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탈탄소 압력과 연료 전환
국제해사기구(IMO)가 2030·2040·2050년 단계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EU ETS(유럽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해운 부문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기존 연료선의 탄소 비용이 구조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주요 선주들은 기존 중유·저유황유 중심 선대를 유지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에 직면하면서, LNG·메탄올·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 기반의 ‘녹색선박’에 대한 발주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클락슨 리서치(Clarksons Research, 2026년 1월)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신규 선박 발주 중 친환경 연료 선박 비중은 43%에 달하며, 이 중 LNG 연료선이 3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메탄올 연료선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암모니아 및 기타 연료 선박은 아직 약 1% 수준에 머물러 있으나, DNV 「Maritime Forecast to 2050」와 중투산업연구원은 2025~2050년 동안 대체연료 선박 비중이 LNG 중심에서 메탄올·암모니아 중심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5~2050년 전세계 대체연료 신조선 발주 비중 변화 전망 (총 톤수 기준)>
|
연도 |
LNG |
메탄올 |
암모니아 |
수소 |
전지/하이브리드 |
전통연료 |
|
2025 |
약 36% |
약 13% |
<1% |
<1% |
약 2% |
약 62% |
|
2030 |
25~30% |
15~20% |
5~10% |
1~2% |
3~5% |
35~40% |
|
2035 |
15~20% |
25~30% |
15~20% |
2~5% |
5~8% |
20~25% |
|
2040 |
5~10% |
25~30% |
25~30% |
5~10% |
8~10% |
10~15% |
|
2050 |
0~5% |
20~25% |
30~40% |
10~15% |
10~15% |
5~10% |
[자료: DNV 「Maritime Forecast to 2050」(’25.9월), Clarksons(클락슨 리서치), 중투산업연구원, KOTRA 칭다오무역관 정리]
중국 녹색선박 산업 성장 동인과 수주 사이클
중국 정부는 「선박제조업 녹색발전 행동강요(2024~2030년)」를 통해 2030년까지 녹색선박 공급망을 구축하고, 노후 고배출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후선 교체와 친환경 선박 건조에 대한 보조금, 항만 우선접안, 접안 전력요금 할인 등 정책 지원이 제공되고 있고, 조선소 입장에서는 친환경 선박이 기존 선박 대비 30~50% 높은 가격을 형성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배터리, 메탄올·LNG 저장·운송 등 상류 산업 경쟁력이 높고, 30개 이상의 조선소가 친환경 선박 건조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내수 연안·내륙 운송 수요가 이들 선박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녹색선박을 조선산업 고도화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동시에 추진하는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선박공업행업협회에 따르면 2022~2025년 중국 녹색선박 신규 수주는 총톤수 기준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2022년 1225만 톤에서 2023년 1860만 톤(전년 대비 51.8% 증가), 2024년 2500만 톤(34.4% 증가)으로 확대되었고, 2025년에는 2850만 톤에 도달하며 5년간 약 2배 성장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6년에는 글로벌 해운 경기 둔화로 약 2300~2450만 톤 수준, 전년 대비 -14%~-19%의 단계적 조정이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2022~2026년(전망) 중국 신규 수주 친환경(녹색) 선박 현황 (톤 기준)>
|
연도 |
중국 내 녹색선박 신규 수주(만 톤) |
전년 대비 증감률 |
동향 |
|
2022 |
1,225 |
기준연도 |
산업 초기 단계, 발주량 확대 시작 |
|
2023 |
1,860 |
51.80% |
지속 상승세, 해외 선주 대량 발주 |
|
2024 |
2,500 |
34.40% |
2,500만 톤 돌파, 규모화 인도 |
|
2025 |
2,850 |
14.00% |
5년간 규모 2배 성장, 주기적 정점 도달 |
|
2026(전망) |
약 2,300~2,450 |
-14%~-19% |
해운 경기 하락 국면, 단계적 조정 |
[자료: 중국선박공업행업협회, KOTRA 칭다오무역관 정리]
2022~2026년은 중국 녹색선박 산업이 '규모 추격 단계'에서 '글로벌 선도 단계'로 전환된 5년으로, 생산·제조 능력과 산업 공급망이 동시에 고도화된 시기로 볼 수 있다. 2022년에는 LNG 이중연료 선박의 대량 건조가 주를 이루고 메탄올·하이브리드 추진 선박은 소규모 시범 생산에 그쳤지만, 2023~2025년에는 3대 조선 그룹이 녹색선박 전용 생산라인을 확충하면서 대체연료 선박의 완공·인도량이 매년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설비 국산화율은 30% 수준에서 85% 이상으로 상승했고, 2026년에는 무탄소(제로카본) 선박 전용 생산라인이 가동되면서 생산 구조가 기존 이중연료 선박에서 암모니아·수소 동력 고부가가치 선형으로 재편되고 있다.
