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전역 엔지니어드 스톤 상판·패널·슬래브의 제조, 공급, 가공, 설치 금지
2024년 7월 1일, 호주 전역에서 엔지니어드 스톤 상판·패널·슬래브의 제조, 공급, 가공, 설치가 금지됐다. 이는 규폐증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전국 단위 엔지니어드 스톤 금지 조치로 평가된다.
¹엔지니어드 스톤: 천연석(주로 석영) 분쇄물을 수지(resin), 안료 등 화학 첨가제와 혼합·경화시켜 제조한 인조 석재 제품
2015년 호주에서 엔지니어드 스톤 작업자의 첫 규폐증 사례가 보고된 이후 업계 종사자의 발병률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잠복기가 짧고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을 보였으며, 20~30대 젊은 작업자의 진단 비중도 높아졌다.
호주 안전작업국(Safe Work Australia)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석공 및 엔지니어드 스톤 작업자 4743명을 대상으로 건강 검진을 실시한 결과 약 11%가 규폐증 확진 또는 의심 판정을 받았다. 35세 미만 작업자의 규폐증 청구 건수는 2011~2017년 7건(전체의 18%)에서 2018~2020년 100건(전체의 46%)으로 늘었다.
엔지니어드 스톤은 고농도 석영을 고분자 수지와 결합해 제조한다. 이를 가공 현장에서 절단·연마하는 과정 중 결정질 실리카² 분진이 대량으로 방출된다. 이 분진이 폐포 깊숙이 유입되면 폐 조직에 비가역적 섬유화를 일으켜 호흡 곤란을 유발하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직업병인 규폐증으로 이어진다.
²결정질 실리카(Crystalline Silica): 이산화규소(SiO₂)가 규칙적인 결정구조를 이루는 형태로, 대표적으로 석영(quartz)이 이에 해당. 무색·무취의 비가연성 고체로 암석, 모래, 토양 등에 광범위하게 존재. 국제암연구소(IARC)는 결정질 실리카를 인체 발암물질(Group 1)로 분류하고 있으며, 채석·석재가공·건설·주물 등 분진 노출 작업에서 규폐증(silicosis) 등 직업성 질환의 원인 물질로 알려짐
호주는 이러한 사항과 관련된 근로자 보호 법규를 이미 갖추고 있었으나 업계의 규정 위반이 지속됐다. 건식 절단 금지, 환기 장치 가동, 호흡기 보호구 착용 등의 의무가 부과돼 있었음에도 위반 적발 및 기소 사례가 빈번했다. 작업자의 언어적 다양성으로 현장 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도 원인 중 하나였다.
이에 ① 모든 엔지니어드 스톤 전면 금지 ② 결정질 실리카 40% 이상 함유 제품만 금지 ③ 40% 이상 금지 및 40% 미만 제품 라이선스 제도 도입이라는 세 가지 대안이 제시됐고, 전문가 및 업계에서 100건 이상의 의견서가 접수됐다.
2023년 8월 호주 안전작업국은 안전한 실리카 허용 기준을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첫 번째 대안인 전면 금지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2023년 12월 13일 엔지니어드 스톤 사용의 전면 금지가 합의됐다.
금지 조치 이전에 설치된 엔지니어드 스톤은 절단·연마 등 추가 가공이 이뤄지지 않는 일반 사용 상태에서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것으로 간주된다. 다만 기존 설치물에 대해서는 제거, 수리, 간단한 수정, 폐기 목적의 작업만 허용된다. 작업을 수행하는 사업자는 관할 기관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하며, 신고 내역에는 작업 종류, 사용 장비, 빈도, 예상 소요 시간을 포함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노동자 보호를 위한 결정이었으나, 6개월이라는 짧은 유예기간 안에 대체 소재를 확보해야 했던 건설·인테리어 업계에는 급격한 시장 변화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엔지니어드 스톤 금지 이후 호주 상판 시장은 실리카 프리 인조석, 포세린·소결석, 천연석, 라미네이트와 솔리드 서페이스 등 비석재계 대체재라는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결정질 실리카 1% 미만 대체 제품군으로의 전환
엔지니어드 스톤 금지 이후 호주 상판 시장에서는 기존 엔지니어드 스톤 제조사들이 결정질 실리카를 함유하지 않거나 함유량을 1% 미만으로 낮춘 신규 제품군으로 전환하고 있다.
주요 제조사들은 실리카 성분을 중량 대비 1% 미만으로 배제한 '실리카 프리(Silica-Free)' 라인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Caesarstone 사는 재활용 유리 등을 활용한 'Caesarstone Mineral'을, Talostone 사는 'MinQ Zero'를, WK Stone은 재활용 유리를 79~90% 함유한 'Quantum Zero'를, Stone Ambassador는 재활용 소재를 최대 89% 함유한 'Zenith Surfaces'를 각각 결정질 실리카 무함유 또는 1% 미만 제품으로 출시했다.
