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 용도


고무는 현대 산업 전반에 걸쳐 필수적인 소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그 용도는 자동차 및 항공 산업, 의료 및 위생용품, 산업용 및 건설 부품, 생활용품 및 스포츠 등 크게 네 가지 분야로 나뉜다. 우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및 항공 분야에서는 일반 승용차 타이어의 40~50%와 대형 트럭 및 버스 타이어의 80% 이상이 고무로 이루어지며, 엔진 진동을 흡수하는 마운트, 소음을 줄이는 부싱 및 쇼크 업소버 등 방진 부품을 비롯해 에어백과 창문 밀폐용 실 등에도 폭넓게 사용된다.


의료 및 위생용품 분야에서는 미세한 감각 유지가 필수적인 수술용 장갑에 천연고무 라텍스가 주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카테터, 튜브, 약품 병의 마개 등 각종 의료 기기와 유아용 젖꼭지 같은 위생용품의 핵심 소재가 된다. 산업용 및 건설 부품 분야에서는 대량 화물 운반용 컨베이어 벨트, 고압을 견디는 유압 호스 및 가스켓 등에 쓰이며, 최근에는 지진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대형 건축물 기초에 설치되는 면진 고무로도 각광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생활용품 및 스포츠 분야에서는 운동화 밑창, 각종 공 내부의 튜브, 잠수복 및 의류용 고무줄 등 일상 전반에 걸쳐 활용된다.


높은 천연 고무 수입 의존도


브라질은 1870년부터 1920년 사이 아마존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 고무 공급을 독점하며 자국 수출의 25%를 담당할 만큼 경제적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1876년 영국인 헨리 위컴이 고무나무 씨앗을 밀반출한 이후, 동남아시아에서 고무 대량 재배가 성공하면서 브라질의 독점 체제는 붕괴되었다. 그 결과 한때 세계 고무 시장의 중심이었던 브라질의 생산 비중은 현재 2% 미만으로 하락했으며, 전 세계 천연고무 생산의 90%는 아시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결정적으로 아마존 지역의 대규모 플랜테이션 재배는 '마이크로사이클러스 울레이(Microcyclus ulei)' 곰팡이 균이 일으키는 '남미 잎마름병(SALB)'이라는 치명적인 천적을 만나 무너졌다. 야생 환경과 달리 단일 재배 방식으로 밀집된 농장에서는 곰팡이 균의 전파를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며, 1920년대 자동차 왕 헨리 포드가 세운 거대 농장 '포드란디아'의 몰락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이 균이 살지 않는 동남아시아는 압도적인 생산성과 단가 경쟁력을 확보하며 전 세계 천연고무 생산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이러한 실패를 교훈 삼아 현재 브라질 천연고무 생산의 60% 이상은 곰팡이가 번식하기 어려운 서늘하고 건조한 겨울 기후를 가진 상파울루주 내륙 지역으로 이동했다. 캄피나스 농업연구소(IAC)에 따르면, 최근에는 생산성을 높이고 수확 기간을 단축한 최첨단 클론 기술(IAC 500 시리즈)과 고무나무 사이에 바나나, 카카오 등을 함께 심어 초기 수익성을 보전하는 ‘복합 농법(Consórcio)’이 브라질 고무 산업의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입 관세율을 둘러싼 다국적 타이어 업계와 자국 생산자 간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미쉐린, 피렐리, 브리지스톤 등 브라질에 생산 기지를 둔 11개 타이어 제조사는 원가 절감을 위해 현재 10.8%인 관세를 3.2%로 대폭 인하할 것을 요구한다. 이들은 브라질 내 천연고무 생산량만으로는 공장 가동이 불가능하며, 기술 규격 충족을 위해서도 동남아산 타이어용 천연고무를 반드시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브라질 농업 연맹(CNA)과 농가들은 오히려 관세를 22%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맞선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낮은 노동·환경 기준과 대규모 정부 보조금을 무기로 저가 덤핑 공세를 펼치고 있어, 브라질 생산자들은 kg당 높은 생산 원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 국내 시장 가격으로 인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에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무나무는 심은 후 첫 수확까지 최소 7~9년이 걸리는 장기 자본 집약적 작물이다. 농민들은 무수입 기간을 버티기 위해 대량의 농업 대출을 끌어다 쓰는데, 막상 수확 시점에 수입산 때문에 가격이 폭락하자 빚을 갚지 못해 재배를 포기하거나 사탕수수 등으로 작물을 전환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시장 지배력이 소수의 가공 공장에 집중되어 있어 개별 농민들의 협상력이 매우 낮고, 경제성 악화로 인해 관련 종사 인력도 급감하는 추세다.


