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자치권 바탕의 그린 전환 및 인프라 구축 돌입


그린란드는 페로제도와 함께 덴마크 왕국의 일원이면서도 1979년 자치령(Home Rule) 지위를 획득한 이래 점진적으로 그 권한을 확대해 왔다. 2008년 주민투표에서 75.5%의 찬성을 얻은 자치법(Self-Government Act, 2009.6.21. 발효)에 따라 외교·안보를 제외한 입법·행정 기능 및 자국 내 광물 자원 관리에 대한 독자적인 자치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권한과 자원 통제권을 바탕으로, 최근 그린란드는 자치정부에 귀속된 자원을 실질적인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경제 다각화 전략을 구체화하는 추세다. 자치정부는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수력 발전 설비 증설 및 범북극 해저 케이블 구축과 같은 국가적 인프라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 결과 그린란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인 희토류, 리튬 등 전략 광물의 보고이자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그린 전환(Green Transition)’의 전초기지로 변모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자치권 확립과 풍부한 자원 잠재력, 그리고 인프라 대전환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간 지리적 거리감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에 다소 생소한 시장이었으나, 글로벌 지정학·경제 환경 속에서 그린란드의 변화는 새로운 비즈니스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린란드(Greenland) 개요>

지위

덴마크의 자치령(1979~현재)

국기

인구

56,740명 (2026.1. 기준)

면적

2,166,000 km²

공용어

그린란드어(Kalaallisut), 덴마크어

위치 및 지도

[자료: 그린란드 관광청, 구글 지도]

그린란드 경제현황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으로, 국토의 약 80%가 만년설과 빙하로 덮여 있다. 인구와 도시가 해안 지역에 분산되어 있고, 혹독한 기후와 제한적인 교통·물류 여건으로 인해 제조업이나 대규모 내수 산업이 발달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기후적 제약은 그린란드 경제가 특정 산업과 공공부문에 크게 의존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해 왔다.


현재 그린란드 경제의 가장 중요한 축은 수산업이다. 그린란드 산업협회(Greenland Business Association) 자료(2025. 10. 발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수산업은 52억 DKK(약 8억 3,2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체 수출액의 약 97%에 해당한다. 주요 수출 어종은 새우, 가자미, 대구 등으로 북극 청정 해역에서 어획된 고품질 수산물이라는 프리미엄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산업 구조는 어획량, 국제 수산물 가격, 자원 관리 정책 등에 따라 경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에 따라 그린란드 정부는 수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완화하고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관광업, 광물자원 개발, 에너지·디지털 인프라 확충 등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중 관광업은 수산업에 편중된 경제를 다변화할 핵심 대안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2024년 기준 그린란드를 방문한 관광객은 약 10만 명을 기록했으며, 이를 통해 약 17억 DKK(약 2억 7,200만 달러)의 매출과 1,800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일루리삿(Ilulissat) 국제공항 확장 사업 등이 마무리되면 관광객 유입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린란드 산업 비중 (부가가치 창출 기준, 2022년)>

(단위: 백만 DKK)

구분

산업구분

부가가치액

비중

1차

(Primary)

어업(Fishing) 및 관련 서비스

3,117.8

33.1

광업 및 채석업

△293.1

△3.1

2차

(Secondary)

제조업

156.8

1.7

건설업

1,369.3

14.6

3차

(Tertiary)

도소매 및 차량수리

1,542.6

16.4

운송 및 창고업

1,389.6

14.8

숙박 및 음식점업

270.5

2.9

정보통신업

623.6

6.6

금융 보험업

328.9

3.5

부동산업

456.6

4.9

전문 과학 기술 서비스

242.9

2.6

사업지원 서비스

202.4

2.2

합계

22,416.6

100.0%

* 주: 그린란드 통계청의 산업별 부가가치 통계는 2022년 자료가 최신 공표치임(2026.6. 기준).

[자료: 그린란드 통계청]

그린란드 경제와 재정 구조를 이해하는 데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덴마크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블록 보조금(Block Grant)이다. 그린란드는 1979년 자치정부 체제를 도입한 이후 자치권을 확대해왔으나 사회기반시설 운영과 공공 서비스 유지를 위한 재정 구조는 여전히 덴마크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실제로 그린란드 자치정부의 예산안에 따르면 2026년 기준 블록 보조금은 연간 약 45억 DKK(약 7억 2,000만 달러)에 달하며 이는 그린란드 자치정부 공공 예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수입원이다.


