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식품손실량, 지난 25년간 감소추세


식품손실(Food Loss)이란 일반적으로 먹을 수 있는 상태의 식품이 버려지는 현상을 뜻한다. 이러한 식품손실은 식량자급률이나 경제수준과 무관하게 세계 여러 나라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과제다. 일본에서도 매년 수백만 톤 규모의 식품손실이 발생해 왔는데, 최근 그 발생량이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오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의 식품손실 감축 통계와 정책, 그리고 이러한 조류를 비즈니스로 활용하는 일본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식량의 상당 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일본의 칼로리 기준 식량자급률은 약 38%에 그친다. 그런 만큼 매년 발생하는 대규모 식품손실은 일본 사회에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오랫동안 지적돼 왔다. 일본 환경성이 2026년 6월 30일 발표한 '2024년도 식품 손실 발생량의 추계치(我が国の食品ロスの発生量の推計値-令和6年度)'에 따르면, 2024년 일본 국내에서 발생한 식품손실은 461만 톤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가정에서 발생한 몫이 224만 톤, 식품 관련 사업자에서 발생한 몫이 약 237만 톤이다. 2000년도에 발생한 식품손실 980만 톤(가정계 547만 톤 + 사업계 433만 톤)과 비교해보면 지난 20여년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감축 목표도 세워두고 있다. 환경성에 따르면, 사업계와 가정계에서 발생하는 식품손실을 2030년도까지 435만 톤(가정계 219만 톤 + 사업계 216만 톤)까지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2000년~2024년 일본 내 식품 손실 발생량의 추계치 및 2030년 목표>

(단위: 만 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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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일본 환경성]

일본 정부의 식품손실 장려 정책


이 같은 감소 추세의 배경에는 정부와 지자체, 민간 등 여러 층위의 협력 과정이 있다.

1. ‘삼분의 일’ 상관습 개선


일본 식품업계에는 제조일로부터 상미기한(유통기한)까지 전체 기간 가운데 3분의 1 이내에 소매점으로 납품해야 한다는 '삼분의 일 룰(三分の一ルール)'이라는 상관습이 있었다. 문제는 이 기한을 하루라도 넘기면, 유통기한이 한참 남아 있는 상품이라도 반품·폐기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사업계 식품손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삼분의일 룰 상관습 개념도(유통기한 6개월 상품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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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닛케이신문 보도 등을 바탕으로 KOTRA 오사카무역관 자체 제작]

이에, 일본 정부는 2025년 3월 발표한 ‘식품손실 삭감 추진에 관한 기본적 방침(2차)’ 등을 통해, 납품기한 완화, 유통기한 표시의 대괄호화(연월 표시나 10일 단위 일괄 표시 등), 유통기한 자체의 연장 등, 오랜 기간 식품업계에 식품손실을 부추기는 상관습을 개선하도록 권고해 왔다. 이러한 정부의 권고에 따라 식품 업계에서도 변화가 보이고 있다. 2026년 3월 일본 농림수산성이 발표한 '상관습 워킹팀 조사결과에 대해 (商慣習WTにおける調査結果について)'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납품기한을 완화했거나 완화할 예정인 식품 소매사업자는 377곳, 유통기한 표시를 단순화한 식품 제조사업자는 365곳, 유통기한을 연장한 제조사업자는 393곳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월에 개최된 FOOD STYLE JAPAN 2026 Kansai에 참가한 식품 물류기업 A사는 KOTRA 오사카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제조사와 소매사 사이에서 날짜 관리 부담이 가장 컸지만, 1/3 규칙이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과학적으로 안전한 식품을 기한 때문에 폐기하던 물류 현장의 불합리함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본다. 특히 최근에는 소비자의 인식도 많이 변화하면서 유통 과정에서의 날짜 관련 갈등이나 트러블 없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졌다.”고 답변하였다.

2. 외식업계·식품 제조사 대상 지원 및 인센티브


일본 정부는 외식 시 먹다 남은 음식을 포장해 가는 이른바 '모테코(mottECO)' 캠페인을 이끌면서, 이를 도입하는 외식·호텔업계 사업자에게 사업당 최대 500만 엔(세금 포함)까지 비용을 지원하는 모델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편의점이나 소매점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먼저 집어 들도록 유도하는 '테마에도리(てまえどり, 바로 앞에 있는 상품을 집어가기)' 캠페인, 팔리지 않고 남을 위기에 처한 음식을 소비자와 연결하는 푸드셰어링 서비스 도입 지원 등도 마찬가지로 정부 모델사업을 통해 비용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런 사업에 참여해 성과를 낸 기업이나 단체에는 매년 '식품손실 감축 추진 표창(환경대신상 등)'을 수여하는데, 이는 우수 사례를 발굴해 다른 사업자에게 확산시키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외식 시 남은 음식을 포장하는 것을 장려하는 '모테코(mottECO)'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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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일본 소비자청]

