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 속 전력망 안정화 수단으로 ESS 주목
체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 수요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다. 체코는 탄소중립 정책과 에너지 안보 강화 흐름에 따라 석탄 비중을 낮추고 원전과 함께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의 특성상 낮 시간대 전력 생산 집중, 전력 가격 변동성 확대, 전력망 불안정 등의 과제가 함께 대두되면서 ESS가 이를 해결할 주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초기 체코 ESS 시장은 주택 및 기업의 태양광 설비에 연계된 배터리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독립형 배터리저장시설(BES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독립형 BESS는 특정 발전소에 연계되는 방식이 아니라 전력망에 직접 연결되어 운용된다. 이를 통해 전력 가격이 낮거나 출력이 과잉되는 시간대에 충전한 뒤 수요가 몰리는 고가격 시간대에 방전해 전력 가격 차익 거래와 전력망 수급 조절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여기에 유럽 일부 지역의 대규모 정전 사례로 전력망 안정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ESS는 단순 저장설비를 넘어 주파수 조정, 예비전력 제공 등의 전력 인프라로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에너지법 개정으로 ESS 시장 확대 전환점 마련
2025년 10월 체코 에너지법 3차 개정안인 'Lex OZE III'의 핵심 조항들이 발효됨에 따라 체코 ESS 시장이 본격적인 확대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기존 체코 시장은 독립형 BESS의 설비 분류와 전력시장 참여 방식이 명확하지 않아 대형 프로젝트 추진에 한계가 있었다. 배터리를 단독으로 설치할 수 없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에 부속된 형태로 운영해야 했다.
그러나 Lex OZE III를 통해 에너지저장시설이 전력시장 내 정식 유연성 자원으로 인정되고,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점에 다시 공급하는 독립형 비즈니스 모델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전력망 거점 지역에 대규모 상업용 배터리 단지를 건설하는 등 자립적인 ESS 투자가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발전설비 라이선스 및 건축 허가 면제 기준이 기존 50kW에서 100kW로 상향 조정되면서 소규모 사업자의 행정 절차와 비용 부담도 경감됐다.
또한 개정안으로 소규모 태양광, ESS, 전기차 충전기 등을 하나로 묶어 운영하는 '통합 사업'이 가능해지면서, 그동안 규모가 작아 시장에서 배제되었던 소형 자원 보유자들도 전력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체코 ESS 시장은 단순 태양광 연계 단계에서 벗어나 전력망 안정화와 유연성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이 가능해졌다. 현지 에너지분야 컨설팅 관계자는 KOTRA 프라하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Lex OZE III 시행 이후 ESS는 더 이상 태양광의 부속 설비가 아니라 전력망 안정화와 전력시장 참여를 위한 독립적인 에너지 인프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며 “제도적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대형 BESS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자와 전력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태양광 연계 ESS 및 대형 독립형 BESS 신규 설치 확대
체코 내 ESS 설치 및 연결 용량은 2022년 이후 태양광 보급 확대와 함께 빠르게 늘었다. 체코 태양광협회(Solární asociace) 자료에 따르면 2022~2025년 체코의 태양광 연계 ESS 신규 용량은 연평균 약 600MWh 수준을 기록했다. 2025년 신규 배터리 연결용량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546MWh였으며, 누적 ESS 설치용량은 약 2.5GWh 규모로 추산된다.
<체코 신규 ESS 및 태양광 설치용량 현황>
(단위: M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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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2022 |
2023 |
2024 |
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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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신규 설치용량 |
288.8 |
970.1 |
967 |
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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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신규 연결용량 |
360 |
971.7 |
506 |
546 |
[자료: Solární asociace]
2025년 체코 태양광 시장은 가정용 부문의 성장세가 둔화된 반면, 기업용 시장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2025년 신규 연결된 기업용 태양광 발전소의 평균 규모는 122kWp였으며, 이 중 57%는 생산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할 수 있는 구조로 설치됐다. 또한 에너지법 개정 이후 독립형 대형 BESS 시장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2025년에 총 66MWh 규모의 대형 독립형 저장장치 3건이 신규 연결됐으며, 여러 대형 프로젝트가 추가 연결을 앞두고 있다. 일부 배전사에 접수된 배터리 전력망 접속 신청 용량은 약 350GWh 규모까지 크게 증가했다. 다만 이는 계획 단계의 용량이 포함된 수치이므로 실제 발주와 시공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 위주로 시장 규모를 가늠할 필요가 있다.
