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소도시 여행지로 알려진 시코쿠 지역이 일본의 미래 전략산업 클러스터로 주목받고 있다. 시코쿠 지역의 대표적인 산업은 해운조선, 관광, 중화학공업 등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차세대 선박,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반도체, 배터리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시코쿠지역의 미래 산업 육성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시코쿠가 주목을 받는 이유에는 지진이나 화산 같은 자연재해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고, 재생에너지 발전에 유리한 지리적 조건, 그리고 오랜 시간 쌓아온 조선업 기반, 식품·수산업 경쟁력 등이 있다.
이러한 시코쿠지역의 산업 특성을 바탕으로, 일본 내각관방은 2026년 5월 '시코쿠 지역 전략산업 클러스터 계획안'을 발표하며, 조선, 그린 전환(GX), 시코쿠 브랜드라는 세 가지 축으로 시코쿠의 미래산업을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러한 일본 정부의 시코쿠지역 전략산업 육성계획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 정부의 시코쿠지역 전략산업 육성 계획
① 조선 : 에히메현, 카가와현 등 해사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차세대 선박 설비 투자 확대
시코쿠의 세토내해 연안 지역은 선박 용품 공급부터 건조, 해운, 수리, 전문 인재 양성에 이르기까지 조선 및 해사 관련 산업 일체가 밀집한 원스톱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가 무역량의 절대다수를 해상 수송에 의존하는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시코쿠의 조선 산업 기반을 핵심 전략 클러스터로 강화한다는 방침을 제시하였다.
지역별 세부 현황을 살펴보면, 이마바리와 카미지마 지역은 14개 허가 조선업자와 160여 개 관련 기업, 250여 개 해운사가 집적된 일본 최대의 해사 도시다. 이 지역에는 일본 1위이자 세계 4위 규모인 이마바리 조선을 비롯해 선박 전장 및 제어반 분야 국내 점유율 1위인 BEMAC 등의 기업이 위치해 있으며, 에히메대학의 해사산업 특별코스 등을 통해 현장 맞춤형 전문 인재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또한, 에히메현 니이하마시와 사이조시에는 대형 골리앗 크레인을 생산하는 스미토모 중기계 반송시스템을 비롯하여 대형 독을 보유한 공장들이 입지해 있어, 아사카와 조선 등과 함께 암모니아나 수소 등 차세대 신연료 선박 건조를 위한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다카마쓰 지역은 소형 외항선 엔진 분야에서 세계 1위 점유율을 자랑하는 마키타와 가압식 액화가스 운반선 탱크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가진 이즈미 강업 등이 입지하여 핵심 기계 및 부품 공급 체계를 뒷받침한다. 사카이데, 마루가메, 타도츠 지역에서 가와사키 중공업 사카이데 공장을 중심으로 2030년 실증 운항을 목표로 하는 세계 최대급 액화수소 운반선 건조가 추진 중이며, 암모니아와 LNG 등 신연료 전용 탱크의 생산 설비 증설과 수리 기반 현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시코쿠지역 조선해운산업 주요 기업 분포도>

[자료: 일본 내각관방]
② GX 분야(AI, 데이터센터, 배터리, 반도체, 셀룰로오스 나노파이버, 지속가능 항공유)
두번째로 GX(녹색전환) 분야다. 일본 정부는 시코쿠 지역 전략산업 클러스터 계획안 보고서에서 AI, 데이터센터, 배터리, 반도체, 셀룰로오스 나노파이버, 지속가능 항공유 등 분야를 GX 분야로 언급하며, 시코쿠지역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제시하고 있다. 시코쿠 지역은 난카이 트라프 대지진 등 해일 및 재해 위험에 대비하면서도 주요 활단층이 지나지 않고 화산이 존재하지 않으며, 풍부한 세토내해 연안의 산업 용지와 용수, 태양광·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어 그린 전환 관련 산업 거점으로 적합한 입지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는 점이 그 배경에 있다.
먼저, AI와 데이터센터 거점 구축 관련해서는 시코쿠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살린 차별화된 전략을 소개하였다. 오사카 고베 등 긴키지역에 인접한 도쿠시마현은 초고속 광섬유망 인프라가 잘 정비되어 있어,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역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한편, 수도권 및 긴키권 데이터센터의 분산 유치 요구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모량에 대응하기 위해 ESS 등을 바탕으로한 배터리 밸리 구상을 연계 추진함으로써, 안정적인 전력·소재 공급과 통신 인프라 간 상호 시너지를 창출하는 '와트비트' 전략을 도모하고 있다. 한편, 카가와현은 2026년 2월 미국의 빅테크 기업 NVIDIA와 인공지능(AI) 활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면서, 엔비디아의 핵심 인프라인 GPU(그래픽 처리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센터 설립과 관련 IT 기업 유치를 적극 추진하면서 기술 기관 자문 및 지역 교육 기관을 통한 AI 전문 인재 양성에도 협력하기로 하였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카가와현의 낮은 자연재해 위험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 등이 일본 내 NVIDIA의 데이터센터 운용 상 적지로 평가받았다고 전해진다.
<2026년 2월 17일 카가와현-NVIDIA 간 AI활용 등의 추진을 위한 업무협정 체결식>