다만, 최근 정부는 '균형을 향한 항해(Kurs mod balance)'라는 정책 기조 아래 강도 높은 재정 개혁과 산업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블록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적인 수익원을 발굴하여 실질적인 경제적 자립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러한 배경은 그린란드가 최근 핵심광물 개발과 국제공항 확장 등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광물자원 잠재력과 상업화 과제

그린란드가 최근 글로벌 지정학적 요충지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핵심 원동력은 그 땅 밑에 잠든 막대한 광물 자원의 가치다. 전기차 모터 및 방산·첨단 산업에서 활용되는 희토류와 관련해 그린란드의 매장량 추정치는 약 150만 톤으로 평가된다. 이는 캐나다(약 83만 톤)를 상회하고 미국(약 190만 톤)에 비견될 수준이다(USGS, 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 2025).


그린란드 자원청(Råstofafdelingen)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실제 채굴·판매가 가능한 채굴권은 8건이며 약 65개의 프로젝트가 탐사 단계에 있다. 현재 상업 생산이 이루어지는 곳은 나루낙(Nalunaq) 금 광산과 화이트 마운틴(White Mountain) 아노르소사이트 광산 등 일부 비희토류 품목 위주이나, 2025년부터는 리튬 탐사가 본격화되는 등 전략 광물로의 탐사권 발급과 인허가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다만, 희토류 분야에서 진척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탄브리즈(Tanbreez) 프로젝트도 후속 인허가와 자금 조달 등 절차가 남아 있어 상업 생산까지는 일정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막대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상업화가 더딘 이유는 북극의 극한 기후와 미비한 기초 인프라로 인한 높은 운영 비용 및 초기 투자 부담 때문이다. 이러한 고비용 구조는 글로벌 광산 기업들의 진입을 가로막는 핵심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인허가 기간 단축 및 채굴권 선부여 제도 등을 골자로 한 신규 광업법(Mining Act)을 시행(2024.1.)하고 2025-2029년 광물자원 전략을 수립하여 행정절차 간소화 및 대외 투자 리스크 최소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린란드 광물 탐사·채굴 라이선스 현황 (2025.7.)>

* 주: (왼쪽) 그린란드 전역에 부여된 탐사권(MEL)과 채굴권(MIN) 현황, (오른쪽) 수행 예정인 탐사·조사 등 현장 활동 계획

[자료: 그린란드 자원청]

에너지 자립을 향한 그린 전환과 인프라 현대화

2024년 기준 그린란드의 에너지 소비량은 9,966 TJ이며 이 중 화석 연료 비중은 약 82%에 육박한다. 이는 극한 기후로 인한 난방 수요와 전력 계통이 고립된 오지 정착지의 디젤 발전 의존도에서 기인한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수도 누크(Nuuk) 등 거점 도시를 필두로 수력 발전 설비를 확충하고 있으나 드넓은 영토에 산발적으로 위치한 소규모 마을들은 여전히 선박 운송 유류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린란드 연도별 에너지 소비 추이 (2021~2024년)>

(단위: TJ)

2021

2022

2023

2024

화석연료

7,359

7,919

8,216

8,179

• 경유

5,949

6,363

6,581

6,758

• 자동차 휘발유

834

810

839

866

• 항공유

389

571

612

542

• 북극용 디젤 연료

170

162

169

-

• LPG

3

3

3

3

• 항공 휘발유

1

2

1

1

• 연료유

4

-

-

0

• 폐유

9

9

9

9

재생에너지

1,623

1,727

1,761

1,787

• 폐기물

102

88

76

72

• 수력

1,521

1,639

1,684

1,714

총 소비량

8,982

9,646

9,976

9,966

[자료: 그린란드 통계청]

이에 자치정부는 수입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재정 자립을 달성하기 위한 그린 에너지 전환을 국가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린란드 내 17개 도시와 54개 정착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국영 공기업 누키시오르피트(Nukissiorfiit)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추어 기존 디젤 중심의 전력 구조를 수력 및 재생에너지 체계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24년 기준 누키시오르피트의 총 에너지 생산량 704GWh 중 수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1% 달하며 이는 도시 전력망을 통해 공급되는 전기와 일부 지역 난방을 포함한다. 특히 누크(Nuuk)와 일루리삿(Ilulissat) 등 주요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대형 수력 발전 시설을 운용함으로써 도시권 공급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약 18만 6,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하는 성과도 거두고 있다.


