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주요 제조업 국가인 독일은 핵심 원자재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을 완화하고 공급선을 다변화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과 코발트, 첨단 전자기기와 풍력 터빈에 필수적인 희토류, 반도체 제조에 투입되는 갈륨과 게르마늄 등 독일 산업 전반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의 상당 부분이 특정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2025년 11월 독일상공회의소(DIHK) 조사에 따르면 독일은 금속 원자재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갈륨과 게르마늄 등 일부 첨단 공급망 핵심 소재는 수입량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입 의존 구조는 2023년 시행된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수출 규제와 2025년 4월부터 본격화된 희토류·영구자석 직접 수출 통제 등과 맞물려, 독일 제조업계의 조달 비용 상승과 공급 불확실성 확대라는 실질적인 리스크로 이어졌다. 이에 대응하여 독일 연방정부는 핵심원자재법(CRMA) 이행 가속화, 독일재건은행(KfW) 원자재펀드 조성 등 다층적인 공급망 다변화 및 내재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U와 독일 원자재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

EU 차원의 핵심 원자재 특정국 의존도는 수치상으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EU 집행위원회는 핵심원자재법(CRMA) 관련 분석을 통해 EU가 마그네슘의 약 97%와 희토류 대부분을 중국이라는 단일 공급국에 의존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코발트 역시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채굴된 원석이 중국에서 제련·가공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어, 공급망 전 단계에 걸쳐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감사원(ECA)은 특별보고서(Sonderbericht 04/2026)를 통해 이처럼 특정국 및 특정 공급망 단계에 편중된 구조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리튬, 마그네슘, 갈륨 등 주요 전략 원자재 품목의 특정국 의존도는 핵심원자재법이 2030년 목표로 제시한 65% 기준을 상회하는 상태다. 감사원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동안 EU가 체결해 온 다자·양자 파트너십 협정이 실질적인 공급 안보 확보나 물리적 조달량 확대로 이어진 성과는 아직 미흡하다고 평가하며, 정책 수립과 실제 다변화 성과 사이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경우 제조업 비중이 높아 이러한 공급망 취약성이 한층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2024년 독일의 희토류 수입량 5200톤 중 중국산 비중은 65.5%로, EU 핵심원자재법(CRMA)이 2030년까지 목표로 제시한 특정국 공급 의존도 기준을 이미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문제는 희토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친환경 전환과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2030년까지 EU의 희토류 수요는 약 6배, 리튬 수요는 약 12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독일은 자동차, 기계, 전기·전자, 배터리 등 핵심 제조업 비중이 높은 EU의 주요 산업국인 만큼, 이러한 원자재 수요 증가는 독일 산업 전반의 공급망 부담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독일 핵심 제조업의 원자재 공급선 다변화는 더 이상 중장기적 과제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 경쟁력과 경제안보를 좌우하는 당면 과제가 되었다.


원자재

EU/독일 의존도 현황

주요 공급국

마그네슘

약 97% 의존

중국

희토류

공급망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

중국

갈륨·게르마늄

공급망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

중국

리튬

특정국 의존도 법적 상한(65%) 상회

칠레, 호주 등

코발트

채굴·가공 단계별 이중 의존 구조

DRC(채굴), 중국(가공)

[자료: EU 집행위]