현대화기금 통해 재생에너지∙ESS 투자 지원
체코 정부는 EU 현대화기금(Modernisation Fund)을 재생에너지와 ESS, 전력망 현대화 투자 등의 주요 재원으로 활용 중이다. 현대화기금은 EU 배출권거래제(ETS) 배출권 경매수익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체코는 전체 현대화기금의 약 15.6%를 배정받았다. 배출권 가격과 ETS 지침 개정에 따라 기금 규모는 변동되며, 체코 환경부는 2021년~2030년 체코의 현대화기금 가용 규모를 약 3800억~5000억 코루나(185억~24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재생에너지 발전소 및 ESS 설치를 지원하는 ‘RES+ 프로그램’에는 전체 기금의 20%가 배정됐다. 또한, 에너지공동체의 재생에너지 생산·공유·소비용 ESS와 에너지관리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KOMUNERG 프로그램’에도 2.8%가 할당됐다. 2025년 이후 두 프로그램을 통해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공동체 연계 ESS, 전력 저장시설 등을 지원하는 총 83억 코루나(약 4억 달러) 규모의 공고가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체코 현대화기금 주요 ESS 지원 프로그램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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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공고 번호 |
지원 내용 |
진행기간 |
배정액 (CZK 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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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 1/2025 |
자체 소비용 최대 5MW 태양광 발전소 건설 및 배터리저장 시스템 |
’25.7월~’26.1월 |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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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 3/2024 |
소규모 지자체 공공건물의 최대 1MW 태양광 발전소 설치 및 배터리저장 시스템 |
’25.7월~’26.1월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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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 4/2024 |
지역, 지자체 공동 태양광 발전소 건설및 배터리저장 시스템 |
’25.7월~’26.1월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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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 5/2025 |
재생에너지 배터리 저장 시설, 수소 연계 에너지 저장 시설 지원 |
’25.4월~’25.6월 |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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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 6/2025 |
농업용 태양광 발전소 및 배터리저장시스템 |
’26.1월~’27.6월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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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UNERG 1/2025 |
에너지공동체 개발 지원 – 재생에너지원 확보 및 에너지지정장치 등 지원 |
’26.1월~’27.12월 |
10 |
*주: USD 1 = CZK 20.8 (2026. 06. 15 기준, 체코 중앙은행)
[자료: SFZP (체코 국가환경기금)]
대형 BESS 프로젝트 잇따라 추친, 기존 발전·산업 인프라 활용 증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법 개정, 현대화기금 지원 등으로 체코에서는 2026년 이후 가동을 목표로 한 대형 BESS 프로젝트가 늘고 있다. 최근 프로젝트는 태양광 연계 소규모 저장장치를 넘어 독립적인 전력망 연계형 저장장치로 확대되고, 기존 석탄발전소, 갈탄 채굴지, 대형 태양광 단지 인근 부지를 활용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체코 에너지 거래 기업 Second Foundation은 총 307MW(저장용량 620MWh)급의 체코 최대 규모 민간 프로젝트를 추진해 2026년 내 단계적 가동을 준비 중이며, 체코 에너지 대기업 Sev.en 그룹도 기존 석탄발전·열병합 인프라를 활용한 독립형 저장시설을 2026년부터 시공할 계획이다.
