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경제권이자 글로벌 여객·물류 허브인 뉴욕·뉴저지 대도시권이 향후 10년간 대대적인 인프라 재편에 나선다. 뉴욕·뉴저지 항만 청(Port Authority of New York and New Jersey, PANYNJ)은 기관 역사상 최대 규모인 450억 달러의 '2026~2035 자본계획(Capital Plan)'을 승인했다. 팬데믹으로 약 30억 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 고물가, 고금리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졌지만, 노후 인프라 방치에 따른 장기적 경제 손실이 더 크다고 판단해 투자를 확대했다. 이번 계획은 단순한 유지·보수를 넘어 공항·철도 등 핵심 인프라를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시스템,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중심으로 현대화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지역 경쟁력과 미래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적 관문으로의 도약, JFK·EWR 공항의 현대화
자본계획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총 50억 달러 이상이 신규 및 추가 배정된 공항 현대화 프로젝트다. 뉴욕·뉴저지 항만청이 관할하고 있는 공항은 총 4개로 그 중 3개가 일반 상업용 공항이다. 이 중 뉴욕의 관문인 존 F. 케네디 국제공항(JFK)과 뉴저지의 핵심 거점인 뉴왁 리버티 국제공항(EWR)이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공항으로 탈바꿈한다.
JFK 국제공항은 현재 진행 중인 대대적인 재개발 사업을 마무리하고, 총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민간 자본 유치로 조달하는 터미널1과 터미널6 신축 프로젝트가 이번 자본계획 기간 내에 완공된다. 2026년 내 첫 번째 게이트 개항을 시작으로 대규모 여객을 수용할 수 있는 최첨단 터미널이 위용을 드러낼 예정이다. 아울러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공항 이용객을 감당하기 위해, 현재 운영 중인 JFK 에어트레인(AirTrain)의 차량 전량을 현대식 신형 모델로 교체해 수송 능력을 기존 대비 두 배로 확대한다. 대중교통 연계성 강화와 공항 진입 도로망 단순화 작업도 병행된다.
EWR 공항 역시 대대적인 혁신을 맞이한다. 이미 성공적으로 개항한 터미널A에 이어, 지어진 지 수십 년이 지나 노후화된 '터미널B'를 완전히 대체할 신축 터미널 건립 사업이 본격화된다. 항만청은 터미널 B 신축에 민관협력 방식을 적극 도입해 재정 부담을 낮추고 민간의 첨단 운영 효율성을 이식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EWR 공항의 해묵은 과제였던 노후 에어트레인 시스템을 전면 폐기하고, 35억 달러가 투입되는 새로운 에어트레인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뉴왁 리버티 국제공항 조감도>

[자료: Port Authority of New York and New Jersey, PANYNJ]
75년 된 맨해튼 미드타운 버스 터미널의 부활과 대중교통 혁신
매일 수십만 명의 통근객이 이용하지만 악명 높은 복잡함과 노후화로 비판 받아온 맨해튼의 미드타운 버스터미널(Midtown Bus Terminal)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세계에서 가장 고도화된 친환경 터미널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어진 지 75년이 지난 기존 건축물을 전면 철거하는 이 대규모 공사에는 천문학적인 재원이 투입된다. 새로 지어질 터미널은 단순히 버스가 오가는 공간을 넘어, 인근 지하철 노선과의 완벽한 유기적 연계, 시외버스 및 시내버스의 동선 분리를 통한 맨해튼 도심 정체 해소, 그리고 지상부 스마트 스페이스 조성을 포함하는 복합 환승 센터로 설계됐다.
<미드 타운 버스 터미널 조감도>

[자료: Port Authority of New York and New Jersey, PANYNJ]
뉴욕주과 뉴저지 주를 연결하는 핵심 통근 철도망인 'PATH(Port Authority Trans-Hudson)' 역시 도입 후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서비스 개선이 단행된다. 25년 만에 최초로 PATH의 4개 전 노선이 '주 7일 24시간' 상시 운행 체제로 전격 전환된다. 이는 야간 및 주말 경제 활동이 활발한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특성을 반영한 조치다. 현재 PATH는 주말과 공휴일에는 일부 노선이 중지되거나 축소 운영되고 있다. 항만청은 출퇴근 시간대 고밀도 배차는 물론, 주말 배차 간격을 대폭 단축하기 위해 대규모 신형 열차 도입과 신호 시스템 디지털화를 이번 계획에 반영했다. 인공지능 기반의 CCTV 기술과 연동되는 최첨단 신형 개찰구를 도입하여 부정 승차 패턴을 분석하고, 매표 프로세스를 정상화하여 무임승차를 강력히 단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교량인 조지 워싱턴 브릿지(George Washington Bridge)의 전면적인 현수교 케이블 교체 및 구조 보수, 링컨 터널과 헬릭스(진입 구조물)의 첨단 교통 관제 시스템 도입 등 주요 교량 인프라 유지보수가 실행된다. 또한 뉴욕·뉴저지 간 신규 하저 철도 터널을 건설하는 연방 프로젝트인 '게이트웨이 프로그램(Gateway Program)'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 항만청 부담분인 27억 달러의 기여금 지급도 이번 자본계획에 공식 확정됐다.
시사점
이번 450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은 뉴욕·뉴저지 지역 경제에 대규모 낙수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항만청은 향후 10년간 추진될 건설·엔지니어링 사업을 통해 최소 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 중 3만3000개 이상을 노조 소속 건설 일자리로 공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민간 건설 경기 둔화 속에서 공공투자가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인프라 재투자는 국내 기업에도 새로운 북미 시장 진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 건설시장이 노조 중심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국내 기업들은 시공보다 스마트 보안·관제 시스템, 미래 교통 솔루션,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와 저탄소 기자재 등 기술집약 분야를 공략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또한 미국 조달 규정을 고려한 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도 중요하다. 릭 코튼(Rick Cotton) 항만청 전무이사는 "이번 계획은 단순히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건물을 짓는 사업이 아니라, 뉴욕과 뉴저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바꾸고 글로벌 비즈니스가 미 동부로 모여들게 하는 경제적 부흥 작업"이라며 "세금 지원 없이 자립 재정만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 표준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밝혔다.
자료: Port Authority of New York and New Jersey, North Jersey Transportation Planning Authority, KOTRA 뉴욕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