핵심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과 독일 산업계의 전략적 대응

독일 산업계가 공급망 다변화를 기업 생존과 산업 회복력(Resilience)의 핵심 과제로 인식하게 된 배경에는 주요국의 수출 통제 조치가 있다. 특히 2023년 시행된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수출 규제에 이어, 2025년 4월부터 본격화된 희토류 및 영구자석 수출 통제 강화는 독일의 핵심 강점 산업인 자동차, 정밀기계,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부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들은 그동안 잠재적 리스크로 인식되던 원자재 공급망 취약성을 현실화하며, 일부 부품 생산 라인에서 병목현상을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독일 금속산업노조(IG Metall), 독일산업연맹(BDI), 독일상공회의소(DIHK)를 포함한 19개 주요 산업·노동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원자재 안보의 전략적·경제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공동 대응에 나섰다. 특히 독일산업연맹은 2026년 3월 공식 성명에서 2030년 핵심원자재법(CRMA) 목표 달성을 위해 연방정부의 인허가 절차와 자금 지원이 보다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산업계의 촉구와 맞물려 기업 차원의 실질적인 공급망 대응도 구체화되고 있다. BMW,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배터리 공급망의 단기 전환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공급처 다변화를 골자로 한 중장기 리스크 감축(Derisking)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기존의 부품사 위탁 조달 방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호주, 캐나다, 남미 등의 광산 기업들과 리튬·코발트 직접 구매 계약을 체결하거나 배터리 소재·가공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등 공급망 전반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완성차 대기업들이 대안 마련에 주력하는 가운데, 독일 경제의 기반인 중소기업(미텔슈탄트) 역시 구매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며 독자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2025년 6~7월 독일무역투자진흥공사(GTAI)가 실시한 독일 중소기업 대상 실태조사 결과는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독일 중소기업들은 더 이상 단순한 ‘단가 인하’만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기보다, 공급망 복원력(Resilience)과 전략적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에 비용과 자원을 투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조사는 GTAI 내 시장개척프로그램(MEP) 사무국이 2025년 6~7월 독일 연방 물류·조달·자재관리 협회(BME) 및 독일 전기·전자·디지털산업협회(ZVEI)가 대표하는 독일 중소기업 8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임

독일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공급처를 발굴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준은 조달의 신뢰성(94%)과 원자재 품질(92%)이었으며, 전통적으로 중요한 기준이었던 가격(82%)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났다. 응답 기업의 약 66%가 현재의 공급망을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미 구체적인 다변화 조치에 착수한 상태다. 또한 87%는 신규 원자재 공급처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으며, 60%는 비상 재고를 의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독일 기업의 핵심 원자재 수입 현황 및 리스크 대응 전략 설문조사(2025년 6월~7월)>

(단위: %)

[자료: GTAI/KOTRA 함부르크 무역관 편집]

KOTRA 함부르크 무역관이 인터뷰한 ZVEI의 경제정책 책임연구원 프란치스카 브랄 박사(Dr. Franziska Brall)는 “원자재 접근성이 국제 통상 정책에서 점차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공급 및 가치사슬 전반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독일 기업들은 납기 지연과 생산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가 결정적임을 직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기업들이 이미 공급망 복원력 강화를 위한 조치에 의식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신규·지역 공급업체를 통한 공급망 다변화, 전략적 재고 확대, 대체 소재 활용 등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브랄 박사는 신규 공급업체 선정 시 신뢰성과 품질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며, 기업들이 신뢰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공급업체 관계를 특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독일 중소기업들이 비용과 자원이 많이 소요되는 조치를 감수하더라도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실질적인 전략 전환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EU·독일의 핵심 원자재 정책 패키지

이처럼 민간 부문이 위험 분산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독일과 EU는 제도적 프레임워크 구축, 공공 금융 지원, 외교적 공급망 다변화를 결합한 종합 대응 패키지를 본격 가동하고 있다.

1) EU의 대응: CRMA에서 RESourceEU 액션플랜까지

2024년 발효된 핵심원자재법(CRMA)은 2030년까지 EU 연간 소비량 기준 역내 채굴 10%, 가공 40%, 재활용 25% 달성, 그리고 특정 제3국에 대한 전략 원자재 의존도 65% 미만 유지를 주요 목표로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역내외 총 60개의 전략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해당 프로젝트에 인허가 패스트트랙 등 행정적 지원을 부여했다.

나아가 EU는 2025년 12월 3일 RESourceEU 액션플랜을 채택하며 핵심 원자재 공급망 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해당 액션플랜은 전략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과 인허가 절차 가속화, 공동 조달 및 비축 체계 구축, 재활용 원료 확보, 외부 파트너국과의 협력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특히 EU는 2026년 12월까지 약 30억 유로를 동원해 전략 원자재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또한 핵심원자재센터(Critical Raw Materials Centre)를 통해 시장 정보 제공, 프로젝트 개발 지원, 금융 연계, 공동 구매 및 비축 관련 기능을 조정하고, 원자재 메커니즘(Raw Materials Mechanism)을 통해 공급자와 EU 구매자 간 수요 집계 및 매칭을 촉진하고 있다. 아울러 영구자석 폐기물·스크랩 및 알루미늄 스크랩 등의 역외 유출을 관리하는 조치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2) 독일의 대응: 재정·외교적 조치와 산업계 공동 행동