<체코 주요 대규모 BESS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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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사업 주체 (BESS 기술·공급사) |
출력규모 (저장용량) |
주요 특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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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šimice, Stonava, Vraňany |
Second Foundation (GAZ Energy) |
총 307MW (620MWh) |
- 2026년 내 단계적 가동 목표 - Tušimice 200MW, Stonava 87MW, Vraňany 20MW 규모 - 체코 내 최대 규모 민간 BESS 프로젝트로, Tušimice는 송전망 직접 연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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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valetice, Kladno |
Sev.en Group (AlphaESS, Eltodo) |
총 160MW (320MWh) |
- 2026년 시공 본격화 - Chvaletice 115MW, Kladno 45MW 규모 - 기존 석탄발전·열병합 인프라를 활용한 독립형 BESS로 주파수 조정 및 계통 보조서비스 제공 목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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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líčkův Brod |
C-Energy, JIPOCAR Group (미정) |
80~120MW (약 240MWh) |
- 2027년까지 건설 목표 - C-Energy의 기존 BESS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한 대형 프로젝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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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ětmarovice, Prunéřov |
ČEZ 그룹 (공급사 선정 중) |
총 270MW (540MWh) |
- 2026년 말까지 공급계약 체결, 2027년 착공 및 2028년 가동 목표 - Dětmarovice 최소 200MW, Prunéřov 70MW 규모 - 기존 또는 과거 석탄발전소 부지를 활용한 대형 BESS 프로젝트 - 전력가격 변동 대응 및 체코송전공사(ČEPS) 계통 보조서비스 제공 목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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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mutov |
ČEZ 그룹 (미정) |
총 240MW (970MWh) |
- 개발∙EIA 단계, 2030년 이전 가동 목표 - 약 295MWp 규모 대형 태양광 프로젝트와 연계 - 기존 갈탄 채굴지·산업부지 및 Tušimice 변전 인프라 활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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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plice |
Katemo Group (CATL/CNTE) |
38MW (42~130MWh) |
- 2026년 1단계 상업운전, 연말까지 저장용량 130MWh로 2단계 확장 계획 - 42.7MW 태양광과 연계된 복합 프로젝트 - 보조금 없이 추진되는 대형 민간 프로젝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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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pnice |
SUAS Group (Cubenergy) |
40MW (120MWh) |
- 2026년 6월 완공 목표 - 구 광산·석탄산업 지역의 에너지 전환 사례 |
[자료: oenergetic.cz, solarninovinky, hn.cz, CEZ, KOTRA 프라하무역관 종합]
특히 국영 전력기업인 ČEZ 그룹은 향후 5년간 수백 MW급 BESS를 구축할 계획으로, 체코 내 대형 저장장치 시장 확대를 주도할 주요 사업자로 꼽힌다. ČEZ는 노후 석탄발전소 부지인 디에트마로비체(Dětmarovice)와 프루네르조프(Prunéřov) 등에서 연내 공급망 계약을 마무리하고 내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며, 호무토프(Chomutov) 일대에서는 대규모 갈탄 채굴 유휴지를 친환경 태양광 및 BESS 복합 단지로 재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한편 체코 대형 BESS 프로젝트의 배터리 셀 및 시스템 공급망에서는 CATL, AlphaESS, Cubenergy 등 중국계 기업들의 참여가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가격 하락세, 중국 내 대규모 생산 능력, 그리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공급망 우위 등의 요인으로 초기 경제성 확보가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중국 공급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력망과 직접 연결되는 BESS의 특성상 사이버보안, 원격제어 시스템, 유지보수 체계, 공급망 안정성, EU 조달·보조금 요건 충족 여부도 향후 발주 과정에서 중요한 검토 요소가 될 전망이다.
시사점
체코 ESS 시장은 제도 정비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계기로 태양광 연계 배터리 중심에서 전력망 안정화와 전력시장 서비스를 위한 대형 BESS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에너지 저장, 유연성 서비스 등이 제도화되면서 독립형 BESS 시장도 본격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의 진출 기회도 배터리 셀·모듈 공급뿐만 아니라 대형 BESS 프로젝트에서는 전력변환장치(PC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변압기, 계통연계 설비, 안전 시스템, 운영·유지보수, 전력거래 운영 솔루션 등 다양한 기자재와 서비스 수요가 동반될 수 있다. 특히 전력망에 직접 연결되는 설비인 만큼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안전성, 사이버보안, 원격제어, 장기 유지보수 역량이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체코 대형 BESS 시장은 초기 단계인 만큼 프로젝트별 인허가, 계통접속, 보조금 조건, 수익모델 검증 여부에 따라 추진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일부 프로젝트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계 공급사의 참여가 확인되고 있어 단순 장비 공급만으로는 경쟁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한국 기업은 현지 EPC, 전력회사 등과의 협력을 통해 통합 운영기술 및 솔루션, 장기 서비스 모델을 함께 제안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자료: 체코 태양광협회(Solární asociace), SFZP (체코 국가환경기금), oenergetic.cz, solarninovinky, hn.cz, CEZ, E15 및 KOTRA 프라하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