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여력이 있는 소유자가 도심 요지의 땅을 사둔 채 수십 년간 개발하지 않고 방치하는 관행은 사우디 부동산 시장의 오랜 문제로 꼽혀왔다. 2016년 이런 유휴토지에 일괄 2.5%의 수수료를 물리는 제도가 도입됐지만, 위치와 상관없이 부담이 동일해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 2025년 사우디 정부는 이 요율을 개편해, 도심 요지일수록 더 높은 부담을 지도록 최대 10%까지 차등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2026년 1월부터는 실제 고지서 발행이 시작되면서, 이 제도가 실질적인 차원에서 적용되기 시작했다.

[자료: 리야드 무역관 직접 촬영]
Taiba Investment(타이바 인베스트먼트) 사례로 본 고지서
이 요율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타이바 인베스트먼트(Taiba Investment)다. 이 회사는 2025년 9월 리야드 시내 자사 보유 토지 일부가 수수료 대상이 됐다고 공시하면서, 최고 우선순위 구간(연 10%)에 해당하는 면적이 6만 17㎡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후 2026년 1월 실제로 첫 고지서로 296만 리얄(약 79만 달러)를 받았는데, 반년 만인 7월 추가 고지서가 발행되며 누적 부담액이 964만 리얄(약 257만 달러)로 3배 이상 불어났다고 공시했다.

*1구간 - 최고 우선순위, 토지가액의 연 10% 수수료 부과
[자료: 자치행정주택부(MOMAH) 웹사이트]
이런 재정적 압박이 실제 시장에서 어떤 움직임으로 나타나는지, Bird & Bird 리야드 오피스 한국 업무 총괄 변호사에게 물었다.
그는 “최근 리야드의 여러 민간 토지 소유자로부터 개발 파트너를 찾는다는 문의를 받고 있다.”며 "이들은 토지를 주거·상업 또는 복합용도로 개발할 의지는 있지만, 전문적인 개발 경험과 설계·시공 역량이 부족하다는 공통된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유휴토지를 놀려도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았던 데다, 대형 개발은 정부·국영기업 주도의 기가프로젝트 중심으로 이뤄져 온 탓에, 민간 토지 소유자들이 굳이 자체 개발 역량을 갖출 유인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사우디에서 자본시장청(CMA: Capital Market Authority) 규제하의 부동산 개발펀드가 활발히 설립되고 있지만, 정작 설계·시공·사업관리 역량이 부족한 사례가 있고, 은행도 민간 토지 소유자 단독 프로젝트에는 공사비 초과·완공 지연 등의 리스크를 이유로 대출에 신중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그는 역할 분담을 제시했다. "적절한 구조를 통해 토지 소유자는 토지를 프로젝트에 출자하고, 부동산 개발펀드는 자기자본 조달과 제도적 관리체계를 제공하며, 한국 건설회사 또는 개발사는 설계·개발관리·시공과 사업 수행을 책임질 수 있다.” 며, “여기에 적정한 자기자본, 완공지원, 이행보증, 단계별 자금집행 및 프로젝트 통제장치를 마련하면 실행위험을 낮추고 은행 금융조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고 말했다.
역할분담형 개발 사례
이런 구조는 이미 여러 건 실제로 성사되고 있다.
2026년 7월 14일 리야드 알와삼(Riyadh Al-Wisam) 지구에서는 토지주(Athar Investment), 펀드운용사(Dinar Investment), 개발사(Masqa First)가 3자 협약을 맺고 약 1,000세대 규모 주택단지 개발에 나섰다. 목표 투자액은 7억 리얄(약 1억 8,700만 달러)이며, 토지 가치만 2억 5,962만 리얄(약 6,923만 달러)로 명시됐다.
메카 알아지지야(Al-Aziziyah) 지구에서는 사거 그룹 홀딩(Sager Group Holding) 회장 압둘아지즈 사거(Abdulaziz Sager) 박사의 주도로 '알부시라 인프라 개발펀드(Al-Bushra Infrastructure Development Fund)'가 조성돼, 73만 4천㎡ 이상의 원시토지를 개발 가능한 부지로 만드는 작업에 나섰다. 이 펀드에는 미국 오마하 소재 벌링턴캐피탈(Burlington Capital)이 전략적 투자자로, G캐피탈(G Capital)이 파트너로 각각 합류했다.
이런 구조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이미 정부급 대형 프로젝트에서 단순 시공이 아닌 디벨로퍼 역할을 해낸 실적이 있기 때문이다. GS건설의 부동산개발 자회사 GS REDC는 2025년 10월 사우디 국영주택공사(NHC: National Housing Company)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리야드 인근 3,500만㎡ 규모 신도시 개발사업 '다흐야 알푸르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총사업비 최대 200억 달러(약 23조원) 규모로, 5만 가구 이상의 주택과 공공시설 190여 곳이 들어설 예정이다. GS건설은 이 중 18만 6,000㎡ 부지에 2,400세대를 짓는 알푸르산 데스티네이션 8구역의 시행을 맡아, 국내 설계사(해안건축)·현지 건설사(Miskan) 등과 협업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개로 GS건설은 민간 개발사와의 협업 실적도 쌓고 있다. 2026년 2월에는 현지 개발사 Al Argan과 함께 리야드 북부 고급 주거단지 '오아시스 레지던스'(182가구) 분양을 시작했다. 정부기관이든 민간 파트너든, 시공을 넘어 사업 기획·자금조달까지 아우르는 디벨로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자료: Al Argan]
시사점
한국 기업이 단순 도급 시공사에 머물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변호사는 실제 역량에서 찾았다. “한국 기업들이 단순 시공을 넘어 개발·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함께 갖춘 경우가 많고, 특히 스마트빌딩 시스템·디지털 연결성·에너지 효율 설계 같은 강점이 사우디 토지 소유자·개발펀드가 필요로 하는 것과 맞아떨어진다”고 짚었다. “이미 설계가 끝난 프로젝트의 시공 입찰에만 참여하기보다, 초기 단계부터 공동개발자나 전략적 파트너, 필요시 지분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이런 구조에 참여하려면 단순 시공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다. 토지주·펀드와의 신뢰관계 구축, 사우디 인허가·용도지역 규정에 대한 이해, 현지 파트너사와의 역할 분담 설계까지 갖춰야 한다. 이미 실적을 쌓은 GS건설 외에도, 개발관리·디지털 인프라 역량을 가진 한국 중견 건설사·설계사들이 이 흐름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자료: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MOMAH) 화이트랜드 및 공실부동산 수수료 공식 포털, Taiba Investment 공시자료, Mubasher(마스카 개발펀드 협약 보도), Sidra Capital·Burlington Capital 공식 발표자료, GS건설·사우디 국영주택공사(NHC) 보도자료, Al Argan, Bird & Bird 자문, KOTRA 리야드 무역관 취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