3대 조선 클러스터, 권역별 특화로 분업 구조 형성
중국은 장강삼각주, 환보하이, 주강삼각주 3대 조선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녹색선박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2025년 기준 이 세 클러스터가 중국 전체 녹색선박 주문의 92% 이상을 수주하고 있으며, 각 권역이 서로 다른 선종·기술 분야에 특화된 차별화된 발전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① 장강삼각주(상하이·장쑤성·저장성): 전체 녹색선박 주문의 약 65%를 차지하는 핵심 생산기지로, CSSC 후둥중화, 양쯔장조선 등 대표 조선사가 LNG 운반선, 메탄올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녹색선박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다만 동일한 고급 선종을 놓고 조선소 간 경쟁이 치열하고, 인건비·선박용 강재 가격 등 생산비가 지속 상승하고 있어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료: CSSC 중국조선그룹 공식 웹사이트]
② 환보하이 지역(산둥성·다롄·톈진): 암모니아 연료 벌크선 및 초대형 유조선(VLCC)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북방 원유·건화물 주요 항로를 기반으로 대형 선박 선체 및 관련 기자재 공급체계가 성숙하게 구축되어 있는 점이 강점이다. 반면 원양 컨테이너선 건조 능력은 아직 부족하고, 메탄올·암모니아 연료 공급 인프라는 여전히 시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자료: CSSC 중국조선그룹 베이하이 조선소 공식 웹사이트]
③ 주강삼각주(광둥성·푸젠성): 전기 기반 내륙선박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전기 추진선 상용화가 가장 앞선 지역으로 평가된다. 내륙 신에너지 선박 분야에서 중국 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대형 원양 선박과 암모니아·메탄올 추진 선박 관련 기술·설비는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못한 상황이다.
<장룽 보트(중산) - 약 860GT 55미터 순수 전기 내륙 호화 유람선>

[자료: 장룽 요트 그룹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중국 녹색선박의 생산 분업 구조는 매우 뚜렷하다. 장강삼각주는 고급 원양 녹색선박을 주력으로 하고, 환보하이는 제로카본 벌크선·유조선에 집중하며, 주강삼각주는 내륙 단거리 전기추진 선박을 깊이 있게 파고들고 있다. 권역 간 산업 밸류체인 연계도 꾸준히 강화되는 추세다. 다만 업계에는 지원 자원의 불균형한 분포, 친환경 연료 보급 인프라의 지역 간 격차, 저탄소 연구개발 인력의 장강삼각주 집중 등 공통적인 취약점이 존재한다.
중국·한국 녹색선박의 강점과 약점
중국과 한국은 글로벌 녹색선박 산업을 양분하는 핵심 국가로, 각기 다른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에서 보기 드문 완전한 선박 전(全) 산업체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리튬전지·선박용 강판 등 부품 국산화를 달성해 건조 원가가 한국 대비 15~25% 낮은 것이 강점이다. 또한 내륙·연안에 방대한 내수 수요 기반을 보유하고 전동 선박 상용화 규모가 세계 1위 수준이며, 생산능력이 충분하고 인도 유연성이 높아 메탄올 추진 선박 대량 수주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메탄올·전동·LNG 등 다수 기술 노선을 동시에 상용화하면서 연안·내륙·원양 등 다양한 해운 시나리오를 포괄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한국은 암모니아·LNG 선박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세계 최초의 원양 암모니아 추진 선박 상용화를 추진하는 등 고급 친환경 선박 기술에서 뚜렷한 우위를 갖고 있다. 초대형 LNG선의 매출 총 이익률이 높고 중동·구미 등 고급 선주와의 장기 계약으로 수주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 이중연료 엔진을 바탕으로 동력 시스템을 라이선스 형태로 공급하면서 안정적인 기술이전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점도 핵심 강점이다.
반면 중국은 암모니아 연료엔진, LNG 화물창(방벽 시스템) 등 고급 핵심 설비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보유한 특허에 의존하고 있고, 고급 선박 매출총이익률이 한국의 60% 수준에 그치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원양 제로카본 선박의 실제 운항 검증이 부족해 구미 선주들의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고급 선박 연구개발·스마트 제조 전문인력이 장강삼각주에 과도하게 집중된 점도 구조적 취약 요소다.
