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유럽 데이터센터 시장의 중심은 프랑크푸르트·런던·암스테르담·파리·더블린(FLAPD)이다. 다만 기존 거점에서 전력망 제약과 부지 부족, 일부 지역의 신규 개발 제한이 부각되면서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수요를 수용할 새로운 입지를 찾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 특히 밀라노가 남유럽의 주요 신흥 데이터센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탈리아 설치전력 4년 새 두 배, 투자는 해외 사업자가 주도
밀라노공과대학교 데이터센터 관측소(Osservatorio Data Center)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데이터센터 IT 설치전력은 2021년 307MW에서 2025년 609MW로 4년 새 약 두 배로 늘었다. 2025년 한 해에만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다만 투자 집행 속도는 기대에 못 미쳤다. 2023~2025년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구축과 IT 장비에 실제 투입된 금액은 71억 유로로, 2023년 전망치(105억 유로)의 약 68%에 그쳤다. 관측소는 이탈리아에 처음 진입한 해외 사업자들이 현지 규제와 인허가 소요 기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 AI용 데이터센터 설계를 둘러싼 기술적 불확실성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향후 투자계획은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2026~2028년 30개 사업자가 총 83개의 신규 인프라 프로젝트를 발표했으며, 잠재 투자액은 254억 유로로 2023~2025년 전망치(105억 유로)의 두 배를 웃돈다. 다만 전체 발표 투자액의 72%가 이탈리아 시장에 아직 진출하지 않은 해외 사업자의 계획이어서, 관측소는 표준화된 인허가 절차가 부재할 경우 추진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밀라노, 투자의 중심지로 부상 그러나 관건은 전력인프라
이 같은 투자가 가장 집중되는 곳이 밀라노다. 롬바르디아주에서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 49개 가운데 33개가 밀라노 광역권 32개 기초자치단체에 분포해 있으며, 공칭전력은 약 414MW다. 이 밖에 10개 시설이 건설 중이고, 23개 프로젝트가 관계기관 검토를 받고 있다. 건설 중인 시설이 모두 완공되면 약 318MW가 추가될 전망이다.
유럽 전체로 시야를 넓혀도 밀라노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유럽 주요 13개 데이터센터 거점에는 2023~2025년 총 295억 유로가 투자됐으며, 2028년까지 관련 투자는 1,100억 유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약 55%는 여전히 FLAPD에 몰릴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발표된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밀라노가 유럽 신규 투자액의 최대 23%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발표된 프로젝트나 전력망 접속 신청량을 실제 시장 규모로 곧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2025년 11월 말 기준 이탈리아 송전망 운영사 Terna에 접수된 데이터센터 고압 전력망 접속 신청은 이탈리아 전체 68.5GW, 밀라노 권역 31.1GW에 달한다. 그러나 같은 사업자가 여러 후보 부지에 중복 신청하거나 초기 검토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신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관측소가 파악한 향후 3년간 밀라노의 실질 프로젝트 규모는 약 695MW로, 접속 신청량의 2%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가운데 약 78%가 고압 전력망 접속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여, 결국 전력 인프라 확보가 프로젝트 실현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앙정부, 단일 인허가·국가전략사업 지정으로 사업화 지원
발표된 투자계획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까지의 병목을 줄이기 위해 이탈리아 중앙정부도 인허가 체계 정비에 나섰다. 2026년 2월 20일 제정된 법령 DL 21/2026은 데이터센터 건설·증설·운영과 이에 필요한 전력 연결망을 대상으로 단일 인허가 절차(Procedimento Unico)를 도입했다. 이 법령은 같은 해 4월 10일 법률 제49호로 전환됐다.
새 제도는 환경영향평가, 도시계획, 수자원 이용, 경관·문화재 관련 허가 등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던 절차를 하나의 과정에서 조율하는 방식이다. 원칙적으로 신청서류가 완비된 시점부터 10개월 내에 절차를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롬바르디아에서는 9월 1일부터 전용 온라인 시스템 'PU DATACENTER'를 통해 신청을 받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에는 '국가 최우선 전략사업(preminente interesse strategico nazionale)' 지정 제도도 활용되고 있다. 지정된 프로젝트에는 특별집행관(Commissario straordinario)이 임명돼 행정기관 간 조정과 인허가 취득을 지원한다. 2026년 8월 4일 기준 국가전략사업으로 지정된 데이터센터 투자 프로그램은 총 7건, 250억 유로 이상이며, 이 가운데 5건(약 215억 유로)이 롬바르디아에 집중돼 있다.

