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길어진 폭염에 더위 대응 제품 구매 확대
스페인의 여름은 점차 더 길고 뜨거워지고 있다. 스페인은 전통적으로 유럽 내에서도 여름철 고온 현상이 두드러지는 국가로 꼽혀 왔으나, 최근에는 폭염의 발생 시기가 앞당겨지고 고온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더위가 일상생활과 소비 패턴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특히 여름철 고온이 일시적인 계절 현상을 넘어 매년 반복되는 생활 리스크로 인식되면서, 스페인 소비자들은 더위를 견디기 위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냉방 기기 소비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에어컨이 일부 지역이나 가구의 선택적 소비재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장기간 지속되는 고온과 열대야로 인해 가정 내 필수 냉방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와 함께 설치 부담이 낮은 이동식 에어컨, 선풍기, 휴대용 냉방 기기 등도 폭염 대응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위 대응 소비는 가전제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강한 햇빛과 자외선 노출에 대응하기 위한 선케어 제품, 외출 중 사용할 수 있는 개인용 냉방 용품, 야외 활동과 휴가철 수요에 맞춘 여름 생활용품 등으로 소비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스페인의 여름 소비가 단순한 계절성 소비를 넘어, 폭염에 대응하기 위한 생활방어형 소비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파악해, 스페인 소비자들이 최근 더위를 피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냉방 가전, 개인용 냉방 용품, 선케어 제품 등을 중심으로 관련 시장 변화와 우리 기업의 시장 진출 가능성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냉방 가전, 이동식·고효율 제품 중심으로 수요 다변화
냉방 가전 시장에서는 에어컨을 중심으로 수요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 가전제품 유통업계에 따르면 2026년 여름 스페인 내 냉방 기기 판매는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가정 내 냉방설비 설치 요청도 전년 대비 약 15%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2025년에도 스페인 냉방기기 시장은 약 11% 성장한 바 있어, 폭염에 따른 냉방 가전 수요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소비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어컨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제품 선택 기준도 세분화되고 있다. 기존의 고정식 에어컨은 냉방 성능이 우수하지만 실외기 설치, 배관 공사, 설치비, 공동주택 내 설치 허가 등의 부담이 따른다. 특히 오래된 주택이나 임대주택에서는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고정식 에어컨 설치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별도 공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이동식 에어컨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동식 에어컨은 설치비 부담이 낮고 필요 공간에 따라 옮겨 사용할 수 있어, 임차 가구나 단기간 냉방 수요가 있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스페인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이동식 에어컨으로 Midea사의 PortaSplit 제품을 손꼽을 수 있다. 해당 제품은 실내기와 실외기를 분리한 이동식 분리형 구조로, 고정식 스플릿 에어컨과 유사한 냉방 효율을 제공하면서도 별도 공사 없이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냉방, 난방, 제습, 송풍 기능을 갖춘 4-in-1 제품으로, 앱·와이파이 제어와 저소음 운전 기능을 제공해 임대주택 거주자나 설치 공사를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에게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자료: Midea사 홈페이지]
전기요금 부담도 냉방 가전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다. 에어컨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장시간 사용에 따른 전력비 부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냉방 성능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 소비전력, 사용 비용을 함께 비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발식 냉방기와 히트펌프 기반 냉난방 설비 등이 관심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증발식 냉방기는 일반 이동식 에어컨보다 냉방 성능은 제한적이나, 별도 설치가 필요 없고 소비전력이 낮아 건조한 지역이나 소형 공간에서 보조 냉방 수단으로 활용 가능성이 있다. 현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Cecotec사의 EnergySilence PureTech 을 손꼽을 수 있다. 해당 제품은 80W 출력, 12L 물탱크, 냉방·난방 겸용 기능 등을 갖추고 있어 저전력·다기능 냉방 제품을 찾는 소비자에게 선택지로 제시되고 있다.

[자료: Mediamarkt사 홈페이지]
그 밖에 히트펌프 기반 냉난방 설비는 초기 설치 비용이 높다는 점이 부담 요인이나, 냉방·난방·온수 공급을 하나의 전기 기반 시스템으로 통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존 가스·석유 기반 난방설비 대비 에너지 효율이 높고, 연료 가격 변동의 영향을 줄일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스페인과 EU 차원에서 건물 부문의 전기화와 탈탄소화가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히트펌프는 단순한 냉방 기기를 넘어 주거용 에너지 효율 개선 설비로도 주목받고 있다.