독일 연방정부는 재정적 측면에서 총 10억 유로 규모의 KfW 원자재펀드를 가동하고 있다. 이 펀드는 투자 리스크가 높아 민간 자본만으로 조달이 어려운 광산 개발, 고도 가공, 재활용 분야 프로젝트에 공공 재원을 지분 투자 방식으로 투입하는 제도다. KfW는 프로젝트당 일반적으로 5000만~1억5000만 유로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독일 또는 EU 내 생산 거점에 장기적으로 핵심 원자재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

외교적 측면에서는 캐나다와의 핵심 광물 협력을 비롯해 G7·한국·호주·인도·멕시코 등 주요 파트너국과의 다자 협의에 참여하며, 우방국 중심의 핵심 원자재 공급망 공동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EU 내부에서는 핵심 광물의 공동 비축 체계 구축 논의도 구체화되고 있다. 2026년 2월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독일·프랑스·이탈리아가 해당 논의를 주도하고 있으며, 희토류·리튬·코발트 등 전략 원자재의 비축 정보 공유, 공동 조달, 비상시 활용 메커니즘 마련 등이 주요 검토 대상으로 제시되고 있다. 다만 해당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로, 단일 공동 비축고를 구축하기보다는 각국이 개별 비축분을 관리하고 이를 EU 차원에서 조율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조치에 발맞춰 경제계에서도 다각적인 대응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독일상공회의소(DIHK)는 2025년 12월 「미래지향적 원자재 전략을 위한 핵심 원칙」을 발표하고, 국내 채굴 허가 절차의 신속화와 재활용 시설 인허가 간소화를 촉구했다. 한편 맥킨지 도이칠란트(McKinsey Deutschland)는 같은 해 10월 보고서 「독일 산업의 핵심 원자재 안정적 공급을 위한 5가지 구성요소」에서 단일 기업이 모든 핵심 원자재에 대해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핵심 원자재 수요 기업들이 업종을 넘어 공동 조달 또는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독일·EU 주요 원자재 정책>

정책 및 이니셔티브

주도 주체

핵심 정책 내용

핵심원자재법 (CRMA)

EU 집행위

2030년까지 EU 연간 소비량 기준 역내 채굴 10%, 가공 40%, 재활용 25% 달성 및 특정 제3국 의존도 65% 미만 유지를 목표로 설정

RESourceEU 액션플랜

EU 집행위

핵심원자재센터 신설, 2026년 12월까지 약 30억 유로 동원, 원자재 메커니즘을 통한 수요 집계·매칭·공동구매 기능 강화

KfW 원자재펀드

독일 정부

총 10억 유로 규모로 조성, 독일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는 핵심 원자재 광업·가공·재활용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

독일-캐나다 공동선언

독일 정부

핵심광물 분야 양국 간 공급망 안보, 원자재 조달 및 기술 협력 기반 구축 (2025.08 발표)

G7·한국 등 다자 공동행동

독일 정부

G7 및 한국·호주·인도·멕시코 등 주요 파트너국과 우방국 중심 핵심 원자재 공급망 공동 대응 협의

EU 핵심광물 공동 비축 논의

독일 ·프랑스·이탈리아

EU 차원의 핵심 원자재 공동 비축 체계 구축 논의에서 3개국이 주도적 역할 수행. 전략 원자재의 비축 정보 공유, 공동 조달, 비상시 활용 메커니즘 및 품목별 역할 분담 논의. 단일 공동 비축고 대신 각국 개별 비축분을 EU 차원에서 조율하는 방식 검토

[자료: EU 집행위, 독일 연방재무부, Reuters, McKinsey Deutschland]

독일의 핵심 원자재별 다변화 현황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 정부와 산업계는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을 완화하기 위해 정책 지원, 공공 투자, 기업 차원의 조달 전략 전환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리튬, 희토류, 배터리 핵심 광물 등 주요 품목별 다변화 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독일의 품목별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우방국 내 자원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전략적 투자, 중장기적으로는 역내 채굴 및 자원 순환 인프라 구축을 병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1) 리튬: 역내 직접 채굴 및 지열수 추출 기술 고도화

