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과 한국 간 경제협력이 고부가가치 제조업, 반도체, 조선, 인프라 투자와 조세 행정 디지털화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필리핀 재무부(Department of Finance, 이하 DOF)는 최근 한-필 양국이 루손 경제회랑(Luzon Economic Corridor, 이하 LEC)을 중심으로 전략적 투자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필리핀 국세청(BIR)과 한국국제협력단(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이하 KOICA)은 전자송장 및 매출보고 시스템(Electronic Invoicing and Sales Reporting System, 이하 EIS) 사후관리 지원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고도화된 EIS의 공식 이관식을 개최했다. 두 사안은 각각 산업투자 확대와 조세 행정 현대화라는 별도 흐름이지만, 필리핀 내 한국기업의 투자환경 개선과 한-필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라는 공통된 맥락을 보여주고 있다.


<프레데릭 고 재무장관(왼쪽)과 이상화 주필리핀 한국대사, 재무부>

[자료: 필리핀 재무부(DOF), 2026.07.08.]

한-필, 루손 경제회랑(Luzon Economic Corridor, LEC) 기반 전략투자 확대 논의

프레데릭 D. 고 필리핀 재무부 장관과 이상화 주필리핀 대한민국대사는 최근 예방 면담(Courtesy Meeting)에서 LEC를 포함한 경제협력 확대 의지를 재확인했다. 필리핀 재무부는 양국 협력이 한국의 기술 전문성과 필리핀의 젊고 숙련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며, 고부가가치 제조업, 반도체, 조선, 인프라 분야의 전략적 투자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핵심 산업 강화, 필리핀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프레데릭 D. 고 장관은 이러한 투자가 필리핀 국민에게 더 나은 일자리, 개선된 연결성,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이상화 대사는 대한민국이 전략적 파트너인 필리핀과의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고, 상호 번영, 회복력,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반으로 한 공동의 미래를 구축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기·SFA Semicon 중심 반도체 공급망 협력 부각

양국이 논의한 핵심 투자 중 하나는 라구나주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필리핀(Samsung Electro-Mechanics Philippines, 이하 SEMPHIL)의 적층세라믹콘덴서(Multilayer Ceramic Capacitor, 이하 MLCC) 제조시설 확장이다. MLCC는 자동차, 스마트폰 및 기타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제조시설 확장에는 507억 페소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해당 시설은 2027년 7월까지 상업가동을 시작하고 3500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 재무부는 해당 프로젝트가 CREATE MORE Act에 따라 대통령 인센티브를 받는 첫 번째 투자이며, 필리핀의 글로벌 반도체 및 전자 공급망 내 역량 강화와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에 실제 적용될 구체적인 인센티브 내역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CREATE MORE Act상 일반적으로 적용 가능한 인센티브 유형에는 소득세 면제기간(Income Tax Holiday, ITH), 특별법인소득세(Special Corporate Income Tax, SCIT), 강화된 비용공제(Enhanced Tax Deductions, ED),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VAT zero-rating), 수입 부가가치세 면제(VAT exemption on imports), 관세 면제(Customs duty exemption) 등이 포함된다.

SFA Semicon의 확장 투자 제안도 루손 경제회랑 내 전략 프로젝트로 논의됐다. 해당 투자는 필리핀 내 반도체 조립 및 테스트 역량 확대를 통해 글로벌 전자 가치사슬에서 필리핀의 입지를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고용 기회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제시됐다.

조선, 철도, 에너지 협력 강화

조선 분야에서는 HD현대중공업 필리핀을 통한 협력이 부각됐다. HD현대중공업 필리핀은 올해 수빅 조선소에서 길이 200미터 이상의 첫 현지 건조 선박을 진수할 예정이며, 이는 필리핀 조선산업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필리핀의 지역 해양 제조 허브 역할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분야에서는 한국기업들이 남북 통근철도(North-South Commuter Railway, 이하 NSCR)의 북부·남부 주요 구간 시공과 차량기지 건설, 차량기지 내 궤도 부설 등에 참여하고 있다. NSCR 북부 구간인 PNR Clark Phase 2 CP N-01은 현대건설·동아지질이 필리핀 Megawide Construction과 합작법인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으며, CP N-02는 Daelim Industrial Co., Ltd.와 스페인 Acciona와 함께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다. NSCR 남부 구간인 South Commuter Railway CP S-04·S-05·S-06은 현대건설이 주관하고 동아지질이 일부 기초공사에 참여하는 구조로, 약 32km 고가철도와 9개 지상역 건설을 포함한다. 롯데건설은 튀르키예 Gülermak, 필리핀 EEI Corporation과 함께 South Commuter Railway CP S-07에 참여하고 있으며, POSCO는 NSCR 북부 차량기지 내 궤도 부설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된다. 한편, 도화엔지니어링이 일본 Nippon Koei와 함께 SCMB Railway와 NSCR 등을 포함한 Greater Capital Region Railways 마스터플랜 연구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기업 참여 현황 요약>

