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은 2026년 6월 3일부터 6일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 엑스포포럼 컨벤션·전시센터에서 개최됐다. 1997년 첫 개최 이후 러시아 최대 경제 포럼으로 자리 잡은 이 행사는 올해 29회를 맞았으며, 러시아 정부 후원 아래 로스콩그레스 재단이 주최했다. 포럼의 공식 주제는 "실용적 대화: 안정적 미래로 가는 길(Pragmatic Dialogue: the Path to a Stable Future)" 로, 세계 경제 전환기 속에서 글로벌 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번 포럼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42개국에서 약 2만 4500명의 정·관·학계 대표가 참석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초청국 자격으로 참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행사장 출입을 위해 PCR 음성 확인서나 방역 패스가 요구되지 않아, 일상 회복 분위기를 반영했다. 전체적으로 7개 분과, 170여 개의 세션, 300건 이상의 비즈니스 행사가 진행됐다.
<사우디 아라비아 국가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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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OTRA 상트페테르부르크무역관 촬영]
참가국 및 대표단 구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142개국에서 총 2만45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 중 76개국의 고위 정부 인사와 정치인이 참여했다. 벨라루스, 중국, 아제르바이잔, 베트남,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쿠바,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세르비아 등이 대표단을 파견했다. 또한 독립국가연합(CIS),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석유수출국기구(OPEC), 유라시아경제위원회, 신개발은행 등 지역 및 국제기구의 수장들도 다수 참석했다.
주목할 점은 약 10년 만에 미국 공식 대표단이 다시 참가했다는 사실이다. 미국 대표단은 로드니 쿡(Rodney Cook) 미술위원회 위원장이 이끌었으며, "러시아-미국: 문화 대화" 세션에 참여했다. 독일 대표단도 수년 만에 재참여했으며, 독일 러시아 상공회의소 회장 마티아스 셰프(Matthias Schepp)는 독일이 대러시아 경제적 가교를 유지하고 1000억 유로 이상의 자산을 보호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의 참가도 두드러졌으며, 일부 유럽계 기업들의 관심이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비우호국가'로 분류된 국가들의 대표단도 다수 참석하여, 제재 속에서도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급 인사로는 우즈베키스탄의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탄자니아의 사미아 술루후 하산 대통령, 중국의 한정 국가부주석, 압하지야의 바드라 군바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 등이 주요 세션에 참여했다.
<2026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 중 러시아-미국 : 문화 대화 세션 전경>
[자료: Roscongress 재단 홈페이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 참가자 수 및 참가국 변화 추이>
[자료: Roscongress 재단 홈페이지]
주요 인사 발언 및 경제 현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월 5일 본회의에서 "세계는 근본적인 지형학적·경제적 변화를 겪고 있다"며, 단순한 국면 전환이 아닌 개발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BRICS를 이러한 전환의 주된 동력으로 지목하며, 지난 5년간 글로벌 GDP 성장의 약 50%를 BRICS 국가들이 차지한 반면 G7 국가들은 18%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재와 러시아 자산 동결이 달러와 유로의 위상에 되돌릴 수 없는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의 산업 생산량은 1.9% 증가했고, 4월 GDP는 1.3% 성장했으며, 수출 거래에서 루블화 비중은 65%에 달한다고 밝혔다. 막심 오레시킨 대통령 행정부 차장은 "러시아 경제는 지난 3년간 10% 성장한 반면, 유럽은 3% 성장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러시아 외채는 현재 10% 수준이며 곧 완전 상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러시아 측 발언은 공식 통계와 주장에 기반한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 등 다른 국제기구의 분석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 기조연설 중인 푸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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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OTRA 상트페테르부르크무역관 촬영]
계약 체결 및 주요 협력
이번 포럼에서는 총 1084건의 계약이 체결됐으며, 총액은 6조6420억 루블(약 97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6조4800억 루블)를 소폭 상회하는 수치이다. 주요 계약으로는 러시아-쿠바 간 항암 백신 공동 개발 양해각서,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간 30개 분야 협력 협정, 알래스카 터널 건설 프로젝트 등이 포함된다. 특히 우즈베키스탄과의 협력이 두드러졌는데, 푸틴 대통령과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최초의 통합형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공식 착수에 동의했다. 이는 로사톰(Rosatom)이 기술을 제공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이 프로젝트를 "에너지 안보를 위한 견고한 초석"이라고 평가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 체결 협약 관련 동향>
[자료: Roscongress 재단 홈페이지]
포럼의 성격과 평가
안톤 코비야코프 러시아 연방 대통령 보좌관은 "SPIEF는 단순한 경제 포럼을 넘어 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파트너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한 글로벌 발전 모델 구축의 중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KOTRA 상트페테르부르크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고립되지 않고 있다"며 서방 투자자들이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는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서방의 제재와 기업 철수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분석이 이를 따르는 것은 아님을 감안해야 한다.
