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와 거래해본 적이 있는 기업이라면 쿠바만의 독특한 '다중환율 체계'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쿠바는 전세계적으로 드문 3개의 공식환율을 운영하고 있으며, 민간 독립매체가 사실상의 시장 기준환율을 제공하고 있다.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페소 발행량의 증가, 만성적인 초과 외화수요, 미국제재 강화 등 외부요인으로 인한 외화유입 감소, 그리고 페소화에 대한 신뢰 저하 등은 수요를 비공식 시장으로 몰아 외화가치 상승 압력을 고착화시키는 실정이다.

쿠바에서는 경제주체별로 다른 환율을 적용하게 된다. 국영기업의 경우 달러당 1:24 공식환율을 적용하면서 사실상의 보조금으로 활용해 오고 있다. 반면 민간기업은 공식 은행시스템에서 외화를 구할 수 없어 수입대금의 상당 부분을 비공식 시장에서 조달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원가 구조가 비공식 환율에 연동된다. 개인은 환전 수량의 제한으로 인해, 환전시 비공식 시장환율보다 낮은 공식 변동환율을 적용받게 된다.

최근 미국의 대쿠바 제재가 강화되면서, 쿠바의 무역·금융·항만을 관할하는 국가 기관들까지 제재 대상이 되었다. 이로 인해 쿠바의 외화 조달 및 결제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며, 비공식 환율을 더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쿠바 정부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민간 환전소 허용 등 경제분야 대개혁 조치를 발표하였지만, 환전시장에 공급될 외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지 못한다면 근본적인 개선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이다.


쿠바와의 거래를 모색중인 한국 기업이라면, 거래 및 통계에 어떤 환율이 적용되는지부터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익 반출이 어렵고 높은 환차손에 노출될 수 있는 현지화(CUP) 수취 조건을 최대한 피하고, 결제은행 및 경유기관에 대한 제재 여부를 반드시 사전 점검해야 한다. 특히 계약 상대방 및 물류 경로의 실소유 구조까지 확인하여 제재에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과거 쿠바와 거래 경험이 있는 기업일지라도, 2026년 들어 미국 제재가 급격히 강화되면서 2025년까지의 거래 방식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쿠바인들이 국영환전소(CADECA)에서 환전하고 있다. (출처 : 쿠바 관영매체 CubaDebate) ]

1. 쿠바 환율제도의 역사 - 30여년에 걸쳐 형성된 다중환율 체계

쿠바의 독특한 환율체계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구소련 붕괴 전까지는 공식 고정환율과 시장환율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1991년 12월, 그간 쿠바 경제를 든든하게 지원해 오던 소련이 붕괴하면서 쿠바의 특별시기(Período Especial)가 시작되었고, 경제위기에 따라 시장환율이 약 100CUP까지 치솟으면서 처음으로 환율에 주목할 만한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국영환전소 CADECA 설립과 관광개방 등의 조치로 어느정도 진정되는 듯하였으나, 이중환율이 고착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코로나19는 이러한 시스템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핵심 외화 수입원이던 관광이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면서 환율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쿠바 정부는 2021년 화폐개혁을 통해 '환율 단일화'를 목표로 내걸었고, 기존의 CUC 화폐를 폐지하고 공식환율을 달러당 24페소로 통합시켰다. 그러나 2021년 말, 시장환율은 이미 50페소를 넘어서고 있었다.

2022년 8월, 쿠바 정부는 기존의 1:24 고정환율과 별도로 개인·중소기업용 1:120 고정환율을 신설하였다. 하지만 시장환율의 상승세는 멈출 기미가 없었고, 2가지의 공식환율 운용에도 불구하고 시장환율과의 격차는 점차 커져갔다.

2025년 12월, 쿠바 정부는 제1구간 1:24 고정환율과 제2구간 1:120 개인·중소기업용 고정환율에 더해, 최초로 제3구간 변동환율을 도입하였다. 처음 도입시 1:410으로 시작하였으나, 이미 시장환율은 400페소 중반을 기록하고 있었다. 2026년 들어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비공식 시장환율은 가파르게 상승하였고, 제3구간 변동환율 역시 비공식 시장환율을 따라 상승세를 보였다. 2026년 8월 현재 비공식 시장환율은 전년동기대비 2배에 가까운 1:675를 기록하고 있으며, 6년만에 달러 대비 90% 이상의 가치가 절하되었다. 이에 공식 제3구간 변동환율 역시 1:618까지 상승하며 비공식 시장환율을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 쿠바의 환율 변천사 >

