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경제는 2019년 이래 현재까지 누계로 20% 이상 역성장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한 관광 급감 타격에서 미처 벗어나기도 전, 올 상반기 미국의 강화된 제재와 연료 봉쇄로 인해 치명타를 입었다. 평균 하루 25시간에 달하는 순환 정전과 식품·의약품 부족이 겹친 복합 위기 속에서, 쿠바는 1959년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개혁개방 패키지를 발표하며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6월 12일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폐회사에서 '(미국의) 봉쇄 이외에도 장애물이 존재한다'며, '지연, 관료주의, 생산성을 가로막는 규정들, 그리고 우리가 미뤄온 결정들이 있다'고 내부 요인을 공개 인정하였다. 그간 경제위기를 미국 제재에 돌려왔던 그간의 태도에서 변화된 이례적인 모습이다. 이에 멈추지 않고, 쿠바 정부는 발표된 경제개혁 패키지를 불과 1주일 만에 입법최고기관에서 전격 처리하고, 7월 1일부터 본격 이행에 착수했다.

쿠바 혁명 이후 최대 규모라는 이번 경제개혁 조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발표된 총 23개 분야 176개 조치 중, 한국 기업 진출과 관련성이 높은 6개 분야 주요 조치들의 전후를 비교하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를 통해 향후 쿠바의 변화를 미리 살펴본다.


1. 주요 경과 — 승인에서 이행 개시까지

쿠바 국가권력최고인민회의는 2026년 6월 18일 임시회의에서 마누엘 마레로 쿠바 총리가 상정한 '23개 분야 176개 경제사회 조치'를 심의하고, 발표 1주일 만인 6월 19일 이를 공식 비준하였다. 마레로 총리는 7.1일 이행 공식 개시를 선언했으며, 30일 내 1차 조치 시행을 위해 로드맵·일정표 수립 및 최고위급 책임자 지정까지 완료했다고 밝혔다. 쿠바는 7월중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최우선 과제부터 시행 계획이며, 신규 노동법을 의회에 상정하고 다수의 이행 관련 규정들을 관보에 공포하기로 하는 등 속도감 있는 이행 조치에 착수했다.

< 개혁 발표부터 이행 개시까지 진행 경과 >

날짜

내용

2026.6.12

디아스카넬 대통령, 「경제사회변혁제안」 공개 발표. 초기 제안 390개 중 66.7% 채택 및 쿠바 공산당 정치국이 권고한 69개 반영해 176개 조치를 확정

2026.6.17

쿠바공산당(PCC) 중앙위원회 임시전원회의, 개혁안 당내 승인

2026.6.18

국가권력최고인민회의 제10기 제3차 임시회의(아바나 컨벤션궁). 마누엘 마레로 쿠바 총리, 23개 분야 176개 조치 상정 및 심의

2026.6.19

본회의 비준(ratificación) 완료. 발표부터 비준까지 이례적 속도인 일주일 소요

2026.6.28

페레스-올리바 부총리, 제22차 쿠바노동자총연맹(CTC) 총회에서 30일내 1차 이행분야 발표: 경제주체, 중앙행정, 에너지, 농업, 가격, 임금·노동, 상업·요식·서비스, 부분 달러화

2026.7.1

마레로 총리, X(트위터)를 통해 이행 공식개시 선언. 로드맵·일정표 수립 및 최고위급 책임자 지정, 지표 기반의 평가체계 완비 발표. 국영기업 신규 권한 부여, 민간 금지업종 축소, 예산부문 임금 인상부터 최우선 시행 계획

2026.7월 중

신규 노동법(Código del Trabajo) 의회 상정 — 복수직업, 재택근무(해외 근무 포함), 8시간 미만 근로 등 포함. 7월 말까지 다수의 이행규정을 관보(GACETA)에 공포 예정



2. 한국 기업 진출과 관련된 주요 분야의 개혁 전후 비교


이번 개혁의 전체 카테고리인 23개 분야 중, 한국기업의 진출과 가장 관련성이 높은 6개 (금융, 민간기업, 국영기업, 외국인투자, 농업, 노동) 분야의 개혁 전후를 비교해 본다. 이를 통해, 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우리 기업의 쿠바 진출 환경을 전망해볼 수 있다.

