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는 2026년 6월 11일,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따른 식품 물가 급등을 해결하고 자국 식량 시스템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총 30억 캐나다 달러 이상을 투입하는 ‘국가 식량안보 전략(National Food Security Strategy)’을 공식 발표했다. 여기서 식량안보란 모든 국민이 언제나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충분하고 영양가 있는 식량에 물리적·경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번 전략은 단순한 물가 억제라는 일시적인 대응을 넘어, 유통 구조 혁신과 국내 식품 가공 역량 강화, 수입 의존도 완화, 그리고 규제 개선을 통해 식량 공급망의 자립 수준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개요 및 배경: 왜 지금 '식량안보'인가?
캐나다는 세계 9위의 농식품 수출국으로서 연간 약 850억 캐나다 달러 규모의 농산물을 수출하는 농업 강국이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세계 11위의 농식품 수입국이기도 하며, 신선 과일의 88%, 채소의 72%를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어 대외적 영향에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특히 전체 식료품 수입의 40% 이상이 미국에 집중되어 있어,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분쟁에 따른 유류·비료 가격 급등과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가 캐나다 국내 식품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입혔다. 설상가상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 기후는 농작물 작황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캐나다 통계청 자료 기준 2025년 연간 신선 채소 공급량이 전년 대비 3.3%의 감소세를 보이는 등 국내 수급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020년 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캐나다의 식료품 가격은 31% 상승하며 가계 경제에 큰 물가 부담을 안겼다. 캐나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식량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정부는 식량 공급망의 비용 구조를 명확히 분석하기 위해 농업 생산, 가공, 도매, 소매, 운송, 전기 등 에너지의 6단계로 공급망을 세분화하여 이번 전략에 적용했다. 이는 통상적인 산업 분류라기보다 식량 물가 상승의 원인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단계별 비용을 관리하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각 단계는 고유한 비용 부담을 안고 있으며, 특히 농업 생산 단계에서는 기후 변화와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유통 단계에서는 소수 기업 중심의 유통구조와 운송비 부담이 최종 소비자가격에 누적적으로 반영된다. 이러한 단계별 비용 구조는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자 이번 전략이 개선하고자 하는 핵심 관리 지표이다.
<캐나다 연도별 식료품 제외 품목과 식료품 물가상승률>
(단위: 연평균 소비자물가지수)
*주: 진녹색은 식료품을 제외한 전체 품목, 연녹색은 식료품을 나타냄
[자료: 캐나다 연방정부, 캐나다 통계청(2026)]
<캐나다 식품 공급망 요소 및 비용 구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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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및 순서 |
비중 |
주요 압박 요인 및 특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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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농업 |
11% |
-글로벌 상품 시세에 따라 가격이 결정됨(가격 수용자) -에너지 비용 부담과 매년 8.6%씩 오르는 땅값으로 인한 비용 압박 -기후 변화, 전쟁,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반적 비용 상승 -농자재 수급 상황이 경쟁력에 큰 변수로 작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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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공 |
23% |
-원재료와 부재료 비용이 전체 지출의 약 70%를 차지 -기후 변화·지정학적 갈등 등 글로벌 시장 상황에 따른 수입 원자재 비용 상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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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매 |
9% |
-상품 및 자재 구매 비용이 전체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 -대형 유통업체가 도매 및 유통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 -지방의 경우 유통망이 제한적이라 특정 업체가 독점하는 경로가 많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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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소매 |
16% |
-농가, 가공, 도매 단계에서 발생하는 매입 비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부담 가중 -높은 시장 집중도로 중소 독립 소매점은 경쟁력 확보, 상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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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운송 |
7% |
-연료 가격 변화가 운송비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침 -인건비, 수리비, 보험료 등 제반 비용 지속 상승세 -국토 면적이 넓어(약 998만 4,670km²) 타 국가 대비 운송비가 최종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음 -글로벌 연료가 상승이 수입 식재료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원인으로 작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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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에너지·공공요금 |
6% |
공급망 전반에 사용되는 전기 등의 비용이 최종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침 |
[자료: 국가 식량안보 전략 보고서, KOTRA 토론토무역관 정리]
'식품 물가 불안'의 4대 원인
앞서 살펴본 공급망 내 단계별 비용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캐나다 정부는 식량 체계의 문제를 4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식료품 유통 시장의 독과점 심화(Lack of Competition)이다. 1986년 이후 15차례의 인수합병을 거치며 로블로(Loblaws), 소비스(Sobeys), 메트로(Metro) 등 상위 5개 대형 유통사가 시장의 약 75%를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집중은 가격 결정권을 소수 기업에 쥐여주었고, 대형 유통사가 부동산 계약 시 다른 소매점 입점을 제한하는 '부동산 통제(Property Controls)' 조항은 중소 식료품점의 진입을 막고 있다. 독립 식료품점조차 대형 유통사의 물류망을 이용해야 하는 종속적인 관계 때문에 유통 마진이 소비자 가격에 더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캐나다 식료품 도·소매점 점유 현황>
[자료: 캐나다 연방정부, 미국 농무부(USDA)(2023)]
둘째, 국내 식품 가공 시설(Processing Capacity)이 부족하다. 캐나다는 세계적인 농업 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원물을 국내에서 제품으로 가공하는 인프라는 현저히 부족하다. 실제로 2025년 기준 생돼지고기의 24%, 생소고기의 20%가 원물 상태로 미국에 수출된 반면, 국내 소비되는 가공육은 각각 30%와 26%를 수입에 의존하는 불균형이 나타났다. 가공 인프라의 한계는 토마토와 수산물 분야에서도 두드러진다. 캐나다는 토마토와 수산물을 대량 수출하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토마토 가공품 수입액이 연간 4억 2,000만 캐나다 달러를 상회하고, 수산 가공품 수입액 역시 연간 5억 8,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같은 문제는 식품·음료 가공업계의 기업 구조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2025년 캐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체 식품·음료 가공업체 중 92%가 100명 미만의 중소 규모 기업(영세 기업 26%, 소기업 66%)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다수 기업이 기술 혁신이나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할 여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며, 결과적으로 이는 캐나다의 국가적 가공 역량 저하와 식량 안보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식품·음료 가공업체 규모별 현황>
*주: 상단부터 순서대로 영세기업, 소기업, 중기업, 대기업을 나타냄
[자료: 캐나다 연방정부, 캐나다 통계청(2025)]
셋째, 필수 자재 및 특정 품목의 높은 수입 의존도(Import Dependencies)이다. 기후와 계절 제약으로 인해 캐나다는 신선 과일의 88%, 채소의 72%를 수입한다. 특히 수입 농산물의 약 40% 이상이 미국에 집중되어 있어 미국 내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스마트 온실 산업이 성장하고 있으나, 스마트 온실의 생산 품목이 오이·토마토·피망에 편중되어 있고, 생산된 물량의 71%가 미국으로 다시 수출되어 식량 공급 안정이라는 목적과 거리가 있다. 더불어 비료나 사료 같은 필수 농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탓에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농가의 생산 비용이 크게 오른다.