시기

공식환율(달러당)

비공식 시장환율(달러당)

주요사건

1989~1990

1 CUP

약 5 CUP

소련 붕괴 이전

1993

1 CUP

100~150 CUP

특별시기 경제위기 정점

1994~1995

1 CUP

40 → 31.7 CUP

국영환전소 설립 등 병행환율 제도화

2000~2020

1 CUP

24~25 CUP

2005년 이후 동결, 이중환율 고착화

2020년말

1 CUP

42 CUP

화폐개혁 직전 절하 가속화

2021.01.01

24 CUP

50 CUP

화폐통합 및 태환페소(CUC) 폐지

2022.08

24 + 120 CUP

지속 상승

공식환율 분화 시작

2025.12.18

24 + 120 + 410 CUP

약 450 CUP

공식 변동환율(제3구간) 도입

2026.08.07

24 + 120 + 618 CUP

675 CUP

경제개혁조치 이행 1개월차, 미국 제재 심화

2. 쿠바 환율제도의 특징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쿠바 환율제도의 특징은 크게 5가지로 볼 수 있다.

① 법적으로 3개의 공식환율이 존재

복수환율 자체는 개발도상국에서 드물지 않지만, 정부가 명시적으로 3개의 공식 환율을 동시에 운용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쿠바 중앙은행(BCC)의 후아나 릴리아 델가도 총재는 2025년 12월 변동환율 도입 정책을 발표하면서 "과도기 없는 즉각적인 환율의 단일화는 급격한 평가절하, 인플레이션 심화, 페소 구매력의 추가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며 3개의 환율구간(Segmento)을 공식화했다. 이는 화폐가치의 평가 절하를 인정하는 것이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할 것을 우려해 시장환율 수용을 회피하는 '공포에 의한 고정(Fear of Floating)' 이론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


[ 2026년 8월 7일 기준, 쿠바중앙은행 홈페이지에 게시된 제1~3구간 주요 통화별 환율 현황 (출처 : 쿠바 중앙은행 홈페이지) ]

② 비공식 시장환율을 정부가 아닌 민간 독립매체가 제공

쿠바 민간 경제의 실질적인 기준환율은 정부가 아닌 민간 독립매체 엘토케(elTOQUE)가 매일 발표하는 '비공식 시장 대표환율(TRMI; Tasa Representativa del Mercado Informal)'이다. 엘토케의 TRMI 산출방식은 공개되어 있으며, 수집-정제-산출-검증 과정을 거쳐 매일 발표된다.

- (수집) 텔레그램, 왓츠앱, 페이스북 및 온라인 광고 플랫폼에 게시되는 외화 매수·매도 수요를 자연어처리(NLP) 알고리즘으로 실시간 수집하여, 누계 75,000명 이상의 이용자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처리

- (정제) 자동계정(봇) 식별 및 제거 등 데이터 클리닝 작업을 거쳐 시세조작 시도를 차단

- (산출) 최근 24시간 호가의 평균값이 아닌 중앙값(Median)을 사용해 극단값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각 주별 환율을 종합 (전 쿠바 중앙은행 이코노미스트 파벨 비달(Pavel Vidal) 박사가 산출 全 과정 감수)

- (검증) 방법론은 동료심사(Peer Review)를 거쳐 학술지에 게재되었고, 쿠바연구학회(ASCE) 및 마드리드자치대학교 등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 및 검증됨

쿠바 정부는 엘토케의 TRMI 환율을 ‘경제전쟁의 도구’라며 조작 및 오용 의혹을 제기하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반면 엘토케 플랫폼은 지난달 7월 초 대규모 디도스(DDoS) 공격을 받았다고 밝히는 등, 환율정보 자체가 정치적 긴장 요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민간·비국영 부문의 대부분은 이 환율을 일상 거래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달러현금을 사용한 거래시 엘토케의 TRMI 환율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Actualización de tasas de mercado informal de divisas en Cuba Fecha: 07/08/ 2026 Imagen 1: Tasa representativa del mercado informal (elTOQUE) EUR: 790.00 CUP USD: 675.00 CUP MLC: 451.86 CUP Hay ofertas en

[ El Toque가 매일 발표중인 비공식 시장 대표환율(TRMI), 2026년 8월 7일 (출처 : El Toque 공식 페이스북) ]

