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압박 속 7년 연속 유럽 투자유치 선두 유지

2025년 유럽 및 프랑스의 해외 투자 유치 실적이 발표됐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EY(Ernst & Young)에 따르면, 2025년 지속된 지정학적 긴장, 국제 무역의 분절화, 세계적인 경제 성장 둔화로 해외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크게 축소했다. 여기에 중동 지역 위기까지 겹치면서, 2025년 외국인 직접투자가 세계적으로 7% 감소했고, 그중에서도 유럽은 북미나 아시아보다도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유럽 내부의 국가 간 투자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으며, 남유럽과 중부유럽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 보다 유연한 규제 환경, 특정 산업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투자 매력도를 높였다. 이러한 국제 정세와 유럽 내부 경쟁이라는 이중 압박으로 프랑스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투자유치 강국으로서의 위치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25년 프랑스는 총 852건의 투자 프로젝트를 유치하며 영국(730건)과 독일(548건)을 제치고 7년 연속 유럽 내 외국인 투자 유치 1위 국가의 자리를 유지했다. 다만, 이는 2024년 1025건에 비해 17%가 감소한 수치이며, 주요 경쟁국들보다 더 큰 감소 폭이다. 프랑스는 특히 미국과 독일의 투자 감소에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2022년 이후 미국의 자국 내 투자유도 정책(보조금, 리쇼어링 정책 등), 독일 경제의 뚜렷한 성장 둔화로 미국과 독일의 유럽 투자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프랑스 해외 투자 유치 추이(2016~2055)>

(단위: 건, %)


[자료: EY]

고용 창출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외국 기업들이 프랑스에서 창출한 일자리는 약 2만 8000개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4년 대비 4% 감소한 수치지만, 유럽 평균 감소율인 –25%에 비하면 양호한 성과다. 다만, 고용 창출은 일부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됐다. 창출된 고용인력의 50%가 5%의 프로젝트에 몰렸고, 그중 대부분 물류 부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프랑스의 투자 매력도를 견인한 산업 분야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방위 산업, 저탄소 에너지 분야였으며, 이들 산업은 소프트웨어, 물류 분야와 함께 새로운 투자유치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AI 분야에서는 총 53개의 프로젝트가 유치됐는데 이는 2024년 대비 26% 증가한 수치이며, 프로젝트 수에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 PBC)이 유럽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유럽 대기업을 대상으로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파리에 신규 사무소를 개설한 프로젝트가 있었고, 미국의 인력 서비스 기업 맨파워(Manpower)가 인적자원(HR) 분야에 적용되는 AI 전용 허브를 프랑스에 설립한 프로젝트도 있었다. 이러한 신규 부문의 투자유치는 프랑스의 산업구조가 점진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인 동시에, 기술 전환과 에너지 전환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프랑스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AI 외에도 최근 유럽의 안보 환경 변화(지속되는 러-우 사태, NATO 회원국 국방비 증액 등)에 따라 방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군수품 생산 시설 증설, 방산 장비 생산능력 확대, 공급망 강화 목적의 투자 프로젝트가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에너지 분야에서도 투자 기업 수는 감소했으나 프로젝트 규모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수소, 배터리 산업, 전력망 및 저장시설, 저탄소 에너지 인프라 분야가 성장하는 추세다.

한편, 프랑스는 2025년 354개의 제조업 프로젝트(신규 공장 설립 또는 기존 공장 증설)를 유치하며 유럽 최다를 기록했지만, 이는 전년 대비 15% 감소한 수치이기도 하다. 특히 화학 산업, 금속 및 철강 산업, 자동차 산업에서 투자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급망 재편과 구조조정이 원인이며, 화학·금속 분야의 투자 감소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글로벌 경쟁 심화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보건 및 헬스케어 분야와 에너지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의료 수요 증가와 바이오 제약 산업의 성장, 에너지 전환 정책의 지속 추진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연구개발센터(R&D) 분야에서도 전년 대비 47%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투자자들의 신중한 태도와 여러 산업 부문이 겪고 있는 어려움 때문으로 분석된다.

<프랑스 제조업 투자 프로젝트 수(좌), 제조업 투자에 따른 고용 창출 수(우) 추이>

(단위: 건,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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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EY]

2026년 ‘Choose France(프랑스를 선택하세요)’ 행사, 역대 최대 투자 유치

2026년 5월 파리에서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해외 투자 유치 이벤트인 ‘Choose France(프랑스를 선택하세요)’ 행사가 열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8년부터 매해 해외 유수 기업 대표를 초청하여 Choose France 행사를 열었고, 프랑스 정부의 경제 정책을 알리고 투자를 독려해 왔다. Choose France 행사는 특정 시점의 외국인 투자유치 성과를 보여주는 쇼케이스로 기능해 왔으며, 2026년 9회를 맞이했다. 2018년~2025년까지 이 행사를 통해 약 870억 유로 규모, 231건의 투자 프로젝트가 발표된 바 있다.

