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차세대 태양광으로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가볍고 휘어지는 일본발 차세대 기술’이라는 기술적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2026년 들어 일본 정부의 논의는 한 단계 진전됐다. 핵심은 “어떻게 양산하고, 어디에 먼저 설치해 시장을 만들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5월 20일 제10회 ‘차세대형 태양전지의 도입 확대 및 산업경쟁력 강화에 관한 민관협의회’를 개최하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양산체제 구축, 공공·인프라 수요 창출, 국제표준화, 해외시장 전개 등을 논의했다. 해당 회의는 2026년도 첫 민관협의회이며, 회의자료는 6월 10일 공개됐다.
일본 정부는 2040년까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국내 약 20GW 규모로 도입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2030년까지 조기에 GW급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필름형 제품은 2030년 14엔/kWh, 장기적으로 2040년 10~14엔/kWh 이하의 발전단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6년 상반기 정책 포인트: “초기시장 만들기”
2026년 3월 이후 일본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페로브스카이트 정책은 단순 연구개발 지원에서 초기수요 창출 단계로 전환되고 있다.
<2026년 3월 이후 주요 정책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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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주요 내용 |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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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
NEDO, 플렉시블 태양전지 설계·시공 가이드라인 공개 |
건물 지붕·벽면 설치를 위한 안전·시공 기준 정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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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하순 |
2027년도 이후 신규 사업용 지상설치 태양광 지원 폐지 관련 제도 정비 |
메가솔라 중심에서 지붕·건물·인프라형으로 정책 전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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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7일 |
2026년도 차세대 태양전지 관련 예산 성립 |
도입지원 70억 엔(신규), GX 공급망 497억 엔(페로브스카이트 외 포함), GI기금 1,051억 엔(누적치, 당초예산 외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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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
인프라 특화형 페로브스카이트 개발·실증을 위해 GI기금 약 250억 엔 증액 |
도로·철도·공항·항만 등 인프라 공간 실증 확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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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20일 |
제10회 민관협의회 개최 |
정부·기업·지자체의 수요 창출 전략 구체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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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25일 |
환경성, 2026년도 사회실장 모델 도입지원 1차 공모 개시 |
민간·지자체 대상 실제 설비 도입 지원 본격화 |
[자료: 경제산업성, NEDO, 환경성, KOTRA 도쿄무역관 정리]
특히 주목되는 것은 도입지원 예산이다.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2026년도 신규 예산에는 환경성·경제산업성 연계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사회실장 모델 창출 지원사업 70억 엔이 편성됐다. 여기에 GX 공급망 구축 지원사업(497억 엔, 페로브스카이트 외 여러 GX 기술 포함)과 GI기금(1051억 엔, 2021년부터의 누적치이며 당초예산 외 참고수치)도 함께 거론되지만, 이 두 금액은 페로브스카이트만을 위한 2026년도 신규 예산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예산 구성은 일본 정부가 기술개발, 생산체제, 실제 설치 수요를 동시에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환경성도 6월 25일부터 2026년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사회실장 모델 창출을 위한 도입지원사업’ 1차 공모를 시작했다. 지원 대상은 지방공공단체와 민간기업·단체이며, 주요 요건은 설치 장소의 내하중 10kg/㎡ 이하, 1시설당 발전용량 5kW 이상, 자가소비율 50% 이상 등이다. 이는 단순 보급보다 향후 같은 유형의 건물·시설로 확산 가능한 모델을 우선 만들겠다는 정책 설계로 볼 수 있다.
정책의 중심은 ‘공공·인프라 수요’
일본 정부가 초기 시장으로 보는 곳은 일반 주택보다 공공시설과 인프라 공간이다.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은 공공성이 높고, 기존 건축물·구조물에 설치할 수 있는 면적이 많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초기 수요처로 기대된다.