③ 공식 환전시장에서 국가의 외화공급 역할이 극히 제한적

쿠바 정부는 제3구간 변동환율 시장에서 달러를 투입하지 않는다. 국영기업은 공식 변동환율(제3구간)의 직접 수요자로 참여할 수 없음이 제도화되어 있어, 국영환전소 CADECA와 은행이 수출기업 및 개인 등으로부터 매입한 외화만큼만 판매하고 있다. 개인의 외화 구매한도도 1회당 100달러이고 모바일 앱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공식 환전시장이 존재함에도 실제 접근성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특히 100달러를 매입하려면 6만페소 가까이 필요하나, 쿠바의 일반적인 월소득이 8천페소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제도 이용이 가능한 계층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④ ‘현금’과 ‘계좌 잔액’의 실질 가치 차이

쿠바는 재정적자에 대응하기 위해 화폐 발행량을 증대해 왔고, 이에 통화량이 급증한 상황이다. 화폐개혁 이후 2022년까지 총 통화량이 3.7배, 유통 현금이 5.2배 증가했음에도,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현금수요 폭증을 지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물리적인 현금 부족 현상이 만성화되었다. 2023년 국영기업을 필두로 한 계좌이체 의무화 조치로 현금 인출이 제한되자 시장에는 ‘현금 가격’이 형성되기에 이르렀고, 계좌이체 대금을 현금으로 전환하는 데 최대 10% 수준의 수수료가 붙는 관행이 생겨났다. 쿠바에서는 ‘어떤 통화인가’도 중요하지만, ‘현금인가 계좌 잔액인가’에 따라서도 돈의 실질 가치가 달라지는 셈이다.

⑤ 경제주체별로 다른 환율 적용

쿠바에서는 국영, 민간, 개인이 각각 다른 환율을 적용받는다.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섣불리 거래에 나섰다가, 생각보다 비싼 정부수수료 또는 환율에 따른 간접세 납부 등으로 손해를 입을 수 있다.

- (국영기업) 모든 국가기관 및 국영기업은 중앙집중식 외화분배(Caja Central) 방식에 따라 외화를 배정받으며, 기본·전략부문 거래 및 국가 회계에 1:24 환율이 적용된다. 1:24 환율은 2020년까지 수입 국영기업에 대한 사실상의 보조금 지급으로 간주되어 왔으나, 2021년 화폐통합으로 국가 고정환율이 1:1에서 1:24로 급격히 절하되자 480개 이상의 국영기업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2026년부터는 국영 수출기업도 쿠바 은행내 외화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되었으나, 수입의 일부를 국가에 의무적으로 매각해야 하고 거래 성격에 따라 다른 환율을 적용받으며 회계·재무상의 복잡성이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

- (민간기업 MIPyME) 민간 부문은 공식 은행시스템으로 외화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수입 대금의 상당량을 비공식 시장에서 조달하고 있다. 따라서 원가 구조도 비공식 환율(TRMI)에 연동되어 있다. 2026년 외화 운영계좌 개설이 허용되었으나, 수출입의 80%만 외화로 보유 가능하고 나머지 20%는 공식환율로 페소화로 환전해야 한다. 공식환율이 비공식 시장환율보다 달러당 약 60페소가 낮은 상황에서, 이러한 강제 전환분은 일종의 간접세로 민간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여기에 계좌이체 비용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최대 10%의 현금 프리미엄이 더해지면, 민간기업의 실질 거래비용은 명목환율 이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비용의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고, 물가 상승에 압력을 가하게 된다.

- (개인) 개인의 외화 조달은 사실상 쿠바계 미국인 등 가족·친척의 해외송금 및 비공식 시장환율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변동환율을 도입해 이를 공식화하려 시도했으나, 구매한도 제한과 디지털 예약제도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가족의 해외송금 외화를 은행에서 실물 화폐로 인출하지 못하고 카드 잔액으로만 보유할 수 있는 MLC(자유태환화폐)가 도입되면서, 개인의 외화 접근성은 더욱 떨어지게 되었다. 특히 생필품 유통이 MLC 외화상점 및 민간중소기업(MIPYME) 유통망을 중심으로 사실상 달러화되면서, 외화 접근성이 곧 생활수준을 결정하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또한 급격한 환율상승에 따른 현금 부족으로 은행인출 한도에도 제한이 걸리면서, 계좌에는 페소가 넘치는데 지폐가 부족해 연금 수령조차 어려운 ‘유동성 과잉 속 현금 기근’이라는 역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2026년 8월 7일 현재, 1 MLC는 약 452페소에 거래되고 있다)