실제로 브라질 천연고무 생산·무역 통계를 보면 자국 생산량이 2023/24년 기준 40.6만 톤에 달하고 수요는 42.8만 톤으로 집계되어, 수치상으로는 대부분 내수 자급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동기간 실제 수입량은 수요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16.5만 톤에 달했다. 이는 브라질 농가들이 가공 기술의 한계로 대중적인 기본 등급 위주로만 생산하다 보니, 대기업이 고성능 타이어 제조에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다양한 기술적 규격(TSR 10, 액상 라텍스 등)을 맞추지 못하는 품질 미스매치가 발생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더해 기후 변화나 농가 파업으로 인한 공장 셧다운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글로벌 공급망 관리 전략과 악명 높은 브라질 내륙 물류비 문제까지 겹치면서, 대기업들은 브라질산을 일부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수출하는 한편, 제조 스펙에 부합하는 동남아산 고무를 지속적으로 수입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브라질 천연고무 공급 현황>

(단위: 천 톤)

* TSR 또는 GEB 환산 기준


[자료: CONAB]


이러한 전방위적 위기 속에서 브라질 대외무역위원회(Camex)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현재의 10.8% 수입 관세를 24개월 연장하여 2027년까지 유지하기로 결단했다. 이는 저가 수입산의 범람으로부터 상파울루주 등 주요 생산지의 지역 경제와 농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연방정부는 농림부와 식량공급공사(CONAB)를 통해 천연고무 최저 보장 가격 제도를 전격 도입하고, 시장 가격이 이보다 떨어지면 정부 예산으로 차액을 메워주는 경매(PEPRO) 보조금 프로그램인 'Borracha + Verde'를 급히 추진하기 시작했다. 브라질 정부는 이러한 강력한 시장 개입과 관세 유지를 통해 농가에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고, 외부 의존도 심화에 따른 산업 안전 위협을 방어하며 자국 천연고무 산업의 실질 자급률을 점진적으로 높여 나갈 방침이다.


브라질의 천연고무 육성 프로그램 (Borracha+Verde)


브라질 농림축산부(MAPA)가 자국 천연고무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동한 '보라샤 마이스 베르지(Borracha+Verde)'는 국가 천연고무 진흥 정책(Política Nacional de Incentivo à Cadeia Produtiva da Borracha Natural)의 핵심 마스터플랜이다. 이 프로젝트는 동남아시아산 저가 고무의 공습, 수입 관세 갈등, 자국산 가격 폭락이라는 고질적인 구조적 한계를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2050년 목표의 장기 국가 프로젝트다.


브라질의 천연고무 생산량은 과거보다 분명히 증가했으나 고질적인 삼중고에 시달려왔다. 인건비와 물류비 부담으로 동남아시아산 보조금 고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낮았고, 국내 공급량이 존재함에도 다국적 타이어 기업들이 수입산을 선호하여 국내 가격이 폭락하는 등 시장의 예측 불가능성이 컸다. 더욱이 글로벌 ESG 기준이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브라질산 고무의 친환경·지속가능성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작용했다. 브라질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고무나무 농가를 전폭적으로 지원하여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브라질산을 친환경 프리미엄 고무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브라질 농업부는 천연고무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연방 법령을 공포하고, 산업 전반을 개조하기 위한 5대 핵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① (최저 가격) CONAB 최저가격 설정·손실 보전 및 저리 대출·보험 확대

② (탄소 배출) 고무나무 탄소 흡수원 인증을 통한 농가 추가 소득 창출

③ (품질 관리) Embrapa 우수 품종 보급 및 표준 규격(TSR/GEB)·이력 추적 지원

④ (시장 수급) 민·관 통합 위원회 설치를 통한 수급 모니터링 및 수입 억제

⑤ (상생 도모) 아마존 야생 고무 채취 지원을 통한 산림 보호 및 원주민 자립


이러한 정책적 흐름에 발맞추어, 글로벌 타이어 기업들도 ESG 기준을 전방위적으로 강화하며 브라질산 천연고무 도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쉐린(Michelin)은 2050년까지 100% 재생 가능한 원료로 타이어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현재 30% 수준인 친환경 원료 비중을 2030년까지 4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쉐린은 현재 남미 전역에 7개의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를 가동 중이며, 브라질을 단순한 생산 거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원자재 공급망의 핵심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추진 중인 '아마존과 함께(Juntos pela Amazônia)' 프로그램은 현지 야생 고무 채취 농가를 직접 지원함으로써 약 145,000헥타르의 열대우림을 보존하는 동시에, 매년 200톤 이상의 천연고무를 수매해 현지 공동체에 경제적 이익을 환원하는 등 실질적인 ESG 경영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미쉐린은 타이어 핵심 소재인 합성고무의 원료(부타디엔)를 화석연료가 아닌 산업용 목재 폐기물에서 추출하는 혁신 기술도 개발하여 실증 중이다. 아울러 탈탄소화 속도를 가속화하기 위해 글로벌 경쟁사들에 재생 가능 원료 공장 공동 투자를 제안하는 등 공급망 전반에서 주도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브라질 합성고무 시장