* 주: 2026년 5월 발표된 EdgeConneX의 이탈리아 전체 투자계획은 약 60억 유로이며, 위 금액은 국가전략사업으로 지정된 프로그램 기준
[자료: 이탈리아 기업·메이드인이탈리아부(MIMIT), KOTRA 밀라노 무역관 재구성]
대표적인 사례가 Equinix다. Equinix는 세티모 밀라네제(Settimo Milanese)와 쿠사고(Cusago)에 2026~2033년 총 40억 유로를 투자해 데이터센터 7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일반 코로케이션·연결 서비스뿐 아니라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와 AI 워크로드를 겨냥한 하이퍼스케일 시설도 포함된다. MIMIT는 이 프로젝트로 건설 단계에서 약 1,500명, 운영 단계에서 직·간접적으로 500명 이상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정부가 단일 인허가 제도를 도입하고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국가전략사업으로 지정하는 것은 데이터센터를 디지털·AI 핵심 인프라로 육성하는 동시에, 인허가와 전력 연결 과정의 병목을 해소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롬바르디아, 이탈리아 최초 데이터센터 전용 주(州)법 시행
중앙정부가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롬바르디아주는 데이터센터가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들어서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롬바르디아주는 2026년 6월 3일 '데이터센터 입지에 관한 규정'인 주법 제11호(L.R. 11/2026)를 제정했다. 주의회는 이를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한 이탈리아 최초의 지역 차원 종합 규제라고 설명한다.
이 법은 투자 유치와 함께 폐산업·오염·유휴부지 재생, 신규 토지소비 억제, 수자원 보호, 에너지 효율 및 폐열 활용을 주요 정책목표로 내세운다. 이어 8월 3일에는 입지·에너지·환경 우선기준과 인센티브 적용방안을 담은 DGR 6645, 단일 인허가 운영지침인 DGR 6646이 의결됐고, 두 시행규정은 8월 28일 공보에 게재됐다.
핵심은 규제와 인센티브의 결합이다. 도시재생지역이나 폐산업·오염·유휴·저활용 부지를 활용하고 재생에너지, 폐열 회수, 용수 효율성 등 우선기준을 충족하는 프로젝트에는 행정절차상 우대조치가 적용될 수 있다. 반면 신규 농지를 개발할 경우 건설부담금을 추가로 부과해 토지소비를 억제한다. 즉 데이터센터 건설 자체를 막기보다는, 일정한 환경·에너지 기준을 충족하는 프로젝트를 우대해 친환경·고효율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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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 |
주요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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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
도시재생지역, 폐산업·오염·유휴·저활용 부지 우선 활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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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개발 |
농지 소비 시 건설부담금 100% 추가, 특정 보호지역은 200% 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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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
지붕·주차장·유휴부지 등 활용 가능 면적의 60% 이상에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설치 시 우선기준 충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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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열 활용 |
2029년까지 최소 25%, 2030년부터 최소 35%의 폐열 재이용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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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 |
공공 상수도와 음용·관개용 수원 의존 억제, WUE 기준 및 비전통 수원 활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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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별 절차 |
5MW 초과는 생산시설 용도, 10MW 초과는 초지자체적 영향평가 대상, 50MW 초과는 주정부가 협의절차 주도 |
[자료: Regione Lombardia]
이에 따라 앞으로 롬바르디아에서 데이터센터를 개발하려는 사업자는 부지와 전력 확보에 그치지 않고, 초기 설계 단계부터 에너지 효율, 냉각 방식, 용수 사용, 폐열 활용방안까지 인허가 전략에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밀라노 데이터센터 시장은 AI·클라우드 수요와 글로벌 사업자의 신규 투자에 힘입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다만 현재 발표된 투자액이나 전력망 접속 신청량이 모두 실제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향후 시장의 실질적인 성장 속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투자계획 자체보다 국가전략사업 지정 여부, 단일 인허가 진행 상황, 부지 확보 및 고압전력망 접속 가능 여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롬바르디아의 신규 규제로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의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부지와 전력 확보가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에너지효율, 재생에너지, 냉각수 사용, 폐열 회수 등 지속가능성 관련 요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관련 기자재와 솔루션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수요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데이터센터 증설이 본격화될 경우 변압기·배전설비·UPS·ESS 등 전력 인프라뿐 아니라 고효율·액체냉각 시스템, 폐열 회수 설비, 수처리·재이용 시스템, 에너지관리 솔루션 등에 대한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다만 시장 진입 시에는 단순히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새롭게 도입된 지역 규제가 실제 발주 사양과 공급업체 선정 기준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자료: Politecnico di Milano Osservatorio Data Center 및 ProdAction, Terna, 이탈리아 기업·메이드인이탈리아부(MIMIT), Regione Lombardia 및 Consiglio Regionale della Lombardia, 이탈리아 하원 자료 등 KOTRA 밀라노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