독일은 리튬 자급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역내 광산 개발과 지열수 기반 직접리튬추출(DLE) 기술 도입이라는 두 가지 경로를 병행하고 있다. 작센(Sachsen)주 친발트(Zinnwald) 리튬 프로젝트는 2026년 1월 공간 적합성 검토(Raumverträglichkeitsprüfung)가 완료되며 독일 내 리튬 채굴을 위한 정식 행정 절차에 진입했다. 다만 광산 개발은 인허가, 설비 구축, 환경 검토 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실제 상업 생산까지는 수년의 리드타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오버라인(Oberrhein) 지역에서는 지열수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불칸 에너지(Vulcan Energy)의 직접리튬추출(DLE)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KfW 원자재펀드는 이 프로젝트에 최대 1억5000만 유로 규모의 지분 투자에 참여하며 친환경 리튬 자급 기반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독일이 리튬 자급 전략을 광산 개발에 한정하지 않고, 지열 자원과 신기술을 결합한 다양한 경로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 오버라인(Oberrhein) 지역은 독일·프랑스 국경을 따라 형성된 라인강 상류 계곡 일대. 불칸 에너지의 '라이언하트(Lionheart)' 프로젝트는 동 지역 지열수에서 DLE 기술로 연간 2만 4000톤의 배터리 등급 수산화리튬(LHM) 생산을 목표

2) 희토류: 해외 자산 확보와 자원 순환 생태계의 글로벌 협력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등 핵심 전략 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로, 독일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해외 자원 개발 참여와 역내 재활용 인프라 확충을 병행하고 있다.

해외 자산 확보 측면에서는 독일재건은행(KfW)의 호주 희토류 프로젝트 투자가 주목된다. KfW는 독일 원자재펀드를 통해 호주 아라푸라(Arafura Rare Earths)의 놀란스(Nolans) 희토류 개발 프로젝트에 최대 5000만 유로 규모로 지분 투자할 계획이라고 2026년 4월 1일 발표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호주 노던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에서 희토류를 채굴·가공하는 사업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 공급망을 우방국 중심으로 다변화하고 독일 및 유럽 제조업의 장기적인 원자재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평가된다.

역내 자원 순환 부문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작센안할트(Sachsen-Anhalt)주 비터펠트(Bitterfeld)에 위치한 유럽 주요 자석 재활용 거점인 헤레우스 렘로이(Heraeus Remloy)는 그동안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2026년 5월 20일 캐나다의 광물·희토류 개발 전문 기업 엠캉고 리소시스(Mkango Resources Ltd.)와 자산양수도계약(APA)을 체결하면서, 글로벌 전문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희토류 자석 재활용 밸류체인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주: 자산 양수도 계약(Asset Purchase Agreement)이란 특정 기업의 자산(설비, 재고, 지식재산권, 계약 관계 등)을 선별적으로 인수하는 계약으로, 주식 인수와 달리 부채 및 우발채무의 승계 없이 원하는 자산만을 취득할 수 있는 방식의 인수 계약

3) 코발트·니켈·흑연·망간: EU 전략 프로젝트 기반의 역내 공급 기반 강화

배터리 핵심 광물인 코발트, 니켈, 흑연, 망간 분야에서는 EU 핵심원자재법(CRMA) 이행을 위한 전략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역내 공급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 EU가 선정한 총 60개의 전략 프로젝트 중 47개는 EU 역내 프로젝트이며, 이 가운데 니켈 12개, 흑연 11개, 코발트 10개, 망간 7개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이들 프로젝트는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 13개 EU 회원국에 분포하며, 총 투자 소요액은 약 225억 유로로 추산된다.

독일의 경우, 선정된 3개 전략 프로젝트 가운데 흑연 공급망 대응과 관련된 PCC Thorion GmbH의 ‘ProHiPerSi 프로젝트’가 주목된다. 뒤스부르크 소재 PCC Thorion GmbH가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는 흑연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실리콘 기반 차세대 배터리 음극재를 개발하는 대체 소재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급속 충전 성능을 개선하는 동시에, 배터리용 흑연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젝트는 독일이 흑연 공급망 대응에서 조달처 다변화뿐 아니라 대체 소재 개발이라는 기술적 접근까지 병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 주: 독일 내 3개 전략 프로젝트 중 나머지 2개는 리튬 분야로, Vulcan Energy(오버라인, 지열수 리튬 추출)와 Rock Tech Lithium(브란덴부르크주 구벤(Guben)시, 수산화리튬 가공)임

4) 심해 채굴: 잠재적 공급 옵션이나 상업화까지는 불확실성 지속

독일 연방지질자원청(BGR)은 태평양 공해상 망간단괴 탐사구역 약 7만 5000㎢와 인도양 다금속 황화물 탐사구역 약 1만㎢ 등 총 2개의 국제해저기구(ISA) 탐사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구역에서 망간, 니켈, 코발트, 구리 등 전략 금속의 잠재적 공급 가능성을 탐사 중이다.