브라질 합성고무 산업의 핵심은 세계 최대의 생산 업체 중 하나인 아란세오(ARLANXEO)다. 사우디 아람코의 자회사인 아란세오는 과거 페트로브라스의 자회사였던 페트로플렉스(Petroflex)를 전신으로 하며, 현재 리우데자네이루주의 두케 데 카시아스(Duque de Caxias)와 남부 히우그란지두술주의 트리운푸(Triunfo) 등지에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은 E-SBR, S-SBR, NBR, BR 등 타이어 및 산업용 고무 전반을 생산하여 라틴아메리카 전체 시장에 공급하는 핵심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리우데자네이루에 공장을 둔 로컬 기업 니트리플렉스(Nitriflex)가 NBR과 SBR 라텍스를 전문 생산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인 트린세오(Trinseo) 등이 특수 합성고무 바인더를 공급하며 자동차 및 신발 산업 공급망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스트림 단계를 보면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가 원유와 나프타를 공급하고, 대기업인 브라스켐(Braskem)이 이를 전달받아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스티렌 모노머(SM) 등 핵심 기초유분으로 분해하여 다운스트림 기업들에 독점 공급한다. 이에 따라 니트리플렉스나 트린세오 등 현지 합성고무 제조사들은 공장 파이프라인 등을 통해 브라스켐으로부터 필수 기초 원료를 안정적으로 전달받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다만 자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특정 특수 합성고무나, 생산 설비의 한계로 내수 수요를 충분히 충당하지 못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을 통해 부족분을 해결하고 있다.


<2025년 브라질 합성고무 수입 현황>

(단위: USD)


[자료: ComexStat]


브라질 타이어 시장


정부와 천연고무 생산자들이 천연고무 및 합성고무 수입 확대에 대응해 긴밀히 공조하는 가운데, 완제품 타이어의 수입 역시 브라질 국내 시장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브라질은 피렐리(Pirelli), 브리지스톤(Bridgestone), 미쉐린(Michelin), 굿이어(Goodyear) 등 글로벌 '빅 4' 제조사를 포함해 총 11개 기업이 19개의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탈리아의 피렐리는 상파울루주 캄피나스(Campinas)와 바이아주 페이라 드 산타나(Feira de Santana)에 대형 공장을 보유한 시장의 전통적 강자이며, 일본의 브리지스톤(산투 안드레, 카마사리)과 프랑스의 미쉐린(이타치아이아, 캄포그란지) 역시 승용차용부터 농업·광산용 특수 대형 장비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현지 생산한다. 미국의 굿이어(아메리카나)와 독일의 콘티넨탈(카마사리), 트럭·버스 및 농기계용에 특화된 프로메테온(산투 안드레, 그라바타이), 그리고 일본의 던롭(파젠다 히오 그란지) 등도 브라질을 남미 시장 공략의 핵심 전략 기지로 삼고 있다.


<브라질 타이어 공장 위치>

[자료: ANIP]


이러한 강력한 생산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타이어 산업의 완제품 자급률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하락하여 2025년 기준 약 41% 수준으로 추락했다. 브라질 타이어 산업 협회(ANIP)의 2026년 1월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0년 73%에 달했던 국산 타이어의 내수 점유율은 불과 5년 만인 2025년에 41%로 반토막이 났으며, 수입산의 점유율은 27%에서 59%로 폭증해 자급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와 같은 자급률 급감의 일차적 원인은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산 저가 타이어의 공습이다. 이들 제품은 브라질 현지 생산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대량 유입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브라질 정부는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고 나섰다. 대외무역위원회(Camex)는 중국산 승용차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향후 5년 더 연장하기로 결단하는 등 저가 수입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규제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글로벌 대형 기업들의 브라질 현지 직접 투자가 새로이 이어지는 추세다. 중국의 린롱타이어(Linglong Tire)는 파라나주 폰타그로사에 12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신공장 건설을 발표했으며, 전기차 기업 BYD는 바이아주 카마사리 공장을 가동하며 타이어를 포함한 부품 현지화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로드맵을 가동했다.


결과적으로 브라질 타이어 시장은 다국적 제조사들이 범용 제품을 대량 생산하여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역내 국가나 북미·유럽으로 수출하는 동시에,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는 고성능·특수 규격 제품과 아시아산 중저가 타이어를 대량 수입하는 독특한 상호보완적 무역 구조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 타이어 수출입 현황>

(단위: 개수, USD)

[자료: ANIP, Comex Stat]


시사점


세계 6위의 거대한 자동차 시장을 보유한 브라질은 이와 연계된 타이어 시장 역시 큰 규모를 자랑한다. 타이어 제조에는 다양한 원재료가 투입되는데, 핵심 원료인 합성고무와 천연고무 모두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러한 시장 구조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강점을 가진 타이어와 합성고무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으며, 브라질 자동차 시장의 성장에 발맞추어 관련 시장도 함께 동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브라질 타이어 시장 내 수입산 점유율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현지 정부의 반덤핑 과세 등 무역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므로, 수출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법률과 규제 조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비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브라질 정부가 자국 내 고무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는 만큼, 국내 농기업들은 현지 고무 재배 및 생산에 필요한 농자재와 투입재를 판매하고 영업망을 확장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자료: ANIP, Comex Stat, CONAB, Veja 등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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