제조사별로 방식은 다르다. Caesarstone과 Talostone 등은 재활용 유리 등을 원료로 결합하되 결정질 실리카만 제거하고 수지는 결합재로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 Smartstone은 기존 엔지니어드 스톤 라인업 자체를 단종하고, 수지 없이 광물을 고온·고압으로 소결하는 소결석(Sintered Stone) 제품으로 완전히 전환했다.
이처럼 호주 상판 시장은 제조사별로 결합재 유지형과 소결형이라는 서로 다른 기술적 접근을 통해 실리카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자료: Caesarstone]
포세린(Porcelain) 및 소결석(Sintered Stone)이 이끄는 프리미엄 상판 시장
포세린은 고운 점토, 장석, 규사 등 세라믹 원료를 1200도 이상 고온에서 소성해 만들며, 소결석은 천연 광물을 초고압으로 압축한 뒤 고온 소성한다는 점에서 제조 공정에 차이가 있다. 이러한 공정 차이로 소결석이 포세린보다 밀도와 내구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두 자재 모두 고온 소성 특성상 내열성이 뛰어나 뜨거운 조리기구를 직접 올려도 손상되지 않으며, 수분 흡수율이 낮아 침투성 오염에 강하고, 자외선 저항성도 높아 변색이 적어 실외 환경에도 적용 가능하다.
다만 이와 같은 장점들은 가공 단계에서는 단점이 된다. 표면은 긁힘에 강하지만 하부 지지가 부족한 모서리에 충격이 가해지면 깨지기 쉽다. 이 때문에 포세린과 소결석은 소비자가 직접 가공할 수 없고 전문 장비와 숙련된 가공 업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포세린은 기존 자재 위에 바로 시공하거나 싱크대나 쿡탑 뒤쪽 벽면에 수직으로 시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하중이 크거나 마찰이 잦은 곳에는 소결석이, 예산을 줄이거나 상판 외 용도로 쓸 때는 포세린이 주로 선택된다.

[자료: Smartstone]
천연석(Natural Stone)을 통한 자연으로의 회귀
비용 상승에 둔감한 초고가 럭셔리 주택 시장과 펜트하우스 인테리어에서는 인조 자재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대리석(Marble), 화강암(Granite), 규암(Quartzite) 등의 천연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지난 6월 시드니에서 열린 건축 및 자재 박람회 ‘Bath + Kitchen Show’에서도 이러한 럭셔리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박람회에 참가한 천연석 유통업체 Y사 관계자 A씨는 코트라 시드니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천연석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자재가 아니라 자연의 수만 년 시간을 담고 있는 자재”라며 천연석의 심미적 가치와 희소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천연석은 다공성 물질이 많아 오염에 취약하며 주기적인 표면 밀봉 관리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강도가 균일하지 않아 가공 중 파손 위험이 크다. A씨도 “천연석은 기존 상판 자재보다 가공 단가가 높은 편”이라며 높은 시공 비용을 단점으로 꼽았다.

[자료: AUSKstone]
아크릴계 인조대리석(Solid Surface)
석영 기반 엔지니어드 스톤은 금지 대상이 됐으나, 아크릴 수지와 수산화알루미늄을 주원료로 하는 솔리드 서페이스(Solid Surface, 통상 아크릴계 인조대리석)는 실리카를 함유하지 않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아크릴계 자재는 돌만큼의 긁힘 저항성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일정 온도 이상으로 열을 가하면 형태를 변형시킬 수 있는 열성형성을 갖추고 있다.
또한 솔리드 서페이스 상판을 이어 붙일 때 동일한 성분과 색상의 전용 접착제로 접합한 뒤 표면을 샌딩하면 이음새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무봉제 마감이 가능하다. 이 점은 특정 산업군에서 핵심 강점으로 작용한다.
접합부에 틈새가 없으면 오염 물질이 끼거나 세균·곰팡이가 번식할 여지가 차단된다. 이에 따라 위생 기준과 감염 관리가 필수적인 병원, 수술실, 치과 등 의료 시설과 다중이용시설, 대형 F&B 프랜차이즈 매장, 상업용 오피스 리셉션 데스크를 중심으로 아크릴계 자재 수요가 늘고 있다. 곡면 마감과 입체적인 3D 디자인 구현이 가능해 건축 디자이너들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아크릴계 인조대리석 상판의 식당 사용 예시>

[자료: DFMK Solid Surface]
라미네이트(Laminate)
하이엔드 시장이 천연석과 포세린으로 양극화되는 반면, 예산이 한정된 보급형 주택, 대단지 타운하우스, 투자 수익률이 최우선인 대규모 임대용 프로젝트(Build-to-Rent)에서는 가공비가 상승한 석재 계열 상판 대신 라미네이트(Laminate, 통상 HPL) 도입이 늘고 있다. 과거 라미네이트는 저렴한 ‘플라스틱 코팅 합판’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고해상도 디지털 프린팅과 특수 프레스 기술로 표면 질감 구현력이 향상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목재나 고급 대리석 무늬와 유사한 디자인을 저렴한 가격에 구현할 수 있다.