포럼 기간 중 주목받은 세션으로는 "글로벌 경제: 대립과 협력 사이에서", "인공지능이 만드는 미래", "새로운 글로벌 금융 아키텍처: BRICS의 역할", "러시아 경제: 구조적 변화와 성장 회복" 등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변동 속에서 다극화된 세계 질서에 적응하는 새로운 발전 모델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또한 BRICS 비즈니스 포럼, SCO 비즈니스 포럼, G20·B20 지역 협의 포럼, 중소기업 포럼, 창의산업 포럼 등 병행 행사도 개최됐다. 기술 혁신 부문에서는 Aurus가 세단 Senat 900과 Senat 1000 프로토타입을 공개했고, Lada Niva Legend에 1.8리터 엔진과 운전석 에어백이 탑재됐다. Sberbank는 AI 결제 단말기 'Neo'와 광학 컴퓨터를, PSB는 태양광 동력 무인기 'Argus'(최대고도 25km, 40일 체공)를 선보였다. 문화 프로그램으로는 '페테르부르크 시즌스' 축제와 전통적인 SPIEF 스포츠 경기가 열렸으며, 청소년 경제 포럼 '미래의 날', 약물 안전 포럼, 중소기업 및 장애인 고용·사회 통합을 주제로 한 세션도 마련됐다.
로스콩그레스 재단과 전러시아 여론조사센터(VCIOM)가 포럼 참가자 6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세계 GDP 성장을 이끌 주요국으로 중국(75%), 러시아(51%), 인도(38%)가 꼽혔다. 글로벌 성장 동력 산업 1위는 디지털 기술·인공지능(60%)이었으며, 기술·AI 분야에서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중국(74%)으로 나타났다.
시사점 및 전망
제29회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은 대러 경제 제재 상황 속에서도 러시아가 글로벌 경제 협력의 한 축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공식 대표단의 약 10년 만의 복귀와 독일 대표단의 재참여는 일부 서방 기업과 정치권의 대러 관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또한 유럽 의회 의원들과 러시아 하원 대표들은 포럼에서 EU-러시아 공식 대화 재개를 지원하는 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포럼에서 논의된 핵심 의제는 인공지능, 디지털 전환, 그리고 BRICS를 중심으로 한 다극화된 글로벌 경제 질서 구축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주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개방을 확대하고 효율성을 높이며 디지털화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히며, 경제 성장 둔화를 인정하면서도 "투자 증가와 새로운 투자 주기 시작이 되살아나는 성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을 통해 확인된 주요 변화 및 전망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금융 인프라 다변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나의 은행이나 결제 경로에 의존하기 어렵다는 인식 속에서 새로운 국제 결제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논의되었다. 둘째, 서방 기업들의 조심스러운 복귀 움직임이 감지된다. 미국과 유럽 대표단의 포럼 복귀가 당장의 제재 해제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비즈니스 대화 재개라는 점에서 일부 의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셋째,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원자력 프로젝트를 필두로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의 새로운 산업 협력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넷째, 기술 주권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원자력 기술 등 기술 자립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뤄졌다.
우리 기업들에게 주목할 점은 AI, 이차전지,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 협력 수요가 높다는 사실이다. 포럼 참관단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AI 및 디지털 전환이 미래 성장 동력 1순위(60%)로 꼽혔다. 이 시장에서 한국의 차별화된 기술력은 러시아의 '수입 대체' 니즈와 결합할 가능성을 지닌다. 다만, 복잡해진 결제 및 물류 리스크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현지화 전략을 세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이러한 글로벌 정세 속에서 러시아는 안정적 미래를 위한 실용적 대화의 장으로서 SPIEF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료: SPIEF 공식 홈페이지, 러시아 현지 언론(Vedomosti, Kommersant, Lenta, KP, RBK 등) 보도 등 KOTRA 상트페테르부르크 무역관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