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외교·경제 채널이 사실상 단절되었던 미국와 러시아의 관계가 2025년부터 일정 부분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2월 리야드 협의를 시작으로 외교 실무 채널이 재가동되었고, 같은 해 8월 앵커리지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정치적 긴장 완화를 넘어 구체적 협력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단계로 전환했다. 2026년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는 처음으로 ‘미·러 비즈니스 세션’과 ‘문화 대화 세션’이 동시 개최되어 비정치적 협력 확대 흐름을 공식화했다. 2025년 12월 미국은 제재 명단에서 법인 7개사와 개인 2명을 삭제하며 선별적 완화 의사를 표명했고, 2026년 3월에는 해상 운송 중인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 구매에 대해 30일간 임시 허가를 부여하는 등 에너지 분야에서 첫 실질적 조치가 이뤄졌다. 다만 미국은 여전히 러시아에 대해 전체 제재의 23.5%에 해당하는 7,411건을 부과한 최대 제재국이며, 2025년 기준 미국이 러시아 대외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 0.9%, 수입 0.2%에 불과해 정상화 규모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에 상트페테르부르크무역관에서는 우크라이나 문제, 제재의 관성, 정식 외교 채널 부재가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양국의 경제 관계에 대해 살펴보고 우리기업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교역의 특징 : '우라늄·비료·팔라듐' 3대 품목 집중 현상 심화


2025년 미·러 교역 추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전년 대비 교역액이 증가세로 전환되었음에도, 그 증가가 극소수 전략 품목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연방관세청(FCS) 기준 2025년 러시아의 대미 수출 비중은 0.9%, 수입 비중은 0.2%로 미미하지만, 미국 인구조사국(Census Bureau) 및 TradelmeX 집계에 따르면 양국 교역 절대액은 2025년 46억 4,000만 달러로 전년(37억 9,000만 달러) 대비 22%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2021년 최고치(371억 달러)의 약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2026년 1분기 교역액은 11억 달러로 연간 환산 시 45억~50억 달러 수준이 전망되며, 뚜렷한 도약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 2019~2025년(상반기) 러시아의 대 미국 교역 >

[자료 : Fontanka, 상트페테르부르크무역관 정리]



더욱 주목할 점은 품목별 편중 현상이다. 2025년 기준 미국의 대러 수입 상위 3개 품목인 비료(HS 31), 무기화학·우라늄(HS 28), 귀금속·팔라듐(HS 71)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구체적으로 비료 수입액은 17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89% 급증했으며, 요소(카바미드)는 2025년 상반기에만 5억 달러 이상 선적되었다. ‘무기화학’ 범주는 사실상 방사성 물질 및 동위원소로, 세부 집계상 우라늄-235 수입액은 10억 6,000만 달러(전년 대비 +62%)에 달했다. 팔라듐 수입액은 7억 3,300만 달러로, 러시아는 2021년 미국 팔라듐 수요의 35%를 공급했으며, 미국 의회가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음에도 수입 물량은 유의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미국의 대러시아 수입 상위 10개 품목 (2025년) >

품목(HS 코드)

금액(백만 달러)

비료(HS 31)

1,790

무기화학·우라늄 포함(HS 28)

1,110

귀금속·팔라듐 포함(HS 71)

733.1

목재 및 제품(HS 44)

91.9

원자로 및 장비(HS 84)

90.8

항공기 및 부품(HS 88)

39

유지종자 및 과실(HS 12)

38.1

기타 비귀금속(HS 81)

25.6

동물용 사료(HS 23)

23.3

전기장비(HS 85)

7.6

[자료 : Tradelmax(2025)]


< 2024년 대미 러시아 수출 주요 품목(천만달러) >

[자료 : Fontanka, 상트페테르부르크무역관 정리]


미국의 대러시아 수출은 제재의 직접적인 영향을 덜 받는 품목에 집중되어 있다. 2025년 미국의 대러 수출액은 5억 9,300만 달러로, 양국 교역 총액의 13% 미만이다. 이 중 의약품 수출은 1억 9,500만 달러(전년 대비 +47%), 의료·광학기기는 1억 6,900만 달러(+10%)로 두 범주가 전체 대러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 외 유제품 생산용 미생물 배양체, 향료, 시럽 등이 소규모로 수출되고 있으며, 첨단기술 제품 대부분은 강력한 수출 통제 대상에 남아 있다. 한편 에너지 및 채굴 기술 분야는 향후 협력의 주요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알래스카는 확인 매장량 기준 석유 약 34억 배럴, 가스 3조 5,390억 입방미터를 보유하고 있어, 러시아의 북극 채굴 기술과 극한 기후 대응 장비가 활용될 가능성이 주목받는다. 북극항로(NSR) 역시 미국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러시아 항만·쇄빙선 에스코트·도선 서비스 활용이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국제우주정거장(ISS) 공동 운영,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동 참여, 소형 원자로 분야 등 우주·원자력 분야는 ‘협력의 섬’으로 불리며, 2025년 미국의 대러 수입 품목에 ‘항공기 및 부품’이 포함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 2024년 대미 러시아 수출 주요 품목(천만달러) >

[자료 : Fontanka, 상트페테르부르크무역관 정리]




시사점: '선별적 완화' 대상 업종 모니터링 및 리스크 관리 병행


전문가들은 현재 미·러 간의 경제 협력 재개 움직임이 양자 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 기업들에게도 전략적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여전히 한국의 핵심 경제·정치 동맹국인 만큼, 미 행정부의 대러 제재 완화 패턴은 한국 기업들의 대러시아 사업 전략 수립에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 기업들이 강력한 제재 환경 속에서도 우라늄·비료·팔라듐 등 ‘미국 경제의 구조적 수요가 존재하는 분야’에서는 사업 기반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기계, 전자, 자동차, 조선, 첨단기술 분야 기업들은 미국이 어떤 산업을 우선 협력 대상으로 검토하는지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는 식량·비료(농업), 원자력(우라늄), 북극 인프라(물류·에너지), 항공·우주 등이 완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거론된다. 미국이 제재 면제 대상으로 지정하거나 협상 의제로 다루는 분야는 향후 외국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 재진출할 때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진입로가 될 수 있다. 다만 제재 체제의 전면 해제는 단기간 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공급망과 투자 네트워크의 부분적 복원 가능성을 검토하는 한편, 엄격한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과 지속적인 제재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글로벌 식량·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분야, 북극 개발 및 물류 인프라 사업은 중장기적으로 관심을 유지할 만한 영역으로 평가된다.




자료원 : 러시아 연방관세청(FCS), 가이다르경제정책연구소, 미 인구조사국(Census Bureau), TradeImeX, 공식 발언, 전문가 평가 및 TASS, Fontanka, Morvestnik, Alta, Kommersant, Vedomosti, RBC, Komsomolskaya Pravda 등 KOTRA 상트페테르부르크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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