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전기 승용차 시장 부동의 1위인 타타모터스가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 플랫폼 공급처를 전격 교체하며 중국기술 수용이라는 현실적 생존 전략을 택했다. 지난 6월 23일 개최된 ‘타타모터스 인베스터 데이(Tata Motors Investor Day)’에서 샤일레시 찬드라(Shailesh Chandra) 승용차·전기차 부문 CEO는 자사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아비냐(Avinya)’에 중국 체리자동차(Chery)와 재규어랜드로버(JLR)의 합작 플랫폼인 ‘프리랜더(Freelander)’ 아키텍처를 공식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타타모터스는 당초 자회사인 재규어랜드로버의 독자 플랫폼을 사용하려 했으나, 재규어랜드로버가 현지 생산계획을 철회하자, 기술이 검증되고 개발 기간도 18개월 단축할 수 있는 체리자동차의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첫 양산 모델인 프리미엄 SUV ‘아비냐 X’는 중국산 CKD(반제품)을 수입해 인도 타밀나두주 파나파캄 신공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2027년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 타타 아비냐X 컨셉트카>

[자료: 타타모터스 공식 홈페이지]
인도 전기차 시장의 절대 강자 타타, 다음 세대를 모색
인도 전기 승용차 시장에서 타타모터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2025/26 회계연도 기준(2025년 4월~2026년 3월) 타타모터스는 약 38.8%의 시장점유율로 전기 승용차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MG모터와 함께 전체 시장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넥손EV(Nexon EV), 티아고(Tiago EV), 펀치EV(Punch EV) 등 비교적 합리적 가격대의 모델을 앞세워 인도 시장을 개척해 왔다.
<인도 전기 승용차 시장 점유율>

[자료: VAHAN(인도 정부 차량등록 포탈) 및 KOTRA첸나이무역관 자체작성]
그러나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승용차, 이륜차 등 전체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25/26 회계연도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늘어났으며, 2030년까지 연평균 약 40% 성장세가 전망되고 있다. 이중 전기 승용차는 전체 판매의 약 4~5%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그럼에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향후 프리미엄 전기 승용차 시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차세대 플랫폼 확보 경쟁을 서두르고 있다.
<인도 전기차 등록 대수>
(단위: 천 대)
[자료: VAHAN(인도 정부 차량등록 포탈) 및 KOTRA첸나이무역관 자체작성]
전기 승용차 2위인 JSW MG Motor의 성장세도 주목된다. 중국 SAIC Motor(상하이 자동차)의 기술 역량과 인도 JSW Group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합작법인은 보급형 전기차 모델을 앞세워 비수도권까지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아누락 메로트라(Anurag Mehrotra) 인도법인 MD는 “인도 신에너지차량 시장 1위가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3위인 마힌드라&마힌드라(Mahindra & Mahindra)도 폭스바겐과의 협력을 통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인글로(INGLO)’를 개발하며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마힌드라는 2022년 INGLO 플랫폼 공개 당시 5종 전기승용차 출시 계획을 발표했으며, 실제로 2024년에는 해당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BE 6’와 ‘XEV 9e’를 출시하며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나선 바 있다.
‘메이크 인 인디아’와 ‘중국 의존도’ 딜레마
타타모터스의 이러한 공급망 전략은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 방향과 현실적 긴장관계를 보여준다. 또한 인도 정부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자립화를 목표로 생산연계인센티브(PLI, Production Linked Incentive) 제도를 도입하고, 전기차 및 핵심 부품의 현지 생산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및 배터리 산업에서 최소 50% 이상의 국내 부가가치(DVA, Domestic Value Addition) 확보를 주요 요건으로 제시하며 중국 중심의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현지화 기준과 복잡한 인증·승인 절차로 인해 기업 입장에서는 PLI 제도를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실제 기업이 체감하는 인센티브 효과가 차량 원가 대비 약 2%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로 인해 일부 기업들은 PLI 요건 충족을 위해 무리하게 50% 이상의 현지화를 추진하기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반제품(CKD)이나 핵심 플랫폼 라이선스를 활용해 시장 출시 시기를 앞당기고 원가를 절감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DVA가 단순히 인도에서 조립했다는 사실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차량 생산에 투입된 수입 부품의 CIF(Cost, Insurance and Freight) 금액을 제외한 순수한 인도 내 부가가치가 전체의 50% 이상이어야 하는 방식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즉, 수입 배터리 셀, 모터, 전력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비중이 높을수록 DVA 요건 충족이 어려워져, 기업들은 현지화 확대와 원가 경쟁력 확보 사이에서 공급망 전략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와 인도 JMK 리서치가 2026년 6월 공동 발간한 “Beyond Battery Packs” 보고서는 인도 전기차 국산화의 현주소를 아래와 같이 요약하고 있다. 우선,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다. 인도 내 배터리 생산은 대부분 수입된 셀(Cell)을 가져와 묶는 '팩 조립'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부가가치의 핵심인 배터리 셀 자체를 양산하려면 광물 제련 생태계가 필수적이나, 이 공급망은 주로 중국 등 해외가 주도하고 있다. 둘째, 원가의 10%를 차지하는 구동 모터의 경우 효율을 결정짓는 핵심 소재인 '희토류 영구자석'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력 변환과 배터리 제어를 담당하는 전력 반도체(IGBT/SiC 등) 및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역시 인도 내 파운드리(위탁생산) 인프라 부재로 동아시아 수입산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차 주요 부품별 원가 비중>