프로젝트

한국기업

참여 내용

NSCR 북부 CP N-01

현대건설·동아지질

Megawide와 JV로 CP N-01 시공 참여

NSCR 북부 CP N-02

Daelim Industrial Co., Ltd.

Acciona와 함께 CP N-02 시공 참여

NSCR 남부 CP S-04·S-05·S-06

현대건설·동아지질

현대건설 주관, 동아지질 일부 기초공사 참여

South Commuter Railway CP S-07

롯데건설

Gülermak·EEI와 차량기지 건설 패키지 참여

NSCR 북부 Depot

POSCO

NSCR 북부 차량기지 내 궤도 부설 작업 참여

Greater Capital Region Railways Master Plan

도화엔지니어링

Nippon Koei와 JV로 NSCR·SCMB 등 광역철도망 마스터플랜 연구 단계 참여

[자료: ADB, 필리핀 정보청(PIA), Hyundai E&C, International Railway Journal 및 무역관 자체 조사, 2026.07.22.]

<남북 통근철도(North-South Commuter Railway) 프로젝트>

[자료: Hyundai E&C, 2022.09.19.]

두 철도 프로젝트가 완공될 경우 루손 전역의 연결성을 개선하고, 이동 시간과 물류비용을 줄이며, 주요 경제 중심지 간 사람과 물자의 효율적이고 원활한 이동체계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양측은 필리핀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에너지 믹스를 다변화하며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는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원자력 에너지 분야의 잠재적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와 함께 이상화 주필리핀 대한민국대사는 “신뢰받는 지속적인 파트너로서 대한민국은 전략적 파트너인 필리핀과의 실질적 협력을 심화하여 상호 번영, 회복력, 지속가능한 성장을 특징으로 하는 공동의 미래를 구축하는 데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BIR(국세청)·KOICA, 전자송장 및 매출보고 시스템(EIS) 사후관리 지원 프로젝트 완료

[자료: 필리핀 국세청(BIR), 2026.07.09.]

산업투자 협력과 별도로, 한국과 필리핀은 조세 행정 디지털화 분야에서도 협력을 진전시켰다. 필리핀 국세청(Bureau of Internal Revenue, 이하 BIR)과 KOICA는 EIS 사후관리 지원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2026년 7월 7일 케손시티 BIR 본청에서 고도화된 EIS의 공식 이관식을 개최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KOICA가 JNH Consulting Co., Ltd.를 통해 시행한 14개월간의 기술지원 사업으로, 시스템 기능 고도화, 주요 운영상 미비점 해소, BIR 직원의 기술 역량 강화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이를 통해 BIR의 조세 행정 현대화와 장기적인 디지털 전환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EIS 사후관리 단계는 기존 KOICA 지원으로 구축한 전자송장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기존 EIS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시행됐으며, 일부 대형 납세자를 대상으로 전자송장 제도를 도입했다. 사후관리 단계는 2025년 5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추진됐고, 송장 보고·검증 기능 강화와 BIR의 세무조사 모니터링 역량 개선에 초점을 두었다.

프로젝트 추진 경과 타임라인>

시기

주요 내용

프로젝트 진행 단계

2018~2022년

KOICA 지원 전자송장 시스템 구축

일부 대형 납세자 대상 전자송장 제도 도입

2025년 5월

EIS 사후관리 지원 프로젝트 착수

기존 시스템의 운영 안정화 및 기능 고도화 단계 진입

2025년 5월~2026년 7월

14개월 기술지원 프로젝트 시행

송장 보고·검증 기능 강화, BIR 세무조사 모니터링 역량 개선

2026년 7월 7일

BIR 본청에서 고도화된 EIS 공식 이관식 개최

BIR의 독자적 시스템 운영·유지 단계 전환

향후 단계

전자 서비스 제공업체(ESP) 프레임워크 도입 및 적용 범위 확대 계획

중소기업까지 EIS 적용 확대 추진

[자료: PNA, BIR 및 무역관 자체 조사, 2026.07.22.]