해당 탐사구역은 심해 채굴이 상업화될 경우 독일의 원자재 공급 다변화에 기여할 잠재적 공급원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상업 채굴 개시를 위해서는 국제해저기구(ISA) 회원국들이 채굴 허가 조건, 환경 기준, 수익 배분 방식 등을 규정한 국제 규범 체계인 ‘Mining Code’에 합의해야 한다. 2026년 3월 ISA 제31차 이사회가 Mining Code 합의 없이 종료되는 등 규제 체계 수립이 지연되고 있어 실제 상업 생산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독일 환경부는 환경 영향이 충분히 규명되기 전까지 심해 채굴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은 심해 광물을 장기적인 공급 다변화 옵션으로 열어두면서도, 실제 상업화에 대해서는 환경 보호와 국제 규범 정립을 전제로 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EU 핵심 원자재별 주요 다변화 현황>

품목

프로젝트

핵심 내용

리튬

Zinnwald(작센주)

2026년 1월 공간 적합성 검토(Raumverträglichkeitsprüfung)가 완료되며 독일 내 리튬 채굴을 위한 정식 행정 절차에 진입

리튬

Vulcan Energy(오버라인)

지열수 기반 직접리튬추출(DLE) 공정 추진. KfW 원자재펀드가 최대 1억 5000만 유로 규모의 지분 투자에 참여

희토류

Nolans Project(호주)

KfW가 핵심 원자재 확보를 위해 호주 Arafura Rare Earths의 희토류 개발 프로젝트에 최대 5000만 유로 규모의 지분 투자 추진을 발표(2026년 4월 1일)

희토류

Heraeus Remloy(비터펠트)

2026년 5월 20일 캐나다 Mkango Resources Ltd.와 자산양수도계약(APA)을 체결하며 희토류 자석 재활용 밸류체인 확대 기반 마련

흑연

ProHiPerSi, PCC Thorion GmbH(뒤스부르크)

EU CRMA 전략 프로젝트로 선정. 실리콘 기반 차세대 음극재 개발을 통해 리튬이온 배터리 성능 개선 및 배터리용 흑연 수입 의존도 완화 목표

망간·니켈·코발트·구리

BGR 태평양 탐사구역(약 7만 5000㎢)

2006년부터 탐사 중. 상업 채굴을 위해 ISA Mining Code 합의가 필요하나, 2026년 3월 기준 합의 지연으로 상업 생산 시점은 불확실

아연·구리(다금속 황화물)

BGR 인도양 탐사구역(약 1만㎢)

2015년부터 다금속 황화물 탐사 중. 태평양 구역과 마찬가지로 ISA Mining Code 합의 전까지 상업 채굴 불가

[자료: GTAI, 연방정부, Handelsblatt, Heraeus Group, 독일 연방지질자원청]

향후 과제 및 전망

종합적으로 볼 때, EU와 독일의 핵심 원자재 다변화 전략은 정책 설계와 입법 단계를 넘어 점차 실행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EU 차원에서는 핵심원자재법(CRMA) 이행을 위한 역내 전략 프로젝트 승인과 RESourceEU 액션플랜을 통해 제도적 기반과 금융 지원 체계가 구체화되고 있다. 독일 차원에서도 KfW 원자재펀드를 통한 리튬·희토류 프로젝트 투자가 본격화되며, 전략 원자재 확보를 위한 공공 금융 지원이 실제 프로젝트 단위로 연결되고 있다. 또한 G7 공동행동과 양자 파트너십을 포함한 국제 공조가 병행되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정책 수단도 다층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2030년 목표 달성까지는 실제 공급 물량 확보와 정책 집행 속도 측면에서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EU 차원에서는 다자·양자 파트너십 협정이 실제 원자재 수입 물량 확대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유럽감사원(ECA)도 현재의 파트너십이 아직 실질적인 공급 안보 확보로 연결되는 성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며, 정책 협력과 실제 조달 성과 사이의 간극을 좁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인허가 절차와 자금 지원 속도가 민간 기업의 공급망 전환 속도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산업계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역내 자급률 확대, 특히 독일 내 광산 개발 과정에서는 사회적 수용성과 환경 갈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WWF 독일(WWF Deutschland)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현 정부와 EU의 정책 기조가 공급 안보를 우선시한 나머지 신규 광산 개발과 인허가 패스트트랙에 과도하게 치우쳐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독일 내에서는 친환경 전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자국 내 광산 개발에 따른 생태계 훼손과 수질 오염 우려로 지역 주민의 반대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독일 내 리튬 채굴 프로젝트가 행정적 승인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상업 가동까지는 사법적·사회적 갈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제조업 현장이 직면한 공급망 구조의 제약 역시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특히 독일 경제의 핵심 축인 자동차 산업은 특정국 중심으로 구축된 배터리 공급망에서 단기간 내 탈피하기 쉽지 않다. 유럽 내 배터리 셀 공장 건설이 확대되더라도, 전구체와 배터리 소재의 원료가 되는 정련 리튬·흑연 등 가공 인프라는 여전히 특정국이 압도적인 글로벌 점유율과 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전기차 수요 성장 둔화와 단가 압박이 더해지면서, 공급망 전환 속도는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 기업의 기회 요인 분석