은행·금융 — 1959년 이후 최초의 민간은행 허용, 투자진출기업의 금융구조 안정화 도모

쿠바에서 은행 및 금융 시스템은 중앙은행(BCC) 및 일부 국가기관을 통한 절대적 국가 독점 체제였다. 미국의 제재가 더해질수록 외화 통제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었고, 필요에 따라 외국기업 계좌 동결이나 송금/인출 제한 등과 같은 극단적 조치조차 불가피했기 때문에 국가 통제를 포기할 수 없었다. 또한 공식 고정환율과 비공식 변동환율 간의 큰 격차 (약 25배)가 존재하고, 무역수지 적자에 따라 발생하는 환율조정 메커니즘 대신 경직되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에 의존하다 보니 만성적인 외화유동성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은행 및 금융 시스템 분야에서 제시된 개혁안들은 그야말로 혁신적이다. 쿠바 중앙은행의 감독하에 민간·외국인의 은행 및 금융기관 설립·운영이 허용된다. 국가에서 독점하던 환전도 민간에 개방되고, 개인 간 송금한도가 철폐되면서 특히 해외 가족의 본국 송금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극히 제한적으로만 운영 가능하던 일반인의 외화 예금 및 인출도 전면 허용되고, 소액금융 제도까지 도입되면 자금조달 접근성 확대와 시장왜곡 감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분

개혁 이전

개혁 이후

은행업

쿠바중앙은행(BCC)과 소수 국영은행의 절대 독점. 만성적 유동성 부족

민간·협동조합·외국 자본의 은행(법인·유니버설 라이선스) 및 비은행 금융기관 참여 허용. 중앙은행 감독하 운영

환전

국영 독점. 공식(120)/비공식 환율 간 극심한 격차, 반복적 계좌 동결(코랄리토)

민간 환전소(Cadecas privadas) 허용, 디지털 외환 경매 추진

송금·이체

국가 통제 채널만 사용, 개인 이체한도 엄격

개인 이체한도 폐지, 외화 예금·인출 허용

외화 계좌

사전 승인 필요, 일반인 접근 고도로 제한

사전 승인 없이 외화 계좌 개설 가능

소액금융

없음

민간 소액대출(마이크로크레딧) 및 외국 소액금융기관 허용


민간기업(Mipymes) — 성장 상한선 철폐로 한국 기업과의 교역기회 확대

2021년 7월 11일 시위를 계기로, 쿠바내 민간기업이 최초로 합법화되었다. 하지만 종업원 수를 100명 이내로 제한하여 중소기업으로만 운영이 가능했고, 복수의 회사를 소유할 수 없었으며 다수의 금지업종이 존재했다. 이는 민간 기업이 지나치게 비대해지지 않게 하려는 목적으로, 과도한 자본 쏠림현상에 국가가 즉각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관료주의적 절차로 인한 지연으로 수천 건의 신청서가 수개월 동안 계류되어 있으며, 무역회사는 직접 수출입을 할 수 없어 국가 수출입 중개기관을 사용해야만 했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민간중소기업 운영 비용이 가격에 전가되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을 불러왔고, 불안정한 규제와 정부 불신까지 더해져 성장이 정체되어 있었다.

이번 개혁조치 중 민간기업 분야는 그간 민간에서 요구해 온 조치들이 대부분 반영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조치 중 하나는 종업원 상한 폐지로, 쿠바에서도 민간 대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다. 수천 개의 계류된 미승인 민간기업 신청서가 즉시 승인되며, 개인이 여러 회사나 법인을 소유하고 주식을 보유하며 추가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금지업종도 대폭 축소되며, 일부 행정절차가 폐지되고 플랫폼 내 AI를 도입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직접 수출입 및 해외금융 조달, 해외계좌 개설까지 가능해진다. 또 다른 눈에 띄는 조치는 국가 독점이던 연료의 소매판매를 허용한다는 점이다. 민간은 원래 자체 소비용 연료만 수입 가능했으나, 이제 민간이 미국 텍사스 등에서 저렴한 연료를 직접 수입해 직접 판매하는 등 60여년 만의 국가 독점이 사라진다.