[자료: 카가와현 보도자료]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는 공급망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인재 양성을 강화하는 방침이 마련되었다. 카가와현 다카마쓰시는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및 테스트(OSAT)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기업 군을 바탕으로 반도체 후공정 거점으로서의 입지를 견고히 하고 있다. 에히메현 사이조시에서는 반도체 관련 제조 및 부품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약 30헥타르 규모의 전용 산업 용지를 조성하고 있으며, 에히메 반도체 산업 네트워크를 결성하여 지역 대학 및 기업이 참여하는 산학관 협력 체계로 전문 기술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차전지 및 자원 순환 분야에서는 폐배터리의 수거부터 유용 금속 회수, 소재 재제조까지 이어지는 지역 완결형 에코시스템 조성이 진행된다. 에히메현은 전기차용 배터리의 전 수명주기를 관리하는 자원순환 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스미토모 금속광산은 리튬이온 배터리 전용 재활용 플랜트를 가동하여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의 핵심 금속을 다시 배터리 제조 원료로 투입하는 폐회로 재활용 공급망을 확립하고 있다.
신소재 및 차세대 연료 분야에서는 기존 지역 대표 산업의 기반을 활용한 고부가가치화가 이루어진다. 제지 및 종이 가공업 집적도에서 일본 내 상위권을 차지하는 에히메현 시코쿠츄오시에서는 대형 셀룰로오스 나노파이버(CNF) 복합수지 상용 플랜트를 가동 중이며, 시코쿠 CNF 플랫폼을 통해 수지 복합화 및 가공 기술을 개발하여 자동차 부품, 전자제품, 일상용품 등으로의 상용화를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카가와현 사카이데시와 에히메현 시코쿠츄오시를 중심으로 폐식용유와 셀룰로오스계 원료를 활용한 지속가능 항공유(SAF)의 안정적 제조 플랜트 및 공급 체계 정비 작업도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코쿠 지역별 GX 산업구상>

[자료: 일본 내각관방]
③ 시코쿠 브랜드 육성(스마트농수산식품, 관광, 방재)
시코쿠 브랜드 육성 전략은 식품, 스마트 농수산업, 관광, 방재 기술 등 지역의 전통 자원과 첨단 기술을 결합하여 고부가가치 산업군을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먼저, 농업 분야의 대표 사례로는 고치현이 추진하는 사물인터넷 기반 농업 데이터 플랫폼 SAWACHI를 들 수 있다. 고치현은 지자체 내 농가 현장에 사물인터넷 센서를 설치하여 온실 내 기온, 습도, 일조량, 이산화탄소 농도 등 환경 데이터와 작물의 생육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SAWACHI 플랫폼에 통합 관리한다. 농가는 축적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최적의 환경을 제어함으로써 고품질 농산물의 수확량을 늘리고 노동력을 절감하고 있으며, 연구 기관 및 지역 농협과의 데이터 공유를 통해 스마트 농업 표준 기술을 시코쿠 전역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고치현 사물인터넷 기반 농업데이터 플랫폼 SAWACHI 개요>

[자료: 고치현]
수산 분야에서는 고치현의 수산 스타트업인 KaisouLab가 구축한 친환경 육상 양식 기술이 독자적인 브랜드 사례로 꼽힌다. KaisouLab는 생육에 적합한 수온 조건이 서로 다른 두 종류의 해조류를 조합하여 동일한 육상 시설에서 연중 양식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통년 육상 이모작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태양광 발전 전력과 인근 해역의 천연해수를 순환 활용하는 저비용·친환경 공정을 도입함으로써 계절 변화에 구애받지 않고 유기농 해조류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체계를 갖추었다. 이를 통해 일본 국내 최초로 유기농 해조류 JAS 인증을 획득하며 친환경 수산 자원의 고부가가치 상용화 모델을 확립하였다.
마지막으로 관광 분야에서는 시코쿠의 관광산업을 단순 소비형 관광에서 벗어나 장기 체류형 관광 거점을 정비하고 특산물 연계 미식 콘텐츠를 확충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한편, 방재 및 국토 강인화 분야에서는 지역기업의 내진·내해일 토목 등 분야의 독자적 기술과 공법을 국내 타 지자체 및 해외 시장으로 수출하여 방재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사점
지금까지 살펴본 시코쿠지역의 전략산업 클러스터 육성 계획은, 제조 공급망의 재편과 탈탄소 전환이라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시코쿠 지역은 일본 최대 조선·해사 집적지로, 액화수소 운반선 건조 및 암모니아 연료 탱크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일본 조선업계가 기자재·공급망을 공동 활용·재편하는 흐름에 맞춰, 한국의 고부가가치 친환경 기자재 기업은 일본 시장 진출 및 공동 R&D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GX 분야에서도 자원 순환과 첨단 기술 인프라의 결합이 눈에 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이차전지, 반도체 패키징, AI 솔루션 기업들의 일본시장 진출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KOTRA 오사카무역관은 국내 소재·부품·장비 중소·중견기업이 글로벌 가치 사슬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글로벌파트너링(GP)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바이어의 수요에 맞춘 국내 기업 매칭부터 상담회 개최, 현지 방문 및 사무공간 지원, 전문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공급망에 조기 안착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활용을 기대해본다.
자료: 일본내각관방, 고치현, 카가와현, 닛케이신문, KOTRA 오사카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