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의 통상정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오랫동안 높은 관세와 수입대체 정책을 바탕으로 자국 산업 보호를 우선시했던 인도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개방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단순한 관세 인하 수단이 아닌 해외투자 유치와 첨단기술 확보, 공급망 구축을 위한 산업정책으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 전략과 공급망 운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는 1991년 경제개혁 이후 시장 개방을 확대하며 ASEAN,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인도의 FTA는 상품 교역 확대와 관세 인하를 중심으로 추진됐으며,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편입을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제조업 경쟁력이 기대만큼 향상되지 않았고, 일부 국가와의 무역적자가 지속 확대되면서 인도 내에서는 FTA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다. 실제로 인도-아세안 FTA 발효 이후 무역적자는 꾸준히 증가했고, 정부 내부에서도 기존 통상전략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인도-아세안 FTA 발효 전후 무역수지 변화(단위: US$ 백만)>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45800009.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052pixel, 세로 497pixel

[자료: Global Trade Atlas]


이러한 분위기는 2019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탈퇴로 이어졌다. 인도 정부는 중국산 제품 유입 확대와 국내 제조업 피해 가능성을 이유로 협상 막바지에 참여를 철회하며 대규모 시장 개방에 선을 그었다. 당시만 해도 인도의 통상정책은 높은 관세를 활용한 산업 보호와 수입대체 전략이 중심이었다.

<경제개혁 이후 인도의 초기 FTA 정책 단계(’98년~’11년)>

PTA 중심 초기 통상협력

(null)

印 첫 번째 FTA 체결

(null)

동방정책 기반 FTA 확대

· (’75년) 방콕협정 체결

· (’88년) 글로벌무역특혜

· 제도(GSTP) 체결

· (’93년) 남아시아 PTA 체결

· (’98) 스리랑카 FTA 체결

* 인도의 최초 양자 자유무역협정,

FTA 정책 출발점으로 평가

· (’04년) 남아시아 FTA 체결

· (’05년) 싱가포르 CECA 체결

· (’10년) 아세안(ASEAN)

FTA, 한국 CEPA 발효

· (’11년) 일본 CEPA, 말레

이시아 CECA 발효

[자료: KOTRA 뉴델리무역관 직접 작성]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전략경쟁,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인도의 전략도 달라졌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기업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통상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는 공급망 안정화와 투자유치, 첨단기술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는 새로운 형태의 FTA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최근 체결되는 자유무역협정은 상품 관세 인하뿐 아니라 투자, 기술이전, 서비스 시장 개방, 디지털 무역, 전문인력 이동 등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경제협력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

이 같은 통상정책 변화는 인도의 산업정책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모디 정부는 '자립 인도(Atmanirbhar Bharat)'와 '선진 인도(Viksit Bharat 2047)'를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며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첨단산업 육성을 국가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방산, 태양광, 그린수소 등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생산연계인센티브(PLI) 정책을 통해 글로벌 기업의 현지 생산과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최근의 FTA 역시 이러한 산업정책을 뒷받침하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시장 개방과 투자유치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것이 특징이다.

인도의 경제 성장세도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인도는 2025년 국내총생산(GDP) 약 4조2000억 달러 규모로 세계 4위 경제권 진입이 전망되며, 평균연령 29세의 젊은 인구와 약 15억 명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세계 7위 소비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회계연도 2024/25 기준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액은 사상 최대인 81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서비스업과 제조업, 디지털 산업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기반은 인도가 글로벌 기업들에게 생산거점이자 소비시장으로 동시에 주목받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인도 최근 3개년 수출입액 및 무역수지(단위 : US$ 백만, %)>

구분

2022/23년

2023/24년

2024/25년

2025/26년(‘25.4-12월)

수출액

(증감률)

451,070

(+7.96%)

437,072

(△3.10%)

437,511

(+0.08%)

329,777

(+2.29 %)

수입액

(증감률)

715,970

(+17.33%)

678,214

(△5.27%)

721,320

(+6.36%)

578,590

(+5.90%)

무역수지

△264,900

△241,143

△282,820

△248,813

[자료 : 인도 상공부]