구분

개혁 이전

개혁 이후

종업원 상한

약 100인 제한

상한 폐지. 100인 초과 시 '민간기업(Empresa Privada)'으로 분류

복수 소유

1인 1사 원칙

1인 복수기업 소유, 주식회사 설립, 복수 지분 참여 허용

금지 업종

Decreto 107 기준 125개 금지 활동

약 70개 금지업종 폐지 : 농업·에너지·금융·관광 등 개방

설립 절차

수천 건 신청 수개월 대기, 관료적 지연

대기 중인 수천 건 즉시 승인. 일부 승인제도 폐지. 경제주체 플랫폼에 AI 도입

수출입

국영 중개기관 의무 경유

중개 없는 직접 수출입, 자체 해외 금융 조달, 해외 은행 계좌 개설, 자율 가격 결정 허용

연료

국가 독점

민간의 연료 직접 수입·소매 판매 허용

국영기업 — 주식회사 전환과 파산 제도 신설로 국영기업 체질 개선

국영기업은 쿠바 사회주의 모델의 핵심이다. 그러나 과도한 중앙집중화, 경제를 왜곡시키는 보조금 제도, 성과와 미연동된 경직된 임금체계, 낮은 경영 자율성, 적자 국영기업의 구조조정이나 폐쇄 불가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져 왔다. 이러한 국영기업을 통제하는 OSDE(상급기업조직)의 존재는 관료주의를 심화시켰고, 비효율성과 지속적인 손실, 낮은 생산성, 이로 인한 연간 수백억 페소(약 2,300억원) 규모의 보조금 의존현상이 일반적이었다.

국영기업이 개혁 대상이 된 것은 획기적인 변화이다. 주요 목적을 포기하지 않는 합법적 범위 내에서 모든 활동이 허용되며, 특히 성과 연동의 임금체계 도입과 자체 보수설계 허용은 국영기업을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경쟁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외에도 국영 자회사 및 중소기업의 설립, 합병, 청산, 파산 제도를 최초로 도입해 부실기업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국영기업을 주식회사로 전환한다는 계획과, 내외국인의 주식 매입 허용 조치는 국영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체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구분

개혁 이전

개혁 이후

법적 형태

국가 직영, OSDE(상급기업조직)의 관료적 통제

주식회사 전환 가능. 내외국인·교민의 주식 매입 허용. 국가는 부문별로 지분율 결정, 전략 분야만 과반 유지

보조금

연간 수백억 페소 규모 상시 보전

연간 약 925억 페소 기업 보조금 단계적 철회(이중 절반은 전기요금 보조)

임금

성과 무관 획일적 급여체계

자체 임금척도 설계 및 성과연동보수 허용

구조조정

적자 기업 폐쇄 사실상 불가

합병·청산·파산 제도 도입

사업 범위

설립 목적 사업만 가능

핵심사업 유지 조건하 모든 합법적 활동 허용, 국영 Mipymes 자회사 설립 가능

외국인 투자·디아스포라 —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애로사항 해소, 한국기업 진출환경 개선 기대

2014년 제정된 외국인투자법 (118법; Ley 118)은 국영기업과의 합작투자 중심, 국가 고용기관을 통한 근로자 채용 의무, 토지 및 부동산의 임대·취득 어려움, 직접 수출입 불가, 주요 부문에 대한 폐쇄성 및 통제 등으로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투자진출 행정처리를 위해 최대 수년까지 대기해야 했으며, 지방에 대한 투자도 중앙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지방분권화도 갖춰져 있지 못했다. 쿠바계 해외 교포(디아스포라)는 투자 및 자산취득에 있어 본국의 가족을 통한 간접투자 방식으로, 상당히 제한적으로만 참여가 가능했다.