라미네이트는 규제 대상이 아닌 목재 기반의 파티클보드나 MDF 심재를 사용하며, 다이아몬드 톱날이나 수냉식 공구가 필요 없어 목수나 인테리어 작업자가 현장에서 직접 재단·설치할 수 있다. 별도의 석재 가공 업체를 거칠 필요 없이 주방 가구 제작과 상판 설치를 한 공정으로 통합할 수 있어 시공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실용성은 라미네이트 상판의 성장세를 이끄는 요인 중 하나이다.
<라미네이트 상판>

[자료: ICAD Joinery]
상판 디자인 트렌드 변화
엔지니어드 스톤 금지에 따른 대체 자재의 확산은 주방 상판의 디자인 트렌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디자이너와 소비자들은 대체 자재의 특성에 맞춰 웜톤, 매트 마감, 자연스러운 질감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차갑고 선명한 순백색이나 지나치게 어두운 색상 위주의 미니멀한 룩에서 벗어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상을 선택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웜 화이트, 머디드 그레이, 어시 그린, 소프트 베이지 등 부드러운 색상이 주로 선택되고 있다. 차콜, 네이비 등 짙은 색상도 여전히 쓰이지만 공간 전체를 지배하기보다 대비와 깊이를 만드는 포인트로 절제해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표면 마감도 광택보다 매트에 대한 선호가 늘고 있으며, 매트한 마감과 자연스러운 질감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과거 흔했던 라미네이트나 인조대리석 특유의 화려한 무늬는 점차 단순하고 부드러운 디자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상판 자재를 싱크대나 쿡탑 뒤쪽 벽면(일명 스플래시백), 아일랜드 측면까지 이어 시공하는 방식도 디자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주방을 깔끔하고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상판 수입 및 통관 절차 시의 유의사항
상판이나 패널을 호주로 수입할 경우 호주 국경수비대의 검사와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호주 국경수비대 안내에 따르면 수입업체와 관세사는 수입 상판이 인조 대리석이 아님을 입증할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는 관할 법규에 따라 작성된 물질안전보건자료 등이 포함되며, ‘결정질 실리카 무함유’라고 표기된 라벨만으로는 증빙이 인정되지 않는다.
수입업체는 화물이 호주 영해에 도착하기 전 제품의 결정질 실리카 함유량이 1% 미만임을 증명해야 한다. 국제시험기관인정협력체(ILAC) 가입 기관이나 호주 NATA(National Association of Testing Authorities) 인증 연구소를 통한 X선 회절 분석 등 정밀 광물학적 테스트 결과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성분이 불확실한 화물이 세관에 적발되면 수입업체 비용으로 호주 내 연구소에서 성분 검사를 받아야 하며, 1% 이상 검출 시 화물은 압수돼 폐기되거나 강제 반송된다.
엔지니어드 스톤을 예외적으로 수입하려면 선적 전에 관련 기관으로부터 수입 허가증, 최종 사용 용도 확인서, 면제서 중 하나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러한 예외 허가는 순수 연구·분석 목적이나 샘플링 등 제한적인 목적에만 승인된다. 테스트 목적의 샘플도 ‘250mm x 250mm x 40mm’ 규격을 초과할 수 없으며, 화물에 ‘테스트용 엔지니어드 스톤 샘플’ 라벨을 부착하고 포워더가 아닌 실제 수입업체 및 공급업체 정보를 기재해야 한다.
대체 자재 사용 현장의 안전관리
제로 실리카 또는 저실리카 대체 자재를 사용할 때도 작업자 보호를 위한 안전 교육과 먼지 통제 수칙 준수는 여전히 필수다. 규제를 피한 대체재라 해도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의 유해성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규제 기관들은 새로운 대체 제품을 무조건 안전하다고 인식해 안전 수칙을 소홀히 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다.
실리카 프리 제품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고용주와 사업자는 먼지 통제, 습식 절단, 환기 장치 가동, 호흡기 보호구 착용에 대한 안전 교육을 제공할 의무를 진다.
시사점
금지 조치 시행 이후 호주 상판 시장은 엔지니어드 스톤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재가 경쟁하는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자재 교체를 넘어, 시장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준다.
특정 소재에 의존하던 기존 관행이 약화되면서 가공 업계는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고 기술 역량을 고도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 결과 자재 가공 단가가 상승하고 공급망도 재편되면서, 시장 참여자에게는 운영 비용 관리와 기술 대응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호주 상판 시장은 절대 강자가 뚜렷하지 않은 경쟁 구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예산, 시공 업체의 전문성, 프로젝트의 디자인 목적에 따라 자재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앞으로는 시장이 더욱 세분화되면서 자재별 기능과 디자인 특성에 맞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호주 상판 시장은 규제 환경 속에서 자재의 기술적 진화와 시공 효율성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시장 참여자는 소재별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공급망 효율화와 디자인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해 전략적 유연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자료: AUSKstone, Australian Border Force, Avant Stone, Caesarstone, D&D Worldwide Logistics, DFMK Solid Surface, Housing Industry Association, ICAD Joinery, Kinsman Group, Lung Foundation Australia, Safe Work Australia, Smartstone, Stone-Tech Australia, Stone Update, Three Birds Renovations, YDL Stone 및 KOTRA 시드니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