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통계청(GASTAT)이 발표한 국제무역회보에 따르면, 사우디의 1분기 상품 및 서비스 수지를 모두 반영한 종합무역흑자가 전분기 대비 두배 이상 (약 110.2%) 급증하여 504억 사우디리얄(약 134.2억 달러)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3.7% 증가한 수치로, 국가 전체의 대외 교역 활성화와 글로벌 경제 관계 확장을 증명하는 수출 성장 지표로 평가받는다. 사우디의 무역 흑자는 석유 수출 통로 다변화, 재수출 활성화, 서비스 수지 개선, 그리고 자본 지출 조절 정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석유 수출 통로 다변화를 통한 석유 부문 수입 유지

사우디 정부는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물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동부 유전에서 서부 홍해 연안 항구를 잇는 동서 횡단의 수송 능력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와 철도 및 항만을 통한 신속 물류 연계 협약을 체결하여, 화물을 탄력적으로 우회∙분산하는 운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심화되자, 사우디 아람코는 동부 유전 지대인 아브카이크에서 서부 홍해 얀부항까지 약 1,201km를 가로지르는 동서 횡단 송유관(East-West Pipeline)의 원유 수송 능력을 하루 700만 배럴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전체 원유 수출량의 약 85%에 달하는 막대한 물량을 호르무즈 해협 대신 홍해를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직접 공급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사우디 정부는 해당 관로의 수송 능력을 하루 100만~200만 배럴 추가 확장하여 쿠웨이트∙바레인∙카타르 등 인근 GCC국가들의 원유 및 정제 제품까지 홍해로 우회 수출할 수 있는 역내 다변화 허브 구축을 추진 중이다.

육상 물류 혁신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랜드브릿지(Landbridge) 철도 프로젝트를 통해 걸프만의 담만∙주바일 항구에서 수도 리야드를 거쳐 홍해의 제다 이슬람 항구까지 총 1500km 이상을 직결하는 핵심 물류∙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오는 2034년까지 완공 및 개통을 목표로 하는 이 노선은, 완공 시 연간 5000만 톤 이상의 화물을 처리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사우디, UAE,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을 하나로 연결하는 총연장 약 1500km의 GCC 광역철도망 역시 2030년 말 완공 및 개통 예정으로, 완공 시 연간 2억 100만 톤 이상의 화물 처리가 가능해져 중동 전역의 물류 지형을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철도망>

[자료: ENR, Wikimedia]

이러한 글로벌 무역을 위한 공급망 및 물류 다변화의 노력을 통해, 사우디 정부는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출길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사우디의 석유 부문 수출 관련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4.05% 가량 증가하며, 사우디의 전체 무역 흑자를 견인하는 하나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부문 수출 수익 관련 분기별 추이 (2023 Q1 – 2026 Q2)>

[자료: 사우디 통계청(GASTAT), 사우디 기획경제부(MEP), KOTRA 리야드무역관 정리]

재수출(Re-exports) 부문의 성장

사우디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 다각화 ‘비전 2030’의 핵심 축인 재수출 부문이 급성장하며 무역 흑자 구조의 안정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특히, 사우디 전체 비석유 부문 수출 중 재수출 비중이 최근 22% 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확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비석유 부문 중 재수출 규모 및 비중 추이 (2023 Q1 – 2026 Q2)>

[자료: 사우디 통계청(GASTAT), SPA, Al Eqtisadiah, KOTRA 리야드무역관 정리]

이 같은 재수출 급성장의 배경에는 사우디 정부의 글로벌 물류∙공급 허브 전략, 글로벌 기업의 지역본부(RHQ) 유치, 그리고 사우디 메이드(Saudi Made) 중심의 제조업 육성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특별통합물류구역(SILZ)을 비롯한 전용 자유무역지대를 확대해 글로벌 기업들의 중동 거점 물류창고 유치하는 한편, 수도 리야드에 지역본부를 설립하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파격적인 세제 및 제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순 중개를 넘어 글로벌 기업들과의 합작법인(JV) 및 현지 제조 공장 설립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 재수출하는 선진형 재수출 모델로의 진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사우디 전체 재수출의 절반 이상(약 53.5%)을 차지하는 기계∙전기기기 및 그 부품은 2026년 1분기 기준 전년 대비 최고 약 78%까지 급증하며 재수출 성장의 일등 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울러 전체 재수출의 약 12% 내외의 비중을 차지하는 운송 장비 및 관련 부품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25% 이상 증가했으며, 화학 제품 및 플라스틱류 또한 전년 동기 대비 약 15.4%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뒤를 받쳤다. 이처럼 재수출 규모의 성장은 사우디가 단순한 자원 수출국을 넘어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중앙 물류 허브 거점으로 확고히 도약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가시적인 지표이다.