개혁 조치가 발표된 대로 완료된다면, 외국인 투자자가 직면해 왔던 애로사항들이 다수 해소될 전망이다. 수많은 절차가 간소화되고, 고용과 무역에 있어 국가의 중개가 사라진다. 쿠바계 교포들은 국영기업 주식을 직접 매입할 수 있게 되고, 국내외 거주자의 국유 부동산 매입 및 취득이 허용된다. 지방 자치단체들은 시(Municipio) 단위의 외자유치 및 관리 권한을 부여받게 되면서 지방 분권화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구분

개혁 이전

개혁 이후

진입 방식

2014년 외국인투자법(Ley 118) 기준 국영기업과의 합작(JV) 사실상 의무

합작 의무 폐지. Mipymes·협동조합에 대한 직접 투자 허용(국영 중개 불요)

인력 채용

국가 고용에이전시를 통한 채용 의무 — 급여 차익은 국가 귀속

직접 채용·직접 급여 지급 허용

디아스포라 투자

해외 거주 쿠바인의 직접 투자 사실상 불허

교민 투자 인센티브 전용 프로그램 신설. 국영기업 주식 매입 허용

토지 사용권

제한적 기간

지표면권(derecho de superficie) 장기 보장 — 최대 99년

부동산

국유 부동산 취득 불가

내외국 거주자의 국유 부동산 매입(건별 심사) 및 관광 잠재지역 부동산 취득 허용

지방 투자

중앙정부 전속

시 단위의 자체 외자 유치·관리 권한 부여

농업 — 90년대 이후 최대 개혁으로 한국 농기자재·식품가공 수출길 열려

그간 협동조합(UBPC, CPA) 및 국영기업이 주도해 온 농업 및 식품 분야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그간 토지사용권의 고정된 사용기간 및 거주의무는 물론, 농업분야 민간참여 제한이나 마케팅/수출입의 국가 중개기관 개입 의무, 가격의 국가 통제, 투입재 부족, 낮은 생산성 등으로 식량 생산이 저하된 상태였다. 대토지를 협동농장으로 분할하고 비료 부족을 유기농법 연구로 극복하는 등 성공적인 토질 개선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막대한 양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해 왔다.

이번 개혁을 계기로, 토지를 활용하고자 하는 자는 거주의무 없이 무기한의 사용권을 부여받을 수 있게 된다. 민간 및 합작기업도 농업에 참여해 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되고, 협동조합과 민간 기업도 직접 수출입할 수 있게 변화된다. 생산자와 구매자 간의 직접 계약을 허용해 가격 유연성이 높아지고, 농업진흥은행이 신설되며, 외화를 통한 투입재 시장이 새롭게 형성된다. 특히 협동조합과 민간 농가의 직접 수입이 허용된다는 것은 농기계, 비료, 자재, 식품가공설비 등의 분야에서 신규 바이어가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로, 경쟁력 있는 한국산 농기자재 및 식품가공설비 등에 있어 새로운 수출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구분

개혁 이전

개혁 이후

토지 용익권

기한부(usufructo), 거주·직접 경작 요건

무기한 용익권, 거주 요건 폐지

민간 참여

민간 농업기업 금지, 국영·협동조합(UBPC/CPA) 중심

민간·혼합 농업기업 허용

수출입

국영 수매기관(acopio) 독점

협동조합·민간의 직접 수출입, 해외 금융 조달, 해외 계좌 개설 허용

가격

국가 통제 가격

생산자-구매자 간 계약 가격, 외화 투입재 시장 신설

금융

전용 금융기관 부재

농업진흥은행(Banco de Fomento Agrícola) 신설

노동·사회 — 임금 인상과 근로형태 유연화로 투자진출 환경 대체로 개선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에는 배급수첩(Libreta)이 존재하며, 전기요금이나 연료 등도 보편적 보조금으로 지원받는다. 이러한 광범위하지만 비효율적인 사회보장제도는 최근 악화된 인플레이션과 물자 부족에 직면해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고, 국가 재정에도 부담을 가중시켰다. 정부가 임금 및 고용에 깊게 개입하면서 공무원을 비롯한 근로자의 급여는 턱없이 낮고 경직되어 있었으며, 정규직 복수 취업 불가 및 재택근무·단축근무 제한 등 노동 유연성 문제도 심각했다.

