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상원이 지난 2026년 6월 29일, 섬유산업의 환경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법률안(Proposition de loi visant a reduire l’impact environnemental de l’industrie textile)을 최종 가결시켰다. 발의 후 2년여 만에 상원의 최종 표결을 거치며 통과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이 법안은 프랑스 섬유 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환경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 기업들에 경제적 부담을 부과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이 경제 모델의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쉬인(Shein) 이나 테무(Temu),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와 같은 중국 기업들로, 프랑스 정부는 이러한 초고속 패스트 패션 기업들이 품질이 낮고, 수명이 매우 짧은 의류를 헐값에 프랑스와 유럽 시장에 쏟아내면서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섬유 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들 플랫폼은 쓰레기와 심각한 오염을 유발하며, 이 기업들의 영향으로 프랑스 의류 업계에서는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 산업이 초래하는 환경적 결과에 대응하기 위해, 프랑스는 지난 2020년 ‘낭비방지법(loi Anti-gaspillage)’을 통해 순환 경제를 촉진하고자 제품 수리 시 보조금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고, 2021년에는 ‘기후 및 회복력 법(loi Climat et resilience)’을 통해 섬유를 포함한 일부 부문에 ‘에코스코어(Eco-score)’라 불리는 환경 성적 표시제를 마련한 바 있다.

규제 대상 기업

우선, 법안은 환경 법전(Code de l’environnement) 내 ‘울트라 익스프레스 패션(Ultra-express fashion, 초고속 패션)’ 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프랑스 상원을 거친 뒤 구성된 양원 합동위원회(CMP)는 일반적인 패스트 패션이 아닌 ‘울트라’ 익스프레스 패션‘만을 구체적인 타깃으로 삼았다.

규제 대상 기업의 기준은 제품군의 다양성(시장에 배출되는 의류의 양), 수리 유도 지수(제품 가격 대비 수리 비용의 비율 계수) 두 가지이며, 두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① 신상 의류, 신발, 가정용 직물(침구류 등)의 등록 상품 수가 과도하게 많고 ② 소비자가 이를 수리해서 입도록 유도하는 조치가 매우 미흡할 경우다. 구체적인 상품 수의 기준과 수리 유도 미흡에 대한 세부 기준은 향후 시행령(decret)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쉬인이나 테무와 같은 아시아 대형 플랫폼을 타깃으로 삼되, 자라(Zara)나 키아비(Kiabi)와 같은 유럽 및 프랑스 기업들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무(Temu)와 같은 온라인 마켓 플랫폼이나 울트라 익스프레스 패션 제품을 구매 및 배송할 수 있는 기타 인터넷 인터페이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러한 온라인 쇼핑몰은 앞으로 자사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게재할 의무가 부여된다. 지속 가능한 소비 행위(절제, 재사용, 수리, 재활용 등)를 장려하는 문구, 해당 제품 및 배송 과정이 사회, 환경,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소비자에게 안내하는 정보가 그것이다. 단, 이 규정은 별도의 예외 절차가 없는 한, 유럽 연합(EU) 27개국,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 아이슬란드에 소재한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생태 기여금 차등 부과

발표된 최종 법안은 ‘섬유’ 부문의 생산자 책임 재활용(REP) 제도에 적용되는 ‘생태 기여금(Eco-contribution)’의 차등 부과 기준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 REP 제도는 의류, 신발, 가정용 직물 부문에 ‘오염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는 제도다. 제조사들은 그동안 폐기물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섬유 환경 기구인 ‘르패션(Refashion)’에 납부해 왔다. 이 법안 도입에 따라 생태 기여금은 환경 성과 기준에 따라 차등 부과된다. 기존 기준에 더해 ‘생물 다양성 훼손과 탄소 발자국을 포함한 환경적 영향’이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추가된다. 이 생태 기여금은 수리 유도성, 제품군의 다양성, 신상품 출시 빈도 등에 따라 할증될 수 있으며, 특히 EU 역외의 대형 울트라 패스트 패션 플랫폼이 주요 규제 대상이다.

이 제도는 2026년 9월 1일부터 적용되며, 최근(’26.6.29.) 프랑스 정부 포털 자료에 게재된 금액은 다음과 같다.

