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각 2026년 6월 22일, 캐나다 정부는 2040년까지 자국 내 최대 10기의 신규 대형 원자로 건설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캐나다 국가 원자력 전략(Nuclear Energy Strategy for Canada)’을 발표했다. 온타리오주 뉴마켓에서 열린 발표 행사에서 팀 호지슨(Tim Hodgson) 캐나다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과 전력망 확충을 위해 원자력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전략을 캐나다 원자력 산업의 새로운 장을 여는 ‘민간 원자력 르네상스(Civilian Nuclear Renaissance)’로 규정했다.

이번 전략은 2050년까지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해 캐나다의 발전 기반과 전력망을 대폭 확충하려는 국가 에너지정책의 일환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산업 전기화, 인공지능 및 데이터센터 확산 등으로 향후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캐나다 정부는 안정적인 저탄소 전력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력 수요 증가와 탄소중립 목표에 동시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호지슨 장관은 향후 25년 안에 캐나다 전력망을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려면 원자력이 공급하는 청정하고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원자력이라는 캐나다의 핵심 에너지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전 생태계 전반 아우르는 4대 중점 추진 전략

캐나다 정부는 이번 전략을 통해 신규 원자로 건설뿐 아니라 원자로 기술 수출 확대, 우라늄 생산 및 핵연료 공급망 강화, 방사성 폐기물 관리, 차세대 원자력 기술 개발 등을 포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전략은 ▲신규 원자로 건설 확대 ▲세계적 원자력 공급자·수출국 위상 강화 ▲우라늄 생산 및 핵연료 공급망·폐기물 관리 강화 ▲차세대 원자력 기술 혁신 등 4대 추진축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원자력 산업을 캐나다의 핵심 성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1. 신규 원전 건설 및 플릿 표준화 배치

캐나다 정부는 2040년까지 자국 내 최대 10기의 신규 대형 원자로 건설을 지원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35년까지 대형 원자로 2기의 건설에 착수하고, 2040년까지 추가로 최소 5기를 계획 또는 개발 단계에 진입시킬 방침이다. 정부는 또한 2030년까지 현대화되고 비용 경쟁력을 갖춘 캐나다 독자 노형인 CANDU 설계를 시장에 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전력망 연계형 발전, 산업용 열 공급, 원격 지역 전력 공급 등 용도별로 표준화된 원자로 설계를 반복 배치하는 ‘플릿(Fleet) 방식’도 도입할 계획이다. 동일하거나 제한된 수의 노형을 반복 건설해 설계 변경을 최소화하고, 건설 비용과 공급망 부담을 줄이는 한편 규제 심사의 예측 가능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온타리오주에 집중된 기존 원전 산업 기반을 뉴브런즈윅주, 서스캐처원주, 앨버타주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하여 2035년까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한 최소 1건의 원전 프로젝트가 온타리오주 외 지역에서 운영되거나 건설에 착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현재 캐나다 원자력 시설 지도>

주: 주황색은 핵연료 가공 및 제조 시설, 파란색은 원자력 발전소를 의미

[자료: Canadian Nuclear Safety Commission]

2. ‘팀 캐나다’ 수출 체계 구축 및 CANDU 해외시장 확대

캐나다 정부는 무역위원회서비스(Trade Commissioner Service), 캐나다수출개발공사(EDC), 캐나다상업공사(CCC) 등 수출 지원 기관을 연계한 ‘팀 캐나다(Team Canada)’ 통합 수출 체계를 구축해 해외 원자력 시장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루마니아에서 추진 중인 CANDU 신규 건설과 기존 원자로 개보수 사업을 비롯해 중국 등 해외에서 진행되는 기존 CANDU 관련 사업의 성공적인 이행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2040년까지 최소 4개 신규 해외시장에서 CANDU 기술의 진출 성과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원자로 압력관>

[자료: Canadian Geographic]

더불어, 향후 15년간 처음으로 원자력 도입을 검토하는 6~10개국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해당 국가의 원전 도입 과정에 캐나다 기업과 기술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CANDU 이외의 대형 원자로와 SMR 프로젝트에서도 2040년까지 최소 5건 이상의 유의미한 캐나다 공급망 참여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3. 우라늄 공급망 확대와 폐기물 관리 강화

캐나다는 세계 2위의 우라늄 생산국으로, 서스캐처원주 애서배스카(Athabasca) 분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고품질 우라늄 광상을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우라늄의 약 90%가 해외로 수출되고 있으며, 우라늄 생산과 가공은 캐나다 원자력 수출산업의 핵심적인 기반이다. 캐나다 정부는 원자력 발전 확대와 글로벌 핵연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2035년까지 우라늄 수출을 2024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신규 우라늄 광산 개발을 지원하고, 채굴과 정련·변환 등 핵연료 공급망 전반의 생산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원자로 확대에 따라 증가할 수 있는 방사성 폐기물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 관리 체계도 함께 강화할 방침이다. 사용 후 핵연료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저장, 운송 및 처분 체계를 구축하고, 심층 지질 처분시설 등 장기 관리 사업을 원자력 확대 정책과 연계해 추진할 계획이다.