앞으로는 생필품에 대한 보편적 보조금에서 취약계층 (연금 수급자, 노인, 아동 등) 대상 맞춤형 보조금으로 점진적인 전환이 예상된다. 다만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국가 및 지방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고 자율성이 강화되면서, 민간 포함 모든 경제주체가 은행과의 협약 방식으로 연금 지원, 취약계층 고용, 재난기금 등 사회정책 기여 의무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 진출시 추가적인 비용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고려해야 한다. 그 외에도 국가의 최저임금이 약 53% 인상되며, 공공 부문에서 성과연동형 임금체계가 도입된다. 근로 형태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복수 취업이나 국내외 재택근무가 허용된다.

구분

개혁 이전

개혁 이후

최저임금

월 2,100 페소

월 3,210 페소(+53%). '26.8월 급여 지급시부터 적용. (예산기준 전체 노동력의 51% 대상, 연 425억 페소 추가 소요)

보조금

배급수첩(libreta)·전기·연료 등 보편적 생필품 보조

취약계층 선별 지원으로 전환. 'SOBERANÍA' 플랫폼으로 대상자 구분, 지원방식 디지털화

겸직·근로형태

복수직업 제한, 재택근무 제도 미비

복수직업(pluriempleo) 허용, 재택근무(해외 근무 포함) 및 8시간 미만 단축근로 허용

조세

부가가치세 부재

부가가치세(IVA) 단계적 도입


3. 전문가 평가 — 기대와 우려의 공존

쿠바 내외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간 학계가 요구해온 개혁 정책제안들이 처음으로 수용되었다는 점과, 조치들의 내용이 시장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해당 조치들의 도입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점과, 미국 제재가 여전히 건재하고 단시일 내 제재 완화 가능성이 낮다는 점, 정부 주도 방식이 여전히 유지된다는 점, 그리고 새로운 조치들이 물가상승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들면서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쿠바 국내 전문가들은 대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바나대학교 쿠바 경제연구센터의 정교수이자 경제학자인 후안 트리아나 코르도비(Juan Triana Cordovi)는 이번 패키지가 '과거에 금기였던 정책들을 처음으로 공인'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그는 '은행 개혁, 토지 분배, 국영기업의 주식회사 전환' 등, 1990년대부터 학계가 요구해 온 제안들이 대거 수용되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개혁의 성패가 '이행 순서, 제도 정비, 실행 인력'에 달려 있다고 전망하며, 176개에 달하는 수많은 조치를 동시에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바나대학교 쿠바 경제연구센터 전 소장인 경제학자 오마르 에벨리니 페레스(Omar Everleny Perez)는 '국가가 마침내 시장이 필수불가결한 존재임을 이해했다'고 진단하며, 176개의 조치 중 자신이 주장해 왔던 '민간의 전 업종 참여, 국영 고용기관 의무 폐지, 민간 환전소 합법화'가 개혁 조치에 포함된 데에 지지 의사를 표명하였다.