넷째, 캐나다의 규제 방식(Regulatory Approaches)이 식료품의 비용을 늘리고 성장을 막고 있다. 캐나다는 식품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과학적 데이터를 엄격하게 검증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연방·주·지자체로 나뉜 복잡한 인허가 체계는 농식품 기업의 큰 행정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종자 개량, 비료 승인, 동물용 의약품 도입 등 혁신이 필요한 분야에서 허가 절차가 지나치게 늦어지며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국가 식량안보 전략의 3대 핵심 기둥
정부는 앞서 진단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More Choice, More Control, More Canada’(‘더 많은 선택, 더 많은 통제, 더 많은 캐나다산’)라는 3대 전략을 세우고, 향후 10년간 30억 캐나다 달러 이상을 투입하는 대규모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27억 5천만 캐나다 달러는 인프라와 생산 시설을 만드는 데 집중 투입하며, 나머지 2억 5천만 캐나다 달러는 경쟁 촉진을 위한 조사 기반 강화와 규제 개선을 위한 운영비로 배정되었다.
첫 번째 전략인 ‘More Choice(더 많은 선택)’는 유통 시장의 독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 대형 소매점과 대등하게 경쟁할 독립 식료품점을 육성하기 위해 지역별 식품 터미널과 공동 물류 허브를 만드는 데 10억 캐나다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또한 캐나다 경쟁국(Competition Bureau Canada)의 시장 조사 권한을 강화하고 대형 유통사의 반칙 행위와 불공정 부동산 계약을 엄격히 규제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물가를 안정시킬 방침이다. 이를 위해 배정된 운영 예산 2억 5천만 캐나다 달러는 유통업계의 불공정 행위를 상시 감시하고 조사를 수행하는 캐나다 경쟁국의 업무 역량을 키우는 데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두 번째 전략인 ‘More Control(더 많은 통제)’은 원물 위주 생산에서 벗어나 국내 가공 역량을 키우는 전략이다. 농업신용공사(FCC, Farm Credit Canada)가 주도해 식품 가공 시설 확대를 지원하는 10억 캐나다 달러 규모의 금융 기금을 만들 예정이다. 이를 통해 중소 식품 가공 업체가 설비를 현대화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도록 돕는다. 이는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농산물의 가치를 국내에서 직접 높여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식품 생산 주권을 갖추기 위한 목적이다.
세 번째 전략인 ‘More Canada(더 많은 캐나다산)’는 기후 영향을 줄여 일 년 내내 안정적으로 식품을 공급하는 체계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온실이나 수직 농장 같은 환경 제어 농업 분야에 7억 5천만 캐나다 달러를 투입하여, 계절과 상관없이 채소를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 농업 시설을 전국에 늘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종자나 비료 등 핵심 농자재의 승인 절차를 크게 간소화하는 규제 개선 작업도 추진한다. 행정적 절차를 간소화하면 농가들이 최신 기술을 빠르게 도입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캐나다 정부의 판단이다.
향후 전망 및 시사점
이번 국가 식량안보 전략은 단순한 물가 안정책을 넘어 캐나다 농식품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겨냥한 대규모 개편 사업으로 평가된다. 향후 10년간 이어질 정부의 집중적인 재정 투입과 규제 완화는 캐나다 농업 기술과 가공 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환경 제어 농업과 관련된 자동화 시스템, 에너지 효율 장비, 정밀 농업 기자재 분야에서 상당한 신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지원을 통한 중소 규모 식품 가공 공장의 현대화 과정은 관련 자동화 설비 공급업체들에 시장 참여의 계기가 될 것이다.
다만, 이번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전망도 제기된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규제 개편이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마트의 물가 하락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유통 시장의 견고한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한 독립 소매점 육성책이 실제 시장 경쟁을 얼마나 촉진할 수 있을지가 이번 전략의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들은 캐나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여 진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단순한 수출을 넘어 현지의 스마트팜 운영사나 중소 규모의 식품 가공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식은 시시장 진입 위험을 줄이고 현지에 자리를 잡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고려된다. 특히 스마트 온실 기자재, 에너지 절감 솔루션, 정밀 농업 센서, 식품 자동화 가공 설비 및 포장 시스템 등 현지 농업 환경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앞세워 정책 수혜 대상인 현지 기업들을 공략하는 단계적 시장 진입 전략이 요구된다.
자료: 캐나다 연방정부, 캐나다 통계청, 미국 농무부, KOTRA 토론토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