한국도 자국 내 부품 공급망이 완전하지 않아 선박용 강판·전지 등을 수입에 의존하고,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저가·중저가 선박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매우 낮다. 내륙 수운 수요가 없어 순수 전동 내륙선 산업이 사실상 공백 상태이고, 3대 주요 조선사만 고급 친환경 선박 건조 능력을 보유해 생산능력 확대에도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중국이 물량·가격·내수 기반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안, 한국은 고부가 트랙에 집중하는 '좁지만 깊은'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한·중 녹색선박 미래 발전 트렌드
첫째, 세부 시장의 분화는 앞으로 더욱 고착화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형성된 구조를 바탕으로 보면, 중국은 메탄올 컨테이너선, 내륙 전기추진 선박, 중·저가 LNG선 등에서 규모를 기반으로 글로벌 대량 발주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초대형 LNG선과 원양 암모니아·수소 제로카본 선박에 역량을 집중하며, 보유 특허를 바탕으로 고수익 트랙을 방어하는 전략적 선택을 지속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둘째, 글로벌 조선 시장 점유율 격차는 중장기적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 전망에 따르면 2030년 전후에는 중국의 글로벌 점유율이 70%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으며, 한국은 20~25% 수준에서 고부가 세부시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는 구도가 유력하다. 즉, 전체 물량은 중국이 주도하고, 고부가 세그먼트는 한국이 방어하는 역할 분담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
셋째, 경쟁의 중심축은 선체 건조에서 핵심 기자재·시스템으로 점차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고급 부품·장비의 국산화를 통해 독자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정책·자원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은 동력·연료공급·화물창 등 핵심 시스템과 관련 특허를 바탕으로 라이선스 및 패키지 솔루션 수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지역별로는 지리적·정치적 요인을 반영한 시장 분할이 심화될 수 있다. 유럽·미국 등 구미 지역은 안전성과 신뢰성을 중시하는 고급 선박 수요를 중심으로 한국 및 유럽계 조선·기자재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아세안 및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경제형 녹색선박 공급을 확대하면서, ‘중국 중심 가격 경쟁력 시장’과 ‘한국·유럽 중심 고부가 시장’이 병존하는 이중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시사점: 중국의 '고급 기자재 공백'이 한국 기업의 진출 접점
KOTRA 칭다오무역관은 중·한 녹색선박 산업의 차별화와 중국의 정책·시장 트렌드를 바탕으로, 중국 대표 녹색선박 그룹의 기술설계부·경영부·구매부 등을 인터뷰하며 한국 선박 기자재 기업의 중국 진출 접점과 현지 추가 수요를 발굴하고자 했다.
A 조선소 경영부 책임자는 한국이 암모니아 연료 저속 주기관, LNG선 초저온 화물창 시스템, 이중연료 FGSS, 선박용 고압 분사 시스템, 특수 저온 밸브, 원양 제로카본 선박 전기·제어 분야에서 다수의 핵심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장비 신뢰성과 패키지 솔루션 완성도가 높아 중국 선도 조선소의 고급 녹색선박 건조에 필수적인 설비라고 평가했다.
B 조선소 기술설계부 엔지니어는 중국이 메탄올 컨테이너선과 중급 LNG선 건조 능력에서는 세계 1위지만 고급 저탄소 핵심 장비의 국산화 속도는 더디며, 특히 해외 선주 대상 초대형 LNG선과 원양 암모니아 연료선 건조 시 핵심 설비를 여전히 해외 패키지로 많이 수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은 원양 암모니아 연료선과 27만 입방미터급 초대형 LNG선 기술 확보를 추진 중이며, 이 과정에서 뚜렷한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이 격차가 곧 한국 기자재 기업의 진출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기자재 기업은 상하이·난퉁, 칭다오·다롄 등 주요 조선 클러스터에 기술 서비스 센터를 설립하고 엔지니어를 파견해 설계 단계부터 참여함으로써, 장비가 중국 선박 규범·연료 기준에 맞도록 최적화되도록 지원하면서 장기·대량 발주를 확보할 수 있다. 한국산 기자재 완제품을 그대로 수입하는 방식은 관세 부담, 긴 물류 리드타임, 느린 A/S 등 한계가 있는 만큼, ‘핵심 부품은 한국 생산, 조립·가공은 중국 현지’ 모델을 활용해 난퉁·칭다오 조선산업단지 등에 합자 조립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조선소 인근에 A/S 거점을 구축해 중국 조선소의 빠른 인도 사이클에 맞춘 서비스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KOTRA와 한·중 조선 관련 협회를 기반으로 상하이 국제해사전, 한국 해사전, 중국 각 성의 한·중 조선산업 교류회 등 공식 채널을 활용한 비즈니스 매칭을 통해 조선소 구매 수요와 실증선 프로젝트 정보를 확보하고, 중간 대리점 비용을 줄이는 전략도 중요하다. 결국 중국의 양적·가격 경쟁과 한국의 기술·특허 경쟁이 맞물리는 구조 속에서, 중국의 고급 기자재 공백을 선점하는 것이 한국 기자재 기업에게 가장 현실적인 진출 전략이 될 수 있다.
자료: DNV, Clarksons Research, IMO, Climate Action EU ETS, 중국 공업정보화부, 중국선박공업행업협회, 중투산업연구원, 중국선박그룹, 장룽선정, KOTRA 칭다오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