3. 기타: 지자체 노력


중앙정부 외에도 지자체 역시 저마다 식품손실 감축 모델사업을 운영한다. 학교급식에서 발생하는 식품 손실을 줄이거나, 지역 내 식품 재활용 사업자를 육성하거나, 푸드뱅크나 어린이 식당과 연계한 식품 기부를 활성화하는 데 예산이 쓰인다. 여기에 더해 식품손실 감축에 적극적인 사업자를 지자체 입찰에서 우대하거나, 적정량 주문과 포장 지참을 유도하는 협력 점포를 모집하는 등 지역 단위의 세밀한 인센티브 제도가 함께 운영되고 있다.


그 예시로 일본 나가노현 마츠모토시가 있다. 마츠모토시는 '남김없이 먹자! 추진 사업소 인정제도(残さず食べよう!推進事業所認定制度)'를 운영하는데, 음식점이나 숙박업소 등이 적정량 메뉴 제공, 잔반 줄이기 홍보물 게시, 포장 용기 비치 등 시가 정한 식품손실 감축 활동을 실천하면 시로부터 '추진 사업소'로 인정을 받는 방식이다. 이 제도의 핵심은 인정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자체로부터 인정받은 사업체는 시가 발주하는 물품·용역 입찰에 참가할 때 가점 등 우대를 받을 수 있어, 사업자 입장에서는 식품손실 감축 활동이 실질적인 경제적 유인으로 이어진다. 보조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공공조달이라는 지자체 고유의 수단을 활용해 정책 목표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식품손실 문제 해결을 사업화한 일본 기업의 사례 1. FISHLLE!(피슈루!/フィシュル!)


후쿠오카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벤나즈(BENNERS)가 2021년 3월 선보인 수산물 구독(서브스크립션) 서비스다. 동사의 서비스는 어획량이 적거나 형태가 고르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총 어획량의 30~40%가 유통되지 못하고 버려진다는 이른바 '미이용어(未利用魚)' 문제에서 출발했다. 이 미이용어를 밀키트 형태로 가공해 정기 배송하는 것이 동사의 사업모델이다. 출시 이후 회원 수를 꾸준히 늘려온 이 회사는 2025년 10월 정책금융공고 등 3개 금융기관으로부터 약 1억2000만 엔 규모의 협조융자를 유치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어업인의 수익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수산물 식품손실을 줄이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버려지는 생선을 밀키트 형태로 가공해 정기배송하는 후쿠오카시의 스타트업 FISH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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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FISHLLE! 홈페이지]

식품손실 문제 해결을 사업화한 일본 기업의 사례 2. 외식업 푸드셰어링 플랫폼 TABETE


2015년 창업한 코쿠킹(CoCooking)이 2018년 정식 출시한 '타베테(TABETE)'는 일본의 대표적인 푸드셰어링 애플리케이션이다. 빵집, 카페, 호텔, 음식점, 슈퍼 등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규격 외 상품, 영업시간 종료로 인해 폐기될 위기에 처한 음식을 소비자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방식으로 식품 손실(Food Loss)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용자는 앱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음식을 예약·구매한 뒤 매장에서 직접 수령하며, 매장은 등록비나 월 이용료 없이 실제 판매가 이뤄질 때만 수수료를 낸다. 이런 구조 덕분에 매장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4년 10월 기준 이용자 수는 약 100만 명, 등록 매장 수는 약 2880곳에 이르며, 다수의 지자체와 식품손실 감축 관련 업무협약을 맺으며 서비스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푸드 쉐어링 애플리케이션 TAB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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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TABETE 홈페이지]

시사점


식품손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유통기한 연장을 위한 신선도 유지 포장재, 유통 최적화 솔루션에 대한 니즈가 높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식품을 수출하려는 기업이라면, 이런 흐름에 맞춰 제품의 유통기한 관리 전략이나 포장재 경쟁력을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 이 사례는 한국의 정책 설계에도 참고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한국의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한국 국내에서 발생한 생활계 음식물 쓰레기는 약 500만 톤 수준으로, 국제 정세와 기후 변화로 식량 공급망이 영향을 받고 있는 요즘, 일본의 이러한 식품 손실 노력은 한국의 정책 설계의 당위성과 참고할 사례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자료: 한국 국가데이터처, 일본 총무성, 환경성, 농림수산성, 나가노현 마츠모토시, 닛케이신문, FISHLLE!, TABETE, KOTRA 오사카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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