프랑스를 선택하세요) 행사로 유치된 산업별 해외 투자 프로젝트 지역 위치 2018년~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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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Choose France 보도자료]

올해 행사는 특히 내년 5월로 임기를 마치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2017년부터 이어진 임기 동안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투자 매력도를 경제 정책의 핵심 지표로 삼아왔고, 올해가 마지막 Choose France 행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6년 행사에서는 중동 사태와 그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총 930억 유로 규모의 71개 투자 프로젝트와 1만 56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라는 유례없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성과는 AI 분야에서 탄생했다. 프랑스는 탄소중립 전력 공급 역량을 앞세워 일본 소프트뱅크(SoftBank) 펀드의 750억 유로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지난 9회 동안의 Choose France 행사가 유치한 누적 투자 규모와 거의 같은 수준이며, 2025년 2월 파리에서 개최된 인공지능 행동 정상회의(AI Action Summit)에서 발표된, 1090억 유로 규모의 AI 투자 규모와도 비교되는 규모다.


소프트뱅크가 프랑스를 선택한 결정적 요인은, 풍부한 원자력 발전 덕분에 확보할 수 있는 안정적이며 탄소 중립적인 전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5월 프랑스 전력 송전망 운영사인 RTE가 도입한 ‘패스트트랙(Fast Track)’ 절차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제도는 400MW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부지를 사전에 선정해 기존보다 더 빠르게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소프트뱅크는 프랑스 북부의 오-드-프랑스(Hauts-de-France) 지역의 보스켈(Bosquel), 부샹(Bouchain), 덩케르크(Dunkerque) 등 3개 부지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총 전력 용량은 3.1GW에 달한다. 첫 단계로 2031년까지 약 450억 유로를 투입할 계획이다.

AI 경쟁이 격화되면서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산업은 폭발적인 성장 중이며, 프랑스는 현재 이 분야에서 영국과 독일에 크게 뒤처져 유럽 내 3위 국가에 머물러 있다. 복잡한 행정절차와 인프라 구축 문제 때문에 대형 프로젝트 추진 속도가 느린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데,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매우 뜨겁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정부는 더 많은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지난 5월 27일 관보에 ‘경제 활동 간소화법’을 게재했다. 이 법안에는 프랑스 내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을 용이하게 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이 법안으로, 이들 시설은 ‘국가적 중대 관심 사업’으로 지정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전력망 우선권 부여 및 공청회 절차 간소화 등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소프트뱅크 외에도, 이번 Choose France 행사에서는 다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도 발표됐다. 캐나다 펀드 기업인 브룩필드(Brookfield)는 프랑스 북부의 에스코당(Escaudin)에 AI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약 100억 유로를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브룩필드는 이미 2025년 AI 정상회의 당시 자회사인 Data4와 함께 프랑스 내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2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특히 프랑스 북부 캉브레(Cambrai)에는 1GW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인데, 이는 원자력 발전소 1기와 맞먹는 수준의 전력 규모다.


또한, 영국의 데이터 센터 기업 베른(Verne)도 파리 남부의 마씨(Massy) 인근에 50억 유로 규모를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250MW 규모를 구축하고 이후 최대 500MW까지 확장한다는 목표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인프라 기업 Phoenix Group도 유럽 기업 DC Max와 협력해 리옹 인근에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1억 유로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시사점

2025년 프랑스의 해외 투자 유치 프로젝트 수는 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지속되는 지정학적 긴장, 국제 무역의 분절화, 세계 경제 성장 둔화 등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결과로 분석된다. 프랑스는 2026년 해외 투자 유치 행사인 ‘Choose France’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유치했는데, 이는 소프트뱅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비롯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에 힘입은 결과다.


AI 데이터센터 유치는 단순한 인프라 건설을 넘어,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전통 제조업의 쇠퇴 속에서 국가의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 기술 및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하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 인프라 경쟁의 성패는 막대한 전력을 감당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능력에 달려 있으며, 프랑스의 경우, 탄소 중립 원자력 발전과 신속한 전력망 연결이 가장 강력한 유치 경쟁력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적인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 붐은 송배전 설비, 변압기, 냉각 시스템 등 AI 하드웨어 공급망 기업들에게 수출 및 현지 진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EY, Choose France 보도자료, 일간지 Les echos, Le monde, Le Figaro, 파리무역관 보유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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