한편, 쿠바계 미국인 등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보다 회의적이고 비판적이다. 망명한 쿠바계 스페인 경제학자 엘리아스 아모르 브라보(Elias Amor Bravo)는 대부분의 조치를 '무모하다'고 정의한다. 그는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일시적인 53%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은 인플레이션 혼돈을 야기할 것이며, 부가가치세 도입과 제품 보조금 폐지 역시 물가 상승 압력을 부추길 것이라고 전망한다. 콜렉티보 보세스 법률사무소 대표인 망명변호사 엘로이 비에라(Eloy Viera)는 쿠바에서 사유재산은 '보장된 권리'가 아닌 '철회 가능한 특권 혹은 양여'라 정의하며, 법적 안전장치 부재를 핵심 문제로 지목한다. GAESA의 구조 전환 조치에 대해서는 '새 간판을 단 국영기업들로 자산을 이전해 미국 제재를 회피하려는 전략적 변신 가능성'을 제기하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연구센터(CIEM) 연구원이자 경제학자인 페드로 몬레알(Pedro Monreal)은 '176개 조치 문서에 '허용하다(permitir)'라는 동사가 29회 등장한다'며, 이번 조치가 일관된 개혁이라기보다 단순한 금지 해제의 나열이라고 평가한다. 쿠바계 미국 언론인인 안드레스 레이날도(Andrés Reinaldo)는 이번 조치가 민생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닌 정치적 압력에 대한 대응책에 불과하며, 매각 예정인 국유자산을 권력층이 독식하는 '피냐타(piñata)' 위험을 경고한다. 특히 그는 베트남 모델을 벤치마킹했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쿠바와 베트남은 문화적 조건이 다르고, 베트남 모델 역시 국가가 사업의 최종 결정권을 갖는 체제'라며 비판적인 시선을 드러낸다.

스페인에서 활동중인 아바나대학교 언론학 교수 호세 곤살레스(José González)는 쿠바의 정치체제 전환 없이 투자 안전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쿠바 정권이 외부 압력이 심화될 때마다 '줄을 풀었다가' 상황이 바뀌면 '다시 조이는' 패턴을 반복해왔다며, 개혁의 지속성에 회의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쿠바계 역사학자·정치학자 후안 안토니오 블랑코(Juan Antonio Blanco)는 체제가 개혁 불가능하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개혁조치대로 보조금 철회와 부실 국영기업 폐쇄가 진행되면 대규모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높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며, 이번 개혁의 실제 목적이 부차적 요소만 바꿔 권력을 보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한편 쿠바 정부는 이러한 개방이 '자본주의로의 회귀'가 아니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페레스-올리바 쿠바 부총리는 최근 개최된 제22차 쿠바노동자총연맹(CTC) 총회에서 '개혁이 헌법 개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부(富)가 창출되지 않으면 우리가 원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없다'고 선언해 사회주의 체제를 이어갈 의지를 드러냈다. 따라서 쿠바 정부가 현재 추진중인 개혁은 '자본주의, 민주주의로의 완전한 전환'이 아니라 중국/베트남과 같은 '시장 주도형 사회주의 모델'로, 공산당 권력 기반을 유지하면서 시장 주도형 정책 일부만 수용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4. 향후 전망

과거와 가장 다른 점은 실제로 구체적인 이행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비준 이후, 30일 내 1차 조치(경제주체·에너지·농업·임금·부분 달러화), 7월 노동법 상정, 7월 말 규정 공포라는 구체적 일정이 제시되었다. 다만 쿠바계 미국 컨설팅사인 AUGE는 '정치적 비용이 낮은 금지 해제형 조치가 우선 시행되고, 국영기업 주식회사화·민간은행 설립·IVA 도입 등 구조적 조치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하며, '발표된 내용과 실제 (관보에) 공포되는 규정, 그리고 (관보에) 공포된 규정과 실제 현장에서의 적용 방식' 등 두 가지의 차이를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개혁의 결과는 크게 2가지로 예상해볼 수 있다. 먼저 첫 번째는 가능성은 낮지만 가장 희망적인 결과로, 법률 개정을 통해 빠른 개혁이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제재도 완화되는 시나리오이다. 민간기업 신규 승인과 직접 수출입의 법적 근거가 연내 확보되고, 민간 바이어가 정착되면 민간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다. 미국도 민간 간의 거래는 제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히 미국과의 거래도 늘어나고 관계도 개선되면서 제재 완화가 병행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과 같이 관광과 송금 분야 제재가 우선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쿠바의 외화수급이 개선될 것이며, 그간 외화부족으로 억눌린 생활소비재 및 설비 부문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심각한 정전과 연료/식량부족을 경험해온 쿠바인들이 재생에너지, 전기차, 농기자재 등에 높은 수요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구매력 높은 신흥 부유층의 한국산 가전제품, 자동차, 식품, 화장품 등 수요도 기대된다. 자연히 우리 기업의 수출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개혁조치 이행 지연 또는 미국 제재 유지·강화 시나리오이다. 최초 발표된 내용에서 후퇴한 내용으로 법제화되거나,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는 방식이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경우 쿠바 정부의 개혁조치는 신뢰도가 낮아질 것이다. 게다가, 생산성 제고 없이 노동자 임금만 갑자기 큰 폭으로 인상되면 물가상승과 화폐가치 하락이 심화되며 경제위기가 가중될 것이다. 만약 개혁조치가 모두 최초 발표대로 이행되더라도, 미국 제재가 건재하다면 신규 외자유입이 제한되면서 외화유동성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이 경우, 다수의 민간 기업들은 기존처럼 제3국 에이전트를 경유하는 간접교역 구조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5. 한국기업 진출 시사점