3. 2026년 환율 동향: 화폐가치 절하 가속화 및 급등락 지속

2026년 1월부터 미국의 대쿠바 제재가 유래없을 정도로 강화되면서, 이미 대내외적 요인들로 취약한 쿠바의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쿠바의 비공식 시장환율을 산출하는 독립매체 엘토케의 산하기관인 통화금융관측소(OMFi) 집계에 따르면, 2026년 1~4월 쿠바 페소의 전년동기대비 평균 화폐가치 절하율은 45%를 기록하면서 2025년 연간 절하율 22%의 두 배를 넘어섰다. 한편 비공식 달러 환율은 2026년 1월 435페소에서 출발해 2월에는 이미 500페소를 돌파했고, 공식 변동환율 역시 2월초 이미 455페소를 기록하는 등 1분기 초반부터 빠른 속도로 화폐가치를 상실하고 있었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 발표(5월) 및 군사적 옵션 검토 보도(6월) 등으로 가속화되었다. 6월 21일, 비공식 시장환율은 달러당 695페소, 유로당 800페소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직후 6월 25일, 수개월 만에 처음으로 주요 외화가치가 10% 이상 급락하는 조정이 발생하면서 6월 30일 달러가 605페소까지 90페소나 하락했다. 엘토케 측은 이를 두고 “정책 발표·루머·신뢰 위기 등 기대 변화에 시장이 과잉반응(오버슈팅)한 뒤 조정”되는 전형적인 패턴으로 분석하였고, “실질적인 외화 부족, 세 자릿수 인플레이션, 재정적자, 페소에 대한 불신 등이 바뀌지 않는 한 환율은 다시 오를 것”이라 지적했다. 이후 7월 한달간 환율은 다시 점진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며, 8월초 달러당 675페소를 기록하고 있다.

공식 변동환율은 처음 출범한 2025년 12월 18일 당시 410페소를 기록했으나, 2026년 7월 초 590페소까지 빠르게 상승하였다. 그러나 비공식 환율과의 격차는 여전히 달러당 60~90페소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관련하여 한 독립매체는 공식 변동환율이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고 비공식 환율에 뒤늦게 반응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4. 환율 급등락의 네가지 구조적 원인

쿠바의 환율이 급변동하는 원인은 크게 4가지 구조적 요인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재정적자로 인한 화폐발행량 증가, 만성적인 외화 초과수요, 외부 요인들, 그리고 시장 신뢰도 저하 등이다.

① 재정적자에 따른 화폐 발행량 증가

쿠바 정부는 GDP 대비 최대 18%에 달하는 재정적자의 다수를 중앙은행의 페소화 화폐 발행으로 해소하고 있다. 이는 생산이 정체된 쿠바 경제에 페소가 과잉 공급되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현재 이것이 지속적인 페소가치 절하 추세의 근본적 원인이다.

② 만성적인 외화 초과수요

현재 각종 제재로 대쿠바 가족 송금과 관광이 급감하면서, 자연스럽게 외화 공급도 동시에 급락하였다. 반면 저축이나 수입 목적의 외화 수요는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더욱더 높아지고 있어, 수요가 공급을 상시적으로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된다. 게다가 은행에 외화 공급이 제한되면서, 외화 판매가 자유롭지 못해 사실상 ‘페소의 태환 불능’ 상태도 계속되고 있다. 이는 외화 수요를 비공식 시장으로 몰아가게 되고, 환율의 상승 압력을 구조화하고 있다.

③ 외부 요인들

코로나19 시기의 관광 중단,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공급 축소, 그리고 심화되는 미국의 제재 등으로 외화 유입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특히 2026년 들어 강화된 미국의 대쿠바 제재가 쿠바의 경제를 직격하면서 불안정성을 높이고 비공식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 등재된 주요 국영기관 현황 및 지정 의미는 아래와 같다.

- GAESA (5.1) 및 쿠바 관광부 (7.13) : 관광업은 쿠바의 두 번째로 큰 외화 수입원으로, 연간 최대 3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화수입을 창출하고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쿠바 경제의 대표적인 주춧돌이다. 이러한 관광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화는 연료 봉쇄에 따른 항공편 감소와 물류 마비, 세컨더리 제재를 우려한 글로벌 호텔체인들의 철수 등으로 이어지며 쿠바 관광산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외화의 유입도 큰 폭으로 감소했고, 이에 따라 비공식 시장에서 달러 가격도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되었다.