[자료: Beyond Battery Packs 보고서(2026.6월, IEEFA, JMK리서치 공동발간)]
복잡해지는 글로벌 OEM의 셈법
타타모터스와 JSW 모터의 이러한 행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인도의 산업정책이 맞물리는 가운데 나타나는 시장 변화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등을 통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반면, 인도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자본의 직접투자에는 일정한 제한을 두면서도, 산업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핵심 기술과 부품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인도의 정책적 특수성은 인도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중장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내연기관 시장 점유율 1위인 마루티 스즈키 등 일본계 브랜드들은 생산 물량 확대와 점진적 전동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5월 도요타는 마하라슈트라주에 3개의 신규 조립 공장을 추가로 건설해 인도 내 생산 기지를 총 6개로 늘리는 대규모 투자(약 3,000억 엔 규모)를 발표했다. 이는 당장의 순수 전기차(BEV) 전면 전환보다는, 자사의 강점인 하이브리드(HEV)와 내연기관 중심의 생산 능력을 연간 100만 대 수준으로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인도 승용차 시장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유지해온 우리나라 완성차 업계도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해 현지 생산 역량과 미래 모빌리티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는 2023년 제너럴모터스(GM)의 마하라슈트라주 푸네(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하며 인도 내 연간 100만 대 생산체제 구축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인도 법인의 현지 기업공개(IPO)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등 중장기 경쟁력 강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시사점
타타모터스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인도 자동차 업계가 직면한 현실적인 기술적 한계를 시사한다. 자국 내 부품 생태계 육성이라는 정책적 과제 속에서도, 현지 기업들은 전동화 전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 라이선스 도입' 등 실리적인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추세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으로 시장 내 신차 출시 주기를 앞당길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핵심 전장 부품의 해외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인도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한국 완성차 및 부품 업계는 배터리 셀, BMS, 전력 반도체 등 자체 조달이 어려운 핵심 부품 분야에서 현지 주요 기업과의 고부가가치 기술 제휴 및 공급망 협력을 발굴하는 한편, 생산연계인센티브(PLI) 제도를 활용하여 부품 소싱부터 최종 조립에 이르는 현지 완결형 생산 네트워크를 점진적으로 고도화해 나가는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현지화 전략이 요구된다.
자료: 로이터,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JMK 리서치, 타타모터스, 마힌드라&마힌드라, VAHAN(인도 정부 차량등록 포탈), KOTRA 첸나이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