쿠바 시장은 60년 이상 이어져 온 미국 제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국내외 은행, 물류 등이 거래를 꺼리고 있어, 현 상태에서 쿠바 정부의 개혁조치 발표만 믿고 바로 진입하기는 위험이 크다. 공표된 사항이 동일하게 제도화되는지 살피고, 제재 완화까지 안전한 금융/물류 체계를 활용하며, 결제방식이나 거래조건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특히 금년 5월 발표된 군산복합기업 GAESA 대상 제재는 한국 기업이 더욱 유의해야 한다. 달러결제 및 미국계 금융망을 활용하는 우리 기업이 GAESA와 연관될 경우 세컨더리 제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데, GAESA가 쿠바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70% 수준이다 보니 어떻게 연관될지 몰라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앞서 한 전문가가 제기한 '위장 전환'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거래 상대방의 실소유 구조를 사전에 실사(due diligence)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쿠바 진출에 관심있는 기업이라면, 단기적으로는 7월 말까지 공포될 예정인 법/규정의 내용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직접 수출입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인지, 외국기업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게 되는지, 노동법 내 외국인투자기업 적용 조항들은 어떻게 바뀌는지 등을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후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8월에는 물가와 환율 동향을 점검하고, 실제로 수익이 발생할 경우 이를 반출할 수 있을지도 확인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문가 다수가 법적 안전장치 부재를 지적하고 있으며, 아직 한국과 양자투자조약(BIT)도 체결하지 않았고 무역보험도 불가능한 상황인 점을 고려해, 기업 상황에 맞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외화 수급이 안정적으로 개선되면, 한국기업에게 열리는 새로운 기회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인센티브에 따른 태양광 및 기자재, BESS 등의 수요가 기대되고, 농업 개혁에 따른 농기계, 비료, 식품가공설비 분야도 유망해질 것이다. 민간은행 또는 환전소 신설에 따른 금융 IT 인프라 분야도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민간에서 성공한 신흥 부자들이 늘어나면 생활소비재나 가전제품, 식품 등 소비재 분야에서도 새로운 수요가 나타날 것이다. 다만 개혁조치 직후 민간 구매력이 급상승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쿠바가 구매력이 낮다는 점을 기억하고 가격경쟁력을 갖춰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거래방식에 있어서는 초기에 자본 투입이 적은 소량 수출 거래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투자진출을 희망할 경우 법안 개정 내용과 실제 적용사례가 축적된 이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료 : 쿠바 대통령실 보도자료, 쿠바 관영매체 Cubadebate, 쿠바 공산당 기관지 Granma, 쿠바공화국 관보(Gaceta Oficial) 특별호 제72호(26.6.16), 국영TV 정책해설 프로그램 Mesa Redonda, 국영통신사 Prensa Latina, 미 재무부 OFAC FAQ(26.5.7), AFP, EFE통신, Reuters, AP통신, PBS뉴스, CBS, 스페인 The Conversation 및 Politica Exterior, 독립언론 OnCubanews 및 El Toque, CiberCuba, KOTRA 아바나 무역관 보유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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