 이외에도 싱가포르 내무부 산하 과학기술 기관인 HTX(Home Team Science and Technology Agency)는 경찰, 소방, 출입국 관리 등 공공안전 분야의 혁신 기술 발굴을 위해 글로벌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인 Dimension X를 운영하고 있다. 상기 2개 프로그램 모두 외국 기업도 참여 가능하다.

[자료: 오픈이노베이션네트워크 홈페이지(www.openinnovationnetwork.gov.sg)]
AI 도입·확산 움직임은 AI 정책 담당기관이 아닌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뚜렷하다. 싱가포르 보건부(MoH)는 2024년 10월 향후 5년간 의료 분야 AI 기술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2억 싱가포르 달러(미화 약 1억5000만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료 문서 자동화용 생성형 AI와 의료영상 AI 등을 공공의료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가개발부(Ministry of National Development)는 2026년 공공주택(HDB) 재개발에 AI, 로봇기술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며, 싱가포르 국가개발부 산하 건설청은 현지 건설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AI 솔루션, 로봇기술 도입을 위한 국가지원금(BETC Grant)을 202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 건설사가 인력 부족 문제를 AI와 로봇기술로 완화하고, 건설현장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러한 환경을 바탕으로 한국 AI 기업의 싱가포르 진출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음향 분석 AI 솔루션 기업 디플리(Deeply)는 2025년 싱가포르 HTX가 운영하는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해 공공장소의 음향 데이터를 분석하고 위험·긴급 상황을 감지하는 AI 솔루션 실증사업을 수행하였다. 디플리는 해당 PoC 성과를 기반으로 2026년 4월 싱가포르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싱가포르 공공주택 단지에 솔루션 공급을 추진하는 등 현지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공공안전 분야뿐 아니라 자율주행과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의 진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자율주행 전문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는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으로부터 한국 기업 최초로 공공도로 자율주행 운행을 위한 M1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지 자율주행 실증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그랩(Grab)과 협력해 원노스(One-North) 지역 공공도로에서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를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또한 2026년에는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해 싱가포르 과학기술청(HTX)의 창이교도소 물류 자동화 사업을 수주했으며, 올해 9월 실증에 돌입할 예정이다.
시사점
한국과 싱가포르 간 ‘AI 협력 플랫폼’이 2026년 3월 구축됨에 따라, 양국 간 AI 공동연구개발, 스타트업 교류 등 협력 기반이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 AI 기업의 싱가포르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 특성상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높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혁신 기술의 실증과 상용화를 지원하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특히 정부기관과 공공 연구기관이 직접 산업 현장의 과제를 제시하고, 기업들이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안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선정된 기업은 실증(PoC) 및 시범사업(Pilot)을 수행한 뒤 실제 사업화나 정부 조달로 연계될 가능성이 있어,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는 실증 경험 확보가 중요하다.
또한 싱가포르 공공 프로젝트 참여 시에는 현지 기관 및 기업과의 협력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AI 기업 관계자는 “싱가포르 공공부문에서 발주되는 소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해외기업에도 비교적 개방적이지만, 대규모 사업이나 국가 전략사업의 경우 현지 기업 참여 비중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 또는 컨소시엄을 통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정부는 국가 AI 위원회(National AI Council)를 중심으로 첨단 제조, 금융서비스, 연결성, 헬스케어 등 국가 중점 산업의 AI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첨단 제조, 디지털 헬스케어, 모빌리티, 공공안전 분야에서 기술력과 실증 경험을 보유한 한국 기업에게 새로운 사업 및 협력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 싱가포르 디지털정보개발부(MDDI), A*STAR, HTX, Synapxe, Govtech, Straits Times, 기타 싱가포르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