최근 인도의 FTA 확대는 협상 대상에서도 뚜렷한 변화를 보인다. 기존 아시아 중심 협력에서 벗어나 UAE, 호주, EFTA, 영국, EU 등 선진국과 고소득 경제권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2022년 발효된 인도-UAE CEPA는 약 10년 만에 체결된 인도의 첫 신규 포괄적 FTA이며, 호주와 체결한 ECTA는 핵심 광물과 에너지 공급망 협력, 서비스 시장 개방, 전문 인력 이동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EFTA와 체결한 TEPA는 향후 15년간 1000억 달러 투자와 1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며 투자유치 자체를 협정의 핵심 내용으로 담았다. 올해 타결된 영국과의 CETA 역시 인도 수출품의 99%에 대한 무관세 혜택과 서비스 시장 개방, 전문 인력 이동 확대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EU와의 FTA 역시 세계 GDP의 약 25%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과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인도가 체결한 16건의 경제무역협정(’26년 3월 기준)>

연번

협정명

서명일

발효 또는 이행일

1

인도-부탄 무역·상업·통과 협정

1972.01.17.

2017.07.29. 갱신 발효

2

인도-스리랑카 FTA

1998.12.28.

2000.03.01.

3

인도-태국 FTA(Early Harvest)

2003.10.09.

2004.9.1

4

SAFTA(남아시아 FTA)

2004.01.04.

2006.01.01.

5

인도-싱가포르 CECA

2005.06.29.

2005.8.1

6

인도-ASEAN FTA

상품 2009.08.13., 서비스·투자 2014.11

상품 2010년 ~

서비스·투자 2015.7.1

7

인도-네팔 무역조약

2009.10.27.

자동 연장 구조

8

인도-한국 CEPA

2009.08.07.

2010.1.1

9

인도-일본 CEPA

2011.02.16.

2011.8.1

10

인도-말레이시아 CECA

2011.02.18.

2011.7.1

11

인도-모리셔스 CECPA

2021.02.22.

2021.4.1

12

인도-UAE CEPA

2022.02.18.

2022.5.1

13

인도-호주 ECTA

2022.04.02.

2022.12.29

14

인도-EFTA TEPA

2024.03.10.

2025.10.1

15

인도-영국 CETA

2025.07.24.

비준 절차 중

16

인도-오만 CEPA

2025.12.18.

비준 절차 중

[자료: 인도 상공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현지 통상 전문가들은 인도의 최근 FTA 확대를 단순한 시장 개방 정책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인도 대표 경제·통상 싱크탱크인 ICRIER와 총리 직속 정책조정기구인 NITI Aayog, 상공부 산하 Center for WTO Studies 관계자들은 KOTRA 뉴델리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인도의 통상정책은 '자유화'보다 '산업정책'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높은 관세를 통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FTA를 활용해 해외 기업의 투자와 기술, 공급망을 인도로 유치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장기간 유지된 고관세 정책이 기대했던 만큼 제조업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을 중요한 변화의 배경으로 꼽았다. 보호조치가 장기간 유지되면서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보다 보호 자체가 지속되는 구조가 형성됐고, 이에 따라 인도 정부 내부에서도 관세 중심 정책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최근 FTA 확대와 규제 개선 논의로 이어졌으며, 향후에는 관세 인하보다 시장 접근성 개선과 통관 원활화, 인증제도 개선 등 비관세장벽 완화가 기업들의 실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한국과의 경제협력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인도 CEPA 개정은 단순히 품목별 관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협상이 아니라 원산지 규정과 인증, 통관절차 등 규범을 현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한국 기업들도 인도를 단순한 판매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생산과 수출을 위한 공급망 거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 기업 역시 이러한 변화에 맞춰 인도를 단순한 수출시장이 아닌 글로벌 생산 및 공급망 거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친환경에너지,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는 현지 투자와 공급망 연계 여부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확대되는 인도의 FTA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제3국 수출 전략을 마련하고, 향후 한-인도 CEPA 개선협상에서 논의될 원산지 규정과 인증, 통관제도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자료: 인도 상공부(Ministry of Commerce), IMF, Economist Intelligence Unit(EIU), DPIIT, ICRIER, NITI Aayog, Center for WTO Studies, 현지 언론 보도 종합 및 KOTRA 뉴델리무역관 자료 종합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