서비스 수지 개선

외국인 관광객 유치 증가와 물류 인프라 국산화에 힘입은 서비스 수지 체질 개선 역시 사우디 무역 흑자 행진의 숨은 주역이다. 사우디 중앙은행(SAMA)과 사우디 통계청(GASTAT)에 따르면, 2024년 이후 리야드 시즌과 홍해 프로젝트 등 글로벌 관광 인프라가 완공 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현지 소비금액이 사우디 자국민의 해외 여행 지출액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리야드 항공의 출범과 사우디 해운 지표 개선 등 정부 주도의 인프라 및 물류 국산화 투자가 결실을 맺으며, 그동안 외국 물류∙운송 기업에 지급되던 막대한 외화 유출이 차단되고 있다. 또한 자국 물류선 활용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무역 서비스 수지 적자 폭이 빠르게 완화되는 추세이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덕분에 실제로 올해 상반기 사우디의 서비스 수지 적자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5.0% 가량 대폭 감소하며 무역 흑자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 서비스 수지 추이 (2023 Q1 – 2026 Q2)>

[자료: 사우디 중앙은행(SAMA), 국제통화기금(IMF), KOTRA 리야드무역관 정리]

자본 지출(CapEx, Capital Expenditure) 조절

사우디 정부는 중기 재정 계획을 도입해 무역 흑자가 감소하는 국면에서 대규모 인프라 발주 시기를 2030년 이후로 이연하거나 다년간 분산 집행하며 국고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자본 지출 조절은 초대형 건설 자재, 중장비, 수송 장비 등의 해외 수입 규모를 자연스럽게 억제함으로써, 국외 자금 유출을 줄이고 무역 흑자를 선제적으로 방어하는 핵심 기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우디 재무부(MoF)는 ‘비전 2030’ 기가 프로젝트의 타임라인 재조정을 공식화하고, 리야드 엑스포 2030 및 2034 FIFA 월드컵과 같은 필수 인프라 사업에 자본 지출을 우선 배정했다. 아울러 민관협력사업(PPP, Public-Private Partnership) 도입 확대를 통해 민간 자본을 적극 유치함으로써 정부의 직접적인 자본 지출 부담을 낮췄다. 현재 사우디 정부의 자본 지출 통제 목표는 연간 약 432억 달러 수준으로, 총 정부 지출 중 자본 지출 비중을 최대 12% 선으로 제한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는 과거 인프라 집중기에 자본 지출 비중이 약 2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출 강도를 대폭 하향 조정한 것으로, 재정 건전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무역 흑자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자본 지출 추이 (2023 Q1 – 2026 Q2)>

[자료: 사우디 재무부(MoF), 사우디 중앙은행(SAMA), Bloomberg, KOTRA 리야드무역관 정리]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 무역 시장 개방 확대 및 교역 기회 창출

사우디의 무역 체질 개선 노력은 한국 기업에 단순 상품 수출국에서 역내 공급망 및 인프라 운영 파트너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재수출의 강한 성장세는 사우디가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중앙 물류 허브로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사우디를 단순 최종 소비 시장이 아닌, 주변 걸프 및 아프리카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서비스 수지 개선을 겨냥한 사우디의 리야드 항공 출범 등 자국 물류∙운송 고도화 기조는 스마트 물류 기술 무역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일례로, CJ대한통운은 올해 2월에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 통합물류특구(SILZ) 내 사우디 GDC(글로벌 권역 물류센터)를 본격 가동하며, 사우디의 재수출 확대 및 서비스 수지 체질 개선 정책의 수혜를 입는 상생 모델을 구축했다.

나아가 사우디 정부의 자본 지출 조절 정책은 기존의 일방향적 수출 방식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합작 투자를 통한 현지 생산 공장 설립 및 기술 이전 형태의 차세대 교역 기회의 문은 더욱 넓어졌음을 시사한다.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다변화 기조를 정확히 통찰하고 이해하여 맞춤형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자료: 리야드 왕립위원회(RCRC), 사우디 재무부(MoF), 사우디 투자부(MISA), 사우디 중앙은행(SAMA), 사우디 통계청(GASTAT), 사우디 교통물류부(MOTLS) 사우디 국부펀드(PIF),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통화기금(IMF), 걸프협력회의(GCC), 영국 기업통상부(UK DBT), SPA, Saudi Gazette, Al Eqtisadiah, Bloomberg, Dentons, Deloitte, GCC BUSINESS WATCH 및 KOTRA 리야드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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