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장품 시장에 부는 ‘떼루아’ 바람

와인이나 미식 분야에서 주로 쓰이던 ‘떼루아’ 개념이 최근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어로 토지나 풍토를 뜻하는 ‘떼루아(Terroir)’는 본래 와인의 원료인 포도가 자라나는 지리, 기후, 재배법 등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과 그로 인한 독특한 풍미를 의미한다. 이는 차, 치즈, 커피 등으로 확장되어 널리 쓰여왔으며, 뷰티 업계 역시 프랑스 럭셔리 하우스나 하이-프레스티지 브랜드를 중심으로 일찍이 이 개념을 접목해 왔다.

이젠 일본에서도 깨끗하고 풍요로운 천혜의 자연 환경에서 생산된 천연 성분이나, 각 지방 고유의 풍토를 자랑하는 독특한 원료를 사용한 ‘떼루아’ 뷰티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만의 전통 원료나 제법을 강조한 마케팅 어필과, 일본 특유의 문화인 ‘코다와리(こだわり, 세심한 디테일과 철학을 고집하는 장인정신 또는 그 소비 행태)’ 문화가 결합하여 점점 주목을 받는 모양새다.

각광받는 ‘일본 프라이드 코스메틱’

2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최대 규모 뷰티 플랫폼 앳코스메(@cosme)에서 발표한 ‘2026년 상반기 트렌드 예측’에서 ‘일본 프라이드 코스메틱’이 키워드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플랫폼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일본 국내에서 일본제 뷰티 브랜드의 관심도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응답자들은 일본제 뷰티 상품에 대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연구개발력이 좋다’, ‘일본 특유의 성분에 매력을 느낀다’며 긍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제 뷰티 상품에 갖는 인상에 대한 설문조사>

[자료: @cosme]

@cosme는 이 중, 안심감이나 연구개발력과 같은 일반적인 호감 이유 외에도 ‘술지게미, 쌀, 발효, 온천수 등 일본 특유의 성분에 매력을 느낀다’와 같은 떼루아 뷰티 관련 응답자가 27.3%나 있었던 것에서, 최근 수년간 발효나 라이스 파워(Rice Power)와 같은 일본 유래 성분 제품이 꾸준히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cosme는 앞으로 ‘일본 특유의 성분’이 함유된 ‘일본 프라이드 코스메틱’이 일본 내 시장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자사농원 개간부터 화산지대 원료 활용, 이너뷰티 경험까지 선사하는 플래그십 스토어까지… 각양각색의 일본 떼루아 뷰티

이러한 흐름은 개별 브랜드들의 행보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일본 뷰티 전문지 VOCE에 따르면, 스킨케어 브랜드 La Casta는 나가노현에서 유기농 토양 개간부터 손수 시작, 15년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에델바이스 에센스 추출에 성공했다. 여기에 나가노현 북알프스 천연수와 나가노현산 식물 유래 성분을 더해, 청정한 나가노 대지의 풍토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또 다른 떼루아 뷰티 브랜드 THREE 역시 구마모토현 화산지대인 미나미아소에 자사농원을 두고 화산지대의 제라늄을 직접 재배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가현에 직접 증류소를 세워 각종 천연 에센스를 추출하고 있다.

와 THREE 제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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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VOCE]

원료의 산지를 넘어 소비 경험 자체까지 '떼루아화'하며 진화하는 사례도 있다. 일본 떼루아 뷰티 브랜드의 대명사격인 OSAJI는 '전통 의사들의 약숟가락'이라는 브랜드명 그대로 일본 전통 약제 문화에 뿌리를 둔 컨셉을 표방한다. 닛케이MJ에 따르면 OSAJI는 군마현에 직접 해바라기밭을 일구는 원료 자급 프로젝트를 2018년부터 이어온 끝에 최근 제품화가 가능한 양의 오일 확보에 성공했다. 지난 4월에는 교토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는데, 에도시대 사케 양조장을 개조한 고즈넉한 분위기와 함께 대사작용과 장내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는 발효 감주 등을 맛볼 수 있는 등 분위기부터 이너뷰티 체험까지 소비 경험을 ‘떼루아화’하여 눈길을 뜬다. 방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인지도를 쌓아온 OSAJI는 한국과 중화권 시장 진출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토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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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OSAJI]

업계 관계자 인터뷰와 시사점

오사카무역관은 최근 위와 같이 다양하게 진화하는 일본의 뷰티 시장 트렌드와 한국 뷰티 기업을 위한 대응 전략을 듣기 위해 일본 내 한국 뷰티 전문 수입회사인 K사의 E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한국 뷰티 전문 수입회사 K사의 E 대표와의 인터뷰>

Q1. 최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일본 뷰티 시장동향을 설명해 주세요.

A1. 최근 일본의 뷰티 시장은 수많은 기업과 브랜드가 진출하여 날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바이어와 소비자 모두 구매 결정으로 이어지기까지 더더욱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오랜 기간 인기를 구가하는 K-뷰티는 아직까지 건재하지만, 향후 일본의 화장품 규제 완화 전망, 화장품 위탁생산 증가에 따른 성분 상향평준화 등으로 일본 화장품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될 전망입니다.

Q2. 그렇다면 일본 뷰티 시장에서 성과가 좋은 브랜드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A2. 최근 일본 뷰티 시장에서는 브랜드의 마케팅 역량이 시장에서의 브랜드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것 같습니다. 전문적인 일본 시장 마케팅 부서를 갖추고, 일본의 소비자 트렌드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취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입니다. 최근 일본의 뷰티 전문상사의 경우도 구매력이 증가한 만큼 수입에 대한 기준도 높아져서, 일본 시장에서 적극적인 마케팅 투자가 가능한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Q3. 반대로 한국 브랜드가 일본 뷰티 시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은 무엇일까요?

A3. 한국 뷰티 시장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트렌드와 유행이 시시각각 빠른 속도로 바뀌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유행이 오래가지 않는 것이지요. 하지만 일본의 소비자들은 다릅니다. 한번 인기를 얻은 브랜드의 주력 상품(히어로 상품)의 입소문으로 해당 브랜드로 유입된 일본의 소비자들은 그 브랜드의 다른 상품들(서브 상품)도 꾸준히 소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본인들의 ‘코다와리’ 성향의 일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뷰티 트렌드로 인해, 일본 내 한국 브랜드들도 빠르게 교체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서브 상품도 소비하고자 하는 일본 소비자들은 실망하며 소비를 포기하게 됩니다. 이러한 양국 간의 문화 차이가 한국 뷰티 브랜드의 일본 진출에 있어서의 장벽처럼 작용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자료: KOTRA 오사카무역관]

이처럼 일본의 뷰티 시장은 ‘떼루아’처럼 새로운 트렌드의 등장, 우수한 성분과 스토리를 내세운 신흥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의 의약부외품 심사 기간 단축·절차 간소화 등이 현실화될 경우, 우수한 성분을 가진 국내외의 다양한 신흥 뷰티 브랜드의 일본 시장 참여가 예상되어 우리 뷰티 기업들도 심화된 경쟁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뷰티 기업들은 단발성 트렌드 상품 수출에 의존하기 보다는, 철저한 일본 시장과 트렌드 분석을 통해 일본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상품을 준비해야할 것이다.


자료: @cosme, VOCE, 닛케이MJ, La Casta, THREE, OSAJI, KOTRA 오사카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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