- GECOMEX (7.13) : 쿠바 국영부문의 수출입 계약 상당수는 GECOMEX 산하의 무역회사 (수출입 대행기관)를 거치고 있다. 이는 해외 수출입 기업의 거래의지를 위축시켜 물자 및 외화 유입을 축소시킨다. 결과적으로 비공식 시장에서의 달러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 BFI은행 (6.23) : 미 국무부는 BFI를 2016년 GAESA에 흡수된 이래 쿠바 안팎에서 활동하는 외국 법인 관련 거래의 대부분을 처리해 오고 있는 은행으로 정의하고 있다. 쿠바에서 사업하는 외국기업 상당수가 BFI 계좌를 통해 대금을 수취·송금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번 제재는 쿠바로 향하는 국제 결제의 핵심 통로를 차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들의 사업 의지를 저하시키고 쿠바와의 거래를 중단토록 유도해 외화 공급을 축소할 것으로 보여진다.

- AUSA (6.23) 및 GEMAR (7.13) : 마리엘 특별개발구 (ZED Mariel)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통제하는 AUSA 및 해운·항만 총괄기업인 GEMAR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화물이 경유하는 항만·터미널·운송사 자체가 제재의 접점이 될 수 있게 되었다. 이 또한 쿠바와의 무역 거래를 주저하도록 만들고, 특히 사용료 납부 등의 외화유입 창구를 차단하여 달러 가치를 높이게 된다.

이렇듯 쿠바 내 외화 유입을 차단하는 미국의 제재는 쿠바의 외화 조달과 결제 비용을 높여 비공식 환율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개별 제재와 해당일의 환율 변동간의 인과관계는 아직 검증된 바가 없으므로, 다양한 구조적 요인들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④ 시장 신뢰도 저하

2021년 화폐개혁, 2025년 신규환율 도입 등 정책 변화 국면마다 불확실성이 외화 도피심리를 자극해 오버슈팅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외화 부족에 따른 외화인출 제한은 페소와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 정책 변화시마다 공식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은 단일 정책에 대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고정환율 아래 수십년간 누적되어 온 손실과 불균형, 시장 불신이 정책 발표시마다 한꺼번에 표면화되는 과정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한편 최근의 단기 환율 하락은 GAESA 등 국영부문의 자산 매각에 따른 일시적인 외화 유입으로 인한 것이라는 가설도 제기된다. 5월말~6월 사이 나타난 급격한 환율 상승과 10% 이상의 급락은 분명히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이었다. 실제로 5월초 미국의 GAESA 제재 이후 GAESA가 마리엘 컨테이너 터미널을 Coral Maritima에, Miramar Trade Center 운영사를 CEIBA Investments에 매각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국영 자산의 이전·매각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독립매체 및 분석가들은 환율 변동이 단일 요인보다 '송금 유입·관광 수입·수입 수요·기대심리 등 복합 요인에 좌우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급격한 환율의 상승과 하락은 일시적 외화 유입과 같은 단일 요인이 아닌, 과도한 오버슈팅을 경계하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복합 요인에 따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5. 향후 전망

엘토케 산하 통화금융관측소(OMFI)는 당분간 비공식 달러 환율의 완만한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개혁조치가 성공적으로 안착하여 외자유치가 확대되거나, 제재에 따른 국영자산 매각 가속화, 송금 및 관광의 일시적 증가 등이 겹쳐 환율 하락이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지난 6월, 정부에 비판적인 경제학자들이 포함된 자문그룹을 소집하는 등 개혁조치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를 통해 '구조적 요인이 유지되는 한, 환율 하락은 오버슈팅 이후의 일시적 조정에 그칠 것'이라 경고한다.