4. 차세대 원전 기술과 비(非)전력 분야 활용 확대

차세대 원자력 기술 개발도 전략의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캐나다 정부는 2035년까지 4세대 캐나다산 초소형 원자로를 실증하고, 그 이후 원격 지역과 산업현장 등에 실제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소형 원자로는 전력망 연결이 어려운 북부·원격 지역이나 광산, 산업 시설 등에 전력과 열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과 실증, 규제 승인, 공급망 구축을 지원해 국내 활용과 수출 기반을 동시에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캐나다가 강점을 보유한 삼중수소 기술을 활용해 핵융합 연료 주기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원자력 기술의 활용 범위를 기존 핵분열 원자로에서 미래 핵융합 산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포괄적인 방사성동위원소 전략을 별도로 마련하고, 캐나다의 세계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시장 점유율을 현재보다 최소 10%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민간 자본 유치를 통한 원자력 투자 확대 추진

캐나다 천연자원부 관계자들은 이번 전략에 따른 신규 원전 건설에 향후 1,000억 캐나다달러(약 100조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캐나다 재무부와 에너지천연자원부는 2027년 4월까지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 대한 연방 재정지원 정책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당 정책은 연방정부가 신규 원전 사업을 지원할 때 적용할 전제조건과 원칙을 정하고, 녹색채권, 캐나다 인프라은행 투자, 대출보증 등 기존 금융수단의 적용 가능성을 구체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전력사업자, 민간 투자자 간 비용 및 위험 분담 원칙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캐나다 정부는 높은 초기 투자비와 장기간의 건설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공공 지원과 민간자본을 결합하는 투자모델도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국의 사이즈웰(Sizewell) C 원전사업이 참고 가능한 사례로 언급되었다. 사이즈웰 C는 영국 동부 서퍽(Suffolk) 지역에 건설 중인 총 3.2GW 규모의 신규 원자력발전소로, 약 6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 인프라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약 380억 파운드(약 76조 원)로, 영국 정부가 최대 주주(44.9%)로 참여하고 국외 및 민간 투자자가 나머지 55.1%의 지분을 보유한다.


이 가운데 캐나다 퀘벡주 연기금 운용기관인 라 케스(La Caisse)는 최대 17억 파운드(약 3조4000억 원)를 투자 약속하며 20%의 지분을 확보했다. 천연자원부 관계자는 사이즈웰 C와 관련하여 캐나다 정부 또한 향후 기관투자가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원전 프로젝트는 높은 초기 투자비, 장기 건설 기간, 일정 지연 및 비용 증가 위험이 수반되는 만큼, 향후 캐나다 정부가 마련할 금융지원 방식과 공공·민간 간 위험 분담 구조가 사업 추진의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시사점

캐나다의 원자력 확대 정책은 향후 1000억 캐나다달러 이상 규모의 투자가 예상되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로, 건설·운영 분야뿐 아니라 금융, 엔지니어링, 기자재 공급망 전반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캐나다 정부가 녹색채권, 캐나다 인프라은행 투자, 대출보증 등 민간 자본 유치를 위한 금융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있어, 해외 투자자와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캐나다 원전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한국 기업은 단순 기자재 공급을 넘어 현지 기업과의 합작 투자, 프로젝트 파이낸싱 참여, 장기 공급계약 등 다양한 협력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월성 1~4호기 등 CANDU 원전 운영 경험과 원전 기자재 공급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캐나다가 추진하는 CANDU 설비 현대화 및 원전 공급망 강화 과정에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특히 캐나다 정부가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과 CANDU 기술의 해외시장 확대를 주요 과제로 제시한 만큼, 한국 기업은 현지 규제 요건과 공급망 참여 조건을 분석하고 캐나다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원전 프로젝트 참여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원전 건설·정비·운영 분야의 기술 협력뿐 아니라 캐나다 원자력 생태계 내 투자 및 공급망 편입 기회를 함께 검토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자료: Natural Resources Canada, Canadian Nuclear Safety Commission, AtkinsRealis, Canadian Geographic, CBC News, Sizewell C, World Nuclear Association, La Caisse, 한국수력원자력 및 KOTRA 밴쿠버 무역관 자료 종합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