자동 송장 대조·검증 기능으로 세무 행정 투명성 제고

고도화된 EIS에는 자동 송장 대조 및 검증 기능이 도입돼 부가가치세(VAT) 환급 조사 절차의 정확성과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통계 보고 기능 강화와 내부세입통합시스템(Internal Revenue Integrated System, IRIS)과의 연계를 통해 세무 데이터의 처리 속도와 정확성이 개선되고,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조세행정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EIS 사후관리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필리핀 정부의 조세행정 현대화가 한층 진전되고, 전자송장 시스템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BIR의 독자적인 시스템 유지·운영 및 추가 고도화 역량이 향상됨에 따라 조세행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제고되고, 기업의 세무 신고·납부 절차도 보다 편리하고 비용 효율적이며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디지털 조세행정 혁신과 거버넌스 강화를 통해 포용적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한편, 한-필 양국 간 개발협력과 경제협력을 심화하는 기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IS는 2026년 3월 한-필 정상회담의 후속 협력사업으로, 필리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세무·투자 관련 애로사항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기업활동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사점

이번 한-필 전략투자 협력 논의는 필리핀이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단순 교역 확대 차원을 넘어 반도체, 고부가가치 제조, 조선, 철도 인프라, 원자력 에너지 등 전략 산업 중심의 투자·기술협력 단계로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필리핀 재무부가 한국의 기술 전문성과 필리핀의 젊고 숙련된 노동력을 결합한 전략투자 확대를 강조한 점은, 향후 필리핀 진출을 검토하는 한국기업에 현지 생산기반 구축, 공급망 편입, 인프라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을 점검할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삼성전기 필리핀의 MLCC 제조시설 확장이 CREATE MORE법 대통령 인센티브 첫 적용 사례로 언급된 점은, 필리핀 정부가 첨단 제조 및 공급망 관련 투자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클락 소재 SFA Semicon의 반도체 조립·테스트 확장, HD현대중공업 필리핀의 수빅 조선사업, 현대건설·동아지질·롯데건설의 NSCR 및 SCMB 철도사업 참여, 도화엔지니어링의 Greater Capital Region Railways 마스터플랜 연구 참여 또한 한국기업이 필리핀 내 산업·인프라 협력에서 주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BIR·KOICA의 EIS 사후관리 지원 프로젝트 완료는 한국기업에 조세행정의 투명성·예측 가능성 제고와 세무 컴플라이언스 기준 강화라는 양면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도화된 EIS에는 전자송장 자료의 실시간 수집·검증, 자동 송장 대조, 부가가치세(VAT) 환급 조사 절차 개선, 세무조사 모니터링 역량 강화 등의 기능이 포함돼 필리핀 조세행정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BIR은 향후 EIS 적용 대상을 대형 납세자에서 중소기업(SMEs)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전자서비스제공자(Electronic Service Provider, ESP) 프레임워크를 도입해 전자송장 제도의 보다 광범위한 적용과 실시간 세무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필리핀에서 사업을 운영하거나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기업은 EIS 적용 대상 여부를 확인하고, 전사적 자원관리(Enterprise Resource Planning, ERP) 시스템과 POS·회계시스템의 전자송장 연동 가능성, 매출자료 관리체계, VAT 환급 증빙 및 세무조사 대응자료의 디지털화 수준을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필 경제협력은 반도체·고부가가치 제조·조선·철도 인프라 등 전략산업 분야의 투자 확대와 조세행정 디지털화가 동시에 추진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기업에는 필리핀 내 투자 및 프로젝트 참여 기회가 확대되는 한편, EIS 확산에 따라 세무보고와 내부 자료관리 기준도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필리핀 진출 또는 사업 확대를 검토하는 기업은 투자 인센티브, 경제구역 입지, 현지 파트너십, 인력 및 물류 여건과 함께 전자송장·매출보고 체계에 부합하는 내부 세무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자료: International Railway Journal, ADB, Hyundai E&C, 필리핀 정보청(PIA), Philippine News Agency(PNA), Department of Finance(DOF), PortCalls, BusinessWorld, INQUIRER, 및 KOTRA 마닐라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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