경제산업성은 2026년 5월 자료에서 도로·철도·공항·항만 등 인프라 공간에 “방대한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하고, 관계부처와 민간기업이 함께 상징적인 도입 사례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인프라 공간 실증을 가속하기 위해 2026년 4월 인프라 특화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실증용 GI기금을 약 250억 엔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의 움직임도 빠르다.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2026년 5월 기준, 민관협의회에는 총 182개 지자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도쿄도를 포함한 8개 지자체에서 GW급 도입 목표나 대규모 실증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24개 지자체가 차세대형 태양전지 도입 관련 예산이나 지원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주요 지자체의 도입 목표 및 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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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
주요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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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
2035년 약 1GW, 2040년 약 2GW 도입 목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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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치현 |
2040년 1.2GW 목표,도요타·아이신 등과 추진협의회 설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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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부 |
2030년 80MW, 2035년 530MW 목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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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시 |
미즈호 PayPay돔 설치, 민간사업자 도입 보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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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현 |
J빌리지 등 3개소에서 실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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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타마시 |
공공시설에서 국내 최초 탠덤형 실증 추진 |
[자료: 경제산업성, KOTRA 도쿄무역관 정리]
이러한 흐름은 일본의 태양광 정책 변화와도 맞물린다. 일본 정부는 대규모 지상형 태양광, 이른바 메가솔라에 대해서는 지역공생과 규율을 강화하고 있다.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2027년도 이후 신규 사업용 지상설치 태양광에 대한 지원 폐지를 포함한 제도 정비가 2026년 3월 하순 이뤄졌으며, 향후 페로브스카이트나 지붕 설치형 등 지역공생형 태양광 지원으로 정책을 중점화한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즉 일본은 태양광 보급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산림·토지형 태양광에서 건물·인프라형 태양광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이 전환의 중심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위치한다.
일본의 한 태양광 관련 기업 담당자는 “페로브스카이트는 아직 본격 보급 전 단계지만, 기존 패널이 들어가기 어려웠던 공간을 발전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에는 가격보다 설치 가능성, 안전성, 유지관리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며, 공공시설과 인프라 실증이 시장 확대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은 양산체제, 정부는 시장 형성에 집중
기업 측에서는 세키스이화학이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세키스이화학은 2025년 1월 신회사 세키스이 솔라필름을 설립했으며, 오사카부 사카이시에 GW급 제조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약 3150억 엔 투자를 결정했다. 2027년도에는 100MW 공급체제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료: SEKISUI 홈페이지]
한편 고효율화를 위한 탠덤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도 본격화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GI기금을 통해 2030년도까지 500MW 이상 규모의 양산화 구상을 가진 초슈산업과 카네카를 2026년 2월 채택했다. 탠덤형은 페로브스카이트와 실리콘 등을 적층해 변환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정부는 2030년도까지 12엔/kWh 이하, 변환효율 30% 이상, 내구성 20년이 가능한 기술 확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현 단계에서 일본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경쟁이 아니다. 생산체제를 만들더라도 초기 수요가 없으면 시장은 열리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는 공공시설, 지방자치단체, 도로·철도·공항·항만 등 인프라 공간을 활용해 초기 수요를 인위적으로 창출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설비투자와 비용 절감을 유도하려 하고 있다.
시사점
2026년 상반기 일본 페로브스카이트 정책의 핵심은 명확하다. 일본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단순한 연구개발 과제가 아니라, 국산 재생에너지 산업을 다시 키우기 위한 제조·수요 창출 프로젝트로 보고 있다. 2040년 20GW라는 목표 아래, 정부는 예산과 보조금으로 초기 시장을 만들고, 기업은 양산체제를 준비하며, 지자체는 공공시설과 인프라 공간에서 실증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는 소재·부품·장비 및 시스템 분야에서 기회가 예상된다. 일본 시장에서 유망한 분야는 페로브스카이트 셀 자체보다는 봉지재, 바리어 필름, 투명전극, 기능성 필름, 접착·방수 소재, Roll-to-Roll 장비, 레이저 가공장비, 검사장비, PCS, EMS, BIPV 시공 시스템 등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공공·인프라 시장을 초기 수요처로 설정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은 일본 지자체나 건설사, EPC, 종합상사, 소재기업과 연계한 공동 실증형 진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초기 시장인 만큼 장기 내구성, 방수·방염, 내풍성, 전기안전, 일본 내 설계·시공 기준 대응이 중요하다. NEDO가 2026년 3월 플렉시블 태양전지 설계·시공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다. 향후 일본 시장 진입을 원하는 기업은 제품 성능뿐 아니라 설치 장소별 안전성 검증자료와 현지 규격 대응자료를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이다.
자료: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NEDO, 환경성, KOTRA 도쿄무역관 종합