그보다는, 에너지 위기 심화와 미국 제재 확대에 따른 점진적 또는 급격한 환율 상승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우선 다음주 예정된 8월 12일 GECOMEX와 GEMAR 제재 유예기간 만료일이 도래하면 외국 금융기관들의 쿠바 관련 거래 축소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며, 또다른 외화유입 경로가 축소되면 환율에 상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또한 쿠바 재무물가부 장관은 2025년 결산 재정적자가 676.42억 페소로 확정되었고 2026년 상반기 누적 적자가 350.16억 페소로 계획대비 초과한 상태라며, 하반기에 최저임금 53% 인상이 예고되어 있어 연말 적자가 계획 대비 악화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고했다. 재정적자에 따른 화폐 발행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는 환율 상승을 가속화할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한편, 지난 7월 29일부터 30일까지 국가인민권력회의(ANPP) 제10대 국회 제7차 정기회기가 개최되었는데, 여기서 지난 6월 18일 임시회기에서 승인된 176개 경제사회 개혁의 이행 1개월차 점검이 이루어졌다. 쿠바의 마누엘 마레로 총리는 6~7월 중 이행 예정되었던 121개 과제 중 110개(90.9%)가 승인 완료되었다며, 이행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환율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쿠바 중앙은행(BCC)의 인가(라이선스 방식)에 따른 민간환전소 허용 규제체계가 승인되었고 곧 첫번째 민간 환전소가 개소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이는 그동안 국영 CADECA가 독점해 온 공식 환전업에 민간 사업자가 최초로 진입하는 것으로, 이것이 실현될 경우 공식 환전채널의 접근성이 개선되고 비공식 시장 수요의 일부를 흡수해 환율 현실화 및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인가조건이나 외화조달 구조 등 세부 규정이 공표되지 않았고, 환전 시장에 공급되어야 할 충분한 외화가 확보되지 않는 이상, 본격적인 비국영 주체의 환전시장 참여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2026년 7월 30일, 국가인민권력회의(ANPP) 제10대 국회 제7차 정기회기에서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 : 쿠바 대통령실) ]

6. 한국 기업에 대한 시사점

쿠바와의 거래를 모색하는 한국 기업은 이러한 다중환율체계를 이해하고 진출전략을 수립함이 바람직하다.

먼저 '어떤 환율이 적용되는지' 사전에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국영기업과의 거래는 공식환율 기반인 반면, 민간 중소기업(MIPYME)과의 거래는 사실상 비공식 환율에 연동된 가격 책정이 일반적이다. 동일 제품이라도 거래 경로에 따라 수익성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유념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쿠바측 통계자료를 해석할 때에도 적용 환율을 확인해야 한다. 1:24 공식환율로 환산된 기업 재무제표는 기업 규모를 오인하게 만들 수 있으며, 재무 건전성 평가시에도 상반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페소화(CUP) 수취 조건을 최대한 피하고, 외화결제 및 단기정산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2026년 들어 수주 사이 15% 수준의 급등락이 발생하는 환경에서, 페소 수취 조건이나 장기 정산 계약은 환리스크를 키울 수밖에 없다. 현지 파트너사가 적용받는 수출입액 20% 페소화 전환의무, 10% 수준의 현금 프리미엄 등 외환·현금 규제를 고려해 파트너사의 실질 지급여력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미국 제재에 대한 각별한 주의도 필요하다. 올해 들어 미국 제재가 강화 추세에 있으므로, 과거에 활용했던 경험이 있는 경유은행이나 결제계좌, 물류, 수출입 대행기관일지라도 현재기준 제재 대상은 아닌지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 현재 GECOMEX(무역), GEMAR(해운·항만), AUSA(마리엘 터미널), BFI(은행) 등 제재 대상이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확대되었고, 50% 지분 룰에 따라 표면상 별개 법인이라도 제재대상의 자회사일 수 있어, 실소유 구조까지 확인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파트너사의 지배구조까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판단은 미국 제재법 전문 로펌 등 전문가의 검토를 병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유럽계 등 제3국 은행들이 제재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쿠바 관련 송금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어, 결제실패 또는 지연 리스크의 배분 방식도 계약서에 명확히 담길 필요가 있다.


자료 : 쿠바 중앙은행(BCC) 공식 환율고시 (https://www.bc.gob.cu/) 및 중앙은행 결의안 (127/2025), 독립언론 엘토케(El Toque) TRMI 환율집계(26.8.7기준), 미 국무부 제재관련 보도자료,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쿠바 제재 프로그램 페이지 및 FAQ, 쿠바공화국 관보(Gaceta Oficial) 특별호 제77호, 쿠바 대통령실 176개 개혁과제 공식문서 (26.6.25), 쿠바 의회(ANPP), 쿠바 관영매체 Cubadebate, 쿠바 공산당 기관지 Granma, 국영TV 정책해설 프로그램 Mesa Redonda, 국영통신사 ACN, EFE통신, 독립언론 OnCubanews 및 CiberCuba, KOTRA 아바나 무역관 보유자료 종합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