2026년: 제품당 0.25유로~12유로(약 370원 ~ 18,000 원)

2030년부터: 제품당 2유로~ 20유로(약 3,000원 ~ 30,000 원)

반면, 환경친화적이고 모범적인 기업의 경우 보너스(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우회 수입 등의 편법을 막기 위해, 해외에 기반을 둔 기업들은 REP 제도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프랑스 내 법정 대리인’을 반드시 지정해야 한다. 또한 환경 기구 ‘르패션’은 이 기여금 수입의 일부를 프랑스 내 의류 수거, 분류, 재사용 및 재활용 인프라 확충에 사용할 의무가 있다.

인플루언서 포함 광고 전면 금지

2027년 1월 1일부터 미디어(방송, 인쇄물 등)에서 울트라 익스프레스 패션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모든 광고 행위가 금지된다. 담배나 화석연료 광고 금지와 유사한 방식이다. 이 광고 금지 조치는 상업적 인플루언서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 협찬, 대여, 행사 초대 등 대가가 개입된 모든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는 인플루언서(법인)에게는 최대 10만 유로(약 1억 5천만원)의 행정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아울러 울트라 패스트 패션 기업들은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수단으로 ‘공짜(Gratuit)’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이러한 광고 금지 조항이 실제로 발효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프랑스 하원과 상원에서 법안이 처음 통과된 이후, 유럽연합 집행위(EC)가 이 법안의 일부 조치, 특히 광고 규제가 유럽연합(EU)법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온라인 판매 기업은 웹사이트의 상품 가격 표시 옆에 의류나 신발의 실제 제조 공정 위치(직조, 염색, 봉제 등)를 명시해야 한다.

또한, 울트라 패스트 패션 기업들이 팔리지 않은 재고품을 자선 단체에 기부할 때 받았던 세액공제 혜택(현재 세금의 60% 감면)도 폐지될 예정이다.

EU 차원의 소형 소포세 도입으로 프랑스 소형 소포세 유예

같은 맥락에서 프랑스 정부는 초저가 플랫폼에서 유입되는 대량의 소액 소포에 대응하기 위해, 2026년 3월부터 소액 소포 과세(TPC, Taxe sur les Petits Colis)를 적용하기 시작한 바 있다. 이는 EU 외 지역으로부터 발송된 저가(150유로 미만) 상품 1개당 2유로의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6월 30일, EU 차원의 조치가 시작됨에 따라 이 과세 제도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EU는 2026년 7월부터 150유로 미만의 저가 상품 소형 택배의 상품 1개당 3유로의 고정 관세를 부과한다. 이는 EU 관세 플랫폼이 가동되기 전 2028년 7월 1일까지의 임시 조치이며, 플랫폼이 가동되면 일반 관세율 체계로 전환할 예정이다. EU는 무역 물량이 급증하는 현 상황에서, EU 국가별 시스템의 분절화, 급속한 전자상거래 성장에 대응해 시스템을 전면 개혁 중이다.

및 프랑스 수입물품 면세제도>

물품가격

VAT

일반 관세

정액 소포세

€45 이하

(개인 간 발송)

면세

면세

면세

€45 이하

(상업 거래)

부과

면세

EU: €3

(’26.7.1.~’28.7.1.)

€45 ~ €150

부과

면세

€150 초과

부과

부과

없음

[자료: KOTRA 파리 무역관 정리]

시사점

프랑스 일간지 레제코(Les echos)에 따르면, 프랑스의 소형 소포세 유예 조치 발표가 프랑스 하원의 울트라 패스트 패션 규제 법안이 통과된 바로 다음 날 진행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국발 초저가 플랫폼이 지불해야 할 청구서 금액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EU 세금 3유로에 프랑스 벌금 최대 금액인 12유로가 더해지면 총 15유로가 된다. 이정도 수준이 되면, 중국 판매자들은 프랑스의 키아비(Kiabi)나 유럽의 자라(Zara) 같은 유통업체들과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프랑스의 이번 법안은 단순한 환경규제를 넘어 초저가, 초다품종, 초고속 출시를 특징으로 하는 울트라 패스트 패션의 사업모델 자체를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환경 부담이 큰 기업에 대해 생태기여금을 차등 부과하고, 광고 제한과 소비자 정보제공 의무를 도입하면서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소비 방식 자체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사한 규제가 EU 차원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기업의 경우, 직접적인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향후 EU시장에 판매를 확대하는 기업은 환경정보 공개, 생산공정 투명성 등 강화되는 지속가능성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자료: 프랑스 행정포털사이트 Vie-publique, 일간지 Le monde, Les echos, Le figaro, 파리무역관 보유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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