선케어 제품, 계절성 소비에서 일상적 피부관리 제품으로 확대
강한 햇빛과 자외선 노출에 대응하기 위한 선케어 제품도 스페인의 대표적인 더위 대응 소비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페인은 일조량이 많고 여름철 야외활동과 해변 휴가 문화가 발달해 자외선 차단제 수요가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폭염과 강한 자외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자외선 차단제를 단순한 휴가철 준비물이 아니라 일상적인 피부 보호 제품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스페인 의약품 유통협동조합 Cofares의 트렌드 관측 자료에 따르면, 스페인 약국 내 선케어 제품 수요는 전통적으로 여름철에 집중됐으나 최근에는 구매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 2026년에는 3월이 약국 내 선케어 제품 수요의 정점을 기록했으며, 5월에도 수요가 8%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Cofares는 이러한 흐름이 2025년부터 이어지고 있으며, 스페인 소비자들이 7~8월 폭염 시기를 기다리지 않고 연초부터 자외선 차단을 일상 관리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품 선택에서도 건강 관리 중심의 소비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Cofares에 따르면 약국 내 태양광 관련 제품 수요 중 자외선 차단제가 93% 이상을 차지한 반면, 태닝 활성화 제품과 셀프 태닝 제품의 비중은 각각 3.8%, 0.8%에 그쳤다. 이는 스페인 소비자들의 선케어 제품 구매가 미용 목적의 태닝보다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 예방과 건강 관리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햇빛 노출 이후 피부를 회복시키기 위한 애프터선 제품 수요도 늘고 있다. Cofares에 따르면 스페인 약국 내 애프터선 제품 수요는 최근 1년간 11% 증가했으며, 수요는 주로 6~8월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프터선 제품은 단순히 햇볕에 탄 피부를 진정시키는 제품을 넘어, 보습, 즉각적인 피부 진정, 피부 장벽 회복 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소비되고 있다.
전망 및 시사점
스페인의 더위 대응 소비는 향후에도 냉방 가전과 선케어 제품을 중심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폭염이 매년 반복되는 생활 리스크로 인식되면서, 스페인 소비자들은 단순히 여름철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일 수 있는 제품을 찾고 있다. 이에 따라 냉방 성능, 설치 편의성, 에너지 효율, 휴대성, 피부 보호 기능 등 제품 선택 기준도 점차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냉방 가전 시장에서는 수요 확대와 함께 가격 경쟁도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계 가전기업들은 가격 경쟁력과 빠른 제품 공급,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바탕으로 유럽 냉방 가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따라서 한국기업이 스페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단순 저가 경쟁보다는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이 필요하다. 마드리드 무역관이 스페인 가전제품 유통기업 C와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현지 소비자들은 냉방 기기 구매 시 가격뿐 아니라 전기요금 부담, 설치 가능 여부, 소음, 사용 공간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지 시장에 신규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은 고효율 인버터 기술, 저소음 운전, 스마트 제어 기능, 공간 제약이 큰 유럽 주택에 적합한 콤팩트 디자인, 설치 부담을 낮춘 이동식·분리형 구조 등을 강조할 필요가 있음을 전했다.
선케어 제품의 경우에도 단순한 자외선 차단 기능만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에는 약국, 드러그스토어, 대형마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가격대의 자외선 차단제가 이미 판매되고 있으며, 저가 제품도 기본적인 SPF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에서 한국 화장품을 판매 중인 S사는 마드리드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스페인 시장에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들은 자외선 차단은 물론 보습이나 피부 진정, 피부톤 보정, 안티에이징, 가벼운 사용감 등과 같은 복합적인 기능을 추가한 선케어 제품이 현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개인용 냉방 기기 분야도 중장기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스페인 시장에서는 휴대용 선풍기, 넥밴드형 선풍기, 미스트형 냉방 기기 등 개인용 냉방 제품이 아직 대중적인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폭염이 출퇴근, 야외활동, 관광, 스포츠 활동 등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외부에서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소형·경량 냉방 제품에 대한 관심은 점차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는 디자인, 배터리 성능, 저소음 기술, 웨어러블 구조 등을 접목한 다양한 아이디어형 소형 냉방 제품이 많아, 이러한 틈새 수요를 겨냥한 테스트 판매나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시장 진입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자료: 스페인 기상청(AEMET), El Confidencial Digital, Xataka, La Vanguardia, OCU, Cadena SER, Cofares, 스페인 유통기업 C사 및 S사 인터뷰 종합, Midea 및 Mediamartk사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