향후 누키시오르피트는 에너지 자립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대규모 설비 확장을 진행할 예정이다. 수도 누크에 위치한 유토카르미우트 캉게를루아르숭구아트(Utoqqarmiut Kangerluarsunnguat) 수력 발전소를 기존 45MW에서 120MW 규모로 증설하고, 그린란드 서부 디스코만(Disko Bay) 쿠수프 타시아(Kuussuup Tasia) 지역에는 15~21MW 규모의 신규 수력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디지털 인프라 및 글로벌 연결성 강화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은 국가로 약 5만 7,000명의 인구가 74개의 도시와 정착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광활한 얼음 땅과 추운 기후로 전국적인 유선망 구축이 어려운 환경에서 그린란드 국영 통신·물류 기업 투사스(Tusass)는 그린란드를 3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도 누크를 비롯한 11개 주요 도시가 포함된 1구역(Zone 1)은 약 4만 3,500명이 거주하는 중심지로 해저 케이블을 기반으로 무선망과 DSL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당 지역의 평균 인터넷 보급률은 85%로 그린란드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외곽 지역인 2구역(Zone 2)은 물리적 케이블 설치가 어려운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여 67개의 기지국을 연결한 라디오 릴레이 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3개 도시와 48개 정착지에 통신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전체 가구의 83%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반면, 타실라크를 포함한 3개 도시와 10개 정착지가 속한 3구역(Zone 3)은 지리적 고립으로 인해 해상 케이블이나 라디오 체인의 신호가 닿지 않는 지역이다. 이 구역은 오직 위성 통신에만 의존해 외부와 연결되고 있으며 기술적 제약으로 인터넷 보급률은 58%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인구 100명 미만의 소규모 정착지에서는 보급률이 46%까지 하락하는 등 타 구역 대비 디지털 접근성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투사스는 지역 간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2028년까지 대대적인 인프라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선 모든 통신 수단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를 현재 대비 5~15배까지 끌어올려 위성 통신에 의존하는 3구역(Zone 3)의 속도 또한 현재의 해저 케이블 수준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예상치 못한 사고로 케이블이 파손되더라도 통신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서부 해안 지역을 연결하는 추가 해저 케이블 구축 사업도 준비 중이다.

시사점

그린란드는 전통적인 수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넘어 핵심 광물 공급망과 북극권 디지털 인프라 확충을 통한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투사스(Tusass)가 추진하는 범북극 케이블 시스템(PACS) 구상은 그린란드를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통신 요충지로 활용하려는 장기적인 비전을 담고 있다. 이러한 대전환은 해저 케이블, 위성 통신, 스마트 그리드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 기업들에 중장기적인 시장 진입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자치정부의 재생에너지 설비 증설 계획을 통해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한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 및 지능형 전력망 솔루션에 대한 현지 수요가 점진적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는 그린란드가 추진하는 그린 전환 정책과 맞물려 관련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 기업들이 현지 파트너십을 모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다만 그린란드는 추운 기후 조건과 험난한 지형적 제약으로 인해 높은 수준의 기술 신뢰성과 현지 맞춤형 대응 역량을 요구하는 시장이다. 따라서 즉각적인 수주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현지 핵심 국영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향후 구체화될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료: 덴마크 총리실, 그린란드 외교부, 그린란드 통계청(Statistics Greenland), 그린란드 관광청, 그린란드 자원청, 그린란드 기업 협회, 그린란드 에너지·수도 공기업(Nukissiorfiit), 그린란드 국영 통신·물류 기업(Tusass), 미국 지질조사국(USGS) 및 KOTRA 코펜하겐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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