독일과 EU가 직면한 구조적 과제와 공급망 다변화 기조는 배터리 소재, 핵심 광물 가공, 자원 순환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 소재·부품 기업에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첫째, 배터리 핵심 소재 공급망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진입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독일 완성차 및 배터리 기업들은 2030년까지 특정국 의존도를 65% 미만으로 낮추어야 하는 핵심원자재법(CRMA) 목표에 대응해야 하지만, 역내 자체 조달 능력은 아직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한국의 양극재·음극재·전해질 등 배터리 소재 기업은 독일 제조사들의 중장기 디리스킹 전략을 보완할 수 있는 파트너로 부각될 여지가 있다.

둘째, 자원 순환 및 재활용 분야에서의 기술 협력 가능성도 주목된다. 헤레우스 렘로이 사례에서 확인되듯, 유럽 자석 재활용 시장은 중국산 저가 희토류와의 가격 경쟁 속에서 공정 혁신과 효율 고도화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재활용·고순도 추출·소재 회수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은 스케일업을 추진 중인 유럽 현지 자원 순환 기업과 기술 라이선싱, 공동 R&D, 합작 투자 등 다양한 방식의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셋째, 독일 공공 펀드 활용 및 EU 전략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총 10억 유로 규모의 KfW 원자재펀드는 국적에 관계없이 독일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는 광업·가공·재활용 분야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하는 구조로, 요건을 충족하는 외국 기업도 투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EU 핵심원자재법(CRMA)의 전략 프로젝트 역시 역내 가공 또는 제조 시설을 갖춘 파트너 참여를 유도하고 있어 한국 기업에도 협력 여지가 있다.

다만 이러한 가능성은 한국 기업이 단독으로 접근하기에는 행정적 장벽과 현지 네트워크 부족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공정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은 독일 또는 EU 현지 제조사·재활용 기업·연구기관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공동 투자 형태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KfW 원자재펀드 투자 요건이나 EU 전략 프로젝트 선정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시사점

독일의 핵심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는 단기적인 수입선 조정에 그치지 않고, 산업 구조와 공급망 체계를 재편하는 장기 과제로 전환되고 있다. CRMA, KfW 원자재펀드, 국제 파트너십 등을 통해 정책적 실행 기반은 마련되고 있으나, 이것이 실제 산업 현장의 공급망 전환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허가 지연, 지역 수용성, 환경 규제, 가공 인프라 부족 등 복합적인 제약이 남아 있는 만큼, 향후 정책 이행 속도와 산업 현장의 실행력이 공급망 전환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독일이 특정 공급국에 대한 의존도 축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소재·핵심 광물 가공·자원 순환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 소재·부품 기업과의 협력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단순 수출 중심의 접근을 넘어, 현지 파트너와의 기술 협력, 공동 R&D, 합작 투자, EU 전략 프로젝트 참여 등 보다 구조적인 시장 진입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료: Handelsblatt, Reuters, McKinsey Deutschland, Heraeus Group, WWF Deutschland, WirtschaftsWoche, EU 집행위, 독일 연방정부, 독일 연방통계청, 독일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연방 물류·조달·자재관리 협회, 독일 전기·전자·디지털산업협회, 독일 연방지질자원청, 독일 연방의회, 독일 상공회의소, 독일 연방재무부, 독일 